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402-42733.jpg





깨어 보니 로키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제는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름 끼친다.

오각형 대칭을 이루고 있는 눈 없는 생명체가 나를 ‘쳐다보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냥 안다. 몸짓이 그렇달까.

너 깨어남. 그가 말한다.

“응.” 나는 침대에서 나와 기지개를 켠다. “음식!”

로봇 팔이 위로 올라가 내게 뜨거운 상자를 건네준다. 나는 상자를 열고 들여다본다. 달걀과 소시지인 것 같다.

“커피.”

로봇 팔은 충직하게 커피 한 잔을 건네준다. 중력이 없을 때는 커피가 담긴 주머니를 주지만 중력이 있을 때는 커피잔을 건넨다니 뭔가 멋지다. 헤일메리호 식당 리뷰를 남길 때 이 내용을 꼭 써줘야겠다.

나는 로키를 본다. “내가 자는 모습을 지켜볼 필요는 없어. 괜찮아.”

그는 숙소의 자기 구역에 있는 작업대로 관심을 돌린다. 에리디언의 문화적 규칙. 반드시 지켜봄. 그는 어떤 장치를 집어 들고 만지작거린다.

아, 문제의 단어가 나왔다. ‘문화’. 우리는 문화적인 문제를 그냥 받아들이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다. 이렇게 하면 사소한 분쟁은 모두 해결된다. 기본적으로는 “내 방식대로 하자. 나는 그렇게 컸으니까” 하는 식이다. 서로의 문화가 충돌하는 상황은 한 번도 맞닥뜨리지 못했다. 아직은.

나는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다. 로키는 그동안 내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에리디언의 예의범절이다.

“쓰레기.” 내가 말한다.

로봇 팔이 빈 컵과 음식 포장지를 가져간다.

나는 통제실로 올라가 조종석에 앉는다. 주 화면에 망원경 영상을 띄운다. 행성 에이드리언이 화면 가운데에 있다. 나는 지난 11일 동안 화면 속 에이드리언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에이드리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로키의 천문학 관련 기술을 점점 더 존경하게 된다. 에이드리언의 움직임이나 질량에 관한 로키의 관찰은 전부 정확하다.

로키가 한 중력 계산도 맞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아주 짧지만 고통스럽게 궤도 진입을 시도하게 될 테니까.

에이드리언은 흰색의 성긴 구름 몇 가닥이 대기 상층부에 있는, 엷은 녹색의 행성이다. 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헤일메리호의 컴퓨터에 탑재되었을 게 분명한 소프트웨어들이 놀랍게 느껴진다. 우리는 우주를 가르고 빠르게 돌진하는 동시에 빙글빙글 돌고 있다. 하지만 화면의 영상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가까워지고 있어.” 내가 말한다. 로키는 두 층 아래에 있지만 나는 평소와 똑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로키가 듣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직 공기 모름? 로키가 외친다. 내가 그의 막강한 청력을 잘 알고 있듯, 로키도 내 청각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지금 다시 해보려고.” 내가 말한다.

나는 분광계 화면으로 전환한다. 헤일메리호는 거의 모든 면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믿음직스러웠지만, 모든 게 완벽하게 작동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기대다. 분광계가 말썽이었다. 내 생각에는 디지타이저 쪽 문제인 것 같다. 매일 시도해 보고 있지만, 분광계는 계속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얻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에이드리언을 조준하고, 다시 시도한다. 가까이 갈수록 더 많은 반사광을 얻게 되니 어쩌면 지금은 분광계로 에이드리언의 대기 성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반사광이 나올지도 모른다.


분석 중….

분석 중….

분석 중….

분석 완료.


“됐어!” 내가 말한다.

됐어? 로키가 말한다. 평소보다 한 옥타브는 높다. 그는 날쌔게 자기 터널을 지나 통제실의 구체로 들어온다. 에이드리언 공기 무엇, 질문?

나는 화면의 결과를 읽는다. “어디 보자…. 이산화탄소 91퍼센트에 메탄 7퍼센트, 아르곤 1퍼센트, 나머지는 미량 가스인 것 같아. 대기 밀도도 꽤 짙어. 이 기체 전부가 투명한 기체인데, 행성 표면이 안 보이거든.”

보통 너 우주에서 행성 표면 볼 수 있음, 질문?

“응, 빛이 대기를 통과할 수 있으면 그렇지.”

인간 눈 놀라운 기관. 질투.

“그렇게까지 놀랍지는 않아. 에이드리언의 표면은 하나도 안 보이거든. 공기 밀도가 정말로 높아지면 더는 빛을 통과시키지 못해.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메탄이라… 이상한데.”

설명.

“메탄은 안정적인 기체가 아니야. 햇빛을 받으면 아주 빠르게 분해돼. 그런데 어떻게 메탄이 있는 거지?”

지질학이 메탄을 만듦. 이산화탄소 더하기 광물 더하기 물 더하기 열이 메탄을 만듦.

“응. 그것도 가능하지.” 내가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메탄이 너무 많아. 엄청나게 밀도가 높은 대기의 8퍼센트나 차지한다고. 지질학적인 요인으로 이렇게 많은 메탄이 발생할 수 있을까?”

다른 가설, 질문?

나는 목 뒤를 문지른다.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야. 그래도 이상한데.”

차이는 과학. 너 차이에 대해 생각. 가설을 세워. 너는 과학 인간.

“응. 생각해 볼게.”

궤도 진입까지 얼마, 질문?

나는 항로 제어기로 전환한다. 우리는 경로를 이탈하지 않았고, 궤도 진입을 위한 점화는 지금으로부터 스물두 시간 후로 예정돼 있다. “하루 좀 안 돼.” 내가 말한다.

흥분. 그가 말한다. 그때 우리 에이드리언에서 아스트로파지 표본 추출. 네 우주선 표본 수집기 제대로 작동, 질문?

“응.” 나는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전혀 알 방법이 없지만 그렇게 말한다. 내가 내 우주선의 작동 방식을 그저 어렴풋하게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로키가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과학 기구들을 쭉 넘겨보다가, 외부 수거함 제어판에서 멈춘다. 나는 화면의 도표를 살펴본다. 이 정도면 간단하다. 수거함은 직사각형 상자다. 작동시키면 위쪽으로 회전해 선체와 직각을 이루게 된다. 그러면 직사각형의 양옆에 있는 문 두 개가 열린다. 안에는 끈끈한 합성수지가 잔뜩 들어 있다. 안으로 날아 들어오는 것을 무엇이든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거다. 벌레 잡는 끈끈이. 화려한 우주의 끈끈이지만, 결국 끈끈이다.

수집한 다음에 수거함 어떻게 우주선에 들어옴, 질문?

간단하다는 게 편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아는 게 맞는다면, 수집된 표본을 처리할 자동화된 시스템은 전혀 없다. “내가 가서 가져와야지.”

인간 놀라움. 너 우주선 떠남.

“응, 그러게.”

에리디언들은 굳이 우주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뭐하러 그러겠는가? 에리디언의 입장에서 보면 우주에는 감각 정보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그건 마치 인간이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검은색 페인트로 이루어진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에리디언들은 선외활동을 위해 선체 로봇을 활용한다. 헤일메리호에는 그런 로봇이 없으므로, 모든 선외활동은 내가 해야 한다.

놀랍다는 잘못된 단어. 그가 말한다. 놀랍다는 칭찬. 더 나은 단어는 ♬♪♬♪.

“그게 무슨 뜻인데?”

사람이 정상적이지 않게 행동함. 자기에게 위험.

“아.” 나는 새로운 화음을 내 언어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며 말한다. “미쳤다. 우리말로는 그걸 ‘미쳤다’고 해.”

미쳤다. 인간들은 미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와, 이런 똥 꼬다리 같은 게!” 내가 말한다.

“선생님, 고운 말 쓰셔야죠!” 무전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농담이고, 무슨 일입니까?”

표본 유리병이 내 손에서 수영장 바닥으로 부드럽게 떨어진다. 3피트를 낙하하는 데 몇 초가 걸리기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수영장 밑바닥에서 이놈의 EVA 우주복을 입고 있으니 내게 손을 뻗어 그 유리병을 잡을 가망성은 전혀 없다.

“3번 유리병을 떨어뜨렸어요.”

“그렇군요.” 포레스터가 말했다. “그걸로 지금까지 유리병 세 개네요. 집게 도구를 손봐야겠습니다.”

“도구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그냥 제 문제일지도 모르죠.”

장갑을 껴서 둔해진 내 손에 들린 도구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꽤 독창적이었다. 이 도구는 EVA 우주복 장갑의 서툰 손바닥을 섬세한 조작이 가능한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검지로 방아쇠를 꽉 쥐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집게의 두 다리가 2밀리미터씩 간격을 좁혔다. 가운뎃손가락으로 다른 방아쇠를 꽉 쥐면 집게가 시계방향으로 90도까지 회전했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는 집게를 앞쪽으로 90도까지 기울일 수 있었다.

“기다리세요, 동영상 확인하는 중입니다.” 포레스터가 말했다.

존슨 우주기지에 있는 나사의 중성 부력 실험실은 그 자체로 기술이 일구어 낸 기적이었다. 거대한 수영장은 안에 실물과 똑같은 크기의 국제 우주정거장 복제품을 넣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용도는 EVA 우주복을 입고 무중력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우주인들을 훈련하는 것이었다.

수없이 많은 회의 끝에(안타깝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했다) 미생물학계는 이 임무에 최적화된 도구가 필요하다고 스트라트를 설득했다. 그녀는 이런 도구 중 어느 것도 임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동의했다. 그녀는 모든 중요한 도구가 수백만 시간의 소비자 시험을 거친 기성품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스트라트의 애완 과학자였던 내게는 IVME 키트를 시험하는 임무가 떨어졌다.

IVME는 신이 절대로 같이 쓰지 말라고 한 네 단어를 한데 붙여 만든 약자였다. 그 네 단어란 진공 내 미생물학 장비(In Vacuo Microbiology Equipment)였다. 아스트로파지는 우주에 산다. 지구에서, 우리 대기에서 아스트로파지를 연구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진공의 무중력상태에서 연구하기 전까지는 녀석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헤일메리호의 대원들에게는 이런 도구가 필요했다.

나는 위풍당당한 국제 우주정거장 모형을 뒤로 하고 중성 부력 실험실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스쿠버다이버 두 명이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나를 구조할 준비를 하고 근처에서 떠다녔다.

나사에서는 내가 쓸 수 있도록 금속 실험대 하나를 가라앉혔다. 우주에는 흡입력이 없으므로 피펫을 완전히 새로 고안해야 하긴 했지만, 진공상태에서 작동하는 장비를 만드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진짜 문제는 그 장비를 사용할 사람이 착용해야 하는 EVA 우주복의 둔한 장갑이었다. 아스트로파지는 진공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뭐, 최소한 러시아의 EVA 우주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서는 많이 배웠다.

그래, 러시아 제품이다. 미제가 아니다. 스트라트는 몇몇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그들 모두가 러시아의 올란 EVA 우주복이 가장 안전하고 믿음직스럽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임무에는 러시아제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 어떻게 된 건지 알겠네요.” 포레스터가 헤드셋을 통해 말했다. “박사님은 집게에 축을 기울이라고 명령하셨는데, 집게가 그냥 손을 놔 버렸어요. 내부의 마이크로 케이블 와이어가 꼬인 게 분명합니다. 제가 금방 갈게요. 집게를 가지고 수면으로 나와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나는 두 잠수부에게 손을 흔들며 위쪽을 가리켰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수면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크레인 장치가 나를 수영장에서 끌어내 근처 데크에 내려놓았다. 기술자 몇 명이 나서서 내가 우주복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건 꽤 쉬운 일이었다. 나는 그냥 등 덮개에서 걸어 나왔다. 이런 번데기 우주복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포레스터가 옆방의 통제실에서 나와 도구를 챙겼다. “제가 몇 가지 바꿔볼 테니 두어 시간 뒤에 다시 해보죠. 박사님이 수영장에 계실 때 호출을 받았는데, 30동에서 박사님을 찾습니다. 비행 통제 시뮬레이터를 재설정해야 해서 셔피로와 두보이스에게 두어 시간 쉬는 시간이 생겼다는군요. 딴짓할 틈은 없죠. 스트라트가 박사님더러 그리로 가서 두 사람에게 아스트로파지와 관련된 연수를 해주라고 하네요.”

“알겠습니다, 오버.” 내가 말했다. 세계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사 본부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멋져서 나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중성 부력 실험실을 떠나 30동으로 향했다. 요청하면 자동차를 보내주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걸어서 겨우 10분 거리였으니까. 게다가 나는 우리나라 우주 탐험의 역사 속을 걸어 다니는 게 좋았다.

나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들어간 다음, 미리 설치된 작은 회의실로 계속 걸어갔다. 파란색 비행용 제복을 입은 두보이스가 일어서서 나와 악수했다. “그레이스 박사님.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보이스 앞에는 꼼꼼한 서류와 메모가 정리돼 있었다. 애니 셔피로의 엉성한 메모와 구겨버린 종이도 두보이스 옆 탁자에 흩어져 있었고. 하지만 그녀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애니는요?” 내가 물었다.

두보이스가 다시 앉았다. 앉아 있는 동안에도 그는 단호하고 완벽한 자세를 유지했다. “잠시 화장실에 갔습니다. 금방 돌아올 겁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배낭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라일랜드라고 부르셔도 돼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박사잖아요. 그냥 이름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죄송합니다, 그레이스 박사님. 제가 그렇게 자라질 않아서요. 하지만 원하신다면 저를 마틴이라고만 부르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노트북을 꺼내서 켰다. “최근엔 좀 어떠세요?”

“잘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셔피로 박사와 저는 성적인 관계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음. 그렇군요.”

“박사님께 알려드리는 게 신중한 처신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공책을 펴고 그 옆에 펜을 내려놓았다. “이번 임무의 핵심 대원 사이에는 아무 비밀이 없어야 하니까요.”

“아 네, 그럼요.”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가 될 건 없죠. 박사님은 주요 과학 요원이고, 애니는 예비 요원이니까요. 두 분이 함께 임무에 참여하는 상황은 없어요. 하지만 … 제 말은… 두 분 관계가….”

“네, 박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두보이스가 말했다. “저는 1년 안에 자살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게 됩니다. 어떤 이유로든 간에 제가 이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명되거나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애니가 자살 임무를 수행하게 되고요. 우리는 이 점을 인식하고 있고, 이 관계가 오직 죽음으로밖에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참 삭막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네요.” 내가 말했다.

그는 두 손을 몸 앞에서 포갰다. “셔피로 박사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저희는 매우 적극적인 성적 만남을 즐기고 있습니다.”

“네, 그래요. 그런 것까지 제가 알 필요는….”

“콘돔도 필요하지 않죠. 셔피로는 피임 중이고, 우리 둘 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굉장히 철저하게 의학적 검사를 받았으니까요.”

나는 두보이스가 화제를 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컴퓨터에 타자를 쳤다.

“꽤 즐겁습니다.”

“그러시겠죠.”

“아무튼, 박사님이 아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아니, 그럼요.”

문이 열리고 애니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미안! 미안합니다! 오줌이 마려워서요. 뭐랄까 … 엄청 심하게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위대한 성취를 이룬 미생물학자가 말했다. “오금이 다 저리더라니까요!”

“어서 오세요, 셔피로 박사님. 제가 그레이스 박사님에게 우리의 성적 관계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멋진데요.” 애니가 말했다. “네, 우린 숨길 게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튼,” 두보이스가 말했다. “제가 지난번 수업을 제대로 기억하는 거라면 우리는 아스트로파지 미토콘드리아 내의 세포생물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네. 오늘은 아스트로파지의 크레브스회로를 다룰 겁니다. 지구의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지만, 한 가지 단계가 더 있는데….”

애니가 손을 들었다. “아, 미안해요. 한 가지만 더요.” 그녀가 두보이스를 돌아보았다. “마틴, 이번 수업이 끝나고 나서 다음 훈련을 위한 운동이 시작되기까지 15분 동안 개인 시간이 있는데요, 복도 저쪽에 있는 화장실에서 만나서 섹스할래요?”

“그것참 좋겠네요.” 두보이스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셔피로 박사님.”

“좋아요, 멋지네요.”

둘 다 나를 보았다. 수업을 받을 준비가 된 표정이었다. 나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 공유가 또 이루어지지는 않을지 확인하느라 몇 초를 기다렸지만, 둘은 만족한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래서, 아스트로파지의 크레브스회로에는 변종에 있는데…. 잠깐만요. 두보이스 박사님은 둘이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이분을 셔피로 박사님이라고 부르세요?”

“당연하죠. 그게 셔피로 박사님 이름인데요.”

“난 마음에 들어요.” 셔피로가 말했다.

“물어봐서 미안합니다.” 내가 말했다. “자, 크레브스회로는….”



행성 에이드리언에 대한 로키의 데이터는 대단히 정확했다. 에이드리언의 질량은 지구의 3.93배였고, 그 지름은 1만 318킬로미터였다(거의 지구의 두 배였다). 에이드리언은 초속 35.9킬로미터의 평균 궤도속도로 타우세티 주위를 돌았다. 여기에 더해, 로키는 이 행성의 위치를 0.00001퍼센트 오차 내로 정확하게 맞췄다. 진입 시의 추진력을 알아내는 데 필요한 정보는 이게 전부였다.

숫자가 정확하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궤도에 진입할 때 심각하게 허둥거렸을 것이다.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

물론 스핀 드라이브를 조금이라도 사용하려면 일단 원심분리기 모드에서 벗어나야 했다.

로키와 나는 통제실에 둥둥 떠 있다. 로키는 천장의 구체에, 나는 조종석에. 나는 얼굴에 멍청한 미소를 지은 채 카메라 화면을 보고 있다.

다른 행성에 오다니! 이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아니다. 나는 지난 몇 주 동안 다른 별에 와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항성계에 들어간다는 건 그리 실감 나지 않는다. 타우세티는 태양과 무척 비슷하다. 밝고, 너무 가까이는 다가갈 수 없으며, 뿜어내는 빛의 주파수까지 태양과 대체로 비슷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행성에 가는 것이 훨씬 신난다.

에이드리언의 성긴 구름이 관성에 따라 우리 발밑을 부드럽게 흘러간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성긴 구름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우리가 그 위로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해야 한다. 에이드리언은 지구보다 높은 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궤도속도는 초속 12킬로미터를 조금 넘는다. 지구를 공전할 때 필요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위에 올라와서 보니, 11일 동안 내가 지켜봐 온 옅은 초록색의 행성이 훨씬 더 자세하게 보인다. 그냥 초록색이 아니다. 행성을 둘러싼 짙은 색과 옅은 색의 초록색 띠들이 있다. 목성이나 토성과 똑같다. 하지만 그 거대한 가스상 혹성들과는 달리, 에이드리언은 돌로 이루어진 세계다. 로키의 메모 덕분에 우리는 에이드리언의 지름과 질량을 알고 있다. 그 말은 우리가 에이드리언의 밀도를 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밀도는 오직 기체로만 이루어져 있다기에는 너무 높다. 보이지만 않을 뿐 저 아래 어딘가에는 행성의 표면이 존재한다.

세상에, 누가 착륙선만 준다면 무슨 대가든 치를 수 있을 텐데!

현실적으로는 착륙해 봐야 좋을 게 없다. 에이드리언에 착륙할 무슨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나는 이 행성의 대기에 깔려 죽을 것이다. 금성에 착륙하는 것과 같겠지. 그런 면에서는 에리드에 착륙하는 것과도 같고. 세상에, 그럼 로키한테 착륙선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 아래의 기압은 에리디언에게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에리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로키는 통제실의 자기 구체 안에서 무슨 장치를 조정하고 있다. 거의 총하고 비슷하게 보인다. 우리가 우주 전쟁을 시작한 것 같지는 않으니까 총이 아닌 다른 무엇이겠지만.

로키는 한 손으로 그 장치를 들고 다른 손으로 톡톡 두드리더니, 다른 두 손을 써서 짧은 케이블로 그 장치와 연결된 사각형 판을 들어 올린다. 남은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제자리에서 버틴다.

그는 드라이버처럼 보이는 것으로 장치를 좀 더 조율한다. 갑자기 판이 살아난다. 원래 그 판은 완전한 평면이었는데, 이제는 질감이 생겼다. 로키가 총 부분을 좌우로 흔들자 화면의 무늬가 좌우로 움직인다.

성공! 작동!

나는 더 잘 보려고 조종석 가장자리 너머로 몸을 숙인다. “그게 뭐야?”

기다려. 로키는 총 부분으로 내 외부 카메라 화면을 겨눈다. 그가 제어장치 두어 군데를 건드리자 직사각형 위의 무늬가 원을 이룬다. 자세히 보니 원의 일부가 다른 부분보다 조금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입체 지도 같은 모습이다.

이 장치는 빛을 들음. 인간 눈과 같음.

“아. 카메라구나.”

♬♪♬. 그가 빠르게 말한다. 이제 우리 사전에는 ‘카메라’라는 단어가 생겼다.

이 장치는 빛을 분석해 질감으로 보여줌.

“아, 그럼 네가 질감을 느낄 수 있구나?” 내가 말한다. “멋진데.”

감사. 로키는 카메라를 구체의 벽에 붙이고, 내 중앙 화면을 가리키도록 각도를 조정한다. 인간이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무엇, 질문?

“380에서 740나노미터 사이의 모든 파장을 볼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툭 친다고 바로 이런 답을 뱉어낼 수 없다. 그야 그 사람들은 교실 벽에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거대한 도표를 붙여둔 중학교 선생님이 아니니까.

이해함. 그가 말한다. 로키가 장치의 손잡이 몇 개를 돌린다. 이제 나는 네가 보는 것을 ‘봄’.

“넌 아주 놀라운 엔지니어야.”

로키는 별것 아니라는 듯 발톱을 내젓는다. 아님. 카메라는 오래된 기술. 디스플레이도 오래된 기술. 둘 다 과학 때문에 내 우주선에 있었음. 나는 안에서 쓰려고 수정했을 뿐.

에리디언의 문화에는 겸손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아니면 로키가 그냥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든지.

그는 자기 화면에 나타난 원을 가리킨다. 이것이 에이드리언, 질문?

나는 로키가 가리키는 에이드리언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다음 내 화면과 비교한다. “응. 그리고 그 부분은 ‘초록색’이야.”

나한테는 그 단어 없음.

당연히 에리디언의 언어에는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 있을 이유가 없잖은가? 나는 한 번도 색깔을 신비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색깔에 대해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누군가에게 색깔이란 틀림없이 꽤 이상한 존재일 것이다. 자기장 스펙트럼 내의 주파수 범위에 이름을 붙여두다니. 하긴, 내 학생들은 모두 눈을 가지고 있는데도 내가 ‘엑스레이’니 ‘극초단파’니 ‘와이파이’니 ‘보라색’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빛의 파장이라는 얘기를 해주면 놀란다.

“그럼 네가 이름을 붙여.” 내가 말했다.

그래, 그래. 나 이 색깔에 이름을 붙임. 중간 거칠기. 내 화면의 무늬는 고주파 빛을 나타낼 때 매끄러움. 저주파 빛을 나타낼 때 거칠음. 이 색깔은 중간 거칠기.

“알겠어.” 내가 말한다. “그리고 맞아. 초록색은 인간이 볼 수 있는 파장의 바로 중간에 있어.”

좋음, 좋음. 그가 말한다. 표본은 준비됨, 질문?

지금까지 우리는 약 하루 동안 궤도를 돌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표본 수집기를 작동시켰고. 나는 외부 수거함으로 화면을 전환한다. 화면을 통해 표본 수집기가 완전히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얼마나 오랫동안 개방되어 있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스물한 시간 십칠 분이 지났다.

“응, 그런 것 같아.”

가져와.

“윽.” 나는 신음한다. “EVA 우주복이 너무 귀찮아!”

게으른 인간. 가서 가져와!

나는 웃는다. 농담할 때면 로키의 목소리가 약간 달라진다. 그걸 알아듣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건 마치… 단어 사이에 뜸을 들이는 것과 비슷하달까. 억양이 다르다. 정확히 지적하지는 못하겠지만 들으면 안다.

외부 수거함 화면에서 나는 수집기에 문을 닫고 평평한 형태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화면에는 명령이 수행되었다고 표시되고 선체 카메라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올란 EVA 우주복에 기어 들어가 에어로크에 들어간 다음, 에어로크를 회전시킨다.

직접 보니 에이드리언은 그야말로 훌륭하다. 우주선에서 나온 나는 그 거대한 세상을 쳐다보느라 몇 분 동안 선체 위에 머물러 있다. 짙고 옅은 초록색 띠들이 구체를 덮고 있으며, 타우세티에서 반사된 빛은 그야말로 숨이 멎을 듯하다. 몇 시간이라도 쳐다보고 있을 수 있다.

아마 나는 지구도 이렇게 쳐다봤을 것이다. 기억이 나면 좋을 텐데. 세상에, 그 기억이 나면 정말로 좋겠다. 지구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다웠을 텐데.

너 오래 나가 있음. 로키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온다. 너 안전, 질문?

나는 EVA 우주복 화면이 늘 통제실의 스피커보다 큰 소리로 무전 내용을 재생하도록 설정해 두었다. 이에 더해, 로키의 통제실 구체에도 헤드셋 마이크를 테이프로 붙여놓고 음성을 통해 활성화되도록 설정했다. 로키가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그 말이 송신됐다.

“에이드리언을 보고 있어. 예쁘다.”

나중에 봐. 지금은 표본 가져와.

“너 되게 이래라저래라한다.”

맞음.

나는 에이드리언의 빛에 흠뻑 젖은 채 선체를 따라 기어간다. 모든 것에 연녹색이 깃들어 있다. 나는 표본 수집기가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본다.

내 예상처럼 크지 않다. 50센티미터쯤 되는 사각형이다. 옆에는 주위에 온통 빨간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레버가 붙어 있다. 레버에 적힌 글자는 ‘ECU를 떼어내려면 레버를 당기시오 — потянуть рычаг чтобы освободить ECU — 拉杆释放ECU’이다.

나는 외부 수집기에 있는 편리한 구멍에 사슬을 채우고(아마 바로 이런 용도로 뚫어놓은 것이겠지), 레버를 열림 쪽으로 당긴다.

표본 수집기가 선체에서 떨어져 나와 둥실둥실 떠다닌다.

나는 표본 수집기를 끌고 선체를 다시 가로질러 에어로크로 향한다. 에어로크를 다시 회전시킨 다음 우주복에서 기어 나온다.

문제없음? 로키가 묻는다.

“응.”

좋음! 로키가 말한다. 과학 장비로 살펴봄, 질문?

“응. 지금.” 나는 원심분리기 화면을 띄운다. “중력 준비해.”

그래, 중력. 로키는 세 발로 손잡이를 꽉 잡는다. 과학 장비를 위해.

일단 원심분리기가 가동되자 나는 실험실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로키가 종종걸음치며 터널을 따라 실험실 천장으로 들어오더니 골똘히 지켜본다. 뭐, ‘지켜보는’ 건 아니다. 골똘히 귀 기울인다고 해야겠지.

나는 표본 수집기를 실험대에 올려놓고 판 하나를 펼친다. 이쪽은 타우세티를 향해 있던 면이다. 눈에 들어온 모습에 나는 미소 짓는다.

나는 목을 쭉 늘이고 로키를 쳐다본다. “이 판은 처음에 흰색이었는데, 지금은 검은색이야.”

이해 못 함.

“표본 수집기의 색깔이 아스트로파지 색으로 바뀌었어. 아스트로파지를 엄청 많이 수집한 거야.”

좋음, 좋음!

이어진 두 시간 동안, 나는 표본 수집기 양면에서 모든 것을 긁어내, 각 면에서 긁어낸 것을 각각의 통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각 표본을 물로 잘 헹궈 아스트로파지가 바닥으로 가라앉게 둔다. 긁어낼 때 끈적거리는 물질도 아스트로파지와 함께 많이 떨어져 나왔을 게 분명한데 그건 없애고 싶으니까.

나는 일련의 실험을 진행한다. 일단은 아스트로파지 몇 개로 DNA 표지자 실험을 해, 이것들이 지구에서 발견되는 아스트로파지와 같은 것인지 살펴본다. 같은 종류다. 최소한 내가 확인한 표지자는 동일하다.

그런 다음, 나는 각 표본의 전체적인 개체 수를 확인한다.

“흥미로운데.” 내가 말한다.

로키가 돌연 흥미를 모인다. 무엇이 흥미로움, 질문?

“양면의 개체 수가 대체로 비슷해.”

예상 못 함. 그가 말한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동의한다.

표본 수집기의 한쪽 면은 타우세티를, 다른 면은 에이드리언을 향해 있었다. 아스트로파지는 번식을 위해 이주한다. 기운찬 아스트로파지 한 마리가 눈을 반짝이며 에이드리언으로 향한다면 돌아오는 아스트로파지는 둘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대충 말하면, 타우세티에서 에이드리언으로 가는 것보다 에이드리언에서 타우세티로 가는 아스트로파지의 숫자가 두 배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으로 들어오는 아스트로파지의 숫자가 타우세티로 나가는 아스트로파지의 숫자와 같았다.

로키는 더 자세히 보려고 실험실 천장 전체에 설치된 터널을 따라 기어 온다. 세어 볼 때 잘못, 질문? 너 어떻게 셈, 질문?

“두 표본의 총 열에너지 방출량을 측정했어.” 그건 손에 쥐고 있는 아스트로파지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내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아스트로파지는 하나하나 고집스럽게 섭씨 96.415도를 유지한다. 아스트로파지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내가 아스트로파지를 올려놓은 금속판에서 흡수되는 열에너지의 총량이 많아진다.

로키는 두 발톱을 서로 탁탁 부딪힌다. 좋은 방법. 개체 수 같은 게 틀림없음. 어떻게, 질문?

“몰라.” 나는 ‘돌아오는’(그러니까, 에이드리언에서 타우세티로 돌아가던) 아스트로파지 일부를 슬라이드에 펴 바르고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가져간다.

로키는 잽싸게 터널을 지나 따라온다. 그거 무엇, 질문?

“현미경.” 내가 말한다. “아주 작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거야. 이게 있으면 아스트로파지를 볼 수 있어.”

놀라움.

나는 표본을 보고 헛숨을 들이켠다. 이 안에는 아스트로파지 말고도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

낯익은 아스트로파지의 검은 점들이 표본 전체에 널려 있다. 하지만 반투명한 세포들, 박테리아처럼 보이는 더 작은 것들, 아메바 같은 더 큰 것들도 있다. 가느다란 것, 뚱뚱한 것, 소용돌이처럼 생긴 것….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가 너무 많다. 호수의 물 한 방울에 들어 있는 모든 생명체를 구경하는 것 같다!

“와아!” 내가 말한다. “생명이야! 이 안에는 온갖 생명체가 들어 있어! 아스트로파지만이 아니야. 다양한 종들이 엄청 많이 있다고!”

로키는 문자 그대로 터널 벽에서 튀어 오른다. 놀라움! 놀라움 놀라움 놀라움!

“에이드리언은 그냥 행성이 아니야.” 내가 말한다. “에이드리언은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었어. 지구나 에리드처럼! 이러면 메탄이 다 어디서 나오는지 설명이 되지. 생명체가 메탄을 만들어내니까!”

로키는 얼어붙는다. 그러더니 그는 불쑥 위로 솟구친다. 나는 로키가 그렇게 높이 등딱지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생명체가 개체 수 차이의 이유! 생명체가 이유!

“뭐?” 내가 말한다. 그는 내가 본 어느 때보다 신나 있다. “어떻게? 이해가 안 되는데.”

그는 터널 벽을 발톱으로 톡톡 두드리며 내 현미경을 가리킨다. 에이드리언에 있는 어떤 생명체가 아스트로파지를 먹음! 개체 수 균형. 자연의 질서. 모든 것 설명!

“세상에!” 나는 헛숨을 들이켠다. 심장이 쿵쾅거리다 가슴을 뚫고 튀어 나갈 것 같다. “아스트로파지한테 포식자가 있는 거야!”

에이드리언에는 완전한 생물권이 있었다. 아스트로파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페트로바선 안에도 활동 중인 생물권이 있었다.

여기에서 그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수없이 많은 다양한 생명체들 모두가 우주에서 이주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들 모두가 같은 유전적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아스트로파지는 그저 이곳에서 진화한 많고 많은 생명체 중 하나였다. 그리고 모든 생명에는 변종과 포식 관계가 있다.

에이드리언은 그냥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된 행성이 아니었다. 아스트로파지의 고향이었다! 그리고 아스트로파지를 먹는 포식자들의 고향이기도 했다.

“놀라운데!” 나는 소리친다. “그 포식자를 찾아내면….”

…고향으로 가지고 가! 로키가 말한다. 평소보다 두 옥타브는 높은 목소리다. 포식자가 아스트로파지를 먹고 번식. 더 많은 아스트로파지를 먹고 번식. 더 더 더 많은 아스트로파지 먹음! 별들을 구함!

“맞아!” 나는 터널 벽을 손마디로 쾅 쳤다. “하이파이브!”

무엇, 질문?

나는 터널을 다시 두드렸다. “이거. 이렇게 해.”

그는 내 손 반대편 벽에 대고 내 동작을 따라한다.

“축하해!” 내가 말한다.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