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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턴 씨, 우리를 몸수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교도소장이 말했다. 그의 진한 뉴질랜드 억양은 친근하게 들렸지만 날이 서 있었다. 이 남성은 커리어 전체를 사람들의 헛소리를 참아주지 않는 것으로 쌓아 왔으니까.

“우리에게는 전면적인 면책 특….”

“그만.” 이스턴이 말했다. “그 누구도 전신 수색을 받지 않고는 페어에 드나들 수 없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페어’라고 부르는 오클랜드 교도소는 뉴질랜드에서 유일한 최고 보안 시설 교도소였다.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에는 보안용 카메라와 모든 방문객을 수색하기 위한 초소형 탐색기가 넘쳐났다. 간수들조차도 들어갈 때는 탐지기를 지났다.

이스턴의 조수와 나는 상관들이 말다툼하는 동안 한쪽으로 비켜 서 있었다. 그와 나는 서로를 보고, 둘 다 어깨를 으쓱했다. 고집스러운 상관을 둔 아랫사람끼리의 소소한 형제애랄까.

“테이저건은 못 줍니다. 원한다면 당신네 총리한테 전화를 걸지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러세요.” 이스턴이 말했다. “총리님도 내가 지금 당신에게 하려는 말을 똑같이 할 겁니다. 우리는 저 안의 짐승들과 가까운 곳에 절대로 무기를 들이지 않습니다. 내 간수들조차도 곤봉만을 소지합니다. 세상에는 바뀌지 않는 규칙도 있는 거예요. 당신의 권한은 전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그 권한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당신도 마법사는 아니죠.”

“이스….”

“손전등!” 이스턴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의 조수가 작은 손전등을 내밀었다. 이스턴은 손전등을 달칵 켰다. “입을 크게 벌려주세요, 스트라트 씨. 밀수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와, 대단한데. 나는 사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앞으로 나섰다. “제가 먼저 받을게요!” 나는 입을 크게 벌렸다.

이스턴은 내 입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이리저리 살펴봤다. “됐습니다.”

스트라트가 그를 노려봤다.

이스턴은 손전등을 준비해 들었다. “원하신다면 여성 교도관을 들어오라고 해서 더 철저한 몸수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몇 초가 지났지만, 스트라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권총집에서 테이저건을 꺼내 넘겼다.

피곤했던 게 틀림없다. 나는 스트라트가 권력을 과시할 기회를 포기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긴, 스트라트가 쓸데없이 엿 먹이기 대회를 벌이는 걸 본 적도 없었지만. 그녀는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필요할 때면 그 권한을 뽐내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굳이 싸움을 벌이지도 않았다.

머잖아 교도관들이 스트라트와 나를 데리고 교도소의 차가운 잿빛 벽을 지났다.

“대체 왜 그래요?” 내가 말했다.

“난 자기만의 작은 왕국을 다스리는 작은 독재자들을 싫어하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돌아버리겠어요.”

“가끔 한 번씩은 숙여줄 수 있잖아요.”

“나한텐 그럴 인내심이 없고, 세상엔 그럴 시간이 없어요.”

나는 한 손가락을 폈다. “아니, 아니, 아니죠! 괴팍하게 굴 때마다 ‘난 세상을 구하려는 거야’라는 핑계를 쓸 수는 없어요.”

스트라트는 내 말을 잠시 생각해 봤다. “네, 뭐. 박사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교도관들을 뒤쫓아 긴 복도를 따라서 최고 보안실로 향했다.

“최고 보안은 좀 지나친 것 같은데.” 그녀가 말했다.

“일곱 명이 죽었어요.” 내가 그녀에게 일깨워 주었다. “그 사람 때문에요.”

“사고였죠.”

“태만에 의한 과실이었어요. 받아 마땅한 처벌을 받은 거라고요.”

교도관들은 모퉁이를 돌아 우리를 데려갔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갔다. 이곳 전체가 미로였다.

“애초에 난 왜 데려온 거예요?”

“과학 때문에요.”

“늘 같은 이유네요.” 내가 한숨을 쉬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기억해 두겠습니다.”

우리는 금속 탁자가 딱 한 개 놓여있는 삭막한 방에 들어갔다. 한쪽에는 밝은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죄수가 앉아 있었다. 40대 후반, 어쩌면 50대 초반의 대머리 남성이었다. 그의 수갑이 탁자와 연결돼 있었다.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스트라트와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교도관들이 문을 닫고 나갔다.

그는 우리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누군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로버트 리어델 박사님.” 스트라트가 말했다.

“밥이라고 부르세요.” 그가 말했다.

“리어델 박사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스트라트는 서류 가방에서 폴더를 하나 꺼내 살펴봤다. “박사님은 현재 일곱 건의 과실치사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시죠.”

“네, 나를 여기 살게 하는 핑계가 그거라고는 하더군요.” 그가 말했다.

내가 끼어들었다. “당신 장치에서 일곱 명이 죽었습니다. 당신의 주의 태만 때문에요. 여기 살게 하기엔 꽤 괜찮은 ‘핑계’ 같은데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일곱 명이 죽은 건 통제실에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노동자들이 아직 반사 장치 탑에 있을 때 주 양수 기관을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끔찍한 사고였지만, 사고였어요.”

“그럼 저희의 무식함을 좀 일깨워 주세요.” 내가 말했다. “당신의 태양광발전소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이 당신 잘못이 아니라면, 여긴 왜 들어오신 겁니까?”

“정부에서 내가 수백만 달러를 횡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내가 물었다.

“그야 제가 수백만 달러를 횡령했으니까요.” 그는 수갑을 찬 손목을 좀 더 편안한 자세로 바꿨다. “하지만 그건 사망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전혀요!”

“흑색 패널 발전에 관한 박사님의 아이디어를 설명해 보세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흑색 패널이요?” 그가 물러났다. “그건 그냥 아이디어였어요. 이메일도 익명으로 보낸 건데.”

스트라트가 눈알을 굴려댔다. “정말로 교도소 컴퓨터실에서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그는 시선을 돌렸다. “난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에요. 공학도지.”

“흑색 패널에 관해서 좀 더 듣고 싶은데요.” 그녀가 말했다. “얘기가 마음에 들면, 박사님의 형기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해보시죠.”

그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럼… 좋아요. 태양 화력 발전을 아십니까?”

스트라트는 나를 보았다.

“음,” 내가 말했다. “엄청나게 많은 거울을 탑 꼭대기에 설치해서 태양광을 반사하게 하는 거죠. 그 모든 태양광을 단일점으로 집중시키는 거울 수백 제곱미터가 존재한다면, 물을 데워 끓게 하고 터빈을 돌릴 수 있습니다.”

나는 스트라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스페인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태양 화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그 얘기를 하고 싶으시면 스페인 쪽하고 얘기해 보세요.”

스트라트는 손을 내저어 내 입을 다물게 했다. “뉴질랜드를 위해 그런 발전소를 만들려고 했던 건가요?”

“뭐,” 그가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자금을 대긴 했죠.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아프리카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거였습니다.”

“왜 뉴질랜드에서 엄청난 돈을 들이면서까지 아프리카를 돕습니까?” 내가 물었다.

“우린 착하니까요.” 리어델이 말했다.

“와.” 내가 말했다. “뉴질랜드가 꽤 멋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소유한 회사가 전기료를 받게 될 테니까요.”

“그거였네요.”

리어델 박사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아프리카에는 기간 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한테는 지구에서 가장 강렬한 햇빛을 일정하게 받는, 쓸모없는 땅이 900만 제곱킬로미터나 있어요. 사하라사막이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단 말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그 빌어먹을 발전소들을 세우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가 의자에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 동네 정부들이 모조리 나서서 한 숟가락씩 얹으려고 하더군요. 뇌물, 매수, 정치헌금, 난리도 아니었어요. 내가 엄청난 돈을 횡령했다고 생각합니까? 제기랄, 아무것도 없는 데다가 빌어 처먹을 태양열발전소 하나 짓겠다고 줘야 했던 뇌물에 비교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는 자기 신발을 보았다. “우리는 시험용 발전소를 지었습니다. 거울로 1제곱킬로미터를 덮었죠. 그 거울 전체가 어느 탑 꼭대기에 설치한, 물로 꽉 찬 거대한 금속 통을 향했어요.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고.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난 직원들에게 새는 곳이 있는지 드럼을 확인하라고 했어요. 누구든 탑에 있을 때면 거울은 드럼 쪽을 향하지 않도록 각도가 조정돼야 하죠. 하지만 통제실의 누군가가 시험 가동을 해본답시고 시스템 전체를 가동한 겁니다.”

그가 한숨을 쉬었다. “일곱 명입니다. 모두가 순식간에 죽었어요. 최소한 아프지는 않았겠죠. 많이 아프지는 않았을 거라는 얘깁니다. 어쨌든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했어요. 피해자들은 전부 뉴질랜드 사람이었고 저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정부가 나를 잡아 온 겁니다. 웃기지도 않은 재판이었어요.”

“횡령은요?” 내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재판에서 그 얘기도 나왔죠. 하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했으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서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아니, 뭐 그래요, 난 돈을 훔쳤습니다. 그건 유죄가 맞아요. 하지만 내가 그 사람들을 죽인 건 아닙니다. 주의 태만도 아니었고, 그 무엇도 아니었어요.”

“그 사고가 일어났을 때 박사님은 어디 있었습니까?”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어디 있었습니까?” 스트라트가 다시 말했다.

“모나코에 있었어요. 휴가 중이었습니다.”

“사고 당시에 휴가로 3개월 동안 모나코에 계셨던 거군요. 횡령한 돈을 도박으로 날리면서.”

“저는… 도박 문제가 좀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건 인정할게요. 그러니까 애초에 횡령하게 된 게 도박 빚 때문이었어요. 이건 병이라고요.”

“박사님이 석 달 동안 진한 도박 여행을 떠나는 대신 맡은 일을 제대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사고가 일어난 날에 박사님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래도 사고가 일어났을까요?”

그의 표정이 충분한 답이 됐다.

“좋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이제 변명과 헛소리는 그만두죠. 박사님이 아무 죄 없는 희생양이라고 주장해 봐야 나한테는 안 먹힙니다. 이젠 박사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테고요. 그러니 진도를 빼봅시다. 흑색 패널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뭐, 알겠습니다.” 그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저는 에너지 분야에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아스트로파지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죠. 그런 식의 저장 매체라니…. 태양에 그런 악영향을 미치지만 않았어도 아스트로파지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행운이 됐을 겁니다.”

그는 앉은 자세를 바꾸었다. “원자로, 석탄 발전소, 태양 화력 발전소… 결국 이 모든 것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열을 활용해 물을 데우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겁니다. 하지만 아스트로파지가 있으면 이런 헛짓거리가 필요 없습니다. 아스트로파지는 열을 저장된 에너지로 직접 바꿔놓으니까요. 차동 온도(온도 조절 장치가 작동하거나 멈추는 기준점이 되는 온도‐옮긴이)가 클 필요도 없죠. 96.415도 이상이기만 하면 되니까.”

“우리도 그건 알아요.” 내가 말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원자로의 열로 아스트로파지를 배양해 온 사람이 저니까요.”

“그래서 얼마나 나왔습니까? 몇 그램쯤 나왔을까요? 내 아이디어를 활용하면 하루에 1,000킬로그램가량 아스트로파지를 얻을 수 있어요. 몇 년만 있으면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부 얻게 됩니다. 어쨌든 우주선을 만드는 데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테고요.”

“그렇군요. 관심은 가네요.” 내가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스트라트는 한 번도 내게 ‘흑색 패널’이 뭔지 말해주지 않았다.

“일단은 네모난 금속 포일을 마련합니다. 아무 금속이나 써도 됩니다. 그 금속의 색깔이 검어질 때까지 양극산화 처리를 해요. 색칠을 하는 게 아니라 양극산화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금속판에 투명한 유리를 덮고, 유리와 포일 사이에 1센티미터 틈을 남겨둡니다. 모서리를 벽돌과 발포 고무, 아니면 다른 좋은 단열재로 마감합니다. 그런 다음 그 패널을 햇볕에 내놓는 거예요.”

“그래서, 그게 무슨 쓸모가 있죠?”

“검은 포일이 햇빛을 흡수해 뜨거워집니다. 유리는 바깥 공기로부터 그 열을 차단하죠. 모든 열 손실이 유리를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는데, 그러면 속도가 느리죠. 포일은 섭씨 100도가 훨씬 넘는 평형 온도에 이르게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온도에서 아스트로파지를 충전할 수 있고요.”

“네.”

“하지만 그러면 말도 안 되게 느릴 텐데요.” 내가 말했다. “1미터짜리 정사각형 상자가 있고 기상 조건이 이상적이라면… 태양에너지 1제곱미터 당 1,000와트 정도인데….”

“하루에 0.5나노그램쯤 됩니다.” 그가 말했다. “좋든 싫든 그래요.”

“하루에 ‘1,000킬로그램’이랑은 거리가 먼데요.”

그가 미소 지었다. “흑색 패널을 몇 제곱미터 만드느냐는 문제일 뿐입니다.”

“하루에 1,000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2조 제곱미터가 필요해요.”

“사하라사막은 9조 제곱미터입니다.”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너무 빠르게 지나갔는데.” 스트라트가 말했다. “설명해 보세요.”

“뭐,” 내가 말했다. “이 사람은 사하라사막의 일부를 흑색 패널로 덮고 싶어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 사하라사막 전체의 4분의 1 정도를요!”

“인류가 만든 것 중 가장 거대한 물건이 될 겁니다.” 리어델 박사가 말했다. “우주에서도 아주 잘 보일 거예요.”

나는 그를 노려봤다. “그러면 아프리카와, 어쩌면 유럽의 생태계까지 파괴되겠죠.”

“다가오는 빙하시대만큼은 아닐걸요.”

스트라트가 손을 들었다. “그레이스 박사님, 이게 통할 만한 계획입니까?”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그게, 그러니까 … 개념이야 말이 돼요. 하지만 실행할 수 있을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건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까는 것과는 다른 문제예요. 문자 그대로, 이 흑색 패널이라는 게 수조 개는 필요합니다.”

리어델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래서 제가 포일과 유리, 도자기만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흑색 패널을 고안한 겁니다. 이 모든 게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료니까요.”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아스트로파지는 어떻게 배양합니까? 박사님의 흑색 패널로 아스트로파지를 충전하는 건 물론 가능하겠죠. 그러면 아스트로파지가 번식할 준비는 될 겁니다. 하지만 아스트로파지가 번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해요.”

“아,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가 히죽거렸다. “패널 안에 고정 자석을 설치해 아스트로파지가 따라갈 자기장을 만들어줄 겁니다. 그래야 이주 반응을 억제할 수 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유리 일부에 작은 적외선 필터를 설치합니다. 이산화탄소 적외선의 분광 신호 파장만을 통과시키는 필터죠. 아스트로파지는 번식을 위해 그리로 향할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분열을 거치고 나서 유리 쪽으로 향하겠죠. 거기가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이니까요. 그리고 외부의 공기와 교환이 일어나도록 패널의 측면 어딘가에 작은 구멍을 뚫습니다. 그 구멍을 통해 패널의 온도가 떨어지기에는 느리지만 아스트로파지가 번식에 활용한 이산화탄소를 재충전할 만큼은 빠른 속도로 환기가 이루어집니다.”

나는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의 말에서 잘못된 점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리어델 박사는 이 계획을 철저히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떤가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번식 시스템으로는 형편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효율성도 너무 낮고, 항공모함의 원자로에 있는 제 시스템과 비교하면 산출량도 훨씬 적어요. 하지만 리어델 박사는 효율성 때문에 이 장치를 고안한 게 아닙니다. 확장성 때문에 설계한 거죠.”

“맞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스트라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 이 순간, 스트라트 씨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신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과장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심한 과장은 아니지만요.” 내가 말했다.

리어델은 말을 이었다. “중국을 시켜서, 그 나라 산업 기반을 흑색 패널 제조에 돌리도록 할 수 있습니까? 꼭 중국만이 아니라 지구에 있는 산업국가 거의 대부분에 말이죠. 이 계획에 필요한 건 그런 겁니다.”

스트라트는 입을 꽉 다물었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네.”

“북아프리카의 빌어먹을 부패 정부 관료들한테도 좀 빠지라고 하실 수 있고요?”

“그건 쉬울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이 일이 전부 끝난 뒤에는 그 정부들이 흑색 패널을 보유하게 될 거예요. 그들이 세계의 산업 에너지 발전소가 될 겁니다.”

“자, 됐네요.” 그가 말했다. “세계를 구하고, 동시에 아프리카를 가난으로부터 영구적으로 구원하는 겁니다. 물론, 이건 전부 이론일 뿐이에요. 일단은 내가 흑색 패널을 개발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나는 교도소가 아닌 실험실에 있어야 해요.”

스트라트는 이 말을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그가 주먹을 마구 흔들었다.



나는 터널 벽에 설치된 침대에서 눈을 뜬다. 첫날밤에는 테이프로 침대를 벽에 조잡하게 붙여두었을 뿐이다. 그 이후에는 에폭시 접착제가 제노나이트에 잘 통한다는 것을 알고 고정대 몇 개를 붙인 뒤 매트리스를 적절하게 설치했다.

나는 이제 매일 밤 터널에서 잔다. 로키가 그러라고 고집을 부린다. 더 나아가, 로키는 여든여섯 시간에 한 번쯤 터널에서 자면서 나더러 지켜봐 달라고 한다. 뭐, 로키는 지금까지 세 번밖에 자지 않았으므로 그가 몇 시간을 자는지에 관한 자료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바에 따르면 그의 수면 시간은 꽤 일정했다.

나는 두 팔을 쭉 뻗으며 하품한다.

좋은 아침. 로키가 말한다.

칠흑같이 어둡다. 나는 침대 옆에 설치한 전등을 켠다.

로키는 자기 쪽 터널에 완전한 작업실을 설치했다. 그는 언제나 뭔가를 개조하고 있거나 이것저것을 수리하고 있다. 그의 우주선은 계속 수리해 줘야 하는 것 같다. 지금은 그가 두 손으로 타원형의 금속 장치를 들고 다른 두 손을 써서 바늘 같은 도구로 그 내부를 찔러대고 있다. 남은 손은 벽의 손잡이를 잡고 있다.

“안녕.” 내가 말한다. “뭘 좀 먹어야겠어. 갔다 올게.”

로키가 별생각 없이 손을 흔든다. 먹어.

나는 아침 일과를 치르려고 숙소로 떠간다. 미리 포장된 아침을 먹고 (돼지고기 소시지를 곁들인 스크램블드에그다) 뜨거운 커피 한 봉지를 마신다.

마지막으로 씻은 게 며칠 전이라 몸에서 냄새가 난다.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니다. 나는 스펀지 목욕실에서 스펀지로 몸을 닦아내고 깨끗한 작업복을 입는다. 이렇게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곳에서도 옷을 세탁할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옷을 물에 적신 뒤 잠시 실험실 냉동고에 넣어두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하면 모든 세균이 죽는다. 냄새가 나는 이유가 바로 그 세균 때문이고. 산뜻하지만 깨끗하진 않은 옷이랄까.

나는 작업복을 입는다. 오늘로 날을 잡았다. 일주일 동안 언어 능력을 갈고닦은 로키와 나는 진짜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 이제 나는 번역을 보지 않고도 그의 말을 3분의 1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

나는 남은 커피를 홀짝이며 다시 터널로 날아간다.

좋아. 이제야 이번 토론에 필요한 단어들이 준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화는 이렇게 진행된다.

내가 목을 가다듬는다. “로키. 내가 여기에 온 건 아스트로파지가 태양을 아프게 만들지만 타우세티는 아프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야. 너도 같은 이유로 여기 왔어?”

로키는 몸에 차고 있는 띠에 장치와 도구들을 넣고, 지지용 난간을 따라 분리용 벽까지 기어 온다. 그는 이게 심각한 대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 타우는 안 아프고 에리다니 아픔. 이유 모름. 아스트로파지가 에리다니 떠나지 않으면 우리 사람들 다 죽음.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말한다. “같아 같아 같아! 아스트로파지가 계속 태양을 감염시키면, 모든 인간이 죽을 거야.”

좋음. 같음. 너랑 내가 에리다니와 태양 구함.

“그래, 그래, 그래!”

네 우주선의 다른 인간들 왜 죽음, 질문? 로키가 묻는다.

아, 그 얘기를 하게 되는 건가?

나는 뒤통수를 문지른다. “우리는, 어… 여기까지 오는 내내 잤어. 일반적인 잠이 아니야. 독특한 잠이었어. 위험하지만 필요한 잠이었지. 내 동료 승조원들은 죽었지만, 나는 죽지 않았어. 그냥 운이야.”

나쁨. 그가 말한다.

“나빠. 다른 에리디언들은 왜 죽었어?”

모름. 모두가 아파짐. 모두가 죽음.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안 아픔. 이유 모름.

“나쁘다.” 내가 한숨 쉬며 말한다. “어떻게 아팠는데?”

그는 잠시 생각한다. 단어 필요. 작은 생물. 단 한 개. 아스트로파지처럼. 에리디언 몸은 아주 아주 많은 이것으로 이루어짐.

“세포.” 내가 말한다. “내 몸도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

그가 에리디언 말로 “세포”라고 말하고, 나는 그 음을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전에 추가한다.

세포. 그가 말한다. 내 대원들 세포 문제 생김. 세포 많이 많이 죽음. 감염 아님. 상처 아님. 이유 없음. 나는 아님. 나는 절대 아님. 왜, 질문? 나 모름.

문제가 생긴 에리디언의 모든 세포가 죽었다고? 끔찍하게 들리는데. 방사선 장애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걸 어떻게 설명하지? 꼭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주를 여행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방사선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는 아직 방사선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다. 이 문제부터 풀어보자.

“단어가 필요해. 빠르게 움직이는 수소 원자. 아주, 아주 빨라.”

뜨거운 기체.

“아니. 그것보다도 빨라. 아주 아주 아주 빨라.”

그는 등딱지를 움찔거린다. 혼란스러워한다.

나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우주에는 아주 아주 아주 빠른 수소 원자들이 있어. 이 원자들은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여. 오래 오래 오래전에 별들 때문에 만들어졌어.”

아님. 우주에 물질 없음. 우주는 비어 있음.

세상에. “아니, 그렇지 않아. 우주에는 수소 원자들이 있어. 아주, 아주 빠른 수소 원자들이 있어.”

이해함.

“몰랐어?”

응.

나는 놀라서 멍하니 바라본다.

어떻게 한 문명이 방사선을 발견하지 않고 우주여행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그레이스 박사님.” 그녀가 말했다.

“로켄 박사님.” 내가 말했다.

우리는 작은 강철 탁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 아주 작은 방이지만, 항공모함 기준으로는 널찍하다. 이 방의 원래 용도는 잘 모르겠다. 방의 이름이 중국어로 적혀 있다. 혹시 항해사들이 도표를 보는 공간이려나 …?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별말씀을요.”

일종의 규칙처럼 우리는 서로를 피해왔다. 우리 관계는 ‘서로에게 짜증을 느낀다’에서 ‘서로에게 심한 짜증을 느낀다’로 무르익어 왔다. 이렇게 된 데는 로켄 박사만큼 나도 책임이 있었다. 우리는 여러 달 전 제네바에서 첫발을 잘못 내디뎠고, 그 이후로 나아지지 못했다.

“물론, 저는 이게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스트라트가 박사님한테 이번 일은 저를 통해서 진행하라고 했지요. 그래서 우리가 여기 있는 거고요.”

“저한테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데 박사님 의견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폴더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세른이 다음 주에 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이건 초안입니다. 하지만 제가 세른 사람들을 다 알고 있어서 그쪽에서 미리 완성본을 보여줬어요.”

나는 폴더를 펼쳤다. “네, 무슨 논문인데요?”

“세른에서 아스트로파지가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정말요?” 나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런 다음 목을 가다듬었다. “정말입니까?”

“네, 솔직히 놀라워요.” 그녀가 첫 페이지의 그래프를 가리켰다. “간단히 말씀드리죠. 중성미자입니다.”

“중성미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러게요. 아주 직관에 어긋나는 일이에요. 하지만 세른에서 관찰해 보니, 아스트로파지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엄청난 중성미자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로 표본을 가져가, 주요 검출 수조에서 아스트로파지를 찔러보기까지 했다는군요. 수없이 많은 결과가 확인됐어요. 아스트로파지는 살아 있을 때만 중성미자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이때 보유하는 중성미자의 양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아스트로파지가 어떻게 중성미자를 만들죠?”

그녀는 논문의 몇 페이지를 넘겨 다른 도표를 가리켰다. “이건 저보다는 박사님 전공이지만, 미생물학자들이 확인해 주기를 아스트로파지에는 자유 수소이온이 엄청나게 많다는군요. 전자가 없는 생 양성자 말이에요. 그것들이 세포막 안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다닌답니다.”

“네, 그건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어느 연구팀이 밝혀낸 내용이죠.”

로켄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른은 그 양성자들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충돌하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기제를 통해 그들의 운동에너지가 서로 반대되는 운동량 벡터를 가진 두 개의 중성미자로 변환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혼란스러워서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건 정말 이상한데요. 물질은 보통 그런 식으로 그냥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손을 휙휙 저었다. “그건 아니죠. 감마선은 원자핵을 가깝게 통과할 때 가끔 자연스럽게 전자 한 개와 양전자 한 개로 변해요. 이 과정은 ‘쌍생성’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니까 들어본 적도 없는 현상은 아니에요. 다만 중성미자들이 그렇게 형성되는 걸 본 적이 없을 뿐이죠.”

“꽤 깔끔한 설명이군요. 저는 원자물리학을 깊이 파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요. 쌍생성 얘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그런 게 있어요.”

“네.”

“아무튼,” 그녀가 말했다. “중성미자에 관해서는 복잡한 문제가 엄청나게 많지만, 그런 건 다루지 않겠습니다. 중성미자는 종류가 다양하고 심지어 종류가 바뀔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중성미자가 극도로 작은 입자라는 거죠. 중성미자의 질량은 양성자의 200억분의 1 정도예요.”

“자암깐만요.” 내가 말했다. “우린 아스트로파지가 늘 섭씨 96.415도를 유지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온도란, 그 안에 있는 입자들의 속도이고요. 그럼 아스트로파지 안에 있는 입자들의 속도를….”

“계산할 수 있죠.” 그녀가 말했다. “맞아요. 우리는 양성자의 평균 속도를 알고 있습니다. 양성자의 질량도 알고요. 그 말은, 우리가 양성자의 운동에너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죠. 박사님이 어떤 결론으로 향해 가는지 알아요. 답은 ‘예’입니다. 균형이 맞더군요.”

“와아!” 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거 놀라운데요!”

“네. 놀랍죠.”

아스트로파지의 임계온도는 왜 현재와 같은가? 어째서 더 뜨거워지지도 않고, 차가워지지도 않는가? 로켄 박사의 설명은 이런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아스트로파지는 양성자들을 서로 부딪쳐 중성미자 두 개를 쌍으로 만들어낸다. 이런 반응이 일어나려면 양성자들은 두 중성미자의 질량에너지보다 높은 운동에너지로 충돌해야 한다. 중성미자의 질량에서부터 역산해 보면 그 양성자들이 충돌하는 속도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물체 내의 입자속도를 알면 그 물체의 온도를 알 수 있다. 중성미자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운동에너지를 보유하려면 양성자들은 섭씨 96.415도여야 한다.

“하, 세상에.”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임계온도를 넘어서는 모든 열에너지는 그저 양성자를 더 세게 충돌시킬 뿐이군요.”

“네. 중성미자를 만들고 나면 남는 에너지가 생길 겁니다. 그럼 다른 양성자들이 부딪히고, 기타 등등 진행되는 거죠. 임계온도를 넘어서는 모든 열에너지는 빠르게 중성미자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열에너지가 임계온도 아래로 떨어지면, 양성자들이 너무 느리게 움직이는 셈이 되어 중성미자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러므로 아스트로파지의 온도를 96.415도보다 높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오랫동안 그렇게 할 수는 없죠. 그리고 너무 차가워지면, 아스트로파지는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해 임계온도까지 다시 온도를 높입니다. 다른 온혈 생명체들과 똑같죠.”

로켄 박사는 내가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잠시 뜸을 들였다. 세른이 정말로 한 건 해냈다. 하지만 아직도 두어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좋습니다. 아스트로파지가 중성미자를 만들어낸다고 하죠.” 내가 말했다. “그럼 중성미자를 다시 에너지로 바꿔놓는 방법은요?”

“그건 쉽죠.” 그녀가 말했다. “중성미자는 마요라나 입자라고 불리는 입자예요. 그 말은, 중성미자가 자신의 반입자라는 뜻이죠. 기본적으로 중성미자 두 개가 충돌할 때마다 물질・반물질 반응이 일어나요. 둘이 쌍소멸되어 광양자가 되죠. 정확히 말하면, 파장이 같고 방향이 정반대인 광양자 두 개가 돼요. 그리고 광양자의 파장은 광양자 내 에너지에 근거하므로….”

“페트로바 파장이 나타나는군요!” 내가 소리쳤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중성미자의 질량에너지는 페트로바 파장을 띤 빛의 광양자 한 개에서 발견되는 에너지와 정확히 같아요. 이 논문은 정말로 획기적이에요.”

나는 두 손으로 턱을 괴었다. “와…. 그냥 ‘와’라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유일하게 남은 질문은, 아스트로파지가 중성미자를 내부에 잡아두는 방법뿐인 것 같은데요?”

“그건 몰라요. 보통 중성미자는 원자 한 개와도 부딪히지 않고 지구 전체를 통과할 수 있는데…. 그만큼 작거든요. 뭐, 어쩌면 양성자의 파장과 충돌 확률이 중요한 건지도 모르죠. 일단은, 중성미자가 반응을 일으키기 어려운 입자로 유명하다고만 말해둘게요.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스트로파지에는 ‘초-횡단성’이라고 부르는 특징이 있어요. 그 무엇도 아스트로파지를 뚫고 양성자 터널을 만들 수는 없다는 걸 그럴싸하게 표현한 용어인데요.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입자물리학의 법칙에 어긋나는 성질이지만, 이런 성질이 거듭 증명되고 있어요.”

“그렇군요.” 나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아스트로파지는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하죠. 아스트로파지와 상호작용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파장까지도.”

“네.” 그녀가 말했다. “알고 보니, 아스트로파지는 아스트로파지를 뚫고 가려는 모든 물질과도 충돌하더군요. 그런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무리 작더라도 말이죠. 아무튼, 아스트로파지는 살아 있는 한 초-횡단성을 보여요. 그래서 제가 박사님한테 얘기하려 했던 문제까지 근사하게 이야기가 이어지는 거죠.”

“아?” 내가 말했다. “다른 얘기가 더 있나요?”

“네.” 그녀는 헤일메리호의 선체 설계도를 가방에서 꺼냈다. “이것 때문에 박사님이 필요했던 거예요. 저는 헤일메리호의 방사선 방호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나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렇군요! 아스트로파지가 방사선을 전부 막을 수 있는 거예요!”

“아마도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하려면 제가 우주 방사선이 작용하는 방식을 알아야 해요. 큰 그림은 이해합니다만, 자세한 내용은 몰라서요. 좀 알려주시죠.”

나는 팔짱을 꼈다. “뭐, 사실상 우주 방사선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태양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있고, 사방에 있다시피 한 GCR이 있어요.”

“태양 입자부터 설명해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죠. 태양 입자는 그냥 태양이 뿜어내는 수소 원자입니다. 태양에서는 가끔 자기폭풍이 일어나서 이런 입자들이 잔뜩 뿜어져 나오죠. 그때만 아니면 비교적 조용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스트로파지 감염이 태양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바람에 자기폭풍이 덜 일어나고 있어요.”

“끔찍하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죠. 지구온난화가 거의 역전됐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로켄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환경을 다루는 인간의 부주의가 이 행성을 미리 데워준 덕분에 우리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생겼네요.”

“똥구덩이에 떨어졌는데 장미 향기를 풍기며 나오게 된 셈이죠.” 내가 말했다.

그녀가 웃었다. “그런 소리는 처음 듣네요. 노르웨이에는 그런 표현이 없어요.”

“지금 들어보셨으면 됐죠.” 내가 미소 지었다.

그녀는 선체 설계도를 내려다보았다. 내 생각에는 필요 이상으로 빨리 시선을 돌린 것 같았지만, 뭐 어쨌든.

“태양 입자는 이동 속도가 얼마나 되나요?” 그녀가 물었다.

“초속 400킬로미터쯤 됩니다.”

“좋네요. 그건 무시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종이에 자기가 볼 메모를 휘갈겨 썼다. “헤일메리호는 여덟 시간 안에 그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질 거예요. 태양 입자들은 헤일메리호에 피해를 주기는커녕, 헤일메리호를 따라잡지도 못할 겁니다.”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가 하는 일, 정말로 놀라워요. 그러니까 … 세상에. 아스트로파지는 뭐랄까, 태양을 망가뜨리지만 않았어도 최고의 물질이 됐을 거예요.”

“그러게요.” 그녀가 말했다. “이제는 GCR 얘기를 해주시죠.”

“그건 더 까다로워요.” 내가 말했다. “GCR의 원래 명칭은….”

“은하 우주선이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주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아니고요. 맞죠?”

“네. GCR은 그냥 수소이온입니다. 양성자죠. 하지만 훨씬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거의 광속에 가깝게 움직여요.”

“전자기파 방사도 아닌데 왜 우주선이라고 부르는 거죠?”

“예전에는 전자기파 방사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름이 안 바뀌고 남은 거예요.”

“여러 은하 우주선이 같은 데서 나오는 건가요?”

“아뇨, GCR은 전방향성입니다. GCR은 초신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이런 일은 우주 전체에서 일어나요. 우리는, 말하자면 사방에서 GCR에 흠뻑 젖어 있는 셈입니다. 우주여행에서는 GCR이 엄청난 문제가 돼요. 하지만 이제는 아니죠!”

나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그녀의 설계도를 다시 보았다. 선체의 횡단면을 그린 설계도였다. 두 벽 사이에 1밀리미터의 공간이 있었다. “이 부분을 아스트로파지로 채우시려고요?”

“그럴 계획이에요.”

나는 그 그림을 자세히 살펴봤다. “선체를 연료로 채우시겠다고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스트로파지한테 이산화탄소 대역의 빛을 보여줄 때만 위험하겠죠. 이산화탄소만 안 보이면, 아스트로파지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을 거예요. 선체의 벽 사이는 어두울 테고요. 디미트리는 아스트로파지로 걸쭉한 연료와 저점도 기름을 만들어서, 아스트로파지를 엔진으로 운반하는 과정을 더 쉽게 만들 계획이에요. 저는 선체 안쪽에 그 물질을 덧대고 싶어요.”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아스트로파지는 물리적 충격으로 죽을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나노 막대로 찌르면 죽일 수 있어요.”

“네, 그래서 세른의 친구들에게, 제 부탁을 들어주는 셈 치고 책에는 기록되지 않을 실험을 해달라고 한 거예요.”

“와. 세른이 박사님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거예요? 박사님이 무슨, 리틀 스트라트라도 됩니까?”

그녀가 낄낄거렸다. “오랜 친구와 지인 들이라서요. 아무튼, 세른에서는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입자들도 아스트로파지를 지나갈 수는 없다는 걸 알아냈어요. 아스트로파지가 서로를 죽이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건 사실 이해가 가는 일이에요.” 내가 말했다. “아스트로파지는 별의 표면에서 살도록 진화했어요. 아마 늘 에너지와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의 폭격을 맞을 겁니다.”

그녀는 아스트로파지 도관을 확대한 도면을 가리켰다. “모든 복사 부하는 차단될 겁니다. 우리한테 필요한 건, 들어오는 모든 입자를 방해할 아스트로파지 세포가 늘 하나는 있을 만큼 진하고 걸쭉한 아스트로파지 연료를 한 층 만드는 거예요. 1밀리미터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하나 더, 우리는 질량을 낭비하면 안 돼요. 그래서 연료 자체를 방사선 차단재로 활용합니다. 승조원들에게 마지막 아스트로파지까지 모두 필요해지는 상황에서는 이걸 예비 연료로 써야겠죠.”

“흠…. 뉴욕시를 2,000년간 가동할 수 있는 ‘예비 연료’라.”

로켄 박사는 설계도를 보고 다시 나를 보았다. “머릿속으로 그 계산을 다 하신 건가요?”

“어, 몇 가지 지름길이 있어서요. 요즘 너무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에너지를 다루고 있어서, 에너지에 대해서는 ‘뉴욕시 가동 연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년 필요량이 아스트로파지 0.5그램쯤 돼요.”

로켄 박사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런데 아스트로파지를 200만킬로그램 만들어야 하는군요. 그러다가 실수라도 하면….”

“우리가 직접 인류를 멸종시켜서, 아스트로파지의 수고를 아껴줄 수 있죠.” 내가 말했다. “네. 저도 그 생각 많이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이거 말도 안 되는 생각인가요, 아니면 통할 만한 아이디어인가요?”

“천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켄 박사는 미소 짓고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