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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심호흡하시고.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는 말자. 그래, 중력이 너무 높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말이 되는’ 답을 생각해 내자.

나는 원심분리기 안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주 큰 원심분리기여야 하겠지. 지구의 중력이 중력가속도 1g(중력가속도의 단위-옮긴이)를 제공한다면, 이 방들이 비스듬한 궤도를 돌게 하거나 길고 단단한 팔 같은 것의 끝에 이 방들을 매달아 놓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그 장치를 빙글빙글 돌게 하면 합산된 원심력과 지구 중력의 합을 15m/s2으로 만들 수 있다.

대체 병실과 실험실이 들어 있는 커다란 원심분리기를 왜 만든단 말인가? 모르겠다. 그게 가능하긴 한 일인가? 그 원심분리기는 반경이 얼마나 돼야 하나? 얼마나 빠르게 돌아야 하나?

나는 그 답을 알아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기 위해선 정확한 가속도계가 필요하다. 실험대에서 물건을 떨어뜨리고 시간을 재는 것도 대충 추산을 하는 데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그 정확성은 스톱워치를 누르는 내 반응시간에 달려 있다. 그보다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물건은 한 가지뿐이다. 실 한 가닥.

나는 실험실 서랍을 뒤진다.

몇 분 뒤, 서랍 절반 정도를 열어보고 거의 모든 형태의 실험실 물자를 발견했지만, 실만은 찾지 못했다. 막 포기하려는 참에 결국 나일론실이 감긴 얼레를 발견한다.

“좋았어!” 나는 실 몇 피트를 풀어 이로 끊는다. 한쪽 끝을 고리 모양으로 매고 다른 쪽 끝은 줄자에 감는다. 이 실험에서는 줄자가 ‘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는 이 실을 매달아 놓을 만한 곳만 찾으면 된다.

나는 머리 위의 해치를 올려다본다. 사다리를 올라서서(아까보다 쉽다) 고리를 큰 걸쇠 손잡이에 건다. 그런 다음 줄자의 무게로 실이 팽팽히 당겨지게 놔둔다.

이제 내게는 진자가 생겼다.

진자의 멋진 점은 아무리 멀리까지 움직여도 앞뒤로 한 번 흔들릴 때 걸리는 시간(주기)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에너지를 받으면 진자는 더 멀리까지, 더 빠르게 흔들린다. 그러나 주기는 일정하다. 기계식 시계가 이런 점을 활용해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그 주기는 단 두 가지 요소, 즉 진자의 길이와 중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나는 진자를 한쪽으로 당긴다. 손을 놓고 스톱워치를 켠다. 진자가 앞뒤로 몇 번 움직이는지 헤아린다. 아주 신나는 일은 아니다. 거의 잠들 뻔했지만 견뎌낸다.

10분이 지나자 진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판단한다. 정확히 10분 동안 346번의 완전한 왕복운동이 이루어졌다.

이제 2단계.

나는 해치 손잡이부터 바닥까지의 거리를 측정한다. 2.5미터가 조금 넘는다. 나는 아래층의 ‘침실’로 돌아간다. 이번에도 사다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몸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그 음식이 정말 요물이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컴퓨터가 묻는다.

나는 이불 토가를 내려다본다. “나는 진자를 연구하는 위대한 철학자 진자누스다!”

“틀렸습니다.”

나는 천장 근처의 로봇 팔 중 하나에 진자를 매단다. 잠깐은 팔이 가만히 있어주면 좋겠다. 로봇 손과 천장 사이의 거리를 대충 눈어림한다. 그 거리를 1미터라고 하자. 이제 내 진자는 전보다 4.5미터 아래에 있다.

나는 실험을 반복한다. 스톱워치로 10분을 재고, 전체 왕복 횟수를 헤아린다. 결과는 346번이다. 위층과 같다.

이야.

문제는 뭐냐 하면, 원심분리기 안에서는 중심부와 멀어질수록 원심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내가 원심분리기 안에 있는 거라면, 이 아래쪽의 ‘중력’은 위층보다 높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적어도 진자 왕복 횟수가 달라질 정도의 차이는 없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큰 원심분리기 안에 있는 거라면? 너무 거대해서 이곳과 실험실의 원심력 차이가 너무 작아 진자의 왕복 횟수가 변하지 않을 정도라면?

어디 보자 …. 진자에 관한 공식과… 원심분리기의 힘에 관한 공식이… 잠깐, 나한테는 실제 원심력에 관한 정보가 없다. 그냥 왕복 횟수에 관한 정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1/x 인수를 고려해야 하고…. 이거 아주 교육적인 문제잖아!

내게는 펜이 있지만 종이는 없다. 괜찮다. 벽이 있으니까. ‘벽에 낙서를 휘갈기는 미친 죄수’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한 후, 나는 답을 얻는다.

내가 지구에 있고 원심분리기 안에 있다고 해보자. 그 말은 원심분리기가 힘을 일부 제공하고, 나머지 힘은 지구에 의해 제공된다는 뜻이다. 내 계산에 따르면(난 계산만 한 게 아니라 증명까지 마쳤다!) 그 원심분리기는 지름이 700미터여야 하고(이 정도면 거의 0.5마일이다) 초속 88미터, 그러니까 거의 시속 200마일로 회전하고 있어야 한다!

흠. 나는 과학적인 일을 할 때 거의 미터법으로 생각한다. 흥미로운데? 하긴 과학자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미국에서 자란 과학자라도 말이다.

아무튼 그 원심분리기는 여태 만들어진 것 중 가장 큰 원심분리기일 텐데… 대체 왜, 누가 그런 걸 만든단 말인가? 게다가 그런 물건은 엄청나게 시끄러울 것이다. 시속 200마일로 공기를 가른다? 그럴 경우, 엄청난 바람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사방이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점점 이상해지는데… 좋다, 그럼 내가 우주에 있다면? 그러면 흔들림도, 바람의 저항도 없겠지. 하지만 원심분리기는 더 크고 속도도 빨라야 할 것이다. 도와줄 중력이 없으니까.

계산 추가, 벽에 낙서 추가. 반경은 1,290미터여야 할 것이다. 거의 1마일에 달한다. 우주에서 쓸 물건 중 그 비슷한 크기라도 되는 물건은 한 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원심분리기 안에 있는 게 아니다. 지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행성일까? 하지만 태양계에 이렇게까지 중력이 큰 행성이나 위성, 소행성은 없다. 태양계 전체에서 가장 크고 단단한 물체는 다름 아닌 지구다. 물론 기체로 이루어진 거대 행성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목성의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풍선이 아닌 한 그런 행성에는 내가 이런 힘을 경험할 만한 장소가 없다.

난 대체 어떻게 이런 우주의 사정을 다 알고 있는 거지? 그냥 안다. 제2의 본능처럼, 내가 늘 활용하는 정보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나는 천문학자이거나 행성 연구자인지도 모른다. 내가 일하는 곳이 미국 항공우주국, 즉 나사(NASA)나 ESA(European Space Agency, 유럽우주기구‐옮긴이)나 ….



나는 매주 목요일 고프가의 머피즈에서 머리사를 만나 스테이크와 맥주를 즐겼다. 늘 오후 6시 정각에, 늘 같은 자리에서. 종업원들이 우리를 알아볼 정도였다.

우리는 거의 20년 전 대학원에서 만났다. 머리사가 당시의 내 룸메이트와 사귀었다. 둘의 관계는 (대부분의 대학원 내 관계가 그렇듯이) 재앙에 가까웠고, 둘은 석 달도 되지 않아 헤어졌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좋은 친구가 됐다.

머피즈의 주인은 나를 보더니 미소 지으며 평소 내가 앉는 자리를 엄지로 휙 가리켰다. 나는 키치한 장식물들 사이를 헤치고 머리사에게로 갔다. 그녀는 앞에 빈 로우볼 유리잔 두어 개를 두고, 가득 찬 잔 하나는 손에 들고 있었다. 먼저 시작한 듯했다.

“벌써 달리는 거야?” 나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머리사는 유리잔을 내려다보며 만지작거렸다.

“야, 왜 그래?”

머리사는 위스키를 한 모금 홀짝였다. “오늘따라 회사 일이 힘들어서.”

나는 종업원에게 손짓했다.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쪽으로는 오지도 않았다. 그는 내가 사이드로 매시트포테이토를 곁들인 미디엄 굽기의 립아이와 기네스 한 병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매주 같은 걸 시켰으니까.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내가 물었다. “DOE(Department of Energy, 미국 에너지국‐옮긴이)에서 꿀 빨고 있잖아. 1년에 한 20일 쉬나? 출근해서 돈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니야?”

이번에도 웃음이 돌아오지 않았다. 웃음은커녕 아무 반응도.

“아, 왜 그래!” 내가 말했다. “누가 네 시리얼에 똥이라도 싼 거야?”

머리사가 한숨을 쉬었다. “페트로바선 알아?”

“당연하지. 꽤 재미있는 수수께끼잖아. 내 생각에는 태양 복사인 것 같아. 금성에 자기장은 없지만, 양극으로 충전된 입자들이 그리로 끌려갈 수는 있어. 금성은 전기적으로 중성이니까 ….”

“아니.” 머리사가 말했다. “태양 복사는 아니야.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 하지만 뭔가… 다른 거야. 아무튼 스테이크나 먹자.”

나는 코웃음 쳤다. “왜 이래, 머리사. 얘기해 봐. 뭐가 문제야?”

머리사는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 “말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아무튼 열두 시간 후면 대통령한테서 그 얘기를 듣게 될 테니까.”

“대통령?” 내가 말했다. “미국 대통령?”

머리사는 위스키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아마테라스라고 들어 봤어? 일본 태양 탐사선이야.”

“당연하지.” 내가 말했다. “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옮긴이)가 그걸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얻고 있잖아. 사실 꽤 근사한 물건이지. 수성과 금성의 중간 지점에서 태양을 공전하며, 20여 종의 기구가 탑재돼 있고….”

“그래, 나도 알아. 아무튼.” 머리사가 말했다. “그쪽 데이터에 따르면 태양의 출력이 감소하고 있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뭐? 태양활동주기는 확인해 봤대?”

머리사는 고개를 저었다. “11년 주기 문제가 아니야. 뭔가 다른 거야. JAXA도 태양활동주기는 감안했어. 그래도 감소하고 있대. 태양이 원래 밝기보다 0.01퍼센트 정도 덜 밝다는 거야.”

“뭐, 재미있네. 그렇다고 저녁 식사 전에 위스키 세 잔을 마실 것까지는 아니지.”

머리사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도 가볍게 생각했지. 하지만 그 값이 커지고 있대. 그 증가 속도도 커지고 있고. 탐사선 장비가 놀랄 만큼 민감했던 덕분에 JAXA에서 아주, 아주 일찍 일종의 기하급수적 손실을 발견한 거야.”

나는 자리에 등을 기댔다. “모르겠다, 머리사. 그렇게 일찍 기하급수적인 진행을 발견할 가능성은 정말 낮아. 하지만 뭐, JAXA 과학자들이 맞는다고 하자. 그 에너지가 어디로 간다는 거야?”

“페트로바선으로.”

“응?”

“JAXA가 페트로바선을 오랫동안 잘 살펴봤는데, 태양이 어두워지는 것과 동일한 속도로 페트로바선이 밝아지고 있대. 그 정체 모를 페트로바선이 태양에서 에너지를 훔쳐가고 있는 거야.”

머리사는 핸드백에서 종이 여러 장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래프와 차트 뭉치로 보였다. 머리사는 그것들을 펄럭펄럭 넘기다가 원하던 자료를 찾아 내 쪽으로 밀어놓았다.

X축에는 ‘시간’, Y축에는 ‘광량 손실’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확실히 기하급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곡선이었다.

“이럴 리가 없어.” 내가 말했다.

“아니, 있어.” 머리사가 말했다. “앞으로 9년 동안 태양의 출력은 무려 1퍼센트까지 감소할 거야. 20년 뒤면 그 숫자가 5퍼센트가 될 거고. 상황이 좋지 않아. 정말로 안 좋아.”

나는 그래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럼 빙하기가 온다는 얘긴데. 그러니까 … 지금 당장, 즉석에서 빙하기가 된다는 말이라고.”

“그래, 그게 가장 작은 문제야. 그걸 시작으로 수확량이 줄고, 식량 대란이 발생하고… 다른 건 짐작도 안 간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태양이 갑자기 변할 수 있어? 태양은 항성이잖아, 제기랄. 항성에 일어나는 일은 이렇게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고. 변화가 일어나는 데는 몇백만 년이 걸려, 몇십 년이 아니라. 너도 알잖아.”

“아니, 모르겠어. 예전에는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지금은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밖에 몰라.” 머리사가 말했다. “이유도 모르겠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태양이 죽어가고 있는 건 확실해.”

“어떻게….” 나는 이마를 찌푸렸다.

머리사는 남은 술을 다 삼켰다. “대통령이 내일 아침에 대국민 연설을 할 거야. 동시에 발표하려고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협의 중인 것 같아.”

종업원이 내 기네스를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스테이크도 금방 나올 거예요.”

“위스키 한 잔 더 주세요.” 머리사가 말했다.

“두 잔이요.” 내가 덧붙였다.



나는 눈을 깜빡인다. 또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게 사실이었을까? 아니면 허무맹랑한 멸망 이론에 정신이 팔린 사람과 이야기하던 기억이 아무렇게나 떠올랐을 뿐일까?

아니, 기억은 진짜다. 그 생각만 해도 겁이 난다. 갑작스러운 공포가 아니다. 머릿속 한편에 지정석을 차지하고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포다. 나는 오랫동안 그 공포를 느껴왔다.

태양이 죽어간다. 이건 사실이다. 나는 그 일에 얽혀 있다. 사람들과 함께 죽어갈 지구의 시민으로서만 얽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이 일에 적극적으로 얽혀 있다. 일종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내 이름은 아직 기억나지 않지만 ‘페트로바 문제’에 관한 정보가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떠오른다. 사람들은 그 문제를 페트로바 문제라고 부른다. 방금 생각났다.

내 무의식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그리고 내 무의식은 처절하게 이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내 임무는 페트로바 문제를 푸는 것인 듯하다.

…작은 실험실에서, 이불로 만든 토가를 입고, 내가 누군지조차 모른 채, 얼빠진 컴퓨터와 미라가 된 룸메이트 두 명을 제외하면 도와줄 사람도 없이 말이다.

시야가 흐려진다. 나는 눈을 문지른다. 눈물. 나는… 나는 그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 그들은 내 친구였다. 동지들.

그제야 나는 그동안 내내 두 사람을 등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이 내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 의미가 있었던 사람들을 바로 등 뒤에 두고 미친놈처럼 벽에 낙서나 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딴 데 신경을 분산시킬 것도 없다. 나는 돌아서서 그들을 본다.

나는 흐느낀다. 아무 경고 없이 울컥 쏟아지는 울음이다. 이런저런 기억들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진다. 여성은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빠르게 농담을 떠올렸다. 남성은 전문가다웠고 강철 같은 배짱의 소유자였다. 군인이었던 것 같고, 우리의 리더가 확실했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두 손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 어떤 것도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어린애처럼 운다. 우리는 친구보다도 훨씬 가까운 사이였다. ‘팀’도 적절한 단어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강한 관계였으니까. 우리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를락 말락 하다가….

결국은 내 의식 속으로 단어 하나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내 머릿속에 몰래 숨어들려면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던 것처럼.

한패. 우리는 한패였다. 그런데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여기는 우주선이다. 이제는 알겠다. 우주선에 어째서 중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주선이다.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아픈 게 아니었다. 우리는 가사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 침대들은 영화에 나오는 마법 같은 ‘냉동실’이 아니었다. 특별한 기술 같은 건 전혀 쓰이지 않았다. 우리는 의학적으로 유도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영양관, 링거, 지속적인 건강관리. 신체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아마 저 로봇 팔들이 이불보를 갈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를 계속 돌려주면서,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했을 법한 모든 일들을 했을 것이다.

또한 온몸에 부착된 전극들이 근육을 움직이도록 자극을 준 덕분에 운동을 엄청나게 많이 할 수 있었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혼수는 극도로 위험하다. 고작 나만이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내 두뇌조차 뒤죽박죽이 되었다.

나는 여성에게 다가간다. 그녀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나아진다. 어쩌면 죽음을 수용하는 한 단계를 마무리하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취한 듯 울고 나서 찾아오는 침착함이 내게도 깃든 건지도.

미라에는 관이 부착되어 있지 않다. 상태를 살피기 위한 장비가 아예 없다. 가죽처럼 변한 그녀의 손목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그녀가 죽었을 때 링거 줄이 꽂혀 있던 곳이겠지. 그래서 상처가 전혀 낫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죽자 컴퓨터가 모든 것을 제거한 게 틀림없었다. 아껴야 잘 산다는 거겠지. 죽은 사람에게 자원을 써봤자 의미가 없다. 생존자에게 더 많이 써야지.

바꿔 말하면, 나한테 말이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침착해야 한다. 똑바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자 아주 많은 것이 떠올랐다. 우리 패거리와 각자의 몇몇 성격, 내가 우주선에 타고 있다는 사실(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겁할 일이 생긴다). 요점은, 점점 많은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 때나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 나는 그 점에 집중하고 싶지만 슬픔이 너무 강력하다.

“드십시오.” 컴퓨터가 말한다.

천장 가운데의 판이 열리더니 음식 튜브가 떨어진다. 로봇 팔 중 하나가 그것을 허공에서 잡더니 내 침대에 가져다 놓는다. 이름표에는 ‘1일차, 2식’이라고 적혀 있다.

뭘 먹을 기분은 아니지만 튜브를 보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정신 상태야 어떻든 몸에는 몸 나름의 욕구가 있다.

나는 튜브를 열어 질척거리는 것을 입에 짜 넣는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있다. 채소 맛이 조금 들어간 닭고기 같다. 물론 이유식에 가까워서 식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하지만 앞서 먹었던 음식보다는 좀 더 걸쭉하다. 내 소화기관을 다시 단단한 음식에 익숙해지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물?” 나는 입에 음식을 가득 문 채 우물우물 말한다.

천장 판이 다시 열린다. 이번에는 금속으로 된 원통이 나온다. 로봇 팔이 그것을 내게 가져다준다. 반짝이는 통에 적힌 글자는 ‘생수’다. 나는 뚜껑을 돌려 연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물이 들어 있다.

나는 한 모금을 마신다. 온도는 실온과 같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아마 증류해서 미네랄이 없는 물일 것이다. 어쨌든 물은 물이니까.

나는 식사를 마저 한다. 아직은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었지만 결국은 가게 될 것이다. 바닥에 오줌을 싸지는 말아야지.

“변기?” 내가 말한다.

벽의 판이 휙 돌아가며 금속으로 된 변기 겸용 의자가 나온다. 변기는 바로 그 벽에 붙어 있다. 교도소의 변기처럼. 나는 변기를 더 자세히 살펴본다. 버튼이며 이것저것 달려 있다. 변기의 둥근 부분에 진공 파이프가 있는 것 같다.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 쓸 수 있도록 개조한 무중력용 변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좋아, 음…. 변기 치워.”

벽이 다시 휙 돌아간다. 변기가 사라진다.

좋다. 이제는 배가 든든하다. 상황이 좀 더 괜찮게 느껴진다. 배에 뭔가 채워지면 원래 그렇듯이.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살아 있다. 친구들이 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나까지 죽이지는 못했다. 나는 우주선을 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우주선에 타고 있고 우주선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다.

게다가 내 정신 상태도 나아지고 있다. 그건 확실하다.

나는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능동적으로 행동할 차례다. 나는 두 눈을 감고 정신이 마음껏 헤매고 다니게 놔둔다. 아무 거나, 뭐가 됐든 기억을 짜내고 싶다. 무슨 기억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기억을 촉발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내가 뭘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해 본다. 나는 과학을 좋아한다. 그건 확실하다. 지금껏 했던 작은 실험들 전부에서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우주에 있다. 그러니까 나는 우주와 과학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건….



나는 뜨끈뜨끈한 인스턴트 스파게티를 전자레인지에서 꺼내 소파로 서둘러 달려간다. 김이 빠지도록 그릇 윗부분의 플라스틱을 벗긴다.

나는 TV의 음소거 모드를 해제하고 생방송을 듣는다. 직장 동료와 친구들이 같이 보자고 부르기는 했지만, 저녁 내내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히 보고 싶었다.

그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본 사건이었다. 달 착륙보다도, 그 어떤 월드컵 결승전보다도. 모든 채널과 스트리밍 서비스, 뉴스 웹사이트, 지역 TV 방송국이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나사의 생방송이었다.

비행 통제실을 배경으로 기자가 나이 든 남성과 함께 서 있었다. 그들 뒤쪽으로는 푸른 셔츠를 입은 남성과 여성 들이 각자의 단말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샌드라 엘리어스입니다.” 기자가 말했다. “저는 지금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제트추진연구소에 나와 있습니다. 나사의 행성학부장이신 브라운 박사님 나와 계시는데요.”

기자는 과학자를 돌아보았다. “박사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브라운은 목을 가다듬었다. “90분 전, 아크라이트가 금성의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아크라이트가 보낼 첫 데이터를 기다리고 있고요.”

JAXA에서 페트로바 문제를 발표한 뒤 1년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아무리 연구해도 JAXA의 발견이 맞았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이었다.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갔고, 세계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아크라이트가 탄생했다.

상황은 무시무시했지만 프로젝트 자체는 끝내줬다. 내 안의 괴짜 과학자는 어쩔 수 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아크라이트는 지금까지 건조된 무인 우주선 중 가장 비싼 우주선이었다. 세계에는 해답이 필요했고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년 안에 금성으로 탐사선을 보내달라고 항공우주국에 요청할 경우 면전에서 비웃음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무한한 예산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이 모두 힘을 합쳐 비용을 감당했다.

“금성으로 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기자가 말했다. “왜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가장 큰 문제는 연료입니다.” 브라운이 말했다. “축구에서 선수 이적 시장이 개방되듯이, 행성 간 여행을 할 때도 연료가 최소한으로만 들어가는 특수한 시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구, 금성 간 이적 시장이 개방 시기와는 아주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아크라이트를 궤도에 진입시킬 때까지 궤도에 훨씬 더 많은 연료를 투입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시기가 나쁘다는 뜻이군요?” 기자가 물었다.

“태양이 어두워지는 마당에 시기가 좋을 수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그러네요. 계속 설명해 주시죠.”

“금성은 지구에 비해 아주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 말은 금성을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연료를 써야 한다는 뜻이죠. 이상적인 상황에서도 화성에 갈 때보다는 금성에 갈 때 실제로 연료가 더 많이 듭니다.”

“정말 신기하네요. 그럼, 박사님. 굳이 금성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페트로바선은 규모가 거대해서 태양과 금성 사이에 호선을 그리고 있는데요, 왜 그 사이 어느 지점에 가면 안 되는 겁니까?”

“페트로바선의 폭이 가장 넓은 지점이 금성이라서 그렇습니다. 페트로바선이 금성에 이르면 금성 전체를 포함할 만큼 넓어지거든요. 게다가 금성의 중력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아크라이트는 금성을 열두 번 공전하며 페트로바선을 구성하는 물질의 샘플을 수집하게 됩니다.”

“박사님은 그 물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브라운이 말했다. “전혀 몰라요. 하지만 곧 답을 알게 될지도 모르죠. 아크라이트가 처음으로 공전을 마칠 때쯤 기내 분석실에서 쓸 만한 물질을 충분히 확보하게 될 겁니다.”

“그게 오늘 밤인 거죠. 그럼 뭘 알게 되는 건가요?”

“딱히 없습니다. 기내 분석실은 상당히 기초적인 수준입니다. 그냥 고배율 현미경과 엑스레이 분광계가 있을 뿐이에요. 진짜 임무는 샘플을 회수하는 겁니다. 아크라이트가 그 샘플을 가지고 돌아오는 데는 또 3개월이 걸릴 테고요. 분석실은 아크라이트가 귀환 단계에서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최소한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예비 장치입니다.”

“늘 그렇지만, 훌륭한 계획을 세우셨네요, 브라운 박사님.”

“저희가 하는 일이 그거니까요.”

기자 뒤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들리시겠지만 ….” 기자는 그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말을 멈췄다. “첫 번째 공전이 끝나고 데이터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통제실의 주요 화면이 흑백 이미지로 바뀌었다. 사진은 대체로 회색이었고 여기저기에 검은 점이 흩어져 있었다.

“지금 보이는 게 뭔가요, 박사님?” 기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부 현미경에서 보내온 겁니다.” 브라운이 말했다. “1만 배 확대한 건데요. 저 검은 점들의 지름이 대략 10미크론쯤 됩니다.”

“우리가 찾던 게 저 점들인가요?” 기자가 물었다.

“확실하지는 않죠.” 브라운이 말했다. “그냥 먼지 입자일 수도 있습니다. 행성처럼 큰 중력의 근원지는 먼지 구름으로 둘러싸이기 마련이라….”

“씨발, 뭐야?” 배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몇몇 비행 통제사들이 헛숨을 삼켰다.

기자가 숨죽여 웃었다. “지금 제트추진연구소는 열기가 뜨겁습니다. 생방송으로 상황을 전해드리는 만큼, 부디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이럴 수가!” 브라운이 말했다.

주요 화면에 더 많은 이미지들이 떴다. 차례차례로. 모든 이미지가 거의 같았다.

거의.

기자는 화면에 떠오른 사진을 보았다. “저 입자들이…. 움직이는 건가요?”

연달아 재생되는 사진을 보니 검은 점들은 변형되면서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기자는 목을 가다듬고, 수많은 사람이 세기의 평가 절하라고 부르게 될 논평을 전했다. “조그만 미생물처럼 보이지 않나요?”

“원격 측정팀!” 브라운 박사가 외쳤다. “탐사선에 시미 현상(주행 중에 자동차의 앞바퀴가 가로로 흔들리는 현상. 여기서는 탐사선의 앞부분이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옮긴이)이 있는 것 아닌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누군가가 말했다. “시미는 아닙니다.”

“진행 방향에 일관성이 있나?” 그가 물었다. “외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있느냐는 말이야. 자력이라든가, 정전기라든가?”

통제실은 조용해졌다.

“아무것도 없어?” 브라운이 말했다.

나는 스파게티에 포크를 툭 떨어뜨렸다.

저게 정말로 외계 생명체란 말인가? 내가 그렇게까지 운이 좋다고? 인류가 외계 생명체를 처음 발견하는 순간에 살아 있단 말이야?

우와! 내 말은… 페트로바 문제야 여전히 끔찍하지만 …. 우와! 외계인이다! 외계인일지도 몰라! 내일 애들한테 이 얘기를 해줄 순간이 기대되는데….



“각도 이상.” 컴퓨터가 말한다.

“젠장!” 내가 말한다. “거의 알아냈다고! 내가 누군지 거의 기억해 냈단 말이야!”

“각도 이상.” 컴퓨터가 다시 말한다.

나는 책상다리를 풀고 일어선다. 제한적으로나마 상호작용을 해보니, 컴퓨터는 내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 같다. 시리나 알렉사처럼. 그러니까 그런 인공지능을 상대로 말하듯이 말을 걸어야겠다.

“컴퓨터, 각도 이상이 뭐야?”

“각도 이상이란, 중요한 것으로 지정된 객체나 물체가 예상 장소에서 최소 0.01라디안 이상 벗어난 상태입니다.”

“어떤 물체가 자리를 벗어났는데?”

“각도 이상.”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우주선에 타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항행 문제가 틀림없다. 분명 나쁜 일이다. 대체 이 우주선을 어떻게 조종한단 말인가? 우주선 통제장치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내가 그런 통제장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은 ‘혼수의 방’과 실험실뿐이다.

실험실에 있는 또 다른 해치, 위로 이어지는 그 해치가 중요한 게 틀림없다. 꼭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한 구역을 탐험해 잠긴 문을 발견하고, 그다음에는 열쇠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장과 쓰레기통을 뒤지는 대신 내 머릿속을 뒤져야 한다. ‘열쇠’가 내 이름이니까.

컴퓨터도 비합리적인 건 아니다. 자기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우주선의 까다로운 구역에 못 들어가도록 막는 건 맞는 행동이다.

나는 내 침대로 기어 올라가 드러눕는다. 위쪽의 로봇 팔들을 경계하며 바라보지만,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컴퓨터는 내가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나는 눈을 감고 잠깐 스쳐간 그 기억에 집중한다. 머릿속으로 그 기억이 드문드문 보인다. 손상된 낡은 사진을 보는 것 같다.

나는 내 집에…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에 있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깔끔하지만 작다.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을 담은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별 소용은 없는 정보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내 앞에 놓인 커피 테이블에는 린퀴진(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판매되는 냉동식품 브랜드‐옮긴이) 냉동식품이 놓여 있다. 스파게티다. 열이 아직 다 전도되지 않아서, 혀를 녹일 것 같은 플라스마 바로 옆에 거의 냉동된 국수가 뭉텅이째로 들어 있다. 그래도 나는 먹는다. 배가 고픈 게 틀림없다.

나는 TV로 나사를 보고 있다. 방금 스쳐간 기억 속 그 모든 것을 본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황홀하다는 것이다! 정말 외계인일까? 애들한테 말해 줄 순간이 기대되는데!

나한테 애들이 있나? 이곳은 싱글남이 싱글남다운 식사를 하는 싱글남의 아파트다. 여성이 쓸 만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 인생에 여성의 존재를 암시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혼을 했나? 게이인가? 어느 쪽이든 여기에 아이들이 사는 흔적은 전혀 없다. 장난감도, 벽에 걸려 있거나 난로 위에 놓인 아이들의 사진도. 게다가 집이 너무 깨끗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든다. 특히 녀석들이 껌을 씹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다.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껌 씹는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녀석들은 껌을 사방에 묻힌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나는 애들을 좋아한다. 흠, 그냥 느낌이지만 나는 애들이 좋다. 애들은 멋지다. 같이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니까 나는 30대의 남성으로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아이는 없지만 아이들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마음에 안 들지만 내 생각엔…

선생님이구나! 나는 학교 선생님이야! 이제 기억난다!

이런 세상에. 내가 선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