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알아야겠다. 로키는 터널을 어떻게 고칠까?
로키가 살아 있으려면 엄청난 기압이 필요하다. 내 선체는 그런 기압을 버틸 수 없다. 게다가 로키는 진공상태에서 버틸 수 없다. 그럼 로키는 어떻게 터널을 고치려는 걸까?
에어로크 반대편에서 철컹거리고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알아내야지!
나는 에어로크에 들어가 둥근 창을 내다본다. 블립A의 선체 로봇이 옛 터널을 제거하고 새로운 터널을 설치하고 있다.
아. 그렇구나. 팍 식네.
옛 터널은 우주로 흘러간다. 이제는 그 터널을 더 이상 쓸 일이 없겠지. 로봇이 새로운 터널을 제자리에 두고, 블립A의 선체 모서리를 따라 제노나이트 접착제를 바른다.
에리디언들은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여행하는 우주선을 조종하는 걸까? 추측항법으로? 에리디언들은 암산 실력이 꽤 좋다. 어쩌면 컴퓨터를 발명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수학 실력이 좋아도 한계라는 게 있는데.
철컹거리는 소리가 멈춘다. 나는 다시 창문을 내다본다. 터널이 다 설치됐다.
이전 터널과 생긴 것은 비슷하지만, 에어로크 부분이 훨씬 크다. 거의 분리용 벽 전체가 로키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서랍장 같다. 하지만 내가 들어갈 만큼 크지는 않다. 가까운 미래에 내가 블립A에 가볼 일은 없을 듯하다.
“흠.” 내가 말한다. 신경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이지. 로키는 외계인의 우주선을 볼 수 있잖아. 나는 왜 못 보는 거야?
로키 쪽 터널에는 더 이상 그물처럼 얽힌 붙잡는 철봉이 없다. 대신, 터널의 긴 축을 따라 설치된 금속 줄이 있다. 그 줄은 분리용 벽의 에어로크 안으로 들어갔다가 내 쪽 터널까지 더 이어져 내 에어로크 문으로 바로 연결된다.
금속 줄의 맞은편에는 파이프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파이프는 터널 벽과 같은 갈색과 황갈색의, 칙칙한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사각형이다. 이 파이프도 터널의 축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로키 쪽 터널이 안개로 가득 찬다. 그런 다음, 두 번째 휙 소리가 나며 내 쪽 터널이 가득 찬다. 아마 저게 파이프의 목적이었던 것 같다. 양쪽에 적절한 대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로키에게 작업에 쓸 만한 산소가 있다니 다행이다.
블립A의 문이 열리고, 측지선 구체에 들어 있는 로키가 나온다. 그는 등딱지 아랫부분에 공구 벨트가 달린 작업복 같은 것을 입고 있다. 에어컨 장치가 등에 달려 있다. 그의 두 손은 금속 덩어리를 잡고 있고, 다른 세 개의 손은 비어 있다. 그중 하나가 내게 인사한다. 나도 마주하고 손을 흔든다.
우주 공(달리 뭐라 불러야 할까?)은 에어로크로 둥실둥실 들어오더니 금속판에 달라붙는다.
“뭐야?” 내가 말한다. “어떻게….”
그때 나는 깨닫는다. 구체는 마법적으로 움직인 게 아니었다. 로키가 들고 있는 저 덩어리들은 자석이다. 꽤 강력한 자석일 것이다. 금속 줄도 자성을 띠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마 철이겠지. 로키는 금속 줄을 따라 구체를 굴리며 분리용 벽의 에어로크로 들어간다. 그는 제노나이트 껍데기 너머로, 자석을 활용해 금속 제어기를 조작한다. 홀린 듯 보게 되는 광경이다.
쉭쉭 소리와 펌프 소리가 좀 나더니, 로키가 금속판 하나를 밀어낸다. 그러자 에어로크의 내 쪽 문이 열린다. 로키는 거기서부터 금속 줄을 따라 내 문까지 굴러온다. 나는 문을 연다.
“안녕!”
“안녕!”
“그럼… 내가 너를 들고 다녀야 해? 그럴 계획이야?”
“응. 들고 다녀. 감사.”
나는 뜨거울까 봐 걱정하면서 조심조심 구체를 잡는다. 하지만 구체는 뜨겁지 않다. 제노나이트는 다른 장점도 많지만 훌륭한 단열재이기도 하다. 나는 그를 우주선 안으로 잡아당긴다.
로키는 무겁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겁다. 중력이 있었다면, 나는 아마 그를 조금도 들어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에게 엄청난 관성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를 끌고 가려니 심하게 끙끙대야 한다. 기어 중립 상태의 오토바이를 밀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로키는 오토바이 정도로 무겁다.
놀랄 것도 없다. 로키는 내게 자신의 생리학에 대해, 자기 몸이 어떻게 금속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전부 말해줬다. 아니, 이 녀석은 피가 수은이다. 당연히 무겁지.
“너 되게 무겁다.” 내가 말한다. 로키가 이 말을 ‘야, 뚱땡아! 살 좀 빼라!’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질량 168킬로그램.” 그가 말한다.
로키는 300파운드가 넘게 나간다!
“우와.” 내가 말한다. “나보다 훨씬 많이 나가네.”
“너 질량 얼마, 질문?”
“아마 80킬로그램쯤 될걸.”
“인간 질량 아주 작음!” 그가 말한다.
“난 거의 물로 돼 있어.” 내가 말한다. “아무튼 여기가 통제실이야. 나는 여기서 우주선을 조종해.”
“알았다.”
나는 그를 내 앞에 두고 밀면서 터널을 따라 실험실로 내려간다. 그는 구체 안에서 잽싸게 달린다. 뭔가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빙글 돌곤 한다. 그러면 초음파로 물건을 더 잘 ‘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개가 소리에 대한 정보를 더 얻으려고 고개를 갸웃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가 내 실험실이야.” 내가 말한다. “모든 과학이 여기에서 일어나.”
“좋은 좋은 좋은 방!” 그가 꺅 소리를 지른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다. “모든 것 알고 싶음!”
“질문이 있으면 전부 대답해 줄게.” 내가 말한다.
“나중에. 더 많은 방 보여줘!”
“더 많은 방, 나갑니다!” 내가 극적으로 말한다.
나는 그를 밀고 숙소로 들어간다. 그가 숙소 중앙에서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도록, 나는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난 여기서 자. 뭐, 예전엔 그랬어. 그러다가 네가 나한테 터널에서 자라고 했지.”
“너 혼자 잠, 질문?”
“응.”
“나도 여러 번 혼자 잠. 슬픔, 슬픔, 슬픔.”
로키는 이해하지 못한다. 혼자 잔다는 행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혼자 자는 것에 대한 공포는 아마 그의 두뇌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데… 그게 에리디언들의 무리 본능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종이 지능을 갖는 데에는 무리 본능이 필요하다. (내 생각이지만) 그 이상한 수면 패턴이 지금 내가 로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다니!
그래, 방금 건 과학적이지 않았다. 에리디언들이 지적이고 어쩌고 하게 되는 데에는 아마 수없이 많은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다. 수면에 관련된 요소는 그저 부분적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뭐, 나는 과학자다. 가설을 세우는 게 당연하다!
나는 창고로 내려가는 판을 열고 그의 구체를 안으로 조금 밀어 넣는다. “여기는 물건을 보관하는 작은 공간이야.”
“이해함.”
나는 그를 다시 꺼낸다. “방은 이게 전부야. 내 우주선은 네 우주선보다 훨씬 작아.”
“네 우주선에 과학 많음!” 그가 말한다. “과학 방에 있는 것 보여줌, 질문?”
“그럼.”
나는 그를 다시 실험실로 데려간다. 그는 구체 안에서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살펴본다. 나는 그와 함께 둥둥 떠서 실험실 한가운데로 가 탁자 가장자리를 잡는다.
나는 구체를 실험대에 바싹 붙인다. 실험대는 강철인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실험대는 그런데. 알아봐야지.
“자석을 써봐.” 내가 말한다.
로키는 자석 하나를 꺼내 실험대에 닿아 있는 오각형 면에 붙인다. 철컹 소리와 함께 자석이 붙는다. 이제 로키는 자리를 잡았다.
“좋음!” 그가 말한다. 로키는 이쪽 면, 저쪽 면에 자석을 붙여가며 실험대 전체를 굴러다니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우아하지는 않지만 움직일 수는 있다. 최소한 내가 로키를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
나는 실험대를 쿡 밀어 그쪽에서 멀어지며 실험실 가장자리로 떠간다. “여긴 뭐가 아주 많아. 제일 먼저 알고 싶은 게 뭐야?”
로키는 한쪽을 가리켰다가 멈춘다. 새로운 물건을 고르지만, 거기서도 멈춘다. 사탕 가게에 온 어린애 같다. 마침내 그는 3D 프린터로 마음을 정한다. “저거. 저건 무엇, 질문?”
“작은 물건들을 만드는 물건이야. 컴퓨터한테 어떤 모양을 말해주면, 컴퓨터가 이 기계에 그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
“나한테 작은 물건 만드는 것 보여줌, 질문?”
“그러려면 중력이 필요해.”
“그래서 네 우주선이 회전, 질문?”
“맞아!” 내가 말한다. 와, 이 녀석 빠른데. “회전하면 과학과 관련된 일을 할 때 필요한 중력이 생겨.”
“네 우주선은 터널 붙어 있을 때 회전 못 함.”
“맞아.”
로키가 생각에 잠긴다.
“네 우주선에 내 우주선보다 많은 과학. 더 나은 과학. 내 물건 네 우주선으로 가져옴. 터널 분리. 네 우주선 돌려서 과학. 너와 나 아스트로파지 죽일 방법을 함께 과학. 지구 구함. 에리드 구함. 좋은 계획, 질문?”
“어… 그래! 좋은 계획이야! 하지만 네 우주선은?” 나는 그의 제노나이트 구체를 톡톡 두드린다. “인간의 과학으로는 제노나이트를 만들 수 없어. 제노나이트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그 어떤 물질보다도 강해.”
“나 제노나이트 만들 재료 가지고 옴. 모양 다 만들 수 있음.”
“알겠어.” 내가 말한다. “지금 물건 가져올래?”
“좋음!”
나는 ‘혼자 살아남은 우주 탐험가’에서 ‘괴상한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남성’이 됐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흥미롭다.
“라마이 박사님은 만나신 적 있나요?” 스트라트가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솔직히 그분을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모르겠네요.”
항공모함에는 병실이 있지만, 그건 승조원용이었다. 이곳은 2층 격납고에 설치된 특별 의료 센터였다.
라마이 박사는 두 손을 맞대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그레이스 박사님.”
“감사합니다.” 내가 말했다. “어, 저도요.”
“라마이 박사님께 헤일메리호의 의료와 관련된 모든 임무를 맡겼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라마이 박사님은 우리가 활용할 코마 기술을 개발한 회사의 선임 연구원이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럼 태국에서 오셨나요?”
“네.” 그녀가 말했다. “안타깝게도 회사는 살아남지 못했어요. 그 기술이 7,000명 중 한 명에게만 통하는 만큼 상업적 잠재력에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제 연구가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무척 기쁩니다.”
“겸손하시네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박사님의 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수도 있어요.”
라마이는 스트라트의 눈을 피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녀는 우리를 자기 실험실로 안내했다. 십여 개의 칸에 약간씩 다른 실험 장치가 가득 차 있었는데, 장치들은 저마다 의식을 잃은 원숭이에게 연결돼 있었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저도 꼭 여기 와야 하나요?”
“그레이스 박사님이 좀 예의가 없으신데, 이해해 주세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이분은 좀…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마음이 여려서요.”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동물실험이 꼭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고요. 그냥 쳐다볼 수가 없을 뿐이지.”
라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레이스 박사님.”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만 좀 바보처럼 구세요. 라마이 박사님, 설명 부탁드립니다.”
라마이는 가장 가까운 실험용 원숭이 위로 뻗어 있는 일련의 금속 팔들을 가리켰다. “저희는 수만 명의 환자가 저희를 찾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동화 코마 감시 장치와 간호 시설을 개발했습니다. 결국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요.”
“제대로 작동하나요?” 스트라트가 물었다.
“처음에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장치를 설계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일상적인 처리는 모두 할 수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맞닥뜨리면 인간 의사에게 경보를 보내도록 되어 있었죠.”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줄지어 있는 원숭이들 사이를 걸어갔다. “완전 자동화 기기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 이 장비는 방콕에서 개발 중인 최첨단 소프트웨어로 운영돼요. 이 장비로 코마에 빠진 대상을 돌보게 됩니다. 이 장비가 환자의 생명징후를 살피고,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하고, 환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체액을 추적 관찰하는 등의 일을 하는 거예요. 그래도 실제 의사가 있는 편이 낫지만, 이 장비도 그럭저럭 쓸 만합니다.”
“일종의 인공지능인가요?” 스트라트가 물었다.
“아뇨.” 라마이가 말했다.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를 개발할 시간은 없습니다. 이건 엄격한 절차에 따르는 알고리즘이에요. 아주 복잡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인공지능은 아니죠. 이 장비를 수천 가지 방식으로 시험해 보고, 장비가 어떤 반응을 왜 보이는지 알 수 있어야 하니까요. 신경 네트워크로는 그렇게 할 수 없죠.”
“그렇군요.”
라마이 박사는 벽에 걸린 어떤 도표를 가리켰다. “가장 획기적인 발견은 불행히도 우리 회사의 해체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장기 코마 저항력을 나타내는 유전자 지표를 분리해 냈어요. 간단한 혈액검사로 찾아낼 수 있는 지표죠. 그리고 스트라트 씨도 아시겠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해보니 극히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실제로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도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겨우 7,000명 중 한 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발은 내디딘 셈이잖아요?”
라마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아닙니다. 우리가 개발한 건 선택적인 조치예요.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무의식 상태에 들어가야 할 긴박한 의료적 이유는 없습니다. 사실, 이 조치는 위험도를 약간 높이기까지 하죠. 그러니 회사를 지탱할 만한 고객들이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스트라트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제 혈액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주세요. 궁금하네요.”
라마이는 잠시 놀랐다. “자…잘 알겠습니다, 스트라트 씨.” 그녀는 바퀴 달린 비품 카트로 가서 혈액 채취용 도구를 꺼냈다. 라마이 박사처럼 중요한 인물은 보통 의료 현장의 밑바닥 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트라트는 스트라트니까.
게다가 라마이는 아주 능숙했다.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고 단번에 스트라트에게 바늘을 꽂았다. 혈액이 튜브로 들어왔다. 피를 다 뽑고 나자 스트라트는 소매를 내렸다. “그레이스 박사님, 이제 박사님 차례입니다.”
“왜요?” 내가 물었다. “전 자원도 안 했는데요.”
“모범을 보이세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 관계된 모든 사람이, 그저 간접적으로만 연관된 경우라도 검사를 받았으면 합니다. 우주비행사 자체도 드문데, 그중에서도 7,000명에 한 명만이 코마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잖아요. 자격이 있는 후보자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력 풀을 넓힐 준비를 해둬야 해요.”
“이건 자살 임무잖아요.” 내가 말했다. “무슨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아, 저요! 제발요! 제발 저를 뽑아주세요! 저요!’ 할 것도 아니고.”
“사실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라마이는 내 팔을 쿡 찔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내 피가 뿜어져 나와 튜브로 빨려 들어가는 걸 볼 때면 나는 약간 메스꺼움을 느낀다.
“무슨 말이에요,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이미 수만 명의 자원자가 있다는 얘깁니다. 모두가 이번 여행이 편도 여행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고요.”
“와아.” 내가 말했다. “그중에 미친 사람이랑, 자살 충동이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됩니까?”
“아마 무척 많겠죠. 하지만 명단에는 노련한 우주비행사도 수백 명 올라 있습니다. 우주인들은 용감한 사람들이에요. 과학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걸죠. 그중 많은 수는 인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수백 명이라고요?” 내가 말한다. “수천 명이 아니고? 그 우주인 중 한 명이라도 코마 저항력이 있다면 행운이겠네요.”
“우린 이미 많은 부분을 행운에 기대고 있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좀 더 행운이 따르기를 기대해야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여성 친구 린다가 내가 살던 집으로 이사했다. 그녀와의 관계는 이후 겨우 여덟 달밖에 이어지지 않았으며, 이어지는 동안도 엄청난 재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린다가 우리 집으로 이사했을 때, 나는 린다가 내가 살던 작은 아파트로 반드시 가져와야겠다고 한 뒤죽박죽 쓰레기의 부피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린다의 물건들이 담긴 상자가 줄줄이 이어졌다.
로키에 비하면, 린다는 검소한 편이었다.
로키가 너무 많은 쓰레기를 가져와서, 우주선에는 그 물건들을 전부 놔둘 공간이 없었다.
숙소 거의 전부가 캔버스 천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더플백으로 가득 찼다. 색깔은 아무렇게나 고른 듯한 진흙 빛깔이었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중요하지 않을 때면, 제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색깔 정도는 그냥 놔두게 된다. 나는 그 더플백에 전부 뭐가 들어 있는지조차 모른다. 로키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이젠 끝이겠지, 싶을 때마다 그는 더 많은 더플백을 가져온다.
뭐, ‘로키가’ 가져왔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가져온 것이다. 로키는 자석으로 벽에 붙은 채 자기 공 안에 매달려 있고, 일은 내가 다 한다. 이번에도 린다가 참 많이 생각난다.
“물건이 참 많다.” 내가 말한다.
“그래, 그래.” 그가 말한다. “나 물건 필요.”
“참 많아.”
“그래, 그래. 이해함. 터널에 있는 물건이 마지막 물건.”
“알겠어.” 나는 투덜거린다. 나는 터널로 둥실둥실 돌아가, 마지막으로 남은 말랑말랑한 상자 몇 개를 집어 든다. 어찌어찌 그것들을 가지고 조종석과 실험실을 지나 숙소로 향한다. 그것들을 쑤셔 박을 자리를 찾아낸다. 남은 공간이 거의 없다. 방금 내 우주선에 추가한 질량이 얼마나 될지 어렴풋이 궁금해진다.
내 침대와 가까운 곳은 간신히 비워뒀다. 바닥에는 로키가 직접 고른 잘 자리도 있다. 방의 나머지 공간은 벽과 다른 침대들 사이에 떠다니지 않게끔 테이프로 고정한 말랑말랑한 상자들이 미친 듯이 뒤얽혀 있다.
“이제 됐어?”
“그래. 이제 터널 분리해.”
나는 신음한다. “네가 터널을 만들었잖아. 네가 분리해.”
“나 어떻게 터널 분리, 질문? 나 공 안에 있음.”
“그럼 난 어떻게 분리하는데? 난 제노나이트를 모른다고.”
로키는 두 팔로 돌리는 동작을 해 보인다. “터널 돌려.”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EVA 우주복을 집어 든다. “한다, 해. 나쁜 자식.”
“마지막 단어 이해 못함.”
“중요한 거 아니야.” 나는 우주복 안으로 기어 들어가 뒤쪽 덮개를 닫는다.
로키는 공 안의 자석 두어 개를 사용해 많은 일을 놀랍도록 능숙하게 처리한다.
그의 더플백에는 저마다 금속판이 달려 있다. 로키는 더플백 더미로 기어올라, 필요한 대로 그 가방들을 다시 배치할 수 있다. 가끔은 그가 지지대로 사용하는 가방이 무너져 내려 로키가 둥둥 떠버린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로키가 나를 부르고, 나는 그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나는 내 침대에 매달려서 그가 뭘 하는지 지켜본다. “좋아, 1단계. 아스트로파지 표본 수집.”
“그래 그래.” 로키는 두 손을 몸 앞에 두고, 한 손으로 다른 손 주변에 원을 그린다. “행성이 타우 주위 돌아. 아스트로파지 타우에서 행성으로 감. 에리다니에서도 같음. 아스트로파지는 행성에서 이산화탄소로 더 많은 아스트로파지 만듦.”
“맞아.” 내가 말한다. “아스트로파지 표본은 추출했어?”
“아니. 내 우주선에 표본 추출용 장치가 있었음. 그러나 망가짐.”
“못 고쳤어?”
“장치 오작동 아님. 부러짐. 여행 중에 우주선에서 떨어짐. 없어짐.”
“아! 저런, 어쩌다 부러졌어?”
그는 등딱지를 움찔거린다. “모름. 많은 것 부러짐. 우리 종족 매우 서둘러 우주선 만듦. 모든 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시간 없음.”
마감 시간이 정해진 데서 오는 품질 문제라. 우주 전체의 문제로군.
“나 대체재 만들려고 함. 실패. 시도. 실패. 시도. 실패. 나 아스트로파지 경로에 우주선 둠. 아스트로파지가 선체에 조금 달라붙었을지도 모름. 하지만 선체 로봇은 아스트로파지 못 찾음. 아스트로파지 아주 작음.”
그의 등딱지가 털썩 주저앉는다. 팔꿈치가 호흡구 높이에 있다. 슬플 때면 로키는 가끔 등딱지가 처지는데, 이렇게까지 깊이 처지는 모습은 지금이 처음이다.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진다. “실패, 실패, 실패. 나는 고치는 에리디언. 과학 에리디언 아님. 똑똑한 똑똑한 똑똑한 과학 에리디언들 죽음.”
“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 내가 말한다.
“이해 못 함.”
“음….” 나는 그가 쌓아놓은 더플백 더미 위로 몸을 끌어올린다. “넌 살아 있잖아. 여기에 있고. 아직 포기하지도 않았어.”
하지만 로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다. “나 아주 여러 번 시도. 아주 여러 번 실패. 과학 못 함.”
“내가 잘해.” 내가 말한다. “나는 과학 인간이야. 너는 물건을 만들고 고치는 일을 잘하잖아. 함께라면, 우린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어.”
그가 등딱지를 조금 들어 올린다. “그래. 함께. 너 아스트로파지 표본 추출할 장치 있음, 질문?”
외부 수거함. 통제실에 처음 들어간 날에 그 장치를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그 장치에 대해 별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틀림없다. “응. 이 일을 처리할 만한 장치가 있어.”
“안심! 나 아주 오래 노력. 아주 여러 번. 실패.” 그는 잠시 조용해진다. “여기에 너무 오랜 시간. 너무 오래 혼자 시간.”
“혼자서 얼마나 있었는데?”
그는 잠시 말을 멈춘다. “새로운 단어 필요.”
나는 벽에서 노트북을 떼어낸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단어를 마주하지만, 하루에 새 단어가 나타나는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주파수 분석기를 켜고 사전 스프레드시트를 띄운다. “준비 끝.”
“7,776초는 ♩♬♩♪♪. 에리드는 ♩♬♩♪♪에 한 바퀴 돌아.”
나는 즉시 그 숫자를 알아듣는다. 로키의 시계를 연구했을 때 이미 생각해 뒀다. 7,776은 6의 5승이다. 에리디언의 시계가 한 바퀴 돌아 전부 0이 될 때까지, 에리디언 초로 정확히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에리디언들은 하루를 매우 편리하고 측정하기 좋은 초로 나눠 두었다(자기들 기준에서 말이다). 여기까지는 따라갈 수 있다.
“에리드의 하루구나.” 나는 그 단어를 사전에 입력한다. “행성이 한 바퀴 자전하는 걸 ‘하루’라고 해.”
“이해함.” 그가 말한다.
“에리드는 198.8 에리드 하루에 한 번씩 에리다니를 돌아. 198.8 에리드 하루는 ♬♩♪♬♪.”
“1년.”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단어를 입력한다. “행성이 항성을 한 바퀴 도는 걸 1년이라고 해. 그러니까 그게 에리디언의 1년이야.”
“우리 계속 지구 단위 씀. 아니면 너 헷갈림. 지구 하루 얼마나 길어, 질문? 지구 1년은 얼마나 많은 지구 하루, 질문?”
“지구의 하루는 8만 6,400초야. 지구의 1년은 365.25번의 하루이고.”
“이해함.” 그가 말한다. “나 여기 46년 있음.”
“46년?” 나는 헛숨을 들이켠다. “지구 시간으로?”
“그래, 나 지구 시간으로 여기 46년 있음.”
로키는 내 평생보다 더 긴 시간을 타우세티 항성계에 처박혀 있었다.
“에리디언들은… 에리디언들은 얼마나 오래 살아?”
로키가 한쪽 발톱을 흔든다. “평균 689년.”
“지구 시간으로?”
“그래.” 그가 약간 날카롭게 말한다. “늘 지구 단위. 너 수학 못 함. 그래서 늘 지구 단위.”
나는 잠시 할 말조차 잊는다.
“너는 몇 년이나 살았어?”
“291년.” 그는 잠시 말을 멈춘다. “그래. 지구 시간.”
세상에나. 로키는 미국보다도 나이가 많다. 조지 워싱턴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그의 종족 기준으로는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저기 어딘가에는 콜럼버스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던) 북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도 살아 있던 늙은 에리디언들이 있을 테지.
“왜 그렇게 놀람, 질문?” 로키가 물었다. “인간은 얼마나 살아,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