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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지구 중력, 질문? 로키가 묻는다. 그의 구체는 조종석 옆, 통제실 바닥에 놓여 있다.

나는 원심분리기 통제 화면을 확인한다. 우리는 완전 회전 속도에 도달했고, 스풀도 최대로 늘어났다. 승조원실은 180도 회전을 알맞게 해냈다. 도표에는 완전히 분리된 우주선 두 토막이 표시된다. 우리는 허공에서 매끄럽게 돌아가고 있다. ‘실험실 중력’ 값은 ‘1.00g’이다.

“응. 이게 지구 중력이야.”

그는 옆으로 발을 디디며 측지선 구체를 한 면씩 앞뒤로 굴린다. 큰 중력 아님. 값 무엇, 질문?

“9.8m/s2이야.”

큰 중력 아님. 그가 다시 말한다. 에리드 중력 20.48.

“엄청난 중력인데.” 내가 말한다. 하지만 그쯤은 예상했다. 예전에도 로키가 내게 질량과 지름을 포함해 에리드 얘기를 전부 해주었다. 나는 에리드의 표면 중력이 지구의 약 두 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 계산이 확인된 건 좋았다.

덧붙여서 말하면, 와. 로키의 질량은 168킬로그램이다. 그 말은, 고향에서 몸무게를 재면 로키가 거의 800파운드(약 363킬로그램이다‐옮긴이)쯤 나간다는 뜻이다. 그곳이 바로 로키가 태어난 환경이므로, 그는 아무 문제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800파운드인데,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잽싸게 돌아다닐 수 있다니. 명심할 것 한 가지는 에리디언과 팔씨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조종석 등받이에 기대며 말한다. “계획은 뭐야? 페트로바선으로 날아 들어가서 아스트로파지를 좀 가져오자?”

그래! 하지만 일단, 나는 내가 들어갈 제노나이트 공간 만듦. 그는 승조원실의 나머지 공간으로 향하는 승강구를 가리킨다. 대부분 자는 방에. 하지만 터널은 실험실과 통제실의 작은 공간에. 괜찮음, 질문?

뭐, 로키가 영원히 구체 속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응, 괜찮아. 제노나이트는 어디 있어?”

제노나이트 부품은 숙소 가방에 있음. 액체. 섞음. 제노나이트가 됨.

에폭시 같은 거네. 정말로, 정말로 강한 에폭시.

“흥미로운데! 언젠가는 제노나이트에 대해서 전부 알고 싶어.”

나 과학 모름. 그냥 씀. 미안.

“괜찮아. 나도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방법은 설명할 수 없어. 그냥 사용할 뿐이지.”

좋음. 너 이해함.

“제노나이트 만드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나흘. 닷새일 수도 있음. 왜 물어봄, 질문?

“빨리 일하고 싶어서.”

왜 빨리, 질문? 천천히 더 안전. 실수 적음.

나는 의자에서 자세를 바꾼다. “지구는 상태가 나빠. 계속 나빠지고 있어. 난 서둘러야 해.”

이해 못 함. 로키가 말한다. 왜 지구 그렇게 빨리 나쁨, 질문? 에리드 천천히 나빠짐. 큰 문제들이 나타날 때까지 최소 72년.

72년이라고? 세상에, 지구에도 그 정도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72년이 흐르면, 지구는 얼어붙은 황무지가 될 것이고 인구의 99퍼센트는 사망할 것이다.

에리드는 왜 그렇게 심한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나는 이마를 찌푸린다. 잠깐 생각했을 뿐인데 답이 나온다. 이 모든 것이 열에너지 저장량 때문이다.

“에리드는 지구보다 훨씬 뜨거워.” 내가 말한다. “지구보다 크기도 훨씬 큰 데다 대기도 훨씬 밀도가 높아. 그래서 에리드의 공기에는 훨씬 더 많은 열기가 저장돼 있어. 지구는 빠르게 차가워져. 아주 빠르게. 25년 뒤면, 대부분의 인간이 죽을 거야.”

로키의 목소리가 단조롭게 변한다. 아주 심각한 억양이다. 이해함. 스트레스. 걱정.

“그래.”

그는 발톱 두 개를 한데 모아 딸깍거린다. 그럼 우리 일함. 우리 지금 일함! 아스트로파지 죽이는 방법 배움. 너 지구로 돌아감. 너 설명. 지구 구함!

나는 한숨을 쉰다. 어차피 언젠가는 설명해야 할 일인데 지금이라고 안 될 건 없겠지. “난 돌아가지 않아. 나는 여기서 죽을 거야.”

로키의 등딱지가 떨린다. 왜, 질문?

“내 우주선에는 여기로 오는 데 필요한 연료밖에 없어. 집으로 돌아갈 연료가 부족해. 조그만 탐사선들이 있어서 내가 발견한 내용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갈 거야. 하지만 나는 여기 남아.”

왜 그런 임무, 질문?

“우리 행성에서 늦기 전에 만들 수 있는 연료가 이게 전부였거든.”

너 지구 떠날 때 알았음, 질문?

“응.”

너 좋은 인간.

“고마워.” 나는 다가오는 나의 파멸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럼 아스트로파지를 모으자. 나한테 표본을 얻을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어. 내 장비는 추적량을 감지하는 데 아주 뛰어난데….”

기다려. 그가 발톱 하나를 편다. 지구로 돌아가려면 네 우주선 아스트로파지 얼마나 필요, 질문?

“음… 200만 킬로그램 좀 넘게.” 내가 말한다.

내가 줄 수 있음. 그가 말한다.

나는 의자에서 몸을 세워 앉는다. “뭐라고?”

내가 줄 수 있음. 나 여분 있음. 그 정도 줄 수 있음. 그래도 에리드로 돌아갈 만큼 충분히 있음. 너 가져.

심장이 철렁한다. “정말이야? 엄청나게 많은 연료인데! 다시 말할게, 200만 킬로그램이야. 2 곱하기 10의 6승이라고!”

그래. 나 아스트로파지 많음. 내 우주선 여기까지 올 때 계획보다 훨씬 효율적. 너 200만 킬로그램 가져.

나는 다시 의자에 주저앉는다. 숨을 헐떡인다. 거의 과호흡이 올 것 같다.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아, 세상에….”

이해 못 함.

나는 눈물을 훔친다.

너 괜찮음, 질문?

“응!” 나는 흐느낀다. “그래, 괜찮아.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나 행복. 너 안 죽음. 행성들을 구하자!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무너져 내린다.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중국인 승조원 절반이 비행갑판에 서 있었다. 몇몇은 실제로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인류의 구원자들을 한번 보려고 나온 것이었다. 과학팀 전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주간 상황 보고 회의에서 늘 만나는 그 사람들이었다. 스트라트와 나, 디미트리, 로켄과 최근에 추가된 과학자인 라마이 박사까지. 아, 그리고 도박에 중독된 사기꾼이 없다면 과학팀이라고 할 수 없으니 밥 리어델도 와 있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밥은 임무를 잘 해냈다. 그는 사하라의 아스트로파지 농장을 훌륭하게 관리했다. 과학자이면서 뛰어난 행정가이기도 한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들다.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그 농장에서는 리어델 박사가 약속했던 수준으로 아스트로파지가 생산되고 있었다.

헬리콥터가 낮게, 천천히 날아오더니 헬기 착륙장에 완벽하게 착륙했다. 지상 승조원들이 헬리콥터가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게 도우려고 달려갔다. 프로펠러는 계속 돌아갔고 화물칸 문이 열렸다.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저마다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어깨에는 각자의 국기를 달고 있었다. 중국인 남성, 러시아인 여성 그리고 미국인 남성이었다.

지상 승조원들이 그들을 안전한 거리로 안내하자 헬리콥터는 다시 날아갔다. 잠시 후, 두 번째 헬리콥터가 착륙했다. 첫 번째 헬리콥터와 마찬가지로 이 헬기에도 우주인들이 타고 있었다. 이번에는 러시아인 남성, 러시아인 여성 그리고 미국인 여성이었다.

이들이 헤일메리호의 주요 대원과 예비 대원이 될 것이다. 헬리콥터 두 대가 모두 우주비행사 여섯 명쯤 쉽게 실어 나를 수 있었지만, 스트라트는 아주 엄격한 규칙을 내세웠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요 대원과 그 대원의 대체 인력이 같은 비행기나 헬리콥터, 자동차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특수한 역할을 맡고 있었으며, 이런 역할에는 여러 해에 걸친 특별한 수련 과정이 필요했다. 자동차 사고 한 번으로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망쳐버릴 수는 없었다.

후보자가 될 만한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마 저항력이 있으면서 ‘알맞은 자질’을 가지고 있고, 기꺼이 자살 임무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까.

이처럼 제한적인 인력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검증 및 선발 과정은 길고도 인정사정없었으며, 모든 관련국 정부의 끝없는 정치질로 가득했다. 스트라트는 단호한 태도로 오직 최고의 후보자들만 받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어느 정도는 양보가 필요했다.

“여성들이네요.” 내가 말했다.

“네.” 스트라트가 툴툴거렸다.

“스트라트 씨의 지침에는 어긋나네요.”

“네.”

“잘 됐어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스트라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인들과 러시아인들이 내 의견을 기각했어요.”

나는 팔짱을 꼈다. “여성이 다른 여성한테 이렇게까지 성차별적으로 굴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어요.”

“이건 성차별이 아닙니다. 현실주의죠.” 그녀는 얼굴로 흩날린 머리 한 가닥을 바로잡았다. “내 지침은, 모든 후보자가 이성애자 남성이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성차별주의에 더해서 동성애 혐오까지. 엄청난데요.”

“마음대로 지껄이세요. 이번 임무에는 성적 긴장이 개입할 여유가 없습니다. 혹시 낭만적으로 관계가 꼬여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분쟁이 일어난다든지? 살인은 그보다 못한 이유로도 일어납니다.”

나는 갑판 건너편의 후보자들을 보았다. 양 선장이 그들을 환영하며 배에 맞아들인다. 그는 고국 사람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둘은 얼굴 가득 미소 지으며 악수한다.

“중국인도 원하지 않았잖아요.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이 아직도 너무 초창기라고요. 그런데 저 사람을 주요 대원 중에서도 대장으로 선발하셨다면서요?”

“저 사람이 가장 뛰어난 자격을 갖췄습니다. 그러니 대장이죠.”

“저기 있는 러시아인들과 미국인들한테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을지 몰라요. 딴 것도 아니고 세계를 구할 사람들인데, 프로다운 태도를 유지할지 모르죠. 우주비행사들이 바지 속 물건 간수를 못 할까 봐 쓸 만한 인재들을, 말 그대로 절반이나 빼버리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고요.”

“그러길 바라야죠. 러시아의 여성 우주비행사, 일류키나도 주요 대원에 포함됩니다. 일류키나는 소재 공학 전문가이고, 지금까지는 이 임무를 맡을 최고의 후보예요. 과학 전문가는 마틴 두보이스라는 미국인 남성입니다. 남성 둘에 여성 하나라니. 재앙을 만드는 방법 그 자체죠.”

나는 가짜로 놀란 척하며 가슴에 손을 댔다. “어머나 세상에! 인제 보니 두보이스가 흑인이네요! 이런 일을 허용하시다니 놀랐어요! 저 사람이 랩 음악과 농구 얘기를 하면서 임무를 망쳐버릴 게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좀 닥치세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우주인들이 갑판 승조원들에게 둘러싸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스타를 보고 넋이 나가 있었다. 특히 야오를 보고 더 그런 듯했다.

“두보이스는 박사 학위만 세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학위죠.” 스트라트가 미국인 여성을 가리켰다. “저쪽은 애니 셔피로입니다. 현재 셔피로 방법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DNA 접합 방법을 발명한 사람이에요.”

“진짜예요?” 내가 말했다. “그 애니 셔피로라고요? 저분은 그야말로 무(無)에서 DNA를 접합할 효소 전체를 세 가지나 발명….”

“네, 네. 아주 똑똑한 아가씨죠.”

“그 연구가 박사 학위 논문 주제였다고요. 학위 논문이었다니까요. 대학에 다닐 때 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세요? 많지는 않죠, 그거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애니 셔피로를 예비 과학 전문가로 선택했다고요?”

“저 사람은 현재 살아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재능 있는 DNA 접합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두보이스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해요. 저들이 우주에 나가서 뭘 맞닥뜨리게 될지 모르니까요. 우리한테는 광범위한 지식 기반을 갖춘 사람이 필요합니다.”

“놀라운 사람들이네요.” 내가 말했다. “최고 중의 최고예요.”

“감명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박사님이 두보이스와 셔피로의 훈련을 맡게 될 테니까요.”

“제가요?” 내가 물었다. “저는 우주비행사를 훈련시키는 방법을 모르는데요!”

“우주비행사 업무는 나사와 로스코스모스에서 가르칠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박사님은 과학 관련 업무를 가르치세요.”

“장난해요? 저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똑똑하다고요. 내가 왜 저 사람들을 가르쳐요?”

“박사님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아스트로파지 생리학에 관해서라면 박사님은 세계 선두에 서 있는 전문가입니다. 아스트로파지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저 둘에게 전해주세요. 자, 주요 대원들이 오네요.”

야오와 일류키나, 두보이스가 스트라트에게 걸어왔다.

야오가 허리를 숙였다. 그는 중국어 억양이 아주 약간 섞여 있을 뿐 완벽한 영어로 말했다. “스트라트 씨. 마침내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중요한 임무의 대장으로 저를 선정해 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야오 씨가 가장 뛰어난 자격을 갖추고 있었어요. 고마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류키나가 앞으로 불쑥 나와 스트라트를 끌어안았다. “지구를 위해 죽으려고 왔습니다! 참 멋지죠, 네?”

나는 디미트리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러시아 사람들은 전부 미쳤나요?”

“네.” 그가 미소 지었다. “러시아인이면서 행복하게 살려면 그 방법밖에 없거든요.”

“그거… 암울하네요.”

“그게 러시아죠!”

두보이스는 스트라트와 악수하더니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스트라트 씨.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나와 다른 선임 과학자들은 세 우주비행사와 악수했다. 공식 인사라기보다는 칵테일파티에서처럼 무질서한 만남이었다.

이 와중에 두보이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라일랜드 그레이스 박사님이시죠?”

“네.” 내가 말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런 일을 하시다니 정말로…. 저는 두보이스 씨가 치르는 희생을 이해할 수조차 없어요. 아니, 이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얘기하지 말까요?”

그가 미소 지었다. “저도 자주 그 생각을 합니다. 굳이 화제를 돌릴 필요는 없죠. 게다가 박사님과 저는 성향이 비슷할 것 같은데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그렇겠죠. 박사님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시긴 하지만 저도 세포 생물학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뭐, 네. 그 점도 비슷하긴 하네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제가 하려던 말은 코마 저항력에 관한 거였어요. 듣자니 박사님한테도 코마 저항력 유전자 지표가 있다던데요. 저나 다른 승조원들처럼 말입니다.”

“그래요?”

그가 눈을 치켜떴다.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네!” 나는 스트라트를 쏘아보았다. 그녀는 살인자 밥 그리고 야오 대장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지금 처음 듣네요.”

“그거 이상한데요.” 그가 말했다.

“왜 말을 안 해줬지?”

“저한테 물어보셔도 모르죠, 그레이스 박사님. 하지만 제 생각에는 검사를 한 쪽에서 스트라트한테만 결과를 말해줬고, 스트라트는 그 정보를 알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만 전해준 것 같네요.”

“내 DNA잖아요.” 나는 툴툴댔다. “누군가는 나한테 말을 해줬어야죠.”

두보이스는 교묘하게 화제를 바꿨다. “그건 그렇고 아스트로파지의 생애 주기에 관해 전부 배울 수 있다니 무척 기대됩니다. 애니 셔피로, 그러니까 예비 대원 중에서 제 역할을 맡은 친구도 아주 흥분하고 있어요. 우리 둘이 한 반이 되겠군요. 가르쳐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긴 있죠.” 내가 말했다. “엄청 많아요.”

“잘됐네요.”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내가 죽지 않으리라는 걸 알게 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미소가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다.

뭐, 사실 지금도 쉽게 죽을 수는 있다. 집으로 가는 여행은 길고 위험하다. 여기까지 올 때 코마 상태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집으로 가는 길에도 살아남으리라는 뜻은 아니다. 혹시 음식이 다 떨어져도 코마에 빠지지 않고, 음식 제공 튜브로 나오게 돼 있는 슬러리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4년 동안 혼자서 충분히 지낼 수 있겠지? 우리가 코마에 빠져 있었던 건 서로를 죽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독방 감금은 완전히 다른 심리적 피해를 일으킨다. 그에 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은 지구를 구해야 한다. 나 자신의 생존은 나중 문제다. 그것도 그냥 ‘문제’일 뿐이지, 아무 가망 없이 죽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원심분리기 화면의 불빛이 초록색으로 깜빡인다.

“중력이 다 찼어.” 나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우주선 안은 잠깐 무중력상태였지만 지금은 다시 원심분리기를 켜두었다. ‘회전을 멈춰야’ 했던 이유는 엔진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심분리기로는 중력과 추진력을 동시에 낼 수 없다. 우주선이 두 조각으로 나뉘어 100미터 케이블로 연결된 상태에서 스핀 드라이브를 켠다고 생각해 보라. 별로 기분 좋은 상상은 아니다.

로키는 이곳에 와 있던 수십 년 동안 (헉!) 타우세티 항성계를 매우 자세히 살펴봤다. 그는 자신이 모아둔 모든 정보를 내게 주었다. 그는 여섯 개의 행성 목록을 만들고 그 크기와 질량, 위치, 궤도의 성질, 일반적인 대기의 구성 성분을 기록해 두었다. 로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도 그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저 블립A에서 천체 관측을 했을 뿐이다. 알고 보니 에리디언도 인간처럼 호기심이 많았다.

그건 물론 좋은 특징이지만 이건 영화 《스타 트렉》이 아니다. 스캐너를 탁 켜는 것만으로 항성계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 이 정도로 자세한 정보를 얻기까지 로키는 여러 달 동안 관측을 해야 했다.

더 중요한 건 로키가 이 지역의 페트로바선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는 사실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페트로바선은 하나의 구체적인 행성으로 향했다. 아마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은 곳일 터였다. 그 행성이 항성에서 세 번째로 먼 행성인 ‘타우세티e’였다. 지구에서는 그 행성을 그런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니까 우리의 첫 정거장은 타우세티e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헤일메리호를 타고 페트로바선을 아무 데나 가로지르며 아스트로파지를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경우 페트로바선과 우리가 교차하는 시간은 겨우 몇 초뿐이다. 항성계는 정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우리는 항성 주변의 공전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타우세티e는 페트로바선의 가장 넓은 부분에 자리 잡은, 착하고 커다란 행성이다. 우리는 타우세티e의 궤도에 헤일메리호를 주차하고, 궤도를 한 바퀴 공전할 때마다 그 절반의 시간 동안은 그 구역 아스트로파지에 잠겨 있을 수 있었다. 원하는 만큼 오래 머물면서 이곳의 아스트로파지와 페트로바선의 역학 자체에 관해 필요한 만큼 자료를 수집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수수께끼의 행성으로 향하는 것이다.

나는 히카루 술루(《스타 트렉》의 등장인물로,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조타수‐옮긴이)에게 경로를 짜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 그래서 이틀 동안 계산을 하고, 작업한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확인한 뒤에야 적용할 만한 정확한 발사각과 추진력을 알아냈다.

물론 내게는 아스트로파지 2만 킬로그램이 남아 있었다. 초당 6그램의 아스트로파지를 소모해 1.5g의 중력가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건 엄청난 연료였다. 게다가 로키의 우주선에는 아스트로파지가 엄청나게 많았다. 하지만 나는 어쨌든 연료를 절약할 생각이었다.

우리는 들뜬 채 타우세티e로 가고 있었다. 약 11일 후면 궤도 진입을 위한 점화를 하게 된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중력이 있어도 좋다. 그래서 우리는 원심분리기를 다시 켰다.

11일. 정말로 놀랍다. 타우세티e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여행하게 될 거리는 총 1억 5천만 킬로미터다. 대략 지구에서 태양까지와 같은 거리다. 그 거리를 11일 만에 주파하다니.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나는 계속 이동할 수 있도록 세 시간 동안 추진기를 켜두었다. 타우세티e에 도착하면, 다시 세 시간 동안 추진기를 가동해 속도를 늦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초속 162킬로미터로 순항하고 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된다. 이런 속도로 지구에서 출발하면 40분 만에 달에 도착한다.

궤도에 진입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속도를 늦추기 위해 시행하는 점화를 포함해, 이 모든 작전에는 연료 130킬로그램이 소모될 예정이다.

아스트로파지는 그야말로 미친 존재다.

로키는 통제실 바닥의 투명한 제노나이트 구체 안에 서 있다.

재미없는 이름. 로키가 말한다.

“뭐? 뭐가 재미없는 이름이야?” 내가 묻는다.

로키는 우주선 전체에 에리디언 구역을 만드느라 여러 날을 보냈다. 심지어 데크에서 데크로 이어지는, 자기만의 새로운 터널까지 설치했다. 거대한 햄스터 터널이 사방에 뻗어 있는 것 같다.

그는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몸무게를 옮겨 싣는다. 타우세티e. 재미없는 이름.

“그럼 네가 지어 봐.”

내가? 아니. 네가 지어.

“네가 먼저 왔잖아.” 나는 안전띠를 풀고 기지개를 켠다. “네가 발견했고. 네가 이 행성의 공전궤도와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어. 네가 지어.”

이건 네 우주선. 네가 지어.

나는 고개를 젓는다. “지구의 문화적 법칙이야. 먼저 도착한 사람이 거기서 발견하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는 거라고.”

로키는 생각에 잠긴다.

제노나이트는 정말로 놀랍다. 겨우 1센티미터의 투명한 소재가 산소로 이루어진 내 우주선의 5분의 1기압을,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로키의 29기압과 분리하고 있다. 섭씨 20도인 내 공기를 섭씨 210도인 로키의 공기와 분리하고 있는 건 물론이다.

로키는 몇몇 공간을 특히 더 많이 차지했다. 이제 숙소는 거의 대부분 그의 영역이다. 내가 로키에게 가져온 쓰레기를 전부 그의 구역으로 옮기라고 우겼으므로, 로키가 숙소 대부분을 써야 한다고 의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로키는 숙소에 거대한 에어로크도 설치했다. 에어로크의 크기는 헤일메리호의 에어로크 크기에 맞췄다. 헤일메리호의 중요한 물건들은 전부 우주선의 자체 에어로크에 들어갈 만큼 작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내 EVA 우주복은 로키의 환경에서 절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포도처럼 으깨질 테니까. 에어로크는 나와 로키가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실험실은 거의 내 차지였다. 로키에게는 실험실 측면으로 이어지는 터널 하나와, 거기에서 갈라져 나와 천장을 따라 이어지다가 결국은 천장 너머의 통제실까지 올라가는 터널 하나가 있다. 그는 내가 하는 모든 과학적인 일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구의 장비는 로키의 환경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 구역은 내 차지가 되어야 했다.

통제실은… 비좁다. 로키는 승강구 바로 옆 바닥에 제노나이트 구체를 설치했다. 그는 침범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그는 자기가 내 칸막이벽에 뚫어놓은 구멍이 우주선의 구조적 완전성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고 나를 안심시킨다.

좋음. 마침내 그가 말한다. 이름은 ♬♩♪♬.

나는 주파수 분석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방금 소리는 낮은 라, 가온 도, 장 5음에 이어진 미 플랫 옥타브와 G단조 7음이었다. 나는 이 음을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몇 주 동안 이 스프레드시트를 살펴보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뜻이야?”

내 짝의 이름.

나는 눈을 크게 뜬다. 이 못된 녀석! 한 번도 나한테 짝이 있다는 얘기는 안 하더니! 에리디언들은 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는 여행을 하는 동안 몇 가지 생물학적 기본 지식을 이야기했다. 나는 인간들이 더 많은 인간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고, 로키는 아기 에리디언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말해 주었다. 에리디언은 암수 한 몸이고, 알을 나란히 낳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알들 사이에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면서 한 알이 다른 알을 흡수하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한 개의 알이 에리디언 날짜로 1년 뒤에 부화한다. 지구 날짜로는 42일이다.

기본적으로 알을 함께 낳는다는 것은 에리디언들에게 섹스와 같다. 그리고 이들은 평생 한 명의 배우자와 살아간다. 하지만 로키가 짝짓기를 했다는 얘기는 지금 처음 듣는다.

“너한테 짝이 있어?”

알 수 없음. 로키가 말한다. 짝에게 새로운 짝이 생겼을 수도 있음. 나는 오랫동안 떠나 있었음.

“슬프다.” 내가 말한다.

그래, 슬픔. 하지만 필요. 에리드 구해야 함. 네가 ♬♩♪♬의 인간 이름을 골라.

고유명사는 골칫거리다. 한스라는 남성한테서 독일어를 배우면, 그 사람을 그냥 한스라고 부르면 된다. 하지만 나는 로키가 내는 소리를 말 그대로 낼 수가 없고, 로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우리 중 한 명이 상대방에게 어떤 이름에 관해서 말하면, 상대방이 자기 언어에서 그 이름을 표현할 단어를 고르거나 지어내야 한다. 그러니 이제는 내가 ‘로키의 짝’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

“에이드리언.” 내가 말한다. 안 될 것도 없으니까. “인간 단어는 에이드리언이야.”

이해함. 그가 말한다. 그는 자기 터널을 따라 실험실로 내려간다.

나는 엉덩이에 두 손을 얹고, 목을 쭉 늘인 채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어디 가?”

먹음.

“먹는다고? 기다려!”

나는 로키가 뭘 먹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의 등딱지 맨 윗부분에서는 방열기 외의 구멍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음식을 받아들이는 거지? 알은 또 어떻게 낳고? 로키는 이 문제에 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려 했다. 서로의 우주선이 연결돼 있을 때 로키는 자기 우주선에서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자는 동안 여기저기서 몰래 식사하는 것 같다.

나는 잽싸게 사다리를 타고 실험실로 들어간다. 로키는 이미 수많은 손잡이를 붙잡고 수직 터널을 반쯤 기어 내려가고 있다. 나도 내 사다리를 타고 따라잡는다. “야, 나도 보고 싶어!”

로키는 실험실 바닥에 도착해 잠시 멈춘다. 사생활. 나 먹은 다음에 잠. 나 자는 거 지켜봄, 질문?

“네가 먹는 걸 보고 싶어!”

왜, 질문?

“과학.” 내가 말한다.

로키는 몇 차례 등딱지를 좌우로 움직인다. 조금 짜증이 난다는 뜻의 에리디언 몸짓이다. 생물학적. 역겨움.

“과학.”

그는 다시 등딱지를 움찔댄다. 이해함. 지켜봐. 그는 계속 내려간다.

“좋았어!” 나도 그를 따라 내려간다.

나는 숙소에 있는 비좁은 내 공간으로 끼어 들어간다. 요즘 숙소에 있는 내 물건은 침대와 변기, 로봇 팔뿐이다.

로키의 공간도 별로 없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숙소의 공간 대부분을 그가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공간은 로키가 가져온 수많은 쓰레기로 가득하다. 게다가 로키는 우주선에서 가져온 부품으로 숙소 안에 즉석 작업실과 생명 유지 장치를 만들어두었다.

그는 옆면이 부드러운 수많은 가방 중 하나를 열더니 밀봉된 꾸러미를 하나 꺼낸다. 그는 발톱으로 꾸러미를 찢는다. 나로서는 알아볼 수 없는 다양한 형태가 그 안에 들어 있다. 대부분 그의 등딱지와 비슷한, 돌 같은 물질이다. 로키는 발톱으로 그것들을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기 시작한다.

“그게 네 음식이야?” 내가 묻는다.

사회적 불편. 그가 말한다. 말하지 마.

“미안.”

에리디언들에게는 먹는 것이 비밀리에 해야 하는, 역겨운 일인 모양이다.

그가 음식의 돌처럼 딱딱한 덩어리들을 떼어내자 그 아래의 고기가 드러난다. 확실히 고기다. 딱 지구의 고기와 똑같이 생겼다. 우리가 생물을 구성하는 동일한 요소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장담하건대 우리는 같은 단백질을 사용하고 다양한 진화적 과제에 대해 같은 보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왔을 것이다.

이번에도 나는 우울함에 사로잡힌다. 남은 평생을 에리디언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보내고 싶은데! 먼저 인류를 구해야 한다. 인류 바보 멍청이. 내 취미 생활도 방해하고.

로키는 고기에서 돌덩어리들을 모두 떼어내 옆으로 치운다. 그런 다음, 고기를 작은 조각들로 찢는다. 어느 경우에든 로키는 음식을 원래 들어 있던 포장지 안에 둔다. 음식이 바닥에 닿는 법은 없다. 나라도 음식이 바닥에 닿는 것은 싫을 것이다.

잠시 후, 로키는 음식의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손으로 찢을 수 있을 만큼 찢어두었다. 어떤 인간도 먹을 것을 그렇게 잘게 조각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다음, 로키는 음식을 그 자리에 놔둔 채 자기 영역의 반대편으로 갔다. 그는 납작한 원통 모양의 통을 밀봉된 상자에서 꺼내 자기 가슴 아래에 둔다.

그런 다음 일이… 역겨워진다. 로키가 분명히 경고했으니 불평할 수는 없지만.

그의 복부를 덮은 돌투성이 갑옷이 갈라지더니, 그 밑에서 뭔가 살 같은 것이 보인다. 반짝거리는 은색 액체 몇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피인가?

그런 다음, 회색 덩어리가 그의 몸에서 통으로 툭 떨어진다. 축축한 철퍽 소리가 난다.

그는 통을 밀봉해서 원래 그 통이 들어 있던 상자에 다시 넣는다.

그는 음식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더니 휙 돌아서 등을 깔고 눕는다. 뻥 뚫린 배 부분의 구멍은 아직도 열려 있다. 안이 보인다. 안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살이 있다.

로키는 손 몇 개를 뻗어 음식 조각 중 몇 개를 골라잡는다. 그는 음식을 구멍으로 가져가 안에 떨어뜨린다. 천천히, 꼼꼼하게 이 작업을 반복한다. 마침내 모든 음식이 그의… 입? 배? 속에 들어간다.

씹는 과정은 없다. 이빨도 없다. 내가 아는 한 로키의 몸속에서 움직이는 부분은 없다.

그는 식사를 마친 다음 팔이 축 늘어지게 놔둔다. 사지를 쭉 뻗고 바닥에 꼼짝없이 엎드린다.

나는 로키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눌러 참는다. 아니, 죽은 것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아마 이것이 에리디언들이 식사하는 방법일 것이다. 대변을 보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래. 아까 나왔던 그 덩어리가 로키가 지난번에 먹고 남은 것인 듯하다. 로키는 단구성 생물이다. 그러니까 음식이 들어가는 구멍으로 배설물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의 배에 달린 구멍이 천천히 닫힌다. 딱지 같은 물질이 피부의 갈라진 부분에 생겨난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돌 같은 배 부분의 덮개가 잠시 후 다시 덮인다.

나… 잠…. 그가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낸다. 너… 봄…. 질문?

로키에게 음식으로 인한 혼수상태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조금도 자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건 생물학적으로 강요된, 식사 후의 낮잠이다.

“응, 내가 지켜볼게. 자.”

자…안…다…. 그가 웅얼거린다. 그런 다음 그는 여전히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잠들어버린다.

그의 호흡이 빨라진다. 로키가 잠들 때면 처음에는 늘 호흡이 빨라진다. 그의 몸이 열성 순환계에 있는 모든 열을 버려야 해서다.

몇 분 후, 그는 헐떡거리기를 멈춘다. 그가 멀쩡히, 정말로 잠든 모양이다. 나는 로키가 헐떡거리는 단계를 지나고 나서 두 시간 이내에 깨어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제는 살금살금 내 할 일을 하러 가도 된다. 방금 본 로키의 소화 순환에 관해 모든 것을 적을 생각이다.


1단계. 관찰 대상은 입을 통해 배설한다.


“그러게.” 나는 혼잣말을 한다. “그건 좀, 심하게 역겨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