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일메리호의 대원들은 휴게실 소파에 앉아서 각자 자기가 고른 음료를 들고 있었다.
야오 대장은 독일 맥주를, 엔지니어 일류키나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커다란 보드카 텀블러를, 과학 전문가인 두보이스는 2003년 카베르네 소비뇽 한 잔을 들고 있었다. 두보이스는 와인에 숨 쉴 시간을 주겠다면서 10분 전에 미리 따라놓았다.
휴게실 자체를 마련하는 것만도 엄청나게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스트라트는 임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것은 그 무엇도 좋아하지 않았고, 항공모함에 딱히 여유 공간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온 100명 넘는 과학자들이 쉴 만한 공간을 요구하자 스트라트도 물러섰다. 격납고 한쪽 구석에 이런 ‘호사’를 가능하게 할 조그만 방이 마련됐다.
북적거리는 방에서 수십 명이 벽에 걸린 모니터로 TV를 보았다.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대원들이 소파에 앉게 됐다. 대원들에게는 가능한 한 모든 특전과 특혜가 주어졌다. 그들은 인류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려 했다. 그들에게 최고의 자리를 주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였다.
“발사까지 겨우 몇 분이 남아 있습니다.” BBC 기자가 말했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의 뉴스를 볼 수도 있었겠지만 전부 똑같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멀리서 찍은 화면 사이사이로, 발사대 위에 올라가 있는 거대한 발사용 로켓이 나왔다.
기자는 모스크바의 임무 통제 센터를 내려다보는 관찰실에 서 있었다. “오늘의 발사는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예정된 총 열여섯 번의 발사 중 아홉 번째 발사이지만, 가장 중요한 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발사되는 탑재 화물에는 조종석, 실험실, 숙소를 조립하기 위한 부품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제 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이 부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향후 2주간에 걸쳐 지난 몇 차례의 여정을 통해 건설된 헤일메리호의 프레임에 이 부품들을 앉힐 예정으로….”
일류키나가 보드카 텀블러를 들어 올렸다. “내 집을 조져놓지만 말아줘, 로스코스모스 후레자식들아!”
“일류키나 씨 친구들 아니에요?” 내가 물었다.
“친구이면서 후레자식일 수도 있는 거죠!” 일류키나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카운트다운이 화면에 나왔다. 1분도 남지 않았다.
야오가 몸을 앞으로 숙이고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힘들 게 틀림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이 펼쳐지는 걸 수동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행동파 군인이라니.
두보이스가 야오의 표정을 보았다. “발사는 분명 잘 될 겁니다, 야오 대장님.”
“음.” 야오가 말했다.
“발사까지 30초.” 일류키나가 말했다. “그렇게까지는 못 기다리겠는데.” 그녀는 보드카를 단숨에 삼키더니 즉시 한 잔을 더 따랐다.
카운트다운이 계속되면서 모여 있던 과학자들이 앞으로 조금 밀고 나왔다. 어쩌다 보니 나는 소파 뒤에 꼼짝없이 붙게 됐다. 하지만 화면에 너무 집중하느라 그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두보이스가 목을 쭉 빼고 나를 돌아봤다. “스트라트 씨는 함께하지 않습니까?”
“그럴걸요.” 내가 말했다. “스트라트 씨는 발사 같은 재미있는 일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아마 자기 사무실에서 스프레드시트를 살펴보고 있거나 할 거예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박사님이 여기 계시는 게 다행이군요. 어떤 면에서는 박사님이 스트라트 씨를 대신하시니까요.”
“제가요? 스트라트를 대신한다고요?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일류키나가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 보았다. “박사님이 넘버 투 아니에요? 헤일메리 프로젝트의 일등항해사 아니신가요?”
“뭐라고요? 아니에요! 전 그냥 과학자 중 한 명일뿐이에요. 이분들하고 똑같아요.” 나는 내 뒤의 남녀들을 가리켰다.
일류키나와 두보이스는 서로를 보더니 다시 나를 보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류키나가 말했다.
밥 리어델이 내 뒤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레이스 박사님, 박사님은 우리랑 달라요.”
나는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다를 리가 없죠. 왜 다르다는 거예요?”
“요점은,” 두보이스가 말했다. “박사님이 어떤 식으로든 스트라트 씨에게 특별한 분이라는 겁니다. 저는 두 분이 성적인 화합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무슨…. 뭐요? 미쳤어요? 아니에요! 절대로!”
“흠.” 일류키나가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그렇게 해보는 게 어때요? 스트라트 씨는 너무 빡빡하잖아요. 호젓한 데서 좀 즐기면 스트라트 씨한테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니, 세상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나는 돌아서서 과학자들을 마주 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눈을 피했다. “그런 일은 전혀 없어요! 내가 넘버 투도 아니고요! 난 그냥 과학자예요. 나머지 여러분처럼 이 프로젝트에 끌려 들어왔단 말입니다!”
야오가 돌아서더니 잠시 나를 쳐다봤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가 말을 할 때면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박사님은 넘버 투가 맞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다시 화면을 돌아보았다.
BBC 아나운서가 화면에 표시된 타이머에 맞춰 마지막 몇 초를 함께 세었다. “셋… 둘… 하나 … 발사!”
불꽃과 연기가 화면의 로켓을 둘러쌌고 로켓은 하늘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느렸지만 점점 속도를 더해가면서.
일류키나는 몇 초 동안 유리잔을 들고 있더니 결국 환호성을 터뜨렸다. “발사대가 비었습니다! 발사 성공이에요!” 그녀가 보드카를 꿀꺽 삼켰다.
“겨우 지상에서 100피트 떨어졌을 뿐이에요.” 내가 말했다.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떨까요?”
두보이스가 와인을 홀짝였다. “우주인들은 발사대가 비면 축하합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야오도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어째서! 안! 되냐!” 나는 한마디, 한마디 내뱉으며 양쪽 손바닥으로 내 이마를 친다.
나는 기운이 빠져 실험실 의자에 주저앉는다.
로키는 머리 위의 자기 터널에서 나를 지켜본다. “포식자 없음, 질문?”
“포식자가 없어.” 나는 한숨을 쉰다.
실험은 매우 간단하다. 유리 구체 안에 에이드리언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공기는 사실 에이드리언에서 온 것은 아니지만, 기체의 비율은 대기의 분광 도표에 근거하고 있다. 기압은 아주 낮다. 10분의 1기압이다. 에이드리언의 대기 상층부와 같은 기압이 틀림없다.
구체 안에는 우리가 모아온 에이드리언의 생명체들과 새 아스트로파지들이 있다. 나는 맛있고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아스트로파지를 잔뜩 제공하면 포식자의 개체 수가 치솟을 테고, 그 녀석이 지배적인 세포 유형이 되면 녀석을 표본에서 분리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확실함, 질문?”
나는 임시로 만든 열에너지 표시기를 확인한다. 그저 일부는 얼음물에 담가져 있고 일부는 구체에 부착된 열전쌍일 뿐이다. 아스트로파지에 의해 발생한 열에너지는 얼음 때문에 소진된다. 그 결과로 나오는 열전쌍의 온도가 아스트로파지가 뿜어내는 열에너지의 총량을 알려준다. 온도가 떨어지면 아스트로파지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응. 확실해.” 내가 말한다. “아스트로파지 개체 수에 변화가 없어.”
“어쩌면 구체의 온도가 안 좋은 걸지도 모름. 너무 뜨거움. 에이드리언의 위쪽 대기는 아마 네 실온보다 훨씬 차가울 것임.”
나는 고개를 젓는다. “에이드리언의 공기 온도는 상관없을 거야. 포식자는 아스트로파지의 온도를 다룰 수 있을 게 틀림없으니까.”
“아. 그렇지. 네 말이 맞음.”
“어쩌면 포식자 가설이 틀린 걸지도 몰라.” 내가 말한다.
로키는 딸깍거리며 실험실 저쪽 끝으로 터널을 가로질러 간다. 그는 생각에 잠기면 어슬렁거린다. 인간과 에리디언이 둘 다 그런 행동을 보인다니 흥미로운 일이다. “포식자만이 유일한 설명. 어쩌면 포식자들은 페트로바선에 살지 않는 걸지도 모름. 대기 아래쪽 더 깊숙한 곳에 살지도 모름.”
나는 퍼뜩 고개를 든다. “그럴지도.”
나는 실험실 모니터를 살펴본다. 모니터에는 에이드리언의 외부 카메라 영상을 띄워두었다. 무슨 과학적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멋있어 보이니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명암경계선을 건너 이 행성의 낮 부분으로 들어가기 직전이다. 궤도의 여명이 호선을 따라 빛난다.
“좋아, 포식자가 대기에 산다고 하자. 고도는 몇일까?”
“어떤 고도가 가장 좋음, 질문? 네가 포식자라면 어디로 감, 질문? 아스트로파지로 감.”
“좋아. 그럼 아스트로파지는 어느 고도에 있지?” 질문 자체가 답이다. “아! 번식이 이루어지는 고도가 있어. 아스트로파지가 번식할 만큼 공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은 곳이야.”
“그래!” 로키는 달칵거리며 다시 터널을 가로질러 와 내 머리 위에 선다. “찾을 수 있음. 쉬움. 페트로바스코프.”
나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친다. “맞아! 그렇지!”
아스트로파지는 어디에선가 번식해야만 한다. 이산화탄소의 특정한 분압이 핵심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분압을 계산할 필요도 없고, 추측할 필요도 없다. 아스트로파지는 분열하면 새끼와 함께 타우세티로 돌아간다. 그러기 위해 적외선 방출을 활용하고. 그 말은, 문제의 고도에서는 행성 전체에서 페트로바 주파수가 뿜어내는 빛이 보이리라는 뜻이다.
“통제실로 가자!” 내가 말한다.
“통제실로!” 로키는 잽싸게 실험실 천장 터널을 가로질러, 그의 개인적인 통제실 입구로 사라진다. 나도 따라가지만 속도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나는 사다리를 올라가 조종석에 앉은 뒤 화면을 휙휙 넘겨 페트로바스코프를 띄운다. 로키는 이미 자기 구체에 자리를 잡고서 내 주 화면으로 카메라를 돌리고 있다.
화면 전체가 붉게 빛난다.
“무엇, 질문? 데이터 없음.”
“잠깐만.” 내가 말한다. 나는 제어판과 옵션 창을 불러와 슬라이더를 조정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페트로바선 안에 있어. 사방에 아스트로파지가 있는 거지. 가장 밝은 광원만 보이게 설정만 바꾸면 돼….”
아주 많은 조작이 필요하지만, 나는 결국 가장 밝은 주파수 범위를 얻는 데 성공한다. 남은 것은 에이드리언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불규칙하고 얼룩덜룩한 구역들이다.
“이게 우리 해답인 것 같아.” 내가 말한다.
로키는 내가 보는 것을 ‘보려고’ 자신의 질감 화면으로 다가간다.
“예상했던 건 아닌데.” 내가 말한다.
나는 특정한 고도에서 그냥 일반적인 적외선 층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얼룩덜룩하게 보이는 구역은 기본적으로 구름이다. 그리고 가시광선으로 보이는, 성긴 흰색 구름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달리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적외선 구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외선을 뿜어내는 아스트로파지의 구름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아스트로파지는 일부 구역에서 훨씬 더 많이 번식하고 있다.
“특이한 분포.” 로키가 내 생각을 비추기라도 하듯 말한다.
“그러게. 날씨가 번식에 영향을 주는 걸까?”
“그럴지도. 고도 계산할 수 있음, 질문?”
“응. 기다려.”
나는 페트로바스코프를 확대하고 상하좌우로 돌린 끝에 에이드리언의 지평선에 바로 떠 있는 아스트로파지 구름을 보게 된다. 화면의 수치는 우주선 장축에 대한 카메라의 현재 각도를 보여준다. 나는 그 각도를 휘갈겨 메모하고, 항로 제어판으로 전환한다. 화면은 궤도의 중심에 대한 우주선의 각도를 보여준다. 이 정보와 삼각법을 활용하면 아스트로파지 구름의 고도를 계산할 수 있다.
“번식 고도는 행성 상공 91.2킬로미터 지점이야. 폭은 200미터 미만이고.”
로키는 한 발톱을 다른 발톱에 얹는다. 나는 그 보디랭귀지를 알고 있다. 그는 ‘포식자들이 존재한다면, 거기 있겠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내 생각도 그래.” 내가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표본을 구하지?”
“궤도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음, 질문?”
“행성 상공 100킬로미터까지. 그보다 가까워지면 우주선이 대기에서 타버릴 거야.”
“불행.” 로키가 말한다. “번식 구역에서 8.8킬로미터 떨어진 곳. 그 이상 못 감, 질문?”
“궤도속도로 대기에 진입하면 우린 죽어. 하지만 속도를 줄인다면 다르지.”
“속도를 줄인다는 건 궤도가 좋지 않다는 뜻. 공기로 떨어짐. 죽음.”
나는 팔걸이 너머로 몸을 쭉 빼고 그를 본다. “엔진을 이용해서 대기로 추락하는 걸 막을 수 있어. 그냥 행성에서 먼 쪽으로 계속 추진력을 주는 거야. 대기가 있는 곳까지 고도를 낮추고 표본을 얻은 다음 떠나는 거지.”
“안 통함. 죽음.”
“왜 안 통해?”
“엔진에서 엄청난 적외선 나옴. 공기에서 엔진을 사용하면 공기가 이온이 됨. 폭발. 우주선 파괴.”
나는 움찔한다. “맞아, 그러네.”
디미트리가 처음으로 스핀 드라이브를 시험하던 때, 스핀 드라이브가 가동된 건 겨우 100마이크로초였다. 그런데도 스핀 드라이브는 그 뒤에 있던 금속 규소 1톤을 녹여버렸다. 게다가 그 시험용 스핀 드라이브는 헤일메리의 엔진에 비하면 출력이 1,000분의 1에 불과했다. 진공 속에서는 모든 것이 멀쩡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공기 중에서 엔진을 사용하면 핵폭탄을 불꽃놀이 정도로 보이게 할 불덩이가 생겨난다.
우리는 잠시 좌절감에 조용히 앉아 있다. 우리 둘의 세상을 구할 방법이 겨우 10킬로미터 아래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곳에 접근할 수가 없다니. 무슨 방법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직접 그곳에 내려갈 필요도 없다. 그저 그곳 공기의 표본만을 얻으면 된다. 뭐가 됐든,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잠깐만.
“너, 제노나이트 어떻게 만든다고 했지? 액체 두 가지를 섞는다고 했나?”
로키는 이 질문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지만 대답한다. “그래. 액체랑 액체 가져옴. 섞음. 제노나이트 됨.”
“얼마나 만들 수 있어? 그 액체를 얼마나 가져왔어?”
“많이 가져옴. 내 구역 만들 때 씀.”
나는 스프레드시트를 띄우고 숫자를 입력하기 시작한다. “제노나이트 0.4세제곱미터가 필요해. 그만큼 만들 수 있어?”
“그래.” 그가 말한다. “0.61세제곱미터를 만들 수 있는 액체가 남아 있음.”
“좋아. 그럼 나한테… 어떤 생각이 있어.” 나는 손가락을 뾰족하게 모은다.
간단한 아이디어이지만, 멍청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한 가지 말해둘 건, 통하기만 하면 멍청한 아이디어가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아스트로파지 번식장은 에이드리언의 대기로부터 10킬로미터 들어간 지점에 있다. 공기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우주선이 불타오를 것이기 때문에, 헤일메리호를 그렇게까지 낮게 날도록 할 수는 없다. 온갖 난리가 나고 모든 것이 폭발할 테니 대기에서 엔진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이제는 낚시할 시간이다. 우리는 10킬로미터 길이의 체인을 만들어 일종의 표본 수집기를 그 끝에 매달고(이건 로키가 만들기로 했다), 그걸 끌고 대기를 가로지를 것이다. 참 쉽겠지?
아니다.
헤일메리호는 초속 12.6킬로미터를 유지하면서 궤도에 머물러야 한다. 그보다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우리는 추진력을 잃고 불타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로 사슬을 끌고 가면 아무리 제노나이트 사슬이라고 하더라도 사슬이 찢어져 기화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하지만 속도를 늦춘다는 건 행성 쪽으로 추락한다는 뜻이다. 엔진을 사용해 고도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엔진을 사용하면 나는 사슬과 표본 수집기 정반대 방향으로 추진력을 가하게 된다. 엔진의 배기가스가 그 모든 것을 증발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스듬하게 추진력을 주어야 한다. 참 간단한 일 아닌가!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이다. 헤일메리호는 수직선에서 30도 기울어진 각도를 유지하면서, 위쪽으로 추진력을 가한다. 그 밑에서는 사슬이 곧장 아래쪽으로 10킬로미터가량 달랑달랑 늘어진다. 추진기 뒤의 대기는 이온화된 불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꽤 볼 만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우리 뒤에 있게 되고, 사슬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공기를 지나게 된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가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속도는 초속 100미터를 약간 넘는 수준이 된다. 고도가 높고 공기의 밀도가 낮은 곳에서라면, 사슬은 그 정도 속도를 아무 문제없이 버틸 수 있다. 계산해 보니, 각도는 수직선에서 겨우 2도 정도 틀어질 것 같았다.
표본을 확보했다는 느낌이 들면 서둘러 도망친다. 잘못될 게 뭐 있을까!
방금 말은 반어법이다.
나는 실력이 뛰어난 3D 모델 설계사가 아니지만, 사슬의 고리 정도야 CAD를 가지고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고리는 일반적인 타원형 고리가 아니다. 대체로는 타원형이지만, 다른 고리가 들어갈 수 있는 가느다란 구멍이 있다. 고리들을 서로 조립하기는 쉽지만, 덜컥거리다가 고리가 분리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잡아 당겨질 때는 특히 그렇다.
나는 알루미늄 블록을 집어 들고 밀링머신에 집어넣는다.
“이 방법 통함, 질문?” 로키가 천장 터널에서 묻는다.
“통해야지.” 내가 말한다.
전원을 켜자 밀링머신은 즉시 작동된다. 알루미늄을 갈아내 내가 원했던 그대로 사슬 고리를 떠낼 거푸집을 만들어낸다.
나는 제품을 꺼내고 알루미늄 가루를 털어낸 다음 터널 쪽으로 들어 올린다. “어때?”
“아주 좋음!” 로키가 말한다. “우리는 많고 많고 많은 사슬 고리 필요. 더 많은 거푸집 있으면 내가 한 번에 더 많은 고리 만들어냄. 많은 거푸집 만들 수 있음, 질문?”
“글쎄.” 나는 보급품 보관장을 본다. “알루미늄 양에 한계가 있어.”
“너 우주선에 쓰지 않는 물건 많음. 예를 들면 숙소의 침대 두 개. 그것들을 녹이고 블록을 만들어 더 많은 거푸집을 만들어.”
“와. 넌 뭐든 어중간하게 처리하는 법이 없구나?”
“이해 못 함.”
“이것저것 녹여버리지는 않을 거야. 대체 어떻게 녹이라고?”
“아스트로파지. 모든 것을 녹임.”
“그걸 몰랐네.” 내가 말한다. “근데 싫어. 열기가 너무 강해서, 내 생명 유지 장치가 버티지 못할 거야. 그러고 보니 생각나네. 넌 아스트로파지가 왜 그렇게 많이 남아?”
그는 잠시 말을 멈춘다. “이상한 이야기.”
나는 퍼뜩 고개를 든다. 이상한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고개를 들 만하다. 로키는 발톱을 달칵거리며 터널을 가로지르더니 약간 더 넓은 곳에 앉는다. “과학 에리디언들 계산 많이 함. 여행 계산. 더 많은 연료는 더 빠른 여행을 의미. 그래서 우리는 많고 많고 많은 아스트로파지 만듦.”
“어떻게 그렇게 많이 만들었어? 지구는 아스트로파지를 만드느라 애 좀 먹었는데.”
“쉬움.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는 금속 공 집어넣음. 바다에 집어넣음. 기다림. 아스트로파지가 두 배가 되고 두 배가 되고 두 배가 됨. 많은 아스트로파지.”
“그으으래. 너희 바다는 아스트로파지보다 뜨거우니까.”
“그래. 지구 바다는 아님. 슬픔.”
아스트로파지 생산에 관해서라면, 에리드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행성 전체가 압력솥이다. 섭씨 210도에 29기압이란, 행성 표면에서 물이 액체 상태라는 뜻이다. 그리고 바다는 아스트로파지의 임계온도보다 훨씬 더 뜨겁다. 그냥 아스트로파지를 물에 집어넣어 열을 흡수하게 하면 아스트로파지가 번식한다.
질투가 난다. 우리는 아스트로파지를 키우느라 사하라사막을 덮어버려야 했다. 에리디언들은 그냥 물에 집어넣기만 하면 됐다니. 에리드의 바다에 저장된 열에너지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섭씨 200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는, 그렇게 많은 물, 지구의 바다 전체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물이라니. 엄청난 에너지다.
지구가 수십 년 내에 얼어붙는 데 비해 에리디언들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1세기 정도 있는 까닭이 그래서였다. 열을 보관하고 있는 건 그들의 공기만이 아니었다. 에리디언들의 바다에는 더 많은 열이 저장되어 있었다. 말했듯이, 천혜의 환경이다.
“과학 에리디언들이 우주선과 연료 필요량 설계. 6.64년이 걸릴 여행.”
이 말에 나는 잠시 멈칫한다. 40에리다니는 타우세티에서 10광년 떨어져 있으니, 에리드의 관점에서 보면 둘 사이를 10년이 안 걸려서 오갈 수는 없다. 로키는 시간 팽창 덕분에 그의 우주선이 경험하게 되는 6.64년을 말하는 게 틀림없다.
“여행에 이상한 일 일어남. 대원들 아픔. 죽음.” 그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이제는 방사선 때문인 거 알아.”
나는 시선을 내리깔고 그에게 잠시 시간을 준다.
“모두가 아픔. 나 혼자 우주선 운전. 더 많은 이상한 일. 엔진이 제대로 작동 안 함. 나는 엔진 전문가. 문제 알아낼 수 없음.”
“엔진이 망가졌다고?”
“아니. 안 망가짐. 추진력 정상. 하지만 속도가… 안 늘어남. 설명 안 됨.”
“흠.”
로키는 그렇게 말하며 앞뒤로 달칵달칵 걸어 다닌다. “그런 다음 더 이상. 중간점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 훨씬 일찍. 나 우주선 돌림. 속도를 줄이려고 추진. 하지만 타우세티 더 멀어짐. 어째서? 계속 타우로 다가가지만 타우 멀어짐. 많이 혼란.”
“아, 이런.” 내가 말한다. 어떤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아주 심란한 생각이다.
“나 속도 올림. 늦춤. 많이 혼란. 하지만 도착. 그 모든 실수와 혼란. 그래도 나는 3년 만에 여기에 도착. 과학 에리디언들이 말했던 것의 절반 시간. 너무 많이 혼란.”
“아… 이런….” 나는 웅얼거린다.
“많고 많고 많은 연료 남음. 남았어야 할 것보다 훨씬 많이 남음. 불만 없음. 하지만 혼란.”
“그래….” 내가 말한다. “저기 말이야, 에리드 시간이 네 우주선에서의 시간과 같아?”
로키는 등딱지를 갸웃한다. “질문 말 안 됨. 당연히 시간 같음. 시간은 모든 곳에서 같음.”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세상에.”
에리디언들은 상대성이론을 모른다.
이들은 여행 시간 전체를 뉴턴 물리학에 따라 계산했다.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가속할 수 있고, 빛의 속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가정을 두고 모든 것을 계산한 것이다.
에리디언들은 시간 팽창에 관해 모르고 있다. 로키는 여행하면서 그가 경험한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을 에리드가 경험했으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에리디언들은 길이 팽창에 관해 모른다. 타우세티까지의 거리는, 타우세티와의 상대속도를 줄이면 사실상 증가한다. 계속 타우세티를 향해 가더라도 말이다.
지능을 갖춘 종족으로 이루어진 행성 전체가 틀린 과학적 가정에 기반해 우주선을 만들어냈는데, 웬 기적인지 대원 중 유일한 생존자가 시행착오 문제 풀기에 무척 뛰어나서 실제로 그 우주선을 목적지까지 끌고 오다니.
그리고 그 엄청난 실수 덕분에 나를 구원할 수 있게 되다니. 에리디언들은 훨씬 많은 연료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키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연료가 남았다.
“알았어, 로키.” 내가 말한다. “진정하고. 설명해야 할 과학이 엄청나게 많아.”
그는 두 차례 노크하고 내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레이스 박사님? 그레이스 박사님이신가요?”
큰 사무실은 아니었지만 항공모함에 개인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건 행운이다. 내 사무실로 쓰인다는 드높은 영광을 누리기 전에, 이 방은 화장실 비품을 보관하는 보관실이었다. 배에는 매일 궁둥이를 닦아야 하는 승조원 3,000명이 있었으니까. 나는 다음번 항구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방을 내 사무실로 쓸 수 있었다. 항구에 도착하면 이 방은 더 많은 비품으로 채워질 것이다.
나는 대략 화장지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었다.
나는 노트북에서 고개를 들었다. 키가 작고, 왠지 단정치 못한 남성이 문간에 서서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네.” 내가 말했다. “제가 그레이스입니다만 …?”
“해치요. 저는 스티브 해치입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왔고요. 반가워요.”
나는 책상으로 쓰는 접이식 탁자 앞의 접이식 의자를 가리켰다.
그는 발을 질질 끌며, 둥글납작한 금속 물체를 들고 들어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그는 쿵 하며 그 물건을 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나는 물체를 바라봤다. 누가 메디신볼(운동용으로 던지고 받는 무겁고 큰 공‐옮긴이)을 납작하게 누른 다음, 한쪽 끝에는 삼각형을 붙이고 다른 쪽 끝에는 사다리꼴을 붙인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해치는 의자에 앉아 두 팔을 쭉 폈다. “세상에, 해괴하더군요. 헬리콥터는 한 번도 안 타봤거든요. 박사님은 타보셨어요? 뭐, 당연히 타보셨겠죠. 안 타봤으면 여길 어떻게 오셨겠어요? 아니 뭐, 보트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진 않았을 테니까요. 듣자니 아스트로파지 실험을 하는 도중에 재해가 발생할까 봐 항공모함을 육지와 먼 곳에 띄웠다던데요. 솔직히 보트가 더 낫긴 했을 거예요. 헬리콥터를 타고 오느라 거의 토할 뻔했다니까요. 불평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참여할 수 있어서 기뻐요.”
“음.” 나는 책상의 물건을 가리켰다. “이게 뭐죠?”
왠지 그는 더욱 신났다. “아 맞네! 그건 비틀스예요! 뭐, 비틀스의 원형인 셈이죠. 우리 팀원들은 오류를 대부분 해결했다고 생각해요. 뭐, 모든 오류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실제 엔진 시험 준비는 마쳤다고요. 대학에서 우리더러 그 실험은 여기, 항공모함에서 해야 한다네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도 그렇게 말했고요. 아, 캐나다 연방정부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건 그렇고, 전 캐나다 사람이에요. 걱정하진 마시고요! 전 반미주의 캐나다인이 아니거든요. 전 당신들도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비틀스요?”
“네!” 그는 비틀스를 집어 들고 사다리꼴을 내 쪽을 향하도록 돌려놓았다. “헤일메리호의 대원들이 우리에게 정보를 되돌려 보낼 수단이에요. 타우세티에서 지구까지 자동 항법으로 움직이게 될, 작고 독립된 우주선이죠. 뭐, 사실은 어디에 놔두든 지구로 돌아올 거예요.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팀원들이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나는 부등변 사각형을 들여다봤다. 반짝거리는 유리 비슷한 표면이 보인다. “저거 스핀 드라이브예요?” 내가 물었다.
“당연하죠! 세상에, 그 러시아인들 일 처리 하나는 제대로 하더라고요. 그 사람들 설계도를 활용했을 뿐인데, 모든 결과가 훌륭했어요. 내 생각에는 그래요. 스핀 드라이브는 아직 시험해 보지 않았거든요. 까다로운 부분은 내비게이션이랑 방향 조정이었어요.”
그는 장치를 빙글 돌려 삼각형 머리 부분을 내 쪽으로 향하게 했다. “카메라들이랑 컴퓨터는 여기 들어 있어요. 멋들어지게 화려하지만 힘없는, 말도 안 되는 내비게이션이 아니에요. 이건 평범한 가시광선을 활용해서 별을 보죠. 별자리를 찾아내서, 그걸로 방향을 알아내요.” 그는 둥글납작한 등딱지의 한가운데를 톡톡 두드렸다. “이 안에는 작은 직류발전기가 들어 있어요. 아스트로파지만 있으면 전력이 발생하는 거죠.”
“여기에 뭘 실을 수 있는데요?” 내가 물었다.
“데이터요. 그 누구에게 필요한 것보다도 많은 메모리 저장 공간을 갖춘 RAID(복수 배열 독립 디스크‐옮긴이)가 탑재돼 있어요.” 그는 돔 부분을 두드렸다. 약간 울리는 소리가 났다. “이 녀석의 부피 대부분은 연료 저장고예요. 여행을 하는 데 약 125킬로그램의 아스트로파지가 필요하죠. 엄청 많은 것 같지만 … 세상에, 11광년이잖아요!”
나는 장치를 들고, 두 손으로 몇 차례 무게를 가늠해 봤다. “방향은 어떻게 바꾸죠?”
“안에 반작용 휠이 들어 있어요.” 그가 말했다. “반작용 휠이 한쪽 방향으로, 선체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죠. 식은 죽 먹기예요.”
“성간 내비게이션이 ‘식은 죽 먹기’라고요?” 내가 미소 지었다.
그는 히죽거렸다. “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에 비하면 그렇죠. 비틀스에는 지구에서 보내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청취하는 수신기가 있어요. 그 신호를 포착하면 자기 위치를 송신하고 심우주 통신망에서 보내는 지시 사항을 기다려요. 내비게이션이 엄청나게 정확할 필요는 없어요. 단지 지구의 무선 거리 안에 비틀스가 들어오도록 만들기만 하면 돼요. 토성의 궤도 안쪽이라면 어디든 괜찮을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과학자들이 돌아오는 방법을 정확히 알려주는 거군요. 똑똑한데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네, 아마 그렇게 하겠죠.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맨 먼저, 비틀스에 모든 데이터를 무전으로 보내게 할 수 있죠. 그럼 정보가 건너옵니다. 그러고 나서, 원한다면 나중에 비틀스를 회수하는 거예요. 아, 그리고 이 녀석들을 총 네 개 만들 겁니다. 넷 중 하나만 여행에서 살아남으면 돼요.”
나는 이쪽저쪽으로 비틀스를 돌려봤다. 놀랄 만큼 가벼웠다. 아무리 무거워 봐야 몇 파운드 정도. “네, 비틀스가 네 개 있군요. 각 비틀스가 여행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최소한의 비상용 보조 시스템이라도 탑재돼 있나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뇨, 그런 것까지는 아니에요. 하지만 비틀스는 헤일메리호만큼 오랫동안 여행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까 아주 오래 버티게 만들 필요가 없죠.”
“헤일메리호랑 같은 길을 가는 거잖아요?” 내가 물었다. “왜 같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헤일메리호의 가속력에는 안에 타고 있는 부드럽고 물렁물렁한 인간들 때문에 제한이 걸려 있으니까요. 비틀스는 그런 문제가 없죠. 비틀스에 탑재된 모든 것은 군용 크루즈미사일에 들어가는 전자기기와, 수백 g의 중력가속도를 버텨낼 수 있는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상대론적 속도에 훨씬 더 빨리 도달합니다.”
“아, 흥미롭네요….” 나는 이게 학생들에게 던질 만한 좋은 질문이 될지 궁금해졌지만, 그 생각은 즉시 떨쳐버렸다. 이건 세상의 그 어떤 중학교 2학년생도 다룰 수 없는, 말도 안 되게 복잡한 계산이었다.
“네.” 해치가 말했다. “비틀스는 0.93광속의 순항속도에 도달할 때까지 500g로 가속합니다. 지구까지 돌아오는 데는 11년이 걸리겠지만,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녀석들은 겨우 20개월만을 경험하게 돼요. 신을 믿으세요? 사적인 질문이라는 건 알아요. 근데 저는 신을 믿거든요. 그리고 신이 상대성 같은 걸 만든 건 진짜 멋진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요? 빠르게 움직일수록 경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니. 꼭 주님이 우리에게 우주를 탐험하라고 초대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는 조용해져서 나를 쳐다봤다.
“뭐,” 내가 말했다. “이건 정말 인상적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요!” 그가 말했다. “그럼 시험해 볼 아스트로파지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내가 말했다. “얼마나 필요하세요?”
“100밀리그램 정도는 어떨까요?”
나는 멈칫했다. “저기, 진정하시죠. 그 정도면 엄청난 에너지입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물어보지도 못하나요? 1밀리그램은 어때요?
“네, 그건 어떻게 해볼 수 있습니다.”
그가 짝 손뼉을 쳤다. “와씨! 아스트로파지가 온다!” 그는 내게로 허리를 숙였다. “놀랍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스트로파지 말이에요. 이건 꼭… 여태 존재했던 것 중에서 가장 멋지다니까요! 이번에도 주님이 우리한테 미래를 그냥 넘겨주시는 것 같아요.”
“멋져요?” 내가 말했다. “이건 인류 멸종 수준의 사건인데요. 주님이 뭔가 건네주신다면 종말을 건네주시는 것 같은데.”
스티브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뭐, 조금은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보세요. 완벽한 에너지 저장고잖아요! 배터리로 가정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생각해 봐요. 예를 들면… AA 건전지가 있는데, 그게 아스트로파지로 가득 차 있는 거죠. 그거면 한 10만 년쯤 집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요. 차를 샀는데 기름을 한 번도 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보라니까요? 전력 공급망이라는 개념 자체가 끝장날 거예요. 달 같은 데서 이 녀석을 번식시키기 시작하면, 그 모든 게 깨끗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되겠죠. 아스트로파지에 필요한 건 햇빛뿐이니까요!”
“깨끗하고 재생 가능하다고요?” 내가 말했다. “지금 아스트로파지가… 환경에 좋을 거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렇진 않을 테니까 하는 말입니다. 헤일메리호가 해결책을 찾아낸다 해도 우리는 대량 멸종을 마주하게 돼요. 지금부터 20년 후에는 지구에서 엄청나게 많은 종이 멸종될 겁니다. 우리는 인간이 그렇게 멸종되는 종에 속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이고요.”
스티브는 손을 내저으며 내 말을 일축했다. “지구에는 과거에도 다섯 번의 대량 멸종 사건이 있었어요. 인간은 똑똑하고요. 우린 해낼 거예요.”
“우린 굶어 죽을 거예요!” 내가 말했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될 거라고요.”
“에이.” 그가 말했다. “우린 이미 식량을 쌓아두고 있어요. 태양에너지를 잡아두려고 공기 중에 메탄을 풀어놓기도 했죠. 괜찮을 거예요. 헤일메리호가 성공하기만 하면요.”
나는 그냥,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네요. 박사님은 제가 여태 만나본 사람 중 가장 낙관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내게 두 손 엄지를 들어 보였다. “고마워요!”
그는 비틀스를 집어 들고 나가려고 돌아섰다. “가자, 피트. 아스트로파지를 줄게!”
“피트요?” 내가 물었다.
스티브는 어깨 너머로 나를 보았다. “네. 비틀스의 멤버 이름을 따서 이 녀석들의 이름을 지을 생각이거든요. 영국 록밴드 말이에요.”
“박사님이 비틀스 팬이라는 뜻이에요?”
그는 돌아서서 나를 보았다. “팬이요? 아, 당연하죠. 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적 성과예요. 네, 네. 저랑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많죠. 하지만 그 사람들이 틀린 거예요.”
“뭐 그래요.” 내가 말했다. “근데 왜 ‘피트’예요? 비틀스의 이름은 존, 폴, 조지, 링고 아닌가요?”
“맞아요. 헤일메리호에 태울 녀석들은 그렇게 부를 생각이에요. 하지만 이 녀석은 지구 저궤도에서 시험할 녀석이니까요. 스페이스 엑스(일론 머스크가 세운, 미국의 항공 우주 장비 제조 및 우주 수송 회사‐옮긴이) 발사대를 저 혼자 쓸 수 있다니! 끝내주지 않아요? 그건 그렇고, 이 녀석 이름은 피트 베스트를 따서 지은 거예요. 링고가 들어오기 전에 비틀스에서 드럼을 치던 사람이죠.”
“아, 그건 몰랐네요.” 내가 말했다.
“지금부터 알면 되죠. 이젠 아스트로파지를 받으러 가겠습니다. 이 비틀스 녀석들이 <겟 백>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하거든요.”
“그러세요.”
스티브는 인상을 썼다. “<겟 백> 모르세요? 노래 제목이에요. 비틀스 노래.”
“네. 그러세요.”
그는 휙 돌아서서 떠났다. “사람들이 고전을 모른다니까.”
그가 떠난 자리에는 혼란에 빠진 나만이 남았다. 그런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