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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그런 거구나.

나는 지구를 구하고자 고결하게 목숨을 바친 용감무쌍한 탐험가 같은 게 아니다. 나는 문자 그대로 발버둥치고 비명을 지르며 이 임무에 끌려 들어온, 겁에 질린 인간이다.

나는 겁쟁이다.

이 모든 일이 번쩍하며 떠올랐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실험대를 바라보았다. 거의 신경질적인 상태에서… 이 상태가 됐다. 이게 더 나쁜 상황이다. 머리가 멍하다.

나는 겁쟁이다.

내가 인류를 구원할 최고의 희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지는 꽤 됐다. 나는 그냥 코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꽤 오래전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가 겁쟁이였다는 건 몰랐다.

그 감정이 기억난다. 그 공포감이 떠오른다. 이제는 모든 게 생각난다. 순전한, 아무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공포. 그건 지구나 인류나 아이들을 위한 감정이 아니었다. 절대적인 공포는 나 때문이었다.

“지옥에나 떨어져, 스트라트.” 나는 웅얼거린다.

가장 열 받는 것은 스트라트의 말이 맞는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계획은 완벽하게 통했다. 나는 기억을 되찾았지만 이제는 임무에 너무 깊이 발을 담그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임무에 바칠 생각이었다. 아니, 왜 이러실까? 당연히 난 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달리 뭘 어쩌겠나? 스트라트한테 엿을 먹이자고 70억 명의 사람들을 죽게 놔둬?

어느 순간에 로키가 터널을 지나 실험실로 왔다. 나는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른다. 올 필요가 없었는데. 로키는 초음파 감각을 통해 통제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와 있다.

너 매우 슬픔. 그가 말한다.

“응.”

나도 슬픔. 하지만 우리 오래는 안 슬픔. 너는 과학자. 나는 엔지니어. 우리 함께 해결.

나는 답답해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다. “어떻게?”

로키는 내 머리 위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달칵달칵 터널을 지나온다. 타우메바가 네 연료 다 먹음. 그러므로 타우메바 살아서, 연료 탱크 환경에서 번식함.

“그래서?”

대부분 생명체는 자기 공기 바깥에서 살지 못함. 나는 에리드 공기에 있지 않으면 죽음. 너는 지구 공기에 있지 않으면 죽음. 하지만 타우메바는 에이드리언 공기가 아닌 곳에서 살아남음. 타우메바는 에리드 생명체보다 강함. 지구 생명체보다 강함.

나는 목을 쭉 빼고 그를 올려다본다. “그건 그래. 아스트로파지도 꽤 강하고. 녀석들은 진공에서도, 별의 표면에서도 살 수 있으니까.”

로키가 두 발톱을 서로 탁탁 부딪친다. 응, 응. 아스트로파지와 타우메바는 같은 생물권에서 옴. 아마 같은 조상에서 진화. 에이드리언 생명체는 아주 강함.

나는 일어나 앉는다. “응. 그렇지.”

넌 이미 아이디어 있음. 의문 없음. 나는 너를 앎. 넌 이미 아이디어 있음. 아이디어 말해.

나는 한숨을 쉰다. “뭐… 금성, 삼세계, 에이드리언에는 모두 이산화탄소가 많아. 세 곳 모두에서 아스트로파지 번식 구역은 기압이 0.02기압인 곳이고. 그러니까 0.02기압의 순수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 실험 상자로 시작해서, 타우메바가 거기에서 살아남는지 봐야 할지도 몰라. 그런 다음, 한 번에 하나씩 다른 기체들을 추가하고 문제가 뭔지 보는 거야.”

이해함. 로키가 말한다.

나는 일어나서 작업복 먼지를 턴다. “네가 실험 상자를 하나 만들어줘야겠어. 공기를 들여보내고 내보낼 수 있도록 밸브가 달린, 투명한 제노나이트 상자야. 온도도 섭씨 100도, 영하 50도나 영하 82도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해.”

내 장비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뛰어난 소재와 솜씨를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래, 그래. 내가 지금 만듦. 우리는 한 팀. 우리가 이걸 고침. 안 슬퍼해라. 그는 잽싸게 숙소 쪽으로 터널을 내려간다.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주요 추진기가 34분 후면 꺼져. 그런 다음에는 비틀스를 사용해서 원심분리기 모드에 들어가자.”

로키가 잠시 멈춘다. 위험.

“그래, 알아. 하지만 실험실에는 중력이 필요하고 나는 11일이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

비틀스는 추진을 위해 배치됨. 회전이 아님.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추진 장치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초보 수준이다. 추진력의 진로를 설정하기 위한 서보기구나 짐벌이 없다. 우리는 돛 대신 비틀스를 사용하는 16세기의 범선과 같다. 아니지, 이 말은 취소. 범선은 돛의 각도라도 조종할 수 있다. 우리는 망가진 노가 달린 외륜선과 더 비슷하다.

그래도 그렇게 나쁜 상황만은 아니다. 각 엔진의 추진력을 결정하여 비행 자세를 조금씩 조종할 수 있다. 앞서 로키도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이런 방법으로 우주선의 회전을 무력화했다.

로키는 날쌔게 다시 터널을 올라와 나를 마주 본다. 우주선이 축에서 벗어나 회전하게 됨. 원심분리기 케이블 스풀 못 풀어. 꼬일 것.

“필요한 회전력을 먼저 만들어낸 다음에 비틀스를 끄고, 그다음에 케이블을 풀면 돼.”

로키가 움찔한다. 우주선 케이블이 풀려 있지 않으면, 인간에게는 힘이 너무 큼.

그건 실제로 문제가 된다. 나는 케이블이 완전히 풀리고 우주선이 두 토막으로 나뉘었을 때 실험실 중력이 1g이기를 바란다. 우주선이 분리되지 않았을 때 그 정도의 회전 관성을 얻는다는 건 우주선을 아주 빠르게 돌린다는 뜻이다. 지난번에 그렇게 했을 때 나는 통제실에서 의식을 잃었고 로키는 나를 구하려다 죽을 뻔했다.

“그럼….” 내가 말한다. “이건 어때? 내가 숙소 밑 창고에 누워 있는 거야. 거기가 내가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우주선 중심에 가장 가까운 곳이니까. 중력은 거기에서 가장 작아. 나는 괜찮을 거야.”

창고에서 어떻게 원심분리기 조종, 질문?

“내가…. 음… 실험실의 통제 스크린을 가지고 내려갈게. 실험실에서 창고까지 데이터랑 동력 연장 케이블을 가져갈 거야. 그래, 그럼 되겠네.”

네가 의식을 잃고 조종하지 못하면, 질문?

“그럼 네가 회전을 취소하면 돼. 그럼 내가 깨어날 거야.”

로키가 흔들흔들 앞뒤로 움직인다. 마음에 안 듦. 다른 계획. 11일을 기다림. 내 우주선으로 감. 네 우주선의 연료 탱크를 청소함. 소독. 타우메바가 없는지 확인. 내 우주선에서 연료를 다시 채움. 그런 다음 네 우주선의 모든 기능 다시 사용.

나는 고개를 젓는다. “11일이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지금 당장 하고 싶어.”

왜, 질문? 왜 안 기다림, 질문?

물론 로키의 말은 완전히 옳다. 나는 목숨을 걸고 있다. 어쩌면 헤일메리호의 구조적 완전성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11일 동안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다. 700년을 사는 생물에게 ‘조바심’을 어떻게 설명한다?

“인간 문제야.” 내가 말한다.

이해함. 실제로 이해는 아니지만… 이해.



회전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로키는 회전 작업을 맡을 비틀스로 링고를 선택하고, 존과 폴은 꺼두었다. 조지는 내게 필요해질 때를 대비해 여전히 우주선에 안전히 타고 있다.

회전력을 높이는 동안의 중력은 사나웠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원심분리기 전환 단계를 수동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이제는 실력이 꽤 좋아졌다. 그다음부터는 근사한, 1g 상태의 중력이 유지됐다.

그래, 참을성 없고 조금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나는 그날 이후로 일주일간 절대적인 과학의 시간을 보냈다.

로키는 약속한 대로 실험 도구를 마련해 주었다. 늘 그렇듯, 모든 것이 문제없이 작동했다. 작고 짜증 나는 유리 진공실 대신 나는 커다란 어항 비슷한 것을 갖게 됐다. 제노나이트는 크고 납작한 판에 상당한 기압이 가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다 덤벼.’ 제노나이트는 그렇게 말한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내게는 무궁무진한 타우메바가 있다. 헤일메리호는 현재 타우메바가 타고 있는 광란의 관광버스다. 타우메바가 더 필요할 때마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전에 발전기로 연결되었던 연료 도관을 여는 것뿐이다.



“야, 로키!” 내가 실험실에서 소리친다. “내가 모자에서 타우메바를 꺼낼 테니까 봐!”

로키는 통제실에서 터널을 따라 올라온다. 지구의 관용어구 같음.

“맞아. 지구에 ‘TV’라는 놀잇감이 있는데….”

설명하지 마, 제발. 발견한 게 있음, 질문?

오히려 다행이다. 외계인에게 만화영화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 “결과가 나왔어.”

좋음, 좋음. 로키는 자세를 낮추고 편안하게 앉는다. 발견 말해! 숨기려고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음쯤 높다.

나는 실험 장비를 가리킨다. “그건 그렇고, 이거 완벽하게 작동하더라.”

감사. 발견 말해.

“처음으로 실험한 건 에이드리언의 환경이야. 타우메바랑 아스트로파지로 뒤덮인 슬라이드를 집어넣었더니 타우메바가 살아남아서 아스트로파지를 다 먹었어. 그건 놀랍지도 않지.”

안 놀라움. 그것들의 원래 환경임. 하지만 장비가 작동한다는 걸 증명.

“바로 그거야. 난 타우메바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실험을 더 진행했어. 에이드리언의 공기에서 타우메바는 영하 180도에서 섭씨 107도까지 살아남아. 그 범위를 벗어나면 죽어.”

인상적인 범위.

“응. 거의 진공상태에서도 살 수 있어.”

네 연료 탱크처럼.

“그래. 하지만 완전한 진공상태에서는 못 살아.” 나는 인상을 찌푸린다. “타우메바한테는 이산화탄소가 필요해. 적어도 조금은. 에이드리언의 환경을 만들되 이산화탄소 대신 아르곤을 넣었더니 타우메바가 아무것도 먹지 않더라. 휴면에 들어갔어. 결국은 굶어 죽었고.”

예상함. 그가 말한다. 아스트로파지는 이산화탄소가 필요. 타우메바도 같은 생태계에서 옴. 타우메바도 이산화탄소가 필요. 연료 탱크에서는 어떻게 이산화탄소를 얻음, 질문?

“나도 같은 의문이 들었어!” 내가 말한다. “그래서 연료 탱크 찌꺼기를 분광계로 살펴봤어. 액체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 기체가 상당량 되더라고.”

아마 아스트로파지 안에 이산화탄소 있음. 아니면 부패가 이산화탄소 만듦. 시간이 지나면서 몇 퍼센트가 연료 탱크에서 죽음. 모든 세포가 완벽한 건 아님. 결함. 돌연변이. 몇몇이 죽음. 그 죽은 아스트로파지들이 탱크에 이산화탄소 넣음.

“같은 생각이야.”

좋은 발견. 로키가 말한다. 그는 다시 내려가려 한다.

“잠깐만. 더 있어. 훨씬 더 많아.”

로키가 멈춘다. 더, 질문? 좋음.

나는 실험대에 기대고 실험 상자를 톡톡 두드린다. “나는 실험 상자 안에 금성을 만들었어. 별로 금성 같지는 않지만. 금성의 공기는 96.5퍼센트의 이산화탄소와 3.5퍼센트의 질소로 이루어져 있어. 난 이산화탄소만 가지고 시작했어. 타우메바는 멀쩡했지. 그런 다음, 내가 질소를 더 넣었어. 그랬더니 타우메바가 전부 죽었어.”

로키가 등딱지를 들어 올린다. 모두 죽음, 질문? 갑자기, 질문?

“응.” 내가 말한다. “몇 초 만에. 다 죽었어.”

질소… 예상 못 함.

“응, 전혀 예상 못 했지!” 내가 말한다. “삼세계 공기로도 같은 실험을 해봤어. 이산화탄소만 있을 때는 타우메바가 멀쩡했어. 이산화황을 넣었을 때도 멀쩡했고. 그런데 질소를 넣었더니, 쾅! 타우메바가 전부 죽더라 이거야.”

로키는 멍하니 발톱으로 터널 벽을 톡톡 두드린다. 아주, 아주 예상 못 함. 질소는 에리드 생명체에 무해함. 질소는 수많은 에리드 생명체에 필요함.

“지구도 마찬가지야.” 내가 말한다. “지구의 공기는 78퍼센트가 질소야.”

혼란. 그가 말한다.

로키만이 아니다. 나도 로키만큼 당황스럽다. 우리는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같은 근원지에서 진화했다면, 어떻게 질소가 두 개의 생물권에는 필수적인데 세 번째 생물권에는 유해할 수 있을까?

질소는 전적으로 무해하며 기체 상태에서는 거의 비활성이다. 보통은 N2 상태로 머무는 데 만족한다. 그 말은, 질소가 그 무엇과도 거의 반응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인간의 몸은 모든 호흡의 78퍼센트가 질소로 이루어져 있는데도 이 물질을 무시한다. 에리드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그곳의 대기는 대체로 암모니아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암모니아는 질소 화합물이다. 극소량의 질소가 판스페르미아설의 대상이 되는 바로 그 생명체를 죽여버린다면, 질소로 가득한 두 행성인 지구와 에리드에서 어떻게 판스페르미아설이 싹틀 수 있었을까?

뭐, 그 답은 간단하다. 뭔지는 몰라도 판스페르미아설의 원인이 된 생명체는 질소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생긴 건 나중에 진화한 타우메바였다.

로키의 등딱지가 푹 꺼진다. 상황 나쁨. 삼세계 공기는 8퍼센트 질소임.

나는 실험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다. “금성의 공기는 3.5퍼센트가 질소야. 같은 문제가 있어.”

로키가 더 깊이 주저앉는다.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쯤 가라앉는다. 희망 없음. 삼세계 공기를 바꿀 수 없음. 금성 공기를 바꿀 수 없음. 타우메바를 바꿀 수 없음. 희망 없음.

“글쎄.” 내가 말한다. “삼세계나 금성의 공기를 바꿀 수는 없지. 하지만 타우메바를 바꾸는 건 가능해.”

어떻게, 질문?

나는 작업대에서 태블릿을 집어 들고, 에리디언의 생리학에 관한 내 노트들을 쭉 넘겨 본다. “에리디언들도 병에 걸려? 너희 몸 안에 질병이 생겨?”

약간. 아주, 아주 나쁨.

“너희 몸은 어떻게 질병을 죽여?”

에리디언의 몸은 닫혀 있음. 그가 설명한다. 먹거나 알을 낳을 때만 열림. 밀봉된 부분을 연 다음에는 안의 구역이 매우 뜨거워짐. 뜨거운 피로 오랫동안. 모든 병 죽임. 병은 오직 상처를 통해서만 몸에 들어올 수 있음. 그러면 아주 나쁨. 몸은 감염된 부분을 차단함. 뜨거운 혈액으로 데워서 병을 죽임. 병이 빠르면 에리디언 죽음.

면역력이 전혀 없다. 뭐, 면역력이 있을 이유가 없잖은가? 에리디언의 열성 순환계는 물을 끓여서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 들어오는 음식을 익히고 소독하기 위해서 그 순환계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무거운 산화물, 그러니까 사실상 바위를 피부로 가지고 있으니 상처가 나거나 긁히는 경우도 별로 없다. 에리디언의 폐조차 외부와 물질을 교환하지 않는다. 뭐든 병균이 들어오면 몸은 그 부분을 봉인하고 끓인다. 에리디언의 몸은 거의 함락할 수 없는 요새와 같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국경이 없는 경찰국가와 더 비슷하다.

“인간은 아주 달라.” 내가 말한다. “우리는 늘 병에 걸려. 우리는 아주 강력한 면역 체계가 있어. 그리고 자연에서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도 해. 그 방법을 ‘항생제’라고 불러.”

이해 못 함. 그가 말한다. 자연에 병을 고치는 방법이 있음, 질문? 어떻게, 질문?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도 같은 질병에 대항하는 방어 체계를 진화시켰어. 이런 생명체들은 다른 세포를 해치지 않고 질병만을 죽이는 화학물질을 내보내. 인간들이 그 물질을 먹으면, 그 화학물질이 질병은 죽이지만 인간의 세포는 죽이지 않아.”

놀라움. 에리드에는 없음.

“그래도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야.” 내가 말한다. “처음에는 항생제가 아주 잘 듣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면 점점 효과가 떨어져. 결국은 거의 듣지 않게 돼.”

왜, 질문?

“질병이 바뀌거든. 항생제가 몸 안의 거의 모든 병을 죽이지만, 어떤 병은 살아남아. 인간은 항생제를 쓰면서 실수로 병한테 그 항생제에 맞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쳐주게 돼.”

아! 로키가 말한다. 그는 등딱지를 약간 들어 올린다. 질병이 자기를 죽이는 화학물질에 대항해 방어 체계를 진화시킴.

“맞아.” 내가 말한다. 나는 실험 상자를 가리킨다. “이제, 타우메바를 질병이라고 생각해 봐. 질소를 항생제라고 생각하고.”

로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등딱지를 적절한 자리로 다시 들어 올린다. 이해! 환경을 거의 치명적으로 만듦. 살아남은 타우메바를 번식. 더 치명적으로 만듦. 생존자들을 번식. 반복, 반복, 반복!

“그래.” 내가 말한다. “질소가 왜, 어떻게 타우메바를 죽이는지 알아낼 필요는 없어. 그냥 질소 저항력이 있는 타우메바를 번식시키면 돼.”

그래! 그가 말한다.

“좋아!” 나는 실험 상자 윗부분을 탁 친다. “이걸 열 개 만들어줘. 크기는 더 작게. 그리고 실험을 방해하지 않고 타우메바 표본을 채취할 방법도 만들어줘. 아주 정확한 기체 주입 시스템도 만들고…. 실험 상자 안의 질소량을 정확하게 통제해야 해.”

그래! 나 만듦! 나 지금 만듦!

로키는 잽싸게 숙소로 내려간다.



나는 분광계의 결과를 확인하고 고개를 젓는다. “안 좋아. 완전히 망했어.”

슬픔. 로키가 말한다.

나는 두 손으로 턱을 괸다. “어쩌면 내가 독소를 걸러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보다는 타우메바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름. 로키가 빈정거릴 때면 특이하게 지절거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그 지절거리는 소리가 지금은 유독 두드러진다.

“타우메바 쪽은 멀쩡하게 진행되고 있어.” 나는 실험실 한쪽 면을 따라 배치된, 타우메바 처리용 수조들을 힐끗 본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고. 결과도 좋았어. 이미 질소 농도가 0.01퍼센트까지 올라갔는데 살아 있잖아. 다음 세대는 0.015 퍼센트까지 견딜 수 있을지도 몰라.”

이건 시간 낭비. 내 음식 낭비이기도 함.

“난 내가 네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알아야겠어.”

네 음식 먹어.

“진짜 음식이라고 할 만한 건 몇 달 치밖에 안 남았어. 네 우주선에는 에리디언 승조원 스물세 명을 몇 년 동안 먹일 수 있는 식량이 실려 있잖아. 에리드의 생명체와 지구의 생명체는 같은 단백질을 사용하고. 어쩌면 내가 네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몰라.”

왜 ‘진짜 음식’이라고 말함, 질문? 안 진짜 음식 무엇, 질문?

나는 수치를 다시 확인한다. 왜 에리디언의 음식에는 이토록 많은 중금속이 들어 있는 걸까? “진짜 음식은 맛이 좋은 음식이야. 먹으면 즐거운 음식.”

안 즐거운 음식 가지고 있음, 질문?

“응. 코마 슬러리가 있어. 우주선이 여기로 오는 동안 나한테 그 슬러리를 먹였어. 그건 거의 4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양이 남아 있고.”

그걸 먹어.

“맛이 없어.”

음식 경험 별로 안 중요.

“야.” 나는 그를 가리킨다. “인간한테는 음식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인간 이상함.

나는 분광계 수치 화면을 가리킨다. “에리디언 음식에는 왜 탈륨이 들어 있는 거야?”

건강함.

“탈륨을 먹으면 인간은 죽어!”

그럼 인간 음식 먹어.

“에휴.” 나는 타우메바 수조로 걸어간다. 로키는 전에 없이 훌륭한 작업을 해냈다. 나는 백만분율 안에서 질소 함량을 조절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세대는 극미량의 질소만을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이전 세대가 다룰 수 있었던 것보다는 아주 조금 많은 수준의 질소다.

계획이 통하고 있다. 우리 타우메바가 질소 저항력을 발달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녀석들이 과연 금성에 존재하는 3.5퍼센트의 질소를 감당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삼세계의 질소 8퍼센트를?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나는 여기서 질소량을 추적하기 위해 퍼센트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 유일한 이유는 어떤 경우에도 아스트로파지가 0.02기압에서 번식하기 때문이다. 기압이 모든 실험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질소의 퍼센트만을 추적해도 괜찮다.

제대로 실험하는 방법은 ‘분압’을 추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짜증 나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결국 0.02 기압으로 나눴다가, 나중에 데이터를 처리할 때 다시 그 수를 곱해야 한다.

나는 3번 수조의 윗부분을 어루만진다. 이 녀석이 내 행운의 수조였다. 타우메바 23세대 중에서 3번 수조의 샐리 학생은 아홉 번이나 가장 강한 종을 만들어냈다. 경쟁해야 할 다른 수조가 아홉 개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성적이다.

이름이 샐리라니 여성이냐고? 그렇다. 뭐 어쩌라고.

“블립A에 도착할 때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역추진 동작까지 열일곱 시간.

“좋아, 이제 원심분리기 속도를 늦추자. 문제가 생겨서 고칠 시간이 필요해질지도 모르니까.”

같은 생각. 난 이제 통제실로 감. 너는 창고로 가서 납작하게 누워. 길게 늘인 전선이 달린 제어판도 잊지 마.

나는 실험실을 휙 둘러본다. 모든 것이 단단히 고정돼 있다. “응, 알겠어. 해보자.”



존, 링고, 폴 끔. 로키가 말했다. 속력은 궤도 진입 최저 속도.

항성계에 ‘정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언제나 어떤 것의 주변을 돌게 돼 있다. 로키는 타우세티에서 약 1천문단위 떨어진 곳에서 안정적으로 궤도에 접어들도록 순항속도를 감소시켰다. 그곳이 로키가 블립A를 둔 곳이다.

로키는 자기 통제실 구체 안에서 쉬고 있다. 그는 상자들을 벽에 달린 거치대에 고정한다. 엔진이 꺼진 지금, 우리는 무중력상태로 돌아와 있다. 우리가 절대로 원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면 ‘우주선 추진하기’ 버튼이 지켜보는 사람도 없이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다.

로키가 손잡이 몇 개를 붙잡고 등딱지 중심을 질감 모니터 위쪽에 둔다. 늘 그렇듯, 그렇게 하면 로키는 질감으로 표현된 내 중앙 모니터 영상 속 색깔을 볼 수 있다.

이젠 네가 조종. 로키는 자기 임무를 마쳤다. 이제는 내 차례다.

“플래시까지 얼마나 남았어?” 내가 묻는다.

로키는 에리디언 시계를 벽에서 내린다. 다음 플래시는 3분 7초 뒤.

“오케이.”

로키는 머저리가 아니다. 그는 약 20분에 한 번씩 아주 짧게 켜지도록 엔진을 설정해 두고 우주선을 떠났다. 그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신호였다. 우주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행성에서 작용하는 중력, 마지막으로 측정한 속력의 불확실성, 타우세티의 중력에 대한 불확실한 추산… 이런 것들이 모두 더해져 작은 오류들을 만든다. 그리고 별 주변의 궤도를 돌고 있는 무언가에게 작은 오류란 꽤 큰 거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블립A가 있어야 할 곳에 도착했을 때 타우빛이 우주선에 반사돼 보이기를 기대하는 대신, 로키는 가끔 엔진을 깜빡이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페트로바스코프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로키의 플래시는 극도로 밝을 테니까.

현재 질소 저항력은 무엇, 질문?

“오늘 3번 수조에는 0.6퍼센트 질소에서도 살아남은 녀석들이 생겼어. 지금 그 녀석들을 배양하는 중이야.”

간격은 무엇, 질문?

우리는 이 대화를 수십 번이나 해왔다. 로키가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로키 종족의 생존이 이 문제에 달려 있으니까.

우리가 붙인 ‘간격’이라는 이름은, 열 개의 수조 각각에 들어가는 질소 함량 간의 차이를 말했다. 나는 모든 수조에서 똑같은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가 탄생할 때마다, 나는 새로운 퍼센트의 질소로 열 가지를 실험한다.

“공격적으로 하고 있어. 0.05퍼센트씩 증가하도록.”

좋음, 좋음. 그가 말한다.

수조 열 개는 모두 타우메바06을 배양하고 있다(녀석들이 버틸 수 있는 질소의 퍼센트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늘 그렇듯, 1번 수조는 대조군이다. 1번 수조의 공기에는 0.6퍼센트의 질소가 들어 있다. 타우메바06은 1번 수조 안에서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 만일 문제가 생기면, 이전 회차 실험에 뭔가 실수가 있었으니 앞의 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2번 수조에는 0.65퍼센트의 질소가 들어 있다. 3번 수조는 0.7퍼센트다. 그렇게 1.05퍼센트의 질소가 담긴 10번 수조까지 올라간다. 가장 튼튼한 생존자들이 우승해 다음 판으로 넘어가게 된다. 나는 녀석들이 최소 두 세대는 번식할 수 있도록 몇 시간을 기다린다. 타우메바는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두 배가 된다. 공교롭게도 내 연료 전체를 며칠 만에 먹어버릴 정도였으니까.

금성이나 삼세계의 질소 농도에 도달하게 되면, 나는 훨씬 더 철저하게 실험을 할 것이다.

곧 깜빡임. 로키가 말한다.

“알겠다, 오버.”

나는 중앙 모니터에 페트로바스코프를 띄운다. 보통은 이 화면을 옆으로 치워두지만, 로키가 ‘볼’ 수 있는 모니터는 중앙 모니터 하나뿐이다. 예상대로 타우세티에서 나온 페트로바 주파수 안에는 배경 조명밖에 없다. 나는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돌리며 기울여본다. 우리는 일부러 블립A가 있을 만한 곳보다 타우세티에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나는 사실상 별의 정반대 편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하면 배경의 적외선을 최소화하고 플래시를 잘 볼 수 있다.

“좋아. 대략 네 우주선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아.”

로키는 질감 모니터에 집중한다. 이해함. 플래시까지 37초.

“근데, 네 우주선 이름은 뭐야?”

블립A.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넌 네 우주선을 뭐라고 불러?”

우주선.

“네 우주선은 이름이 없어?”

우주선에 왜 이름이 있음, 질문?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우주선에 이름이 있지.”

그는 내 조종석을 가리킨다. 네 의자 이름 무엇, 질문?

“이름 없어.”

왜 우주선은 이름 있는데 의자는 이름 없음, 질문?

“됐다. 네 우주선은 블립A야.”

내 말이 그 말임. 10초 후 깜빡임.

“알겠다, 오버.”

로키와 나는 둘 다 입을 다물고 각자의 화면을 응시한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제 나는 로키가 특정한 사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때 보이는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로키는 그 사물 쪽으로 등딱지를 약간 기울이고, 아주 조금씩 몸을 앞뒤로 흔들거린다. 왔다 갔다 하는 그의 중심선을 따라가다 보면, 보통은 그가 살펴보고 있는 사물이 나왔다.

셋… 둘… 하나… 지금!

신호를 보낸 그 순간, 화면의 픽셀 몇 개가 흰색으로 깜빡인다.

“찾았다.” 내가 말했다.

나는 못 봄.

“흐릿했어. 우리가 멀리 있는 걸 거야. 잠깐만 ….” 나는 망원경 화면으로 전환하고, 플래시가 보였던 쪽으로 카메라를 돌린다. 조금만 움직여서 화면을 앞뒤로 훑어나가다가, 암흑 속에 있는 약간 빛바랜 부분을 발견한다. 타우빛이 블립A에서 반사되고 있다. “그러네. 꽤 멀어.”

비틀스에 연료 많이 남음. 괜찮음. 각도 변화 말해.

나는 화면 아랫부분의 수치들을 확인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헤일메리호를 현재의 망원경 각도와 일치하게 정렬하는 것뿐이다. “빗놀이 축 플러스 13.72도. 상하 요동 마이너스 9.14도.”

빗놀이 13.72 플러스. 상하 요동 9.14 마이너스. 로키는 비틀스의 제어판을 거치대에서 꺼내 작업에 착수한다. 비틀스를 연달아 켰다 껐다 하면서, 그는 우주선 각도를 블립A 쪽으로 튼다.

나는 망원경의 눈금을 0으로 맞추고 초점을 당겨 확인한다. 배경의 우주와 우주선의 차이가 너무 작아서 거의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블립A는 그곳에 있다. “각도 정확해.”

로키는 질감 화면에 매우 집중한다. 나는 화면에 아무것도 안 보임.

“빛의 차이가 아주 아주 작아. 알아보려면 인간의 눈이 필요해. 각도는 괜찮아.”

이해함. 거리는 무엇, 질문?

나는 레이더 화면으로 전환한다.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레이더로 감지하기에는 너무 멀어. 최소 1만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어.”

속도 몇으로 가속, 질문?

“글쎄… 초속 3킬로미터는 어때? 한 시간 정도면 블립A에 도착할 거야.”

초속 3,000미터. 표준 가속도 괜찮음, 질문?

“응. 15m/s2이야.”

200초 추진. 지금 시작.

나는 닥쳐올 중력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