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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어둠.

빛이 없다. 모니터가 빛나지도 않는다. 실험실 장비의 LED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좋아, 침착해.” 내가 말한다. “침착해.”

왜 안 침착, 질문? 로키가 묻는다.

뭐, 당연히 로키는 불이 나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로키는 눈이 없으니까. “방금 우주선이 작동을 멈췄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아.”

로키가 자기 터널에서 약간 종종걸음친다. 네 장비 지금 조용. 내 장비는 아직 일함.

“네 장비는 네가 만든 발전기로 동력을 얻어. 내 장비는 내 우주선에서 전기를 얻고. 불이 전부 나갔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아!”

나쁜 일, 질문?

“그래, 나쁜 일이지! 다른 것도 문제지만, 난 아무것도 안 보여!”

우주선 왜 꺼짐, 질문?

“몰라.” 내가 말한다. “너 조명 가지고 있어? 제노나이트 너머에서 나한테 비춰줄 만한 것 말이야.”

아니. 내가 왜 조명 가지고 있음, 질문?

나는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실험실을 손으로 더듬고 돌아다닌다. “통제실로 가는 사다리가 어느 쪽이야?”

왼쪽. 더 왼쪽. 계속… 그래… 앞으로 손을 뻗어….

나는 사다리 가로대에 손을 올린다. “고마워.”

놀라움. 인간은 빛 없으면 무력.

“응.” 내가 말한다. “통제실로 와.”

응. 로키가 날쌔게 터널을 따라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나는 위로 올라간다. 위도 똑같이 어둡다. 통제실 전체가 죽어버렸다. 모니터가 꺼져 있다. 에어로크 창문조차 어둠을 전혀 밝혀주지 못한다. 우연히도 지금은 우주선의 창문 쪽이 타우세티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통제실에도 빛 없음, 질문? 로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천장에 있는 그의 구체에서 들려오는 소리일 것이다.

“전혀. 잠깐…. 뭐가 보이는데….”

어느 제어판의 한쪽 구석에 작고 빨간 LED가 있다. 아주 밝진 않지만 분명히 빛나고 있다. 나는 조종석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제어판을 본다. 좌석이 약간 흔들린다. 좌석을 고치는 내 솜씨가 평균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 바닥에 고정하기는 했으니까.

통제실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평평한 제어판 화면과는 달리 이 작은 구역에는 튀어나온 버튼과 LCD 화면이 있다. 내가 본 빛은 그중 한 버튼에서 나온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 버튼을 누른다. 아니면 뭘 하라고?

LCD 화면이 살아나고 고화질 글자가 나타난다.


주 발전기 꺼짐. 보조 발전기 꺼짐. 비상 배터리 100퍼센트.


“좋아, 배터리를 쓰는 방법은….” 나는 웅얼거린다.

진전, 질문?

“잠깐만.” 나는 LCD 판 전체를 살펴보다가 마침내 찾던 것을 발견한다. 플라스틱 안전 덮개로 덮인 작은 스위치다. ‘BATT’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게 틀림없다. 나는 안전 덮개를 올리고 스위치를 누른다.

어둑한 LED 등이 통제실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조명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형편없는 조명이다. 가장 작은 제어 화면이자 유일한 제어 화면이 살아난다. 헤일메리호의 임무 로고가 화면 중앙에 나타나고, “운영체제를 가동합니다 ….”라는 글자가 아래쪽에 뜬다.

“일부 성공이야.” 내가 말한다. “비상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발전기가 꺼졌어.”

왜 작동 안 함, 질문?

“몰라.”

너 공기 괜찮음, 질문? 전력 없으면 생명 유지 없음. 인간은 산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꿈. 너는 산소를 다 쓰고 다칠 것임, 질문?

“괜찮아.” 내가 말한다. “우주선이 꽤 크니까. 공기가 문제가 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정전의 이유를 찾는 게 더 중요해.”

기계 고장. 나 보여줘. 나 고침.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로키는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는 것 같다. 로키의 재능이 뛰어난 것이거나 모든 에리디언이 그런 것이겠지. 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운이 좋은 셈이다. 그렇지만 … 로키가 인간의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을까?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은 왜 발전기 두 개가 동시에 나갔는지 알아봐야 해.”

좋은 질문. 더 중요한 것. 동력이 없어도 우주선 조종 가능, 질문?

“아니. 뭐든 하려면 동력이 있어야 해.”

그럼, 가장 중요한 질문. 궤도가 붕괴할 때까지 얼마나 남음, 질문?

나는 두어 차례 눈을 깜빡인다. “모…르겠는데.”

빨리 일해.

“응.” 나는 화면을 가리킨다. “일단은 컴퓨터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서둘러.

“응. 더 빨리 기다릴게.”

빈정대기.

컴퓨터가 부팅을 마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화면을 띄운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는 건 알 수 있다. ‘문제’라는 단어가 커다란 글자로, 화면 맨 위 전체에 떠 있으니까.

정전이 발생하기 전에 썼던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버튼과 위젯 들은 사라져 버렸다. 이 화면에는 그저 검은색을 배경으로 흰 글자들이 세 단을 이루고 떠 있을 뿐이다. 왼쪽 단은 전부 한자로 되어 있고, 가운데는 러시아어, 오른쪽은 영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우주선이 화면을 읽는 사람에 따라 언어를 바꿔서 보여주는 모양이다. ‘안전 모드’에 해당하는 이 화면은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므로 모든 언어로 표시되는 것이다.

무슨 일, 질문?

“화면에 어떤 정보가 떴어.”

무슨 정보, 질문?

“읽게 좀 놔둬라!”

걱정할 때면, 로키는 정말 짜증 나는 녀석이 된다. 나는 상황 보고 내용을 읽는다.


비상 전력 작동 중

배터리: 100%

남은 예상 시간: 4일 16시간 17분

사바티에 생명 유지 장치: 꺼짐

화학적 흡수 생명 유지 장치: 작동 중. !!!지속 기간 제한, 재생 불가능!!!

온도 조절 장치: 꺼짐

온도: 22℃

기압: 40,071Pa


“지금 우주선이 나를 살려두고는 있는데,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나한테 발전기 줘. 나 고침.

“일단 발전기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해.” 내가 말한다.

로키가 축 늘어진다. 너, 네 우주선 부품이 어디 있는지 모름, 질문?

“그런 정보는 전부 컴퓨터에 들어 있단 말이야! 그걸 다 기억할 수는 없다고!”

인간 뇌 쓸모없음!

“아, 좀 닥쳐!”

나는 사다리를 타고 실험실로 내려간다. 여기도 비상 조명이 들어와 있다. 로키가 터널을 타고 따라온다.

나는 아래로 손을 뻗어 공구 가방을 집어 들고, 다음 사다리로 계속 나아간다. 로키가 계속 나를 따라온다.

너 어디 감, 질문?

“창고. 완전히 탐색해 보지 않은 곳은 거기뿐이야. 승조원 구역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곳이기도 하고. 승조원들이 발전기에 접근할 수 있다면, 발전기는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야.”

일단 숙소에 내려간 나는 기어서 창고 구역으로 들어간다. 팔이 아프다. 나는 연료 구역의 칸막이벽을 살펴보려고 기어간다. 팔이 더 아프다.

이 시점에서 내 팔은 언제나 아프므로, 나는 통증을 무시하려 한다. 하지만 더 이상은 진통제를 쓸 수 없다. 진통제는 나를 멍청하게 만들 뿐이다. 나는 창고에 드러누워 통증이 조금 가시길 기다린다. 여기에 창고로 들어가는 판이 있을 텐데? 우주선의 평면도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중요한 장비는 아마 기밀(氣密) 구조 안에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근데 어떻게 찾지? 그걸 알아내려면 눈에 엑스레이가 달려야… 아니, 잠깐!

“로키! 여기 무슨 문이 있어?”

로키는 잠시 조용하다. 그는 벽을 몇 차례 톡톡 두드린다. 작은 문 여섯 개.

“여섯 개? 윽. 첫 번째 문이 어디 있는지 알려줘.” 나는 그 구역의 천장에 손을 댄다.

네 발의 왼쪽으로 손을 움직여….

나는 로키의 안내를 따라 첫 번째 문으로 간다. 세상에,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숙소의 비상 조명이 빈약한데다 이 구역으로 들어오는 소량의 빛은 형편없는 정도다.

판은 빗장을 움직이는 단순한 납작못으로 고정돼 있다. 나는 공구함에서 꺼낸 짧고 뭉툭한 드라이버로 그것을 돌린다. 판이 휙 돌아가 열리면서 밸브가 달린 파이프가 드러난다. 이름표에는 ‘주 산소 공급원 차단’이라고 적혀 있다. 이건 확실히 건드리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보관함을 닫는다.

“다음 문.”

하나씩 하나씩, 로키는 나를 각 문으로 안내하고 나는 문 뒤에 뭐가 있는지 확인한다. 로키가 초음파로 문 뒤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로키에게 맡겨두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제한적인 언어로 로키가 감지한 것을 설명하게 하느니, 뭐가 들어 있는지 내가 직접 보는 게 낫다.

네 번째 문 뒤에서 나는 발전기를 찾아낸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보관함 전체가 약 1세제곱피트 정도 된다. 발전기 자체는 불규칙한 형태의 검은색 통이다. 내가 그게 발전기라는 걸 아는 이유는 그저 발전기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기 때문일 뿐이다. 꽤 정상적으로 보이는 전깃줄 몇 가닥과 함께 차단 밸브가 달린 두꺼운 파이프 두 개가 보인다.

“찾았어.” 내가 말한다.

좋음. 로키의 목소리가 숙소에서 들린다. 꺼내서 나한테 줘.

“내가 먼저 살펴보고 싶어.”

넌 이런 거 못 함. 나 고침.

“발전기가 네 환경에서는 남아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음. 로키가 웅얼거린다.

“내가 못 고치면, 네가 나한테 말로 알려주면 돼.”

으음.

차단 밸브가 달린 파이프 두 개는 아스트로파지 공급 도관인 게 틀림없다. 나는 보관함 더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고 이름표를 발견한다. 하나는 ‘연료’, 다른 하나는 ‘폐기물’이다. 명백한 설명이다.

나는 렌치를 가지고 ‘폐기물’ 도관의 수전 나사를 푼다. 나사가 풀리자마자 짙은 색 액체가 똑똑 떨어진다. 양이 많지는 않다. 그저 차단 밸브와, 내가 쥐고 있던 호스 끝 사이에 있던 것이 떨어졌을 뿐이니까. 뭔지는 모르지만 이건 죽은 아스트로파지를 실어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액체가 틀림없다. 일부가 내 손에 묻는다. 끈적끈적하다. 기름인지도 모르겠다. 기름을 쓴 건 좋은 생각이다. 아무 액체나 써도 되기는 하지만 기름은 물보다 가볍고 파이프를 부식하지도 않는다.

다음으로 나는 ‘연료’ 도관의 나사를 푼다. 여기에서도 갈색 액체가 철벅거리며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끔찍한 냄새가 난다.

나는 움찔하며 팔에 얼굴을 묻는다. “우웩! 세상에!”

무슨 문제, 질문? 로키가 아래쪽에서 묻는다.

“연료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 내가 말한다. 에리디언에게는 후각이 없다. 그러나 빛을 로키에게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과는 달리 냄새는 쉬웠다. 에리디언들에게도 미각은 존재했으니까. 잘 따져보면 후각은 그냥 넓은 범위의 미각이다.

자연스러운 냄새, 아니면 화학적인 냄새, 질문?

나는 멈칫거리며 한 번 숨을 훅 들이쉰다. “음식 썩은 것 같은 냄새야. 아스트로파지는 보통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는데. 보통은 아예 냄새가 없어.”

아스트로파지는 살아 있음. 썩을 수 없을 것임.

“아스트로파지는 썩을 수 없다.” 내가 말한다. “그럼 어떻게 썩… 안 돼! 세상에, 안 돼!”

나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찐득찐득한 액체를 손으로 닦아내고, 움찔거리며 그 구역에서 벗어난다. 그런 다음, 끈적끈적한 물질이 묻어 있는 손을 허공에 들고 아무것도 만지지 않은 채 사다리를 기어올라 실험실로 들어간다.

로키가 덜그럭거리며 터널로 따라온다. 무슨 문제, 질문?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결국, 마지막 한마디는 갈라진 목소리로 나온다.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토할 것 같다.

나는 끈적끈적한 일부를 유리 슬라이드에 바르고,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밀어 넣는다. 백라이트를 작동시킬 동력이 없으므로 서랍에서 손전등을 꺼내 들고 유리판을 비춘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나는 접안경을 들여다본다. 최악의 두려움이 현실이 된다. “이럴 수가.”

무슨 문제, 질문? 로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옥타브는 높다.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다. 고약한 점액이 내 몸에 묻지만,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타우메바야. 발전기에 타우메바가 들어갔어.”

타우메바가 발전기 훼손함, 질문? 로키가 말한다. 나한테 발전기 줘. 나 고침.

“발전기가 고장 난 게 아니야.” 내가 말한다. “발전기에 타우메바가 있다는 얘기는, 연료 공급 장치에 타우메바가 있다는 뜻이야. 타우메바가 아스트로파지를 전부 먹어 치웠어. 동력이 없는 건 연료가 없어서야.”

로키가 너무 빠르게 일어서는 바람에 그의 등딱지가 터널 지붕에 텅 하고 부딪힌다. 어떻게 타우메바가 연료에 들어감, 질문?

“내 실험실에 타우메바가 있는데 밀폐해 놓지 않았어.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 그중 일부가 달아났나 봐. 우리가 에이드리언에서 죽을 뻔했을 때 이후로 우주선에는 실금과 구멍, 새는 곳이 엄청나게 많이 있었어. 연료 도관 어딘가에 있는, 웬 작은 구멍으로 타우메바가 들어간 게 틀림없어. 타우메바 한 마리면 돼.”

나쁨! 나쁨, 나쁨, 나쁨!

과호흡이 오려 한다. “우린 우주에서 죽게 될 거야. 영원히 여기 갇히게 돼.”

영원히는 아님. 로키가 말한다.

나는 퍼뜩 고개를 쳐든다. “그래?”

응. 금방 궤도가 붕괴됨. 그럼 우리 죽음.



나는 다음 날을 온전히 내 손이 닿는 연료 도관들을 살피며 보낸다. 어디든 사정이 같다. 오일에 떠 있는 건 아스트로파지가 아니다. 타우메바와 (말 그대로) 엄청나게 많은 타우메바 수프다. 다른 미량 혼합물도 있지만 대부분은 메탄이다. 이걸로 에이드리언의 대기에 있는 메탄이 설명되는 듯하다. 생명의 순환이니 뭐니 하는 것들.

여기저기 살아 있는 아스트로파지도 있지만, 연료에 타우메바 개체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그 아스트로파지도 오래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들을 구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그건 보툴리누스 균에 오염된 고기에서 괜찮은 고기를 분리해 내는 것과 같은 짓이다.

“희망이 없어.” 나는 최근의 연료 표본을 실험대에 쾅 내려놓으며 말한다. “타우메바 천지야.”

내 구역에는 아스트로파지 있음. 로키가 말한다. 약 216g 남음.

“그걸로 내 스핀 드라이브를 오랫동안 작동시킬 수는 없을 거야. 30초 정도일걸. 게다가 그 아스트로파지도 오래 살아남지 못할 테고. 내 구역에는 어디든 타우메바가 있다고. 네 아스트로파지는 네 쪽에 안전하게 보관해.”

내가 새 엔진 만듦. 로키가 말한다. 타우메바가 아스트로파지를 메탄으로 바꿈. 산소와 반응함. 불을 만듦. 추진력을 만듦. 내 우주선으로 감. 거기에 아스트로파지 많음.

“그건…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나는 아래턱을 만지작거린다. “타우메바의 방귀를 추진력으로 사용해 우주를 가로지르자는 거지?”

타우메바 다음에 나온 단어 이해 못 함.

“중요한 건 아니야. 잠깐만, 계산 좀 해보자….”

나는 태블릿을 꺼낸다. 실험실 컴퓨터 화면은 여전히 나가 있다. 메탄의 구체적인 순간력은 기억나지 않지만, 수소와 산소가 만나 반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450초라는 건 알고 있다. 최고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한테는 아스트로파지가 2만 킬로그램 있었으므로 이젠 그 전부가 메탄이라고 치는 것이다. 우주선은 건중량이 대략 10만 킬로그램이다. 이런 반응을 일으킬 산소가 충분한지조차 모르겠지만, 일단 그건 무시하고….

집중하려면 계속 애를 써야 하지만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이다.

나는 계산기 앱에 숫자를 입력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좋지 않아. 우주선은 초속 800미터 미만의 속력을 내게 될 거야. 그 정도로는 타우세티 항성계를 1억 5,000만 킬로미터 가로질러 가는 건 고사하고, 에이드리언의 중력을 벗어날 수도 없어.”

나쁨.

나는 태블릿을 실험대에 내려놓고 눈을 비빈다. “그러게. 나쁘다.”

그는 달각거리며 터널을 따라가다가 내 머리 위에 머문다. 나한테 발전기 줘.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왜?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야?”

내가 청소하고 소독함. 타우메바 전부 제거함. 내 아스트로파지로 아주 작은 연료 탱크 만듦. 발전기를 밀폐함. 너한테 다시 줌. 네가 우주선에 달아. 동력 복원.

나는 아픈 팔을 문지른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발전기가 네 공기에서 녹지 않는다면 말이지.”

녹으면 나 고침.

아스트로파지 수백 그램은 은하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기에 부족한 양이지만, 우주선의 전기 시스템을 작동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글쎄… 남은 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려나.

“그래. 알았어. 좋은 생각이네. 최소한 우주선 전원은 다시 켤 수 있을 테니까.”

그래.

나는 터덜터덜 승강구로 걸어간다. “발전기 가져올게.”

지금 컨디션으로는 사실 공구를 쓰면 안 되지만 나는 무리하기로 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 기어가야 하는 비좁은 공간으로 들어간 다음 발전기를 분리한다. 아니, 어쩌면 예비 발전기일 수도 있다. 모르겠다. 아무튼 이건 아스트로파지를 전기로 바꿔준다. 그게 중요한 점이다.

나는 숙소의 주된 공간으로 돌아와 발전기를 그곳에 설치된 우리 에어로크에 집어넣는다. 로키가 에어로크를 회전시킨 다음 발전기를 자기 작업대로 가져간다. 발톱 두 개가 즉시 작업을 시작한다. 세 번째 발톱은 내 침대를 가리킨다. 이제 내가 작업. 넌 자.

“그쪽에 있는 네 아스트로파지에 타우메바가 들어가지 않게 해!”

내 아스트로파지는 밀폐된 제노나이트 통에 들어 있음. 안전함. 이제 넌 자.

온몸이 쑤신다. 붕대로 감은 팔이 특히 그렇다. “잠이 안 와.”

그는 더 단호하게 발톱으로 침대를 가리킨다. 넌 인간들이 열여섯 시간마다 여덟 시간을 자야 한다고 말함. 너는 서른한 시간 동안 안 잠. 이제 자.

나는 침대에 앉아 한숨을 쉰다. “그거 말 되네. 최소한 자려고 노력은 해봐야겠다. 힘든 날이었어. 힘든 밤인지. 아무튼. 힘든 날의 밤이야.” 나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올린다.

말 안 되는 문장.

“지구에서 하는 말이야. 노래에 나와.” 나는 눈을 감고 웅얼거린다. “…나는 개처럼 일했고….”(밴드 비틀스가 주연한 영화 《피로에 지친 날 밤》의 주제곡 가사다‐옮긴이)

내가 잠결로 빠져드는 동안 한순간이 지나간다 ….

“그렇지!” 나는 벌떡 일어나 앉는다. “비틀스!”

로키는 너무 놀라 발전기를 떨어뜨린다. 무슨 문제, 질문?

“문제가 아니야! 해결책이지!” 나는 펄쩍 뛰다시피 일어나 선다. “비틀스 말이야! 내 우주선에는 비틀스라고 불리는, 비교적 작은 우주선 네 개가 탑재돼 있어. 지구로 정보를 돌려보내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거야!”

나한테 전에 이 얘기함. 로키가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도 같은 연료 사용, 아님? 지금 아스트로파지 모두 죽음.

나는 고개를 젓는다. “걔들도 아스트로파지를 쓰긴 하지. 하지만 비틀스는 하나하나 독립돼 있고 밀폐돼 있어. 공기도, 연료도, 그 무엇도 헤일메리호와 공유하지 않는다고. 비틀스 하나마다 연료 120킬로그램이 탑재돼 있고! 아스트로파지는 충분해!”

로키가 허공에서 팔을 흔들어댄다. 내 우주선으로 갈 수 있음! 좋은 소식! 좋음, 좋음, 좋음!

나도 허공에서 팔을 흔들어댄다. “어쩌면, 결국 우리는 여기서 죽지 않을지도 몰라! 선외활동을 통해서 비틀스를 가져와야겠어. 금방 돌아올게.” 나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사다리로 향한다.

안 돼! 로키가 말한다. 그는 칸막이로 잽싸게 다가와 분리용 벽을 톡톡 두드린다. 넌 자. 인간은 안 자고 나면 기능 나쁨. 선외활동은 위험. 일단 자. 선외활동은 나중에.

나는 눈알을 굴려댄다. “알았어, 알았어.”

그는 다시 내 침대를 가리킨다. 자.

“네, 엄마.

빈정대기. 넌 자. 나 지켜봄.



“지금 보니 안 좋은 생각 같아.” 내가 무전기에 대고 말한다.

임무 해. 로키는 무자비하게 대답한다.

나는 잘 자고,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서 깨어났다. 괜찮은 아침 식사를 했다. 스트레칭도 좀 했다. 로키는 내게 밀폐된, 제대로 작동하는 발전기를 내밀었다. 기본적으로 영원히 작동할 수 있는 발전기였다. 나는 그 발전기를 설치한 다음 아무 문제없이 우주선의 동력을 복구했다.

로키와 나는 블립A까지 돌아갈 때 비틀스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은 생각 같았다.

나는 에어로크에 서 있다. 선외활동을 하기 위한 복장을 다 갖추고, 우주라는 광활한 무(無)의 공간을 내다보고 있다. 행성 에이드리언이 내게 연한 초록색 빛을 반사하며 우주선을 비추다가 시야 바깥으로 사라져 간다. 나는 어둠 속에 있다. 오래는 아니다. 행성이 12초 후 내 시야 위쪽에서 다시 나타난다.

헤일메리호가 돌아가고 있다. 이건 좀 문제다.

우주선 측면에는 아스트로파지로 동력이 공급되는 작은 추진기들이 있다. 이 추진기들은 인공 중력을 발생시키기 위해 위쪽으로나 아래쪽으로 회전할 수 있다. 물론, 이것들은 작동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이 추진기도 타우메바의 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중력을 다루어야 하는 선외활동을 한 번 더 하는 셈이다. 단, 이번에 나를 허공으로 튕겨내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에이드리언의 중력이 아니라 원심력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그럼 왜 이번 선외활동이 에이드리언으로 표본을 확보하러 갔을 때의 작은 모험보다 나쁘다는 걸까? 왜냐하면, 이번에는 우주선의 노즈콘 부분에 균형을 잡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죽을 수 있다.

표본 수집기를 가져올 때 나는 선체에 가깝게 머물렀고, 안전끈을 계속 잘 채워 두었으며, 혹시라도 발을 잘못 디딜 경우에 대비해 붙잡을 손잡이도 엄청나게 많았다.

하지만 비틀스는 우주선의 코 부분, 그러니까 노즈콘에 보관돼 있다.

원심분리기 시스템의 작동 방식 때문에 노즈콘 부분은 우주선의 나머지 반쪽을 향해 있다. 그러니까 구심 중력의 관점에서 보면, 비틀스는 승조원 구역의 ‘맨 위’에 있는 셈이다. 나는 그리로 올라가 노즈콘을 열고 작은 우주선들을 꺼내야 한다. 그러는 내내 미끄러지지 않기만을 바라야 하고. 노즈콘에는 안전끈을 연결할 지점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더 아래쪽에 있는 지점에 안전끈을 채워야 할 것이다. 그 말은, 추락하는 경우 안전끈이 팽팽하게 당겨지기 전에 내가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안전끈이 버텨줄까? 못 버틴다면 원심분리기의 힘이 나를 우주로 튕겨낼 것이고 나는 에이드리언의 최신 위성이 될 것이다.

나는 안전끈을 네 번씩 확인한다. 도움이 안 될지라도 안전을 위해서 그냥 두 개를 가져간다. 안전끈은 에어로크의 고정대에도, 내 우주복에도 단단히 고정돼 있다. 내가 떨어지면 안전장치들이 그 힘을 받아줘야 하니까.

그래, ‘받아줘야만 한다.’ 받아줄 수 있는 게 아니고.

나는 밖으로 나가 에어로크 맨 윗부분을 잡고 몸을 끌어올린다. 중력이 온전한 상태였다면 모든 장비를 착용한 채 이렇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노즈콘의 각도가 완만해서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나는 안전끈을 다시 확인한 다음 노즈콘 꼭대기로 기어오른다. 원심분리기의 움직임이 나를 가는 방향으로 떠민다. 선체와의 마찰이 내가 옆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도록 몇 피트마다 멈춰 서야 한다.

상태, 질문?

“가고 있어.” 내가 말한다.

좋음.

나는 노즈콘에 도착한다. 회전의 중심에 가장 가까운 이곳이 인공 중력이 가장 약한 곳이다. 이건 그럭저럭 괜찮은 이점이다.

우주가 내 주위로 25초마다 게으르게 회전한다. 그 절반의 시간은 에이드리언이 내 시야 아래쪽 전체를 채운다. 그런 다음에는 타우세티의 타는 듯한 빛이 몇 초간 보인다.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그냥 약간 짜증 나는 정도다.

비틀스의 화물 출입구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여기서는 조심해야 한다. 아무것도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

이 모든 것은 자살 임무로 계획됐다. 사람들은 헤일메리호가 집으로 돌아오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기계 내부에는 이 출입구를 날려버릴 점화장치가 있다. 그러면 비틀스가 발사되어 지구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좋은 시스템이지만 나는 집에 돌아갈 때를 대비해 이 출입구를 온전히 유지해야 한다. 공기역학 때문이다.

그래, 공기역학.

헤일메리호는 애초부터 하인라인(공상과학 소설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을 말한다‐옮긴이)의 소설에 나오는 우주선처럼 생겼다. 반짝이는 은색에 매끄러운 선체, 뾰족한 노즈콘. 대기를 헤쳐 나갈 필요가 전혀 없는 우주선에 왜 이 모든 것이 필요했을까?

그건 성간물질 때문이었다. 우주에는 아주 아주 적은 양의 수소와 헬륨이 돌아다니고 있다. 1세제곱센티미터당 원자 하나가 있는 정도지만,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면 그 효과가 누적된다. 수많은 원자들을 치고 지나가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주선의 관성계 때문에 그 원자들이 평소보다 훨씬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상대성이론은 괴상하다.

길게 말했지만 요점은 하나다. 나는 우주선의 코 부분을 온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판과 점화장치는 여섯 개의 육각 머리 볼트로 선체에 붙어 있다. 나는 공구 벨트에서 박스 스패너를 꺼내 작업에 착수한다.

첫 번째 나사를 풀자마자 나사는 노즈콘의 비탈을 미끄러져,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추락한다.

“음….” 내가 말한다. “로키, 너 나사못 만들 수 있지?”

응. 쉬움. 왜, 질문?

“하나 떨어뜨렸어.”

나사 더 잘 잡고 있어.

“어떻게?”

손을 써.

“스패너를 쥐고 있어서 손이 없어.”

두 번째 손을 써.

“다른 손은 자세를 유지하느라고 선체에 대고 있어.”

세 번째 손…. 흠. 비틀스를 가져와. 내가 새 나사못 만듦.

“알았어.”

나는 두 번째 나사를 풀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매우 조심한다. 반쯤 돌리고 나서는 스패너를 쓰지 않고, 나머지 작업은 직접 손으로 한다. EVA 우주복의 뚱뚱한 손가락은 이런 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형편없다. 이 나사 한 개를 푸는 데 10분이 걸리지만 나는 나사를 풀어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사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다.

우주복 주머니에 나사못을 집어넣는다. 이제 로키는 무엇을 복제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음 나사못 네 개를 스패너로 풀고 떨어지게 놔둔다. 나사못들은 잠깐 에이드리언의 궤도를 돌겠지만, 영원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조금씩 쌓여가는 인력이 나사못의 속도를 조금씩, 조금씩 늦춘 끝에, 나사못들은 에이드리언의 대기로 떨어져 불타버릴 것이다.

나사는 이제 하나 남았다. 하지만 먼저,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점화장치의 반대쪽 귀퉁이를 들어 올린다. 나는 빈 나사못 구멍에 안전끈을 미끄러뜨려 넣고, 안전끈 자체로 매듭을 짓는다. 그런 다음 안전끈의 다른 쪽 끝은 내 허리띠에 채운다. 이제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안전끈이 내게 연결돼 있다. 마음에 든다. 우주의 스파이더맨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무슨 상관인가?

필요하면 쓸 수 있게 준비해 둔 안전끈이 아직도 두 개 더 공구 벨트에 둘둘 말려 있다. 안전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나는 마지막 나사를 푼다. 점화장치가 노즈콘을 따라 미끄러진다. 나는 장치 전체가 내 옆을 지나가도록 놔둔다. 장치는 안전끈이 끝나는 지점에서 멈춘다. 몇 차례 튀어 올라 선체에 부딪히더니 그네처럼 천천히 흔들린다.

나는 칸 안을 들여다본다. 비틀스는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저마다 각자의 보관함에 들어 있다. 네 대의 작은 우주선들은 통통하고 작은 연료 탱크에 조그맣게 새겨진 이름만 제외하면 완전히 똑같다. 물론 이름은 ‘존’, ‘폴’, ‘조지’, ‘링고’다.

상태, 질문?

“비틀스를 회수하고 있어.”

존부터 시작한다. 작은 죔쇠가 녀석을 제자리에 고정하고 있지만 힘을 주자 죔쇠가 쉽게 풀린다. 탐사선 뒤에는 분사구가 위로 향해 있는, 압축 공기 실린더가 있다. 비틀스는 이걸로 발사될 예정이었다. 비틀스는 스핀 드라이브를 작동시키기 전에 우주선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나와야 했다. 귀엽고 작은 아기 스핀 드라이브조차 그 뒤에 있는 모든 것을 증발시킬 테니까.

존은 무척 쉽게 떨어져 나온다. 탐사선은 내 기억보다 크다. 거의 여행 가방 크기다. 물론, 굼뜬 장갑을 끼고 선외활동을 하며 뭔가를 들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존 녀석은 무게도 엄청나게 나간다. 지구의 중력에서 이걸 들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존을 예비 안전끈에 묶은 다음, 폴을 챙기려고 손을 뻗는다.



빠르게 일을 해야 할 때면 로키는 빠르게 일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빨리 일해야 할 때다.

우리는 에이드리언 주변으로 미심쩍은 궤도를 돌고 있다. 컴퓨터와 안내 시스템이 모두 다시 켜진 지금, 나는 궤도를 볼 수 있다. 예쁘지 않다. 우리 궤도는 지금도 대단히 타원형으로 일그러져 있으며, 행성과 가장 가까운 지점은 너무 가깝다.

우리는 90분마다 대기의 맨 위를 스칠 듯 말 듯 지난다. 그 정도 고도에서 대기는 거의 대기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길 잃은 공기 분자 몇 개가 튀어 다니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걸로도 우주선의 속도를 아주 조금은 늦출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느려지다 보면, 다음번 궤도를 돌 때는 우리가 대기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 결과야 예상할 수 있을 테고.

우리는 90분에 한 번씩 대기를 스친다. 솔직히 몇 번까지 스치고 지나가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컴퓨터에는 ‘에이드리언 행성을 도는, 희귀한 타원형 궤도’ 모형이 없으니까.

그래서 로키는 서두르고 있다.

로키는 겨우 두 시간 만에 폴을 분해해 작동 방식을 거의 다 이해한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폴을 우주선 안의 로키 구역으로 전달하기 전에 우리는 특별한 ‘냉각 상자’를 만들어야 했다. 비틀스의 내부에는 로키의 공기와 닿으면 녹을 플라스틱 부품들이 있었다. 그 문제는 커다란 아스트로파지 덩어리로 해결했다. 아스트로파지는 인간이 만지기에는 너무 뜨거울지 몰라도, 플라스틱이 녹지 않을 정도로는 차가웠다. 물론, 남는 열을 흡수해 온도를 섭씨 96도로 유지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폴의 내부에는 전자 부품과 회로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다. 로키는 그걸 잘 따라가지 못한다. 지구의 전자 부품은 에리디언의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진보해 있다. 에리디언들은 IC 칩은커녕 트랜지스터도 아직 발명하지 못했다. 로키와 함께 작업한다는 건 1950년에서 온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를 내 우주선에 태우고 다니는 것과 같다.

어떤 종족이 트랜지스터를 발명하기 전에 우주여행을 발명할 수 있다니 이상하게 보이지만, 지구도 트랜지스터를 발명하기 전에 원자력과 TV를 발명했고, 심지어 몇 차례 우주선을 발사하기도 했으니까, 뭐.

한 시간 뒤, 로키는 모든 컴퓨터 제어장치를 우회했다. 이해하지 못해도 우회는 가능하다. 그냥 어떤 전선이 직접 전압을 거는지만 파악하면 되는 문제다. 로키는 임시방편으로 스핀 드라이브가 소리에 반응하는 리모컨을 통해 작동되도록 했다. 인간이 단거리 디지털통신을 위해 무전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에리디언들은 소리를 활용한다.

로키는 링고와 존에게도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이번에는 훨씬 빠르다. 연구에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조지는 개조되지 않고 남는다. 작은 비틀스에게는 추진력이 별로 없으므로 우리야 녀석들을 많이 쓸수록 좋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선을 그어야 한다. 비틀스 하나만큼은 개조되지 않은 상태로 남겨두고 싶다. 원래의 임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된 채로, 안전하게.

로키 덕분에 나는 이 자살 임무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헤일메리호는 상태가 나쁘다. 연료 탱크 몇 개가 떨어져 나갔고 사방에 손상과 누출이 있었다. 로키가 내게 줄 대체 연료를 먹을 시간만 기다리며 몰래 돌아다니는 타우메바들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이 실패할지도 모르는 방식이 최소 100가지는 됐다. 그러니까 출발하기 전에 나는 내가 발견한 모든 것과 타우메바 몇 마리를 탑재한 조지를 떠나보낼 생각이었다. 비틀스 둘을 남겨두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디든 필요한 방향으로 우주선의 각도를 잡고 진로를 조정할 수 있으려면 비틀스 셋이 필요했다.

로키는 숙소의 에어로크를 통해 개조된 비틀스 셋을 내 쪽으로 넘긴다.

선체에 탑재해. 그가 말한다. 우주선 중심축에서 45도 각도 떨어지게.

“알겠어.” 나는 한숨을 쉰다. 빙빙 도는 우주선에서 또 한 번 선외활동을 해야 한다. 만세.

하긴,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추진력이 없으면 회전을 멈출 수 없는데 말이다.

나는 선외활동을 한다. 어려운 부분은 알맞은 장소로 가는 것뿐이다. 에어로크는 노즈콘 근처에 있고 나는 비틀스를 뒷부분에 탑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주선은 겨우 다섯 가닥의 케이블로만 이어진 채 두 토막으로 나뉘어 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헤일메리호의 설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했다는 사실이다. 케이블 전체에 안전끈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들이 있다.

나는 무중력이 아닌 상태에서 선외활동을 하는 극히 드문 기술을 점점 더 익혀가고 있다. 그리고 우주선의 노즈콘 위에서 죽음의 춤을 췄던 때와는 달리, 우주선 뒷부분에는 손잡이가 엄청나게 많다. 비틀스를 탑재하는 건 쉽디쉬운 일이다. 나는 로키의 제노나이트 접착제가 굳어서 영구적으로 붙는 동안 녀석들을 선체의 손잡이에 연결해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결국 나는 존, 폴, 링고를 선체 둘레에 고리 모양으로, 같은 간격을 두고 배치하는 데 성공한다. 비틀스는 각기 엔진이 우주선의 장축에서 45도 떨어지도록 각도를 잡고 있다.

“비틀스 설치 완료.” 나는 무전기에 대고 말한다. “손상 부분 조사 중.”

좋음. 로키가 대답한다.

나는 연료 탱크가 뜯겨나가면서 망가진 지점으로 나아간다. 별로 볼 건 없다. 나는 당시에 망가진 연료 탱크를 폐기했다. 사라진 직사각형 선체 판이 한때 연료 탱크가 있던 자리의 구멍을 드러낸다. 그 구멍 주변 구역이 외상을 보여준다.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다른 면에서는 반짝이는 선체 판들을 망치고 있다. 근처의 판 두 개에는 선명하고 뚜렷하게 일그러진 자리가 보인다.

“일부 판이 구부러졌어. 그을린 자국도 좀 있고. 너무 심하진 않아.”

좋은 소식.

“탄 자국이 생기다니 이상하지 않아? 왜 탄 자국이 있지?”

열이 많음.

“그래, 하지만 산소가 없잖아. 여긴 우주라고. 어떻게 탈 수가 있어?”

가설. 연료 탱크에 아스트로파지 많음. 그중 일부가 죽었을 것임. 죽은 아스트로파지에는 물이 있음. 죽은 아스트로파지는 열에 면역이 없음. 물과 매우 많은 열은 수소와 산소가 됨. 산소와 열과 선체가 탄 자국이 됨.

“그러게.” 내가 말한다. “좋은 가설이다.”

감사.

나는 케이블이라는, 우주의 밧줄 다리를 다시 가로지른 다음 별 사고 없이 에어로크에 들어간다. 로키가 통제실 천장의 자기 구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괜찮음, 질문?

“응.” 내가 말한다. “존, 폴, 링고 통제장치는 괜찮아?”

로키는 세 손에 똑같은 제어판을 들고 있다. 각 제어판에는 선체 벽에 설치된 스피커 겸 마이크로 이어지는 전선이 달려 있다. 그는 네 번째 손으로 수치가 표시되는 상자를 톡톡 두드린다. 통신 준비 완료. 모든 비틀스가 정상 작동 대기 중.

나는 조종석에 앉아 안전띠를 맨다. 다음 단계는 불편할 것이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우주선의 각을 조정할 수 있도록 비틀스를 우주선의 중심축에서 45도 각도로 배치했다. 이렇게 하면 우주선의 회전을 통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틀스를 사용하려면 일단 우주선이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일단은 둘로 나뉜 우주선을 서로 붙여야 한다.

회전 관성의 보존이란, 곧 우주선이 정말로 빠르게 돌아갈 거라는 뜻이다. 우주선은 로키가 지난번 나를 구해주어야 했을 때와 똑같은 빠르기로 회전할 것이다. 우리는 그때 이후로 관성을 조금도 얻거나 잃지 않았다.

나는 원심분리기 제어판을 주 통제 화면에 띄운다. 뭐, 원래의 주 화면 바로 위다. 원래의 주 화면은 에이드리언 모험 때 부서졌다. 하지만 이 화면도 충분히 쓸 만하다.

“준비됐어, 질문?”

응.

“중력이 강할 거야.” 내가 말한다. “에리디언한테는 쉽지. 인간한테는 어렵고. 나는 의식을 잃을지도 몰라.”

인간의 건강에 안 좋음, 질문? 말끝에 떨리는 기색이 어려 있다.

“약간 안 좋아. 큰 중력은 인간이 의식을 잃게 만들 수 있거든.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걱정하지 마. 그냥 임무를 계속해. 우주선이 회전을 멈추면 내가 일어날 거야.”

이해함. 로키는 세 개의 제어판을 준비해 들고 있다.

“좋아, 간다.” 나는 원심분리기를 수동 모드로 바꿔놓고, 세 개의 경고창을 건너뛴다. 먼저 나는 승조원 구역을 지난번처럼 천천히 180도 회전시킨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르게, 나는 모든 것을 고정해 두었다. 그러니 세상이 돌아가고 중력의 방향이 바뀌더라도 실험실과 숙소는 엉망진창으로 팽개쳐지지 않는다.

이제는 절반의 중력이 나를 제어판 쪽으로 밀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노즈콘이 다시 우주선의 나머지 부분과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나는 우주선의 회전 속도와는 무관하게, 스풀 네 개에 케이블을 감으라고 명령한다. 우주선의 아이콘은 내 명령대로 수축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전띠에 내 몸이 더 세게 파고든다.

겨우 10초 뒤에 중력이 6g에 달한다. 나는 거의 숨을 쉬지 못한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꿈틀댄다.

너 건강하지 않음! 로키가 새된 소리로 외친다. 취소해. 새로운 계획 세워.

나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고개를 젓는다. 얼굴 피부가 쫙 늘어나 볼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 나는 괴물처럼 보일 게 틀림없다. 시야의 주변이 검게 흐려진다. 언젠가 들어본 터널 시야가 틀림없다. 적당한 이름이다.

터널이 점점 더 어두워지다가, 결국은 모두 검은색으로 변한다.

잠시 후 나는 깨어난다. 내 생각에 잠시 후라는 말이다. 팔이 아무렇게나 떠다니고, 오직 안전띠만이 내가 조종석에서 빠져나가 흘러 다니는 것을 막고 있다.

그레이스! 너 괜찮음, 질문?

“어어….” 나는 눈을 문지른다. 시야가 흐리고, 아직도 몸에 힘이 없다. “응. 상태는?”

회전 속도 0. 그가 말한다. 비틀스 조종하기 어려움. 수정함. 비틀스 조종하기 쉬움. 비틀스 동력으로 움직이는 우주선 조종하기 어려움.

“그래도 해냈네. 잘했어.”

감사.

나는 안전띠를 풀고 기지개를 켠다. 전에 화상을 입은 내 팔 말고는 아무것도 망가지거나 상처를 입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무중력상태로 돌아오니 기분이 좋다. 온몸이 아픈 건 정상이다. 육체노동을 엄청나게 한 데다가, 아직도 부상에서 회복하는 중이니까. 그 귀찮은 중력을 치워버리니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어진다.

나는 모니터의 화면들을 휙휙 넘겨 본다. “모든 시스템이 괜찮아. 전보다 더 망가진 건 없어.”

좋음. 다음 행동은 무엇, 질문?

“이젠 내가 계산을 해야지. 엄청나게 많은 계산을 해야 해. 비틀스를 엔진으로 사용해서 네 우주선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추진력의 지속 시간과 각도를 계산해야 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