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모형이 통제실 가운데를 둥둥 떠다니게 놔둔다. 제노나이트는 파괴할 수 없으므로 나는 원통이 어딘가에 부딪힐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게 좋은 생각인 걸까? 내게는 구해야 할 행성이 있다. 지능이 있는 외계인들과 만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에리디언들은 아스트로파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적어도 아스트로파지를 활용해 엔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저들은 나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한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내가 찾는 해결책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저들은 충분히 우호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건 낯선 사람이 사탕을 건네주는 상황의 성간 우주 버전이다. 나는 사탕(정보)을 원하지만, 낯선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대안은 뭘까? 저들을 무시하는 것?
나는 저들을 아예 못 본 것처럼 임무를 계속할 수도 있었다. 내가 저들을 보고 겁을 먹은 만큼 아마 저들도 나를 보고 겁을 먹었을 것이다. 저들은 계속 대화를 시도하겠지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아니, 내 생각이 틀렸으려나? 나한테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아니, 이건 쉬운 문제다. 나는 최소한 저들과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저들에게 아스트로파지에 대한 정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정보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든 간에 나는 저들과 대화해야 한다. 그래, 위험한 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 임무 전체가 어차피 위험한 일이다.
좋아. 내가 저들이라면 어떻게 할까?
나는 에리디언이다. 이상한 인간의 우주선과 연결될 터널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인간 우주선이 어떤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지 모른다. 어떤 식의 부착이나 밀봉이 가능할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제노나이트에 대한 나의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휴머니움’이든 뭐든 저 우주선의 재료와 제노나이트를 어떻게 연결한담? 나는 인간에게 제노나이트 모형을 보냈다. 그러니 인간은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인간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저들에게는 내 우주선 선체의 견본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그 견본이 내 선체의 견본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좋아요.” 듣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말한다.
이게 좋은 생각인지 형편없는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 우주선 선체를 한 움큼 뜯어낼 생각이다.
선외활동용 공구 세트를 챙긴다. 이 공구들은 17E번 서랍에서 살고 있다. 나는 이 공구들을 얼마 전에 발견했다. 이 공구들은 EVA 우주복을 포함한 모든 것에 끼울 수 있는 공구 벨트에 달려 있다. 스트라트 패거리는 필요시 우리가 선체 수리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 보통 때라면 뭔가를 고치는 일은 일류키나의 몫이 되겠지만, 그녀는 떠나버렸다.
아하. 또 다른 기억이로군. 일류키나가 우리 엔지니어였어. 우리의 맥가이버 걸. 그래. 뭐, 이젠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나는 다시 EVA 우주복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또 다시 통통 튀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일이 뭐랄까, 짜증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이 터널인지 뭔지가 잘 작동됐으면 좋겠다.
나는 선체를 따라 움직인다. 한 번에 하나씩, 연결용 사슬을 조정하면서. 그러다가 문득 생각하게 된다 ….
정확히 터널이 뭐가 좋다는 거지? 우리가 서로의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우주선을 연결하고 악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쪽에는 암모니아가 엄청나게 많은 듯하니까.
온도 문제도 있다. 잡고 보면, 저 원통들은 뜨겁다.
잠시 숨을 고른 뒤에 계산을 좀 해보니, 저들이 내게 보낸 첫 번째 원통은 40분간 이동하는 과정에서 섭씨 100도를 잃었을 것이다(최초의 온도가 얼마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데도 내가 잡았을 때는 뜨거웠다. 그럼 저들의 우주선에서 나왔을 때는 정말로 뜨거웠을 것이다. 그러니까 … 물의 끓는점보다도 온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너무 성급한 추정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잖아. 나는 과학자고, 저들은 외계인이다. 추정하는 게 당연하지.
에리디언은 물의 끓는점보다도 뜨거운 환경에서 사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내가 맞았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골디락스 지대는 멍청이들이나 믿을 소리다! 생명체에는 액체 형태의 물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마침내 이 작업을 하는 데 적합해 보이는 선체의 한 지점에 이른다. 나는 여압이 있는 우주선 전체의 뒤쪽, 우주선이 점점 넓어지는 부분을 훨씬 지난 곳에 있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나는 아스트로파지로 가득했던 커다랗고 텅 빈 탱크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곳 선체를 깨는 것은 괜찮을 것이다.
나는 망치와 정을 꺼낸다. 이런 일을 하기에 가장 우아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의 한쪽 구석을 선체에 대고 살짝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에 띄는 흠집이 생긴다. 가장 바깥쪽 층을 뚫는 데는 별 힘이 들지 않는다.
나는 망치와 정을 가지고 선체 재질을 6인치 정도 둥글게 떼어낸다. 그 아래쪽에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층이 있다. 정을 통해 느껴진다. 아마 단열재일 것이다.
나는 정으로 그 원을 뽑아내야 한다. 아래쪽 층은 단단히 버티다가 갑자기 떨어진다. 선체 견본이 우주로 날아간다.
“이런!”
나는 우주선을 차고 뛰어오른다. 내 연결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기 직전에 그 원에 손을 댄다. 얼마나 멍청하게 굴었는지 생각하며 잠시 숨을 고른 뒤, 연결 사슬을 따라 내 몸을 당기며 우주선으로 간다. 원을 보니, 아랫면에 가벼운 거품 같은 물질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스티로폼일 것이다. 아마 그보다 더 복잡한 것이겠지만.
“너희들이 이걸 전부 본 거면 좋겠다.” 내가 말한다. “난 다시 할 생각이 없거든.”
나는 선체 덩어리를 블립A로 던진다.
저들의 코앞에서 이런 일을 했으니 외계인들도 내가 선체 견본을 보낸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정도면 저들이 하려는 일에 충분했으면 좋겠다. 저들이 이걸 원하는지, 저들에게 이게 필요하기는 한지조차 모르지만. 아마 저들은 지금 이 순간 화면을 들여다보며 “저 멍청이, 뭐하는 거야? 자기 우주선에 구멍을 뚫는 거야? 왜?”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선체에 머물며 덩어리가 타우빛을 받으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블립A의 선체 위에 있는 팔 여러 개짜리 로봇이 덩어리를 받으려고 레일을 따라 미끄러진다. 일단 자리를 잡은 로봇은 선체의 덩어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다가 완벽하게 잡는다.
그런 다음, 세상에나, 로봇이 내게 손을 흔든다! 로봇이 작은 팔 하나를 내게 흔든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든다.
로봇이 다시 손을 흔든다.
음, 하루 종일 하게 생겼는데. 나는 에어로크로 돌아간다.
이제 너희 차례야, 얘들아.
저들이 자기 차례에 하는 일은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다. 나는 지루해진다.
우와. 타우세티계의 우주선에 앉아서, 방금 만난 지능이 있는 외계인들이 우리의 대화를 이어가 주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지루하다니. 인간에게는 비정상적인 것을 받아들여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나는 또 무슨 기능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레이더 패널의 제어판을 살펴본다. 설정 창을 좀 뒤져보니 찾던 것이 나온다. 근접 경고 범위다. 현재는 100킬로미터로 설정되어 있다. 꽤 합리적이다. 보통은 사물이 수백만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최소한 몇만 킬로미터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슨 바위 같은 게 100킬로미터 범위 안에 있다면 그건 중요한 문제다.
나는 설정값을 0.26킬로미터로 변경한다. 수치가 너무 낮다며 컴퓨터가 거부할까 봐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나는 등을 쭉 펴고 조종석에서 둥실둥실 떠 나간다. 블립A는 271미터 떨어져 있다. 저들이 260미터 안으로 들어오거나, 그 범위 안에 들어오는 다른 선물을 보낸다면 근접 경고가 울릴 것이다. 더는 여기에 앉아 화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블립A가 뭐든 흥미로운 일을 하면 통제실이 시끄럽게 경고음을 울릴 테니까.
나는 침실로 떠내려간다.
“음식.” 내가 말한다.
로봇 팔이 천장의 작은 저장고에서 상자를 하나 꺼내 내 침대에 쑤셔 넣는다. 언젠가는 저 창고를 둘러보고 쓸 수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천장을 차고 내려와 음식 있는 곳으로 둥실둥실 떠간다. ‘10일차, 2식’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상자는 밑바닥에 벨크로 같은 끈이 달려 있어, 상자가 침대보 위 정해진 자리에 고정되도록 도와준다. 상자를 열어보니 부리토가 보인다.
나는 대체 뭘 기대한 걸까. 아무튼 좋다. 부리토네.
알고 보니 이건 실온 상태의 부리토다. 콩과 치즈, 정체불명의 빨간색 소스… 전부 꽤 맛있다. 정말이다. 하지만 미지근하다. 이 동네에서는 승조원에게 따뜻한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든지, 기계가 최근 혼수에서 깨어난 환자란 뜨거운 음식을 먹다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못 미더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아마 후자일 것이다.
나는 실험실로 올라가 부리토를 실험용 용광로에 넣는다. 몇 분 넣어둔 다음, 부젓가락을 가지고 꺼낸다. 치즈가 부글거리고 증기가 천천히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부리토가 공기 중을 떠다니며 식게 놔둔다.
나는 숨죽여 웃는다. 정말로 뜨거운 부리토가 먹고 싶으면, 스핀 드라이브를 켜고 EVA 우주복을 입고 나가 스핀 드라이브에서 나오는 빛에 부리토를 대고 있어야지. 그럼 정말 빠르게 뜨거워질 텐데. 얼마나 뜨거워지냐 하면 내 팔을 비롯해 폭발 범위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증발시켜 버릴 정도로 말이야. 왜냐하면….
“작은 러시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디미트리가 말했다. 그는 연기라도 하듯 항공모함의 아래쪽 격납고를 가리켰다. 그 공간 전체의 용도가 첨단 장비로 가득한 여러 개의 실험실로 변경되었다. 실험복을 입은 과학자 수십 명이 각자 맡은 임무를 하느라 고역을 치르고 있었다. 그들은 이따금 서로에게 러시아어로 말을 건넸다. 우리는 그들을 ‘디미트리의 대원들’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이름을 짓는 데 너무 지나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스크루지가 동전 가방을 움켜쥐듯 작은 견본 통을 꽉 쥐었다. “마음에 안 들어요.”
“자, 쉿.” 스트라트가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겨우 8그램의 아스트로파지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중 2그램을 내놔야 한다고요? 2그램이 그리 대단해 보일지 않을지는 몰라도, 아스트로파지 세포 개수로 따지면 9,500만 개나 된다고요.”
“훌륭한 명분을 위해 내놓는 것입니다, 친구!” 디미트리가 말했다. “장담하는데, 마음에 드실 거예요. 자, 가죠!”
그는 스트라트와 나를 데리고 주 실험실을 지났다. 커다란 원통형 진공실이 실험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진공실은 열려 있었고, 기술자 세 사람이 그 안의 탁자에 뭔가를 올려놓았다.
디미트리가 러시아어로 그들에게 뭔가 말했다. 그들이 뭐라고 대답했다. 디미트리는 다른 무슨 말을 하며 나를 가리켰다. 그들은 미소 지었고, 행복한 러시아인이 낼 법한 소리를 냈다.
그런 다음, 스트라트가 러시아어로 뭔가 엄격한 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디미트리가 말했다. “지금은 영어만 쓰세요, 친구들! 미국인을 위해서!”
“안녕하세요, 미국인!” 기술자 중 한 명이 말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영어를 말합니다! 당신은 연료가 있어요?”
나는 견본 통을 더욱 꽉 잡았다. “연료가 약간 있긴 한데….”
스트라트는 내가 수업 시간에 고집을 부리는 학생들을 볼 때 쓸 법한 눈길로 나를 보았다. “이리 넘기세요, 그레이스 박사님.”
“저기요, 제 배양기로 아스트로파지 개체수를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아시죠? 지금 2그램을 가져간다는 건, 다음 달에 4그램을 가져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스트라트는 내 손에서 통을 빼내 디미트리에게 건넸다.
그는 작은 금속 통을 높이 들고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저는 오늘만 기다려 왔어요. 그레이스 박사님, 제가 개발한 스핀 드라이브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더니,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올라 진공실로 들어갔다. 기술자들이 한 번에 한 명씩 진공실에서 나가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전부 연결됐습니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체크리스트도 완성됐고요. 실험 준비됐습니다.”
“좋아요, 좋아요.” 디미트리가 말했다. “그레이스 박사님, 스트라트 씨, 자, 이리 오세요!”
그는 스트라트와 나를 진공실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두껍고 반짝이는 금속판이 한쪽 벽에 기대어 놓여 있었다. 진공실 한가운데에는 둥근 탁자가 서 있고, 웬 장치가 그 위에 놓여 있었다.
“이게 스핀 드라이브입니다.” 디미트리가 활짝 웃었다.
보기에는 별것 아니었다. 폭이 2피트쯤 됐고 대체로 둥근 모양이었지만, 한쪽 면은 평평하게 깎여 있었다. 사방의 구멍들에서 센서와 전선이 나왔다.
디미트리가 위쪽 뚜껑을 열어 안쪽을 드러냈다. 내부는 더 복잡했다. 그곳에는 회전자에 달린, 투명한 삼각형이 있었다. 디미트리가 그것을 살짝 돌렸다. “보이시죠? 돌아갑니다. 그래서 스핀 드라이브예요.”
“어떻게 작동하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그는 삼각형을 가리켰다. “이게 회전체입니다. 신장성이 높고 강한,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죠. 그리고 여기로,” 그는 회전체와 바깥쪽 통 사이의 공간을 가리켰다. “연료가 들어옵니다. 회전체 저쪽 부분 안에 들어 있는 적외선 방출 장치가 4.26미크론 및 18.31미크론 파장을 가진 빛을 소량 방출합니다. 아스트로파지를 끌어들이는 파장이죠. 아스트로파지는 저 회전체 표면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아요. 아스트로파지의 추진력은 적외선의 강도에 달려 있으니까요. 빛이 어두우면 추진력도 약하죠. 하지만 아스트로파지가 표면에 달라붙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는 삼각형을 돌려 한쪽 가장자리를 통의 평평한 부분과 맞추었다. “120도 회전하면 아스트로파지가 달라붙어 있는 회전체의 이쪽 면이 이제는 우주선의 뒤쪽을 가리키게 됩니다. 그때 내부 적외선의 강도를 증가시킵니다. 아스트로파지는 이제 매우 신이 나서, 적외선 쪽으로 매우 세게 밀고 나갑니다! 그 추진력이, 페트로바 주파선의 빛이 우주선 뒤쪽으로 나갑니다. 그 힘이 우주선을 앞으로 밀어내죠. 작은 아스트로파지 수백만 개가 우주선 뒤쪽을 밀어 우주선을 나아가게 만드는 겁니다.”
나는 허리를 숙이고 들여다보았다. “그렇군요…. 이렇게 하면 우주선의 어느 부분도 빛의 폭발 범위에 들어가지 않게 되네요.”
“네, 맞습니다!” 디미트리가 말했다. “아스트로파지의 힘은 오직 아스트로파지를 끌어들이는 적외선의 밝기에 따라 제한됩니다. 많은 계산 끝에 저는 아스트로파지가 4초 안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보다 빨라지면 아스트로파지의 힘이 회전체를 깨뜨릴 겁니다.”
그는 회전체를 120도 더 돌리고, 통의 남아 있는 세 번째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는 세척 구역입니다. 스퀴지가 죽은 아스트로파지를 회전체에서 닦아냅니다.”
그는 세척 구역과 연료 공급 구역, 개방된 표면을 차례로 가리켰다. “세 구역이 동시에 활성화됩니다. 그러니까, 이 구역이 표면에서 죽은 아스트로파지를 닦아내는 동안 연료 공급 구역에서는 아스트로파지를 그 표면에 더해주고, 우주선 뒤쪽을 가리키는 다른 표면은 추진력을 제공합니다. 이 파이프라이닝(여러 개의 연산장치를 설치하여 명령 실행을 개시한 후에 계속해서 다음 명령의 실행을 중복시키는 일‐옮긴이) 덕분에 삼각형에서 우주선 뒤쪽을 가리키는 부분은 늘 추진력을 제공하게 되죠.”
디미트리는 내 아스트로파지 바이알을 열어 연료실에 넣었다. 아스트로파지는 삼각형의 표면으로 갈 길을 찾아낼 터이므로, 특별한 조치는 필요하지 않은 듯했다. 디미트리는 연료가 적외선을 보도록 하면 된다.
“자, 자.” 그가 말했다. “실험 시간입니다!”
우리는 진공실을 나섰고, 디미트리가 진공실을 밀폐했다. 그가 러시아어로 뭔가 소리치자 모든 러시아인들이 그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포함해 모두가 격납고의 가장자리로 갔다.
접이식 탁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탁자에는 화면에 키릴문자가 떠 있는 노트북이 있었다.
“스트라트 씨. 항공모함과 가장 가까운 육지의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디미트리가 물었다.
“약 300킬로미터쯤이요.” 그녀가 말했다.
“잘됐네요.”
“잠깐, 왜요?” 내가 말했다. “그게 왜 잘된 겁니까?”
디미트리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건… 잘된 일이에요. 과학 시간입니다!”
그가 버튼을 눌렀다. 실험실 구역의 맞은편 끝에서 뭔가에 가로막힌 듯 쿵 소리가 들리더니 웅웅거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그다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실험 완료.” 그는 허리를 숙이고 화면을 읽었다. “6만 뉴턴의 힘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다른 러시아인들을 돌아보았다. “60,000 ньютонов!”
모두가 환호했다.
스트라트가 나를 돌아보았다. “엄청난 힘, 맞죠?”
나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디미트리를 쳐다보느라 그녀에게 대답하지 못했다. “6만 뉴턴이라고 했습니까?”
그는 주먹으로 허공을 쳤다. “네! 6만 뉴턴이요! 그 힘이 100마이크로초 동안 유지됐습니다!”
“세상에. 저 작은 것에서요!” 나는 앞으로 가려 했다. 직접 봐야 했다.
디미트리가 내 팔을 잡았다. “아뇨. 여기 가만히 있어요, 친구. 우리 모두 여기 가만히 있는 겁니다. 18억 줄의 빛 에너지가 방출됐어요. 그래서 진공실과 금속 규소 1,000킬로그램이 필요했던 겁니다. 이온화될 공기가 없어야 하니까요. 빛은 곧장 실리콘 블록으로 향합니다. 에너지는 금속을 녹이면서 흡수되고요. 아시겠죠?”
그는 내 쪽으로 노트북을 돌려놓았다. 진공실 안의 카메라가 한때는 두꺼운 금속판이었던 반짝이는 방울을 보여주었다.
“…이럴 수가….” 내가 말했다.
“네, 네.” 디미트리가 말했다. “아인슈타인 씨가 말한 E=mc2입니다. 아주 강력한 거죠. 우리는 몇 시간 동안 냉각 시스템으로 저걸 처리할 겁니다. 바닷물을 사용해서요. 괜찮을 겁니다.”
나는 경이로운 마음에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겨우 100마이크로초 안에(100마이크로초란 1만 분의 1초였다) 디미트리의 스핀 드라이브는 금속 1톤을 녹여버렸다. 그 모든 에너지가 나의 작은 아스트로파지 안에 저장되어 있었다. 내 배양기를 사용해, 항공모함의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로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거둬들인 에너지. 뭐랄까, 계산은 전부 확실했지만 이런 식으로 정말 시연되는 것을 본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잠깐…. 방금 아스트로파지를 얼마나 사용하셨습니까?”
디미트리가 미소 지었다. “발생한 추진력을 근거로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약 20마이크로그램이었을 거예요.”
“제가 2그램을 통째로 드렸는데요! 나머지는 돌려주시겠어요?”
“욕심 부리지 마세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추가 실험을 하려면 디미트리한테 필요해요.”
스트라트가 그를 돌아보았다. “잘했어요. 실제 스핀 드라이브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디미트리가 동영상 자료를 가리켰다. “저 정도요. 저게 실제 스핀 드라이브입니다.”
“아뇨, 우주선에 장착될 스핀 드라이브 말입니다.”
“저 정도요.” 디미트리가 다시 가리키며 말했다. “여분, 안전성, 신뢰도를 원하시죠? 그래서 단 하나의 커다란 엔진은 만들지 않습니다. 1,000개의 작은 엔진을 만들 거예요. 실제로는 1,009개입니다만. 필요한 추진력 전부를 공급하는 데 충분하고도 많이 남죠. 여행 중에 일부가 오작동한다? 문제없습니다. 다른 스핀 드라이브가 제공하는 추진력이 보상해 줄 테니까요.”
“아.” 스트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스핀 드라이브를 엄청나게 많이 쓴다는 거군요. 마음에 드네요. 계속 잘해주세요.”
스트라트는 계단실로 향했다.
나는 디미트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견본 2그램을 동시에 전부 썼다면….”
디미트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퍼어엉! 우린 증기가 되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요. 항공모함도. 그 폭발이 작은 쓰나미를 일으킬 겁니다. 하지만 육지에서 30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니까 괜찮아요.”
그가 내 등을 철썩 때렸다. “그러고 제가 저승에서 그레이스 박사님한테 술을 한잔 사드려야겠죠? 하하하하!”
“흠.” 나는 혼잣말한다. “스핀 드라이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거구나.”
나는 부리토를 우물거린다.
그러니까 내게는 스핀 드라이브 1,000개가 있는 모양이다(“1,009개요!” 디미트리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들린다). 최소한, 출발할 때는 그만큼 있었을 것이다. 여행 중에 몇 개는 고장 났을지 모른다. 스핀 드라이브 제어판을 보면 작은 스핀 드라이브 하나하나의 상태를 알려주는 패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접 경고가 생각을 방해한다.
“이제야!”
나는 부리토를 ‘떨어뜨리고’ (부리토는 내가 놔둔 곳에 떠 있다) 몸을 통제실로 띄워 올린다. 숙소에서 실험실로 통하는 해치는 실험실에서 통제실로 통하는 해치와 일직선이 아니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두 해치를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사선 경로가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가는 길에 실험실 벽을 밀쳐야만 한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나는 레이더 패널을 살펴본다. 아니나 다를까, 블립A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는 원통이 아니다. 우주선 전체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천천히, 매끄럽게. 위협적이지 않은 접근법을 시도하는 걸까? 어쨌든, 블립A가 거의 다 왔다.
블립A의 선체에 새로 덧붙여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헤일메리호 전체와 맞먹을 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부분에 위쪽으로 곧장 뻗어 나오는 원통형 관이 있다. 선체 로봇이 그 옆에 앉아 있다.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내가 저 녀석을 좀 의인화하는 건지는 몰라도.
관은 제노나이트처럼 보인다. 얼룩덜룩한 회색과 황갈색, 결처럼 보이는 선이 관 전체에 퍼져 있다. 지금 각도에서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관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것 같다. 모형을 통해 알려주었던 계획에 따른다면 저들은 저 관의 반대쪽 끝을 내 에어로크에 연결할 것이다.
터널을 어떻게 붙이려나? 내 에어로크에는 우주선 결합 능력이 있다. 아마 나와 승조원들을 헤일메리호까지 태워다 준 우주선과 결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에리디언들이 보편형 에어로크의 복잡한 세부사항들을 알 것 같지는 않다.
블립A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실수가 있으면 어쩌지? 저들이 잘못 계산했다면? 저들이 사고로 내 선체에 구멍을 뚫는다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존재는 오직 나뿐이다. 외계인의 계산 실수가 내가 속한 종 전체를 멸망시킬까?
나는 서둘러 에어로크로 가서 EVA 우주복을 걸친다. 신기록이다. 나중에 후회하느니 처음부터 안전한 게 낫다.
이제는 블립A가 너무 가까워져서, 망원경 화면에는 얼룩덜룩한 선체 일부만 보인다. 나는 외부 카메라로 전환한다. 내 선체 곳곳에는 외부 카메라들이 달려 있고, 그것들은 전부 선외활동 패널에서 제어할 수 있다. 우주비행사에게 선외활동과 관련된 지시를 내릴 때는 언제나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게 좋기 때문이겠지.
터널은 약 20피트 길이다. 7미터쯤 된다. 정말이지, 가끔은 미국인 과학자로 산다는 게 아주 짜증 난다. 처한 상황에 따라 아무렇게나,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단위로 생각하게 되니까.
선체 로봇이 심각하게 신축성이 강한 팔 몇 개를 뻗는다. 저렇게 할 수 있는지 몰랐다. 로봇의 팔은 터널을 훨씬 넘어서 내 에어로크 쪽으로 다가온다. 소름끼치는 건 전혀 아니다. 점점 늘어나는 외계인 로봇의 팔 다섯 개가 내 앞문으로 다가온다니. 놀랄 것 없지.
각 팔의 손가락 세 개짜리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다. 양쪽 끝에 평평한 판이 붙어 있는 구부러진 막대다. 머그잔 손잡이 같다. 팔 세 개가 헤일메리호에 다가와 그 장치의 납작한 부분을 선체에 붙인다. 잠시 후에는 다른 두 개의 팔도 똑같이 한다. 그런 다음, 팔 다섯 개가 전부 수축하며 헤일메리호를 터널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저 납작한 것들이 손잡이다. 어떻게 붙였느냐고? 좋은 질문이다! 내 선체는 매끄럽고, 자력이 통하지 않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갑자기 왜 이게 생각나는 거지?). 저 손잡이가 그 어떤 기계적인 방식으로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다. 접착제를 쓴 게 틀림없다.
그러자 전부 이해되기 시작한다.
당연히 저들은 우주선 결합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아낼 필요가 없다. 터널의 한쪽 끝을 내 우주선에 풀로 붙이면 되니까. 안 될 게 뭔가? 그 방법이 훨씬 더 간단한데.
내 우주선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헤일메리호는 10만 킬로그램짜리 장치로, 누가 에어로크를 잡고 끌고 가는 상황을 고려해서 설계되지 않은 게 확실하다. 선체가 이 작업을 버텨낼까?
나는 EVA 우주복의 밀폐부를 다시 확인한다.
내 주위에서 통제실이 움직인다. 빠르지는 않다. 겨우 초속 몇 센티미터 정도다. 이것 좀 보라니까, 우주선의 느린 속도에 대해 생각할 때는 미터법을 쓴다고! ‘보름에 1큐빗’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벽이 내게 다가오도록 놔둔다. 파충류의 뇌 차원에서, 에어로크와 좀 떨어진 곳에 있고 싶다. 저쪽에서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철컹.
에리디언의 터널이 선체에 부딪혔다. 철컥거리며 긁히는 소리가 뒤따른다. 나는 선체 카메라 자료를 지켜본다.
터널의 입구는 이제 에어로크의 구멍에 단단히 붙어 있고, 에어로크 문 전체보다 크다. 그게 전부인 것 같다. 접착제가 압력을 견딜 수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겠지만. 저들은 내 기압이 얼마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저 접착제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물을 것이 너무 많다.
EVA 우주복 장갑을 낀 채로 통제실의 패널을 조작할 수는 없다. 화면을 확대하든지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터널을 보여주는 동영상 중 하나를 바라본다. 내가 보기에는 확실히 선체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그 지점 주변의 선체는 약간 굽은 형태다. 만들기에는 좀 복잡한 형태지만, 에리디언들은 그 모양을 완벽하게 복제해 냈다.
1분 후, 로봇 팔들이 손잡이를 놓는다. 손잡이는 선체에 그대로 붙어 있다.
에어로크에서 먹먹한 소리가 들려온다. 쉭쉭대는 소리다. 공기가 흐르는 건가? 저 녀석들, 터널에 여압을 넣고 있잖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내 선체가 이런 작업을 버텨낼 수 있을까? 저들의 기체가 알루미늄을 녹인다면? 알루미늄이 에리디언들에게 매우 유독하고, 알루미늄을 한 모금이라도 들이마신 에리디언이 즉사한다면? 이건 끔찍한 생각이다!
쉭쉭대는 소리가 멈춘다.
나는 침을 삼킨다.
저들은 작업을 마쳤다. 아직 아무것도 녹지 않았다. 나는 상태를 확인하러 에어로크 쪽으로 둥둥 떠간다.
물론, 나는 에어로크의 문 두 개를 모두 봉인해 두었다. 파손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보호책을 더 갖춘 것이다. 나는 안쪽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둥근 창을 내다본다.
우주의 암흑은 사라지고 어두운 터널의 암흑으로 대체되었다. 나는 헬멧 램프를 켜고, 둥근 창 너머로 빛을 비추려고 머리 각도를 조정한다.
터널 끝이 너무 가깝다. 그게 거슬린다는 뜻은 아니다. 내 말은, 터널 끝까지의 거리가 20피트가 채 안 된다는 뜻이다. 그보다는 10피트에 가깝다. 게다가 터널의 나머지 부분이 회색과 황갈색의 얼룩덜룩한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진 데 비해, 맨 끝의 벽은 임의의 색깔을 띤 육각형 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저들은 터널만 연결한 것이 아니다. 가운데에 벽을 하나 두고 내 에어로크를 자신들의 에어로크와 연결했다.
영리한데.
나는 에어로크에 들어간 채로 에어로크의 내부 문을 닫고 감압을 진행한다. 외부 문의 해치 손잡이를 돌리고 밀어젖힌다. 문은 아무 저항 없이 열린다. 터널은 진공이다. 최소한, 이 분리 장치에서 내가 있는 곳과 가까운 쪽은 그렇다.
알 것 같다. 이건 실험이다. 저들도 내가 했던 모든 걱정을 하는 것이다. 일단 터널을 연결하고, 내가 나와 가까운 쪽의 터널 기압을 내가 쓰는 공기로 맞추도록 한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겠다는 거다. 되거나 말거나다. 된다면 멋진 일이다. 안 된다면 다른 걸 해볼 테고. 아니면 나한테 뭔가 해보라고 요청하거나.
좋아. 어디 보자.
나는 에어로크에 다시 기압을 높이도록 명령한다. 에어로크는 명령을 거부한다. 외부 문이 열려 있다. 교차 안전장치가 있다니 좋은 일이지만, 이 안전장치를 피해서 작업할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우주선의 공기를 에어로크로 집어넣는 수동 배출 밸브가 있다. 이 밸브는 모든 컴퓨터 제어장치를 우회한다.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사람이 죽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나는 배출 밸브를 연다. 헤일메리호로부터 공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에어로크가 활짝 열려 있기에, 그 공기는 이어서 터널로 들어온다. 3분 안에 공기 흐름이 느려지다가 멈춘다. 우주복의 신호를 보니, 바깥의 기압은 400헥토파스칼이다. 헤일메리호는 터널의 내 구역과 평형을 이루었다.
나는 배출 밸브를 잠그고 기다린다. EVA 우주복의 외부 기압 계기판을 지켜본다. 기압은 400헥토파스칼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밀폐가 잘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에리디언들은 알루미늄에 풀로 제노나이트를 붙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당연히 그렇겠지. 알루미늄은 원소이고, 애초에 제노나이트를 발명할 수 있는 종족이라면 우리보다 주기율표를 1,000배는 잘 알고 있을 게 틀림없다.
이제는 그냥 믿고 뛰어들 때다. 나는 EVA 우주복의 밀폐 부분을 팡 소리와 함께 개방하고, 뒤쪽으로 기어 나온다.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공기에 스며 있지만, 그것만 빼면 숨을 쉴 만하다. 어쨌거나 내 공기를 집어넣은 것이니까. 나는 EVA 우주복을 에어로크 쪽으로 다시 밀친다. 헬멧 램프가 내 유일한 광원이므로, 나는 우주복의 각도를 조정해 빛이 터널 쪽을 계속 비추도록 한다.
나는 수수께끼의 벽으로 다가가 그 벽을 만져보려고 손을 뻗다가 그만 멈춘다. 몇 인치 떨어져 있는데도 열기가 느껴진다. 에리디언들은 뜨거운 걸 좋아한다.
나는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터널 벽이 내 쪽의 공기를 데우고 있다. 불편하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내 기후 통제장치가 주도권을 쥐게 하려면 헤일메리호의 에어로크 내부 문을 열면 된다. 그러면 우리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가 이 터널의 온도와 맞서 싸울 수 있다. 저들은 뜨거운 쪽을 뜨겁게 유지하고, 나는 차가운 쪽을 차갑게 유지하면 된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강한 암모니아 악취 때문에 눈에는 눈물이 고이지만, 나는 계속 밀고 나간다.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누가 나를 비난할 수 있을까?
이 벽에는 최소 스무 개의 작은 육각형이 있다. 전부 색깔과 질감이 다르고, 그중 두어 개는 반투명인 것 같다. 하나씩 목록을 만들어서 재질이 뭔지 알아봐야겠다. 더 가까이서 살펴보니, 육각형의 테두리를 따라 이어진 솔기가 확실하게 보인다.
그때,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똑, 똑,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