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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늦지 않게 회의에 참석했다. 최소한 내 생각에는 그랬다. 이메일에 12시 30분이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가보니, 모두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조용하게. 게다가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분간 우리는 사고에 관해 언론통제를 하기로 했다. 전 세계가 이 프로젝트를, 유일한 구원의 희망을 지켜보는 중이다. 절대로 필요하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면, 사람들이 주요 과학 전문가와 예비 과학 전문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었다. 뭐니뭐니해도 러시아인들은 비밀을 지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바이코누르 전체가 폐쇄됐다.

회의실은 러시아인들이 제공한 간단한 트레일러였다. 이곳에서는 발사대가 아주 멋지게 내려다보였다. 창문 너머로 소유스를 볼 수 있었다. 오래된 기술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소유스는 누가 뭐래도 여태 만들어진 발사 시스템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시스템이었다.

스트라트와 나는 폭발이 일어난 밤 이후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즉석 재난 조사를 지휘해야 했다. 나중으로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번 사고가 임무에 쓰이게 될 어떤 절차나 장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우린 상황을 파악해야만 했다. 나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스트라트가 허락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ESA팀이 보고해 오는, 헤일메리호의 다양하고도 사소한 문제들을 계속 처리해야 했으니까.

스트라트는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디미트리는 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마 스핀 드라이브 개선안이겠지. 원심분리기를 디자인한 다혈질의 로켄 박사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타닥타닥 두드렸다. 라마이 박사는 늘 그렇듯 실험용 가운을 입고 있었다. 라마이 박사의 팀은 완전히 자동화된 의료 로봇을 완성했다. 이걸로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사람들의 대기자 명단에 오르겠지. 지구가 그만큼 오래 살아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비틀스 탐사선을 발명한 정신 나간 캐나다인 스티브 해치조차 참석해 있었다. 적어도 그는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계산기를 계속 두드리기만 했다. 그의 앞에는 서류가 없었다. 계산기뿐이었다.

야오 대장과 엔지니어 일류키나도 참석했다. 야오는 늘 그렇듯 시무룩한 표정이었고, 일류키나의 손에는 술이 없었다.

“저 지각인가요?” 내가 물었다.

“아뇨. 시간에 딱 맞춰 오셨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앉으세요.”

나는 딱 하나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연구 센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낸 것 같습니다.” 스트라트가 입을 열었다. “건물 전체가 날아갔지만 모든 기록이 전자화되어 바이코누르 전체를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돼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서버는 임무 관제동에 있고요. 두보이스가 그답게 꼼꼼한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스트라트는 종이를 꺼냈다. “두보이스의 디지털 일기장에 따르면, 어제 두보이스의 계획은 아스트로파지를 동력원으로 삼는 발전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도로 희귀한 오작동을 시험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류키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 실험은 내가 해야 했어요. 우주선 유지 및 보수는 내 책임인데. 두보이스는 나한테 부탁했어야 해요.”

“정확히 뭘 실험한 거죠?” 내가 물었다.

로켄이 목을 가다듬었다. “한 달 전, JAXA에서 발전기에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을 발견했습니다. 발전기는 열을 발생시키기 위해 아스트로파지를 사용하고, 그 열은 상태변화 물질로 작은 터빈에 동력을 공급하죠. 오래된, 믿을 만한 기술입니다. 극소량의 아스트로파지로 작동하고요. 한 번에 겨우 세포 스무 개를 사용합니다.”

“그거면 꽤 안전할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안전해요. 하지만 발전기 펌프의 감속재 계통에 오류가 발생하는 동시에 연료 도관에 비정상적으로 아스트로파지가 빽빽하게 뭉쳐 있으면, 최대 1나노그램의 아스트로파지가 연소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요. 발전기가 아스트로파지에 비추는 적외선의 양도 통제하니까요. 연소실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적외선이 꺼져서 아스트로파지를 식힙니다. 안전한 지원 시스템이죠. 하지만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대단히 낮습니다만, 이 시스템의 결함이 적외선 조명을 최대 출력으로 작동시키고 온도 안전 연동장치 전체를 우회할 수 있어요. 두보이스는 이렇게 아주, 아주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실험해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로켄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입술이 약간 떨렸다. 그녀는 자세를 다잡고 말을 이어 나갔다. “두보이스는 복제품 발전기를 구했어요. 우리가 지상 시험에서 사용했던 발전기였죠. 연료 공급 펌프와 적외선 조명을 개조해, 억지로 그 말도 안 되게 희박한 상황이 일어나도록 했습니다. 아스트로파지 1나노그램 전체를 한순간에 활성화하고, 그게 발전기에 어떤 손상을 입힐지 알고 싶어 했어요.”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 “1나노그램으로는 건물을 날려 보낼 수 없어요. 최악의 상황에도 금속 조금을 녹일 수 있을 뿐이라고요.”

“네.” 로켄이 말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박사님도 우리가 극소량의 아스트로파지를 보관하는 방법을 알긴 아시죠?”

“당연하죠.” 내가 말했다. “프로필렌글리콜에 담가 놓은 작은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죠.”

로켄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보이스가 연구 센터의 보급 장교에게 아스트로파지 1나노그램을 요청했을 때, 그쪽에서 실수로 1밀리그램을 내줬어요. 용기가 전부 같고 양이 워낙 적어서, 두보이스와 셔피로는 그 사실을 알아챌 수가 없었고요.”

“세상에.” 나는 눈을 비볐다. “그랬다면, 문자 그대로 두 사람이 예상하던 것의 100만 배에 달하는 열에너지가 발생했을 거예요. 그게 건물과 그 건물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을 증발시켰군요. 세상에.”

스트라트는 서류를 뒤섞었다. “진실은 단순합니다. 우리에게는 아스트로파지를 안전하게 관리할 절차도, 경험도 없다는 거죠. 폭죽을 달라고 했는데 누가 가소성 폭약이 잔뜩 들어 있는 트럭을 내준다면 누구나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리겠죠. 하지만 나노그램과 밀리그램의 차이라면 어떨까요? 인간으로서는 그냥 알 수 없는 겁니다.”

우리 모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스트라트 말이 맞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히로시마 원자폭탄급의 에너지를 가지고 장난하고 있었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랐으면 이건 미친 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럼 발사를 연기하게 되나요?” 내가 물었다.

“아뇨.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모두 같은 의견입니다. 헤일메리호의 발사를 지연할 수는 없습니다. 헤일메리호는 조립됐고, 점검이 끝났고, 연료 주입까지 마쳤습니다. 출발할 준비가 됐어요.”

“헤일메리호는 궤도에 올라 있습니다.” 디미트리가 말했다.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와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51.6도의 가파른 궤도를 그리고 있어요. 하지만 이 말은, 헤일메리호가 점차 붕괴해 가는 얄팍한 궤도에 올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3주 안에 출발하지 못하면, 헤일메리호를 더 높은 궤도로 다시 올리기 위해 임무 전체를 어설프게 반복해야 합니다.”

“헤일메리호는 일정에 맞게 출발할 겁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지금부터 닷새 후에요. 승조원들에게는 비행 전 점검을 받을 시간이 이틀 주어질 테니, 소유스는 사흘 안에 출발해야 하죠.”

“그렇군요.” 내가 말했다. “과학 전문가는 어쩌죠?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이 자원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선발된 사람에게 알아야 할 과학에 관한 단기 특별 강좌를 해줄….”

“결정은 이미 내렸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실은, 결정이 알아서 내려졌다고 해야겠군요. 알아야 할 모든 것에 관해 특정 전문가를 훈련시킬 시간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배워야 할 정보와 연구 내용이 너무 많아요. 아무리 머리가 좋은 과학자라도 겨우 사흘 안에 그 모든 내용을 짜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오직 7,000명에 한 명만이 코마에 저항하는 유전자 조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즈음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얘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것 같네요.”

“박사님도 지금쯤은 분명히 아시겠지만, 박사님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어요. 박사님이 그 7,000명 중 한 명입니다.”

“승조원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일류키나가 말했다.

“잠깐, 잠시만요. 아니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네, 아스트로파지에 관해서는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우주비행사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가면서 저희가 훈련해 드리겠습니다.” 야오가 조용하지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려운 일들은 저희가 처리할 테고요. 박사님은 오직 과학적인 목적으로만 활용될 겁니다.”

“제 말은 그냥…. 아니 왜 이래요! 분명 누군가 있을 거라고요!” 나는 스트라트를 보았다. “야오의 예비 인력은요? 일류키나의 예비 인력이라든지?”

“그 사람들은 생물학자가 아닙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 사람들은 헤일메리호에 관해서나 헤일메리호의 운용에 관해서, 또 파손된 기계를 수리하는 방법에 관해서라면 노즈콘부터 밑바닥까지 전문 지식을 갖춘, 믿을 수 없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 안에, 누군가에게 그들이 알아야 하는 세포생물학을 전부 가르쳐 줄 수는 없어요. 그건 마치 세계 최고의 구조공학자에게 뇌수술을 부탁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냥, 그 사람들의 분야가 아닌 거예요.”

“명단에 올라 있는 다른 후보자들은요? 처음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요.”

“박사님만큼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습니다. 박사님한테 우연히도 코마 저항력이 있다는 점에서 우린 운이 좋은 거예요. 꿈도 못 꿀 만큼 운이 좋은 거죠.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박사님을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한 게 중학교 선생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내가 말했다.

“박사님은 우주선이 작동하는 방식을 아시죠.” 스트라트가 말을 이었다. “아스트로파지의 바탕에 깔린 과학도 알고 계시고요. EVA 우주복을 비롯해 특수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도 전부 알고 계십니다. 박사님은 우주선이나 이 우주선의 임무에 관해 우리가 거쳐 온 모든 주요한 과학적, 전략적 회의에 참석하셨어요. 제가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했습니다. 박사님에게 우리한테 필요한 유전자가 있으니, 제가 기를 쓰고 박사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도 갖추시도록 했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도 이렇게 되는 걸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됐어요. 박사님은 그동안 내내 세 번째 과학 전문가였습니다.”

“아니… 아니에요. 그건 잘못된 거죠.” 내가 말했다. “분명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훨씬 더 재능 있는 과학자들이요. 그리고, 뭐 있잖아요, 실제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요. 스트라트 씨 당신이 분명 명단을 만들어 놓았을 텐데요? 저 다음의 후보자는 누구인가요?”

스트라트는 앞에 놓인 종이 한 장을 집어 들었다. “파라과이 출신의 양조장 직원 안드레아 카세리스입니다. 이분은 코마 저항력을 가지고 있고, 화학 학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세포생물학을 부전공했어요. 처음 우주비행사를 모집할 때 임무에 자원했고요.”

“좋네요.” 내가 말했다. “그분한테 한번 기회를 주죠.”

“하지만 박사님은 수년간 직접적인 훈련을 받으셨습니다. 박사님은 우주선과 임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요. 게다가 아스트로파지에 관해서는 세계의 선구적인 전문가고요. 카세리스에게 이런 정보를 전달할 시간은 겨우 며칠뿐입니다. 제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아시죠, 그레이스 박사님? 다른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저는 헤일메리호에 가능한 한 모든 이점을 부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박사님이 그 이점이에요.”

나는 탁자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전…. 나는 죽고 싶지 않은데….”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결정은 박사님이 내리셔야 합니다.” 야오가 말했다. “나는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승조원으로 받지 않을 겁니다. 박사님은 박사님의 자유 의지에 따라서 오셔야 합니다. 박사님이 거절하신다면 우린 카세리스 씨와 함께 가서 그분을 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박사님이 승낙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수십억 명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그런 비극에 비하면 우리의 목숨은 사소한 문제입니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야 하는 거지? “생각 좀 해볼 수 있을까요?”

“네.” 스트라트가 말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습니다. 박사님이 싫다고 하시면, 카세리스를 서둘러 이리 데려와야 하니까요. 오늘 오후 5시까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일어나서 발을 끌며 회의실을 나섰다. 작별 인사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동료들이 모두 모여 내 죽음을 결정한다는 건 음침하고도 절망적인 기분이 드는 일이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12시 38분. 결정할 때까지 네 시간 삼십 분이 남았다.



헤일메리호의 스핀 드라이브는 현재의 중량에 비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출력이 강하다. 우리가 지구를 떠났을 때는 우주선의 무게가 210만 킬로그램이었다. 그중 대부분이 연료였고. 지금은 우주선의 무게가 겨우 12만 킬로그램이다. 출발 시 무게의 약 20분의 1이다.

헤일메리호의 상대적으로 낮은 질량 덕분에 허접스러운 꼬마 비틀스들도 힘을 합하면 0.5g의 추진력을 낼 수 있다. 단, 우주선은 선체에 달린 임의의 선외활동용 손잡이를 억지로 떠미는 45도 각도의 추진력을 강하게 받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가 비틀스의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비틀스는 그냥 손잡이를 뜯고 풀려나 타우세티의 석양으로 사라질 것이다.

로키는 우주선의 회전을 무력화할 때 그 점을 염두에 두었다. 지금 우리는 회전을 통제하고 있으며, 나는 우주의 섭리에 맞게 무중력상태에서 선외활동을 할 수 있다. 나는 헤일메리호 내부 골조의 모형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로키에게 살펴보라고 주었다. 한 시간도 안 돼서 그는 해결책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그 해결책을 실행할 제노나이트 지지대까지 만들어냈다.

그래서 내가 또 한번 선외활동을 한다. 나는 제노나이트 지지대를 비틀스에 덧댄다. 이번만큼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간다. 로키는 우주선이 이제 비틀스의 최대 출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 녀석은 공학을 잘 안다.

나는 아마 어딘가에 오류가 있을 복잡한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수많은 계산식을 입력한다. 전체를 완성하는 데 여섯 시간이 걸렸다. 결국 나는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답을 구한다. 이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블립A가 보이는 곳까지 가게 될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진로를 미세하게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준비됐어?” 나는 조종석에서 말한다.

준비됐음. 로키가 자기 구체 속에서 말한다. 그는 손에 제어판 세 개를 들고 있다.

“좋아…. 존과 폴은 4.5퍼센트로.”

존과 폴, 4.5퍼센트 확인. 그가 말한다.

물론, 로키가 나한테 제어판을 만들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더 나았다. 나는 화면을 자세히 보면서 우리 진로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누군가가 비틀스에 온전히 주의를 쏟길 바라는 편이 나았다. 게다가 로키는 우주선의 엔지니어였다. 임시방편으로 만든 우리 엔진을 그보다 잘 운용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존과 폴은 0으로. 링고는 1.1퍼센트.” 내가 말한다.

존과 폴, 0. 링고, 1.1.

우리는 우주선이 대략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추력 벡터를 조금씩, 조금씩 수없이 수정한다. 마침내 우리는 맞았으면 하는 방향에 다다른다.

“밑져야 본전이지.” 내가 말한다. “전부, 최대 출력으로!”

존, 폴, 링고 100퍼센트.

우주선이 덜컥 앞으로 향하면서, 나는 좌석에 뒤로 떠밀린다. 우리가 (바라건대) 블립A를 향해 (아마도) 직선으로 가속하면서, 1.5g의 중력이 밀려든다.

“세 시간 동안 추진력 유지.” 내가 말한다.

세 시간. 나 엔진 지켜봄. 너 쉬어.

“고마워. 근데 쉴 시간은 없어. 할 수 있을 때 중력을 활용하고 싶거든.”

난 계속 여기 있음. 실험이 어떻게 되는지 말해줘.

“그럴게.”

나는 또 한 번 11일 동안 여행하려 한다. 그러려면 연료 130킬로그램이 필요하다. 비틀스에 탑재된 연료의 약 4분의 1이다(아스트로파지로 가득 차서 실험실에 가만히 놓여 있는 조지를 포함한 수치다). 그 정도면 내가 궤도를 계산하다가 한 멍청한 실수들을 모두 수정할 수 있을 만큼의 연료가 남을 것이다.

우리는 세 시간 후 순항속도에 접어들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11일의 대부분을 관성으로 움직이게 된다. 원심분리기 속도를 올리거나 낮추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다. 앞서 우주선의 회전을 무력화했을 때 로키가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나게 많은 추측과, 빙빙 돌다 통제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수많은 가능성을 동반한 섬세한 과정이었다. 그보다 나쁜 경우에는 케이블이 꼬일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다음 세 시간 동안 나는 실험에 쓸 1.5g를 갖게 된 셈이다. 그다음부터는 한동안 무중력상태가 된다. 실험실로 갈 시간이었다.

나는 사다리를 내려간다. 팔이 아프다. 하지만 전보다는 덜하다. 나는 매일 붕대를 갈아왔다. 아니, 라마이 박사가 만든 기적의 의료 기계가 갈아줬다고 해야겠지. 확실히 피부 전체에 흉터가 생기고 있다. 남은 평생은 못생긴 팔과 어깨를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피부 깊숙한 곳은 살아남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괴저로 사망했을 것이다. 아니면 라마이의 기계가 내가 보지 않을 때 내 팔을 절단해 버렸든지.

1.5g 정도의 중력을 다룬 것도 꽤 오래전이었다. 내 다리는 이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나는 이런 종류의 불만에 익숙해져 있다.

나는 타우메바 실험이 아직도 진행 중인 주 실험대로 걸어간다. 실험 장치의 모든 부분이 실험대에 단단히 실려 있다. 혹시 가속하다가 예상치 못한 모험을 더 겪게 될 수도 있으니까. 물론, 타우메바가 부족한 건 아니다. 연료가 있어야 할 곳에 타우메바가 엄청 많이 있으니.

나는 먼저 금성 실험을 확인한다. 냉각장치가 작게 웅웅거리며, 내부의 온도를 금성의 극 상층 대기 온도에 맞게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 나는 딱 한 시간만 타우메바를 그 안에서 배양할 생각이었지만, 그때 불이 나갔고 우리에게는 더 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타우메바가 나흘 동안 그 상태로 있었다. 딴 건 몰라도, 타우메바는 일 처리를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누렸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다. 중요한 순간이다. 안에 있는 작은 유리 슬라이드에는 세포 한 개 두께의 아스트로파지 층이 있었다. 타우메바들이 살아서 아스트로파지를 먹었다면 빛이 슬라이드를 투과할 수 있을 것이다. 유리 너머로 더 많은 빛이 보일수록 아직 살아 있는 아스트로파지의 수가 더 적은 것이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심호흡 한 다음 안을 본다.

새까맣다.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손전등을 꺼낸 뒤 뒤에서 비춰본다. 빛은 전혀 투과되지 않는다.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옆으로 걸음질 쳐 삼세계 타우메바 실험으로 이동한다. 그 안의 슬라이드를 확인해 봐도 같은 것이 보인다. 완전한 암흑.

타우메바는 금성의 환경에서도, 삼세계의 환경에서도 생존하지 못한다. 아니, 최소한 아스트로파지를 먹지는 않고 있다. 나는 배 속 깊은 곳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거의 다 왔는데! 정말이지 거의 다 왔는데! 우리는 바로 여기에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타우메바를! 우리의 세계들을 파괴하고 있는 녀석의 천적을 말이다! 게다가 이것들은 건강한 타우메바이기도 하다. 녀석들이 내 연료 탱크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금성이나 삼세계의 공기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대체 왜지?

뭐가 보임, 질문? 로키가 묻는다.

“실패야.” 내가 말한다. “두 실험 다. 타우메바가 전부 죽었어.”

나는 로키가 벽을 치는 소리를 듣는다. 분노!

“이렇게 노력했는데! 그 모든 게 헛수고였어. 헛수고!” 나는 주먹으로 실험대를 쾅 친다. “난 이걸 위해서 너무 많은 걸 포기했다고! 너무 많은 걸 희생했어!”

로키의 등딱지가 그의 구체 속 땅으로 철컹 주저앉는 소리가 들린다. 깊은 절망의 신호다.

우리는 둘 다 잠시 침묵을 지킨다. 로키는 자기 구체 속에 주저앉아 있고,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다.

한참 만에 뭔가 긁히는 소리가 난다. 로키가 바닥에서 등딱지를 들어 올리는 소리다. 우리 더 노력함. 그가 말한다. 우리 포기 안 함. 우리 열심히 노력함. 우리 용감함.

“그래, 맞아.”

나는 이 임무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실제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날아가 버렸기에 마지막 순간에 투입된 대체 인력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와 있다.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지 몰라도, 난 여기에 와 있다. 당시에 나는 이걸 자살 임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원한 게 틀림없었다. 지구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건 대단한 일이다.



스트라트의 트레일러는 내 트레일러의 두 배 크기였다. 계급에 따른 특권이겠지. 공평하게 말하자면 스트라트에게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서류로 뒤덮인 커다란 탁자에 앉아 있었다. 스트라트 앞에 놓인 서류에서 최소 네 개의 서로 다른 철자로 적힌, 최소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언어가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중 무엇을 읽는 데도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았다.

러시아 군인 한 명이 방 한구석에 서 있었다. 딱히 긴장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힘을 빼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그는 서 있는 편을 선택한 듯했다.

“안녕하세요, 그레이스 박사님.” 스트라트가 눈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녀가 군인을 가리켰다. “저쪽은 메크니코프 이병입니다. 폭발이 사고였다는 건 알고 있지만 러시아 측에서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고 하네요.”

나는 군인을 보았다. “그러니까, 상상 속 테러리스트들이 스트라트 씨를 죽이는 일이 없도록 저 친구가 여기 와 있다는 겁니까?”

“비슷해요.” 스트라트가 눈을 들었다. “아무튼 5시 정각이군요. 결정은 하셨습니까? 헤일메리호의 과학 전문가가 되실 건가요?”

나는 스트라트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와 눈을 맞출 수 없었다. “아뇨.”

스트라트가 나를 노려봤다. “그렇군요.”

“그게… 아시잖아요…. 애들도 있고. 전 애들 때문에 여기 남아야 해요.” 나는 의자에 앉은 채 움찔거린다. “헤일메리호가 답을 찾아낸다 해도, 우리는 거의 30년 동안 비참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네에.”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음, 그러니까, 저는 선생님이에요. 가르쳐야죠. 우리는 생존자들로 이루어진 강하고 튼튼한 세대를 키워내야 해요. 지금 우리는 물러터졌잖아요. 스트라트 씨도, 저도, 서구 세계 전체가 말이죠. 우리는 전례 없는 안락함과 안정을 누리며 성장한 결과물이에요. 내일의 세상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할 건 오늘날의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엉망진창이 된 세계를 물려받게 될 거예요. 정말로, 저는 다가올 세상에 아이들을 대비시킴으로써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필요한 이곳 지구에 머물러야 해요.”

“지구에 머물러야 하는군요.” 그녀가 내 말을 되풀이했다. “박사님이 필요한 곳이 지구다.”

“그…그렇죠.”

“이 임무에 필요한 훈련을 완벽하게 받은 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헤일메리호가 아니라.”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약간은 그렇기도 하죠. 하지만 보세요. 저는 승조원에 적합하지 않아요. 저는 용감한 탐험가 같은 게 아니라고요.”

“아, 그건 알죠.” 그녀가 말했다. 스트라트는 주먹을 꽉 쥐고 잠시 옆을 보았다. 그러더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글거리는 시선을 내게 돌렸다. “그레이스 박사. 당신은 겁쟁이 사기꾼입니다.”

나는 움찔했다.

“아이들을 그렇게 신경 썼다면 당신은 아무 망설임 없이 우주선에 탔겠죠.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세계 종말을 대비하게 하는 대신 수십억 명의 아이들을 그 종말에서 구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고….”

“내가 당신을 모릅니까, 그레이스 박사?” 그녀가 소리쳤다. “당신은 겁쟁이입니다. 언제나 그랬고요. 당신은, 당신이 쓴 논문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과학자로서의 전도유망한 미래를 포기했어요. 당신은 쿨한 선생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당신을 숭배할 아이들이 있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났습니다. 당신 인생에는 연애 상대도 없죠. 연애 상대가 있다는 건 상심을 경험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요. 당신은 무슨 대역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위험을 피합니다.”

나는 일어섰다.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무섭다고요! 난 죽고 싶지 않아요! 난 머리가 다 빠지도록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일했고, 살아남을 자격이 있어요! 나는 안 갈 거예요. 이 결정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명단에 올라 있는 다른 사람을 데려오세요. 그 파라과이 화학자 말이에요. 그 사람은 가고 싶어 하잖아요!”

스트라트가 탁자를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난 누가 가고 싶어 하는지는 관심 없습니다. 누가 가장 적합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죠! 그레이스 박사, 미안하지만 당신은 임무에 참여하게 될 겁니다. 당신이 무서워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당신이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당신은 가게 될 겁니다.”

“아주 정신이 나가셨네. 이만 나가보죠.” 나는 문 쪽으로 돌아섰다.

“메크니코프!” 스트라트가 소리쳤다.

군인이 재빠르게 나와 문 사이를 막아섰다.

나는 스트라트를 돌아보았다. “장난하는 거죠?”

“당신이 그냥 알겠다고 했으면 일이 더 쉬웠을 겁니다.”

“계획이 뭔데요?” 나는 군인을 엄지로 휙 가리켰다. “여행하는 내내, 나한테 4년 동안 총을 겨누고 있을 겁니까?”

“여행하는 동안 당신은 코마에 빠져 있을 겁니다.”

나는 쏜살같이 메크니코프를 제치고 지나가려 했지만 그가 무쇠 같은 두 팔로 나를 멈춰 세웠다. 거칠지는 않았다. 그냥 나보다 엄청나게 힘이 셌을 뿐이다. 그는 내 어깨를 잡더니 나를 스트라트 쪽으로 돌려놓았다.

“이건 미친 짓이에요!” 내가 소리쳤다. “야오는 절대 이런 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요! 그 누구도 자기 의지에 반해서 우주선에 타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기까지 했어요!”

“네, 그건 예상 못했습니다. 짜증 나게 고결한 사람이더군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녀는 네덜란드어로 적어놓은 점검표를 집어 들었다. “일단, 발사 날까지 남은 며칠 동안 당신은 작은 방에 억류될 겁니다. 아무와도 연락할 수 없을 거예요. 발사 직전에 당신은 아주 강력한 진정제를 투여받고 정신을 잃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소유스에 실을 거고요.”

“야오가 수상하게 여길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야오 대장과 일류키나 전문가에게는, 우주비행사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당신이 발사 도중 공황에 빠질까 봐 걱정돼서 의식을 잃고 있는 편을 선택했다고 설명할 겁니다. 일단 헤일메리호에 타고 나면 야오와 일류키나가 당신을 의료 침대에 안전하게 눕히고 코마 유도를 시작할 겁니다. 그때부터 발사 전 준비는 두 사람이 모두 처리할 테고요. 당신은 타우세티에 도착해서 깨어날 겁니다.”

공포의 첫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미친 짓이 실제로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돼요! 그럴 수는 없죠! 안 할 거예요! 이건 미친 짓이야!”

스트라트가 눈을 문질렀다. “그레이스 박사,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당신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대단히 존경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근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말은 쉽겠죠, 살해당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니까! 당신은 나를 살해하는 거라고!” 눈물이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다. “난 죽고 싶지 않아! 날 죽을 곳으로 보내지 말아요! 제발요!”

스트라트는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당신만큼 이 상황이 싫습니다, 그레이스 박사.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영웅으로 추앙될 거예요. 지구가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다면 지구 전체에 당신 동상이 서게 될 겁니다.”

“안 할 거야!” 나는 분노를 삼켰다. “내가 임무를 망칠 거야! 날 죽이겠다고? 좋아! 난 당신 임무를 죽여버리겠어! 내가 우주선을 망가뜨릴 거야!”

스트라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은 그러지 않을 겁니다. 방금 건 허풍이죠. 말했다시피 당신은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당신은 엄청 화가 나겠죠. 야오와 일류키나도 내가 당신에게 한 짓에 꽤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당신들 셋은 우주로 나갈 것이고 당신은 당신 일을 하게 될 거예요. 이건 인류가 달린 문제니까. 나는 당신이 옳은 일을 할 거라고 99퍼센트 확신합니다.”

“어디 해보시지!” 내가 비명을 질렀다. “덤벼! 해보라고! 어떻게 되나 보자!”

“하지만 99퍼센트의 가능성에 의존할 수는 없겠죠?” 스트라트는 다시 서류를 힐끗 보았다. “나는 늘 미국 CIA에 최고의 취조용 약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약을 가지고 있는 건 프랑스 사람들이더군요. 아셨나요? 정말입니다. 프랑스의 DGSE(프랑스 대외안보총국‐옮긴이)가 장기간 지속되는 역행성 기억상실을 일으키는 약물을 완성했습니다. 겨우 몇 시간이나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동안 지속되는 약물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반테러 작전에서 이 약물을 사용해 왔습니다. 용의자가 취조 받았다는 사실을 아예 잊어버리게 하는 데 편리하게 쓰이는 약물이죠.”

나는 겁에 질려 그녀를 쳐다봤다.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구멍이 쓰렸다.

“당신이 깨어나기 전에, 의료 침대가 이 약물을 상당량 투여할 겁니다. 당신과 승조원들은 기억 상실이 그저 코마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겠죠. 야오와 일류키나가 당신에게 임무를 설명해 줄 테고, 당신은 바로 작업에 착수할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이 약물이 훈련받은 기술이나 언어 등을 삭제하지 않는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기억상실이 사라져갈 때쯤이면 당신들은 이미 비틀스를 돌려보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제 생각에 당신은 이 프로젝트에 너무 많은 공을 들여 포기할 수 없을 거예요.”

스트라트가 메크니코프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는 나를 문밖으로 끌어내더니 내 팔을 뒤로 돌려 붙잡은 채 오솔길을 따라 나를 데려갔다.

나는 목을 쭉 빼고 문 쪽을 돌아보며 비명을 질렀다. “이럴 수는 없어!”

“아이들만 생각하세요, 그레이스.” 그녀가 문간에서 말했다. “당신이 구하게 될 그 모든 아이들을요. 그 애들을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