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591-43111.jpg





해냈다!

정말로 해냈다!

바닥에 놓인 작은 수조 안에 지구를 구원할 물질이 들어 있다.

행복! 로키가 말한다. 행복, 행복, 행복!

너무 아찔해서 토할 것 같다. “그래! 하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어.”

나는 침대에 들어가 안전띠를 찬다. 베개가 둥실둥실 떠가려고 하지만 나는 늦지 않게 그 녀석을 잡아채 머리 밑에 끼워 넣는다. 나는 완전히 흥분 상태지만, 금방 잠들지 않으면 로키가 들볶기 시작할 것이다. 쳇. 딱 한 번 임무를 망칠 뻔했더니, 난데없이 외계인이 강제로 잠을 재운다.

타우메바35! 로키가 말한다. 많은, 많은 세대가 걸렸지만, 마침내 성공!

획기적인 과학적 발전이라니, 이상한 기분이다. ‘유레카’의 순간은 없었다. 그저 목표를 향한 느리고도 점진적인 진전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 목표에 도달하면 기분이 좋다.

우리는 몇 주 전에 두 우주선을 다시 연결했다. 로키는 훨씬 큰 자기 우주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자 뛸 듯이 기뻐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헤일메리호의 자기 구역에서 블립A로 곧장 이어지는 터널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건 내 우주선의 선체에 구멍이 하나 더 뚫렸다는 뜻이지만 이 시점에 나는 로키가 무슨 공학적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를 믿는다. 세상에, 로키가 나한테 심장 절개 수술을 한다고 해도 믿고 맡길 것이다. 이 방면에서 로키는 놀랍다.

우주선들이 연결돼 있기에 나는 헤일메리호의 원심분리기를 작동시킬 수 없다. 그 말은, 우리가 다시 무중력상태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수조에서 타우메바를 배양하고 있으므로, 당분간은 중력에 의존하는 실험실 장비가 없어도 살 수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타우메바가 세대를 거듭하며 점점 더 질소 저항력을 갖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 우리는 마침내 타우메바35를 갖게 됐다. 전체 기압이 0.02인 곳에서 질소 농도가 3.5퍼센트여도 살아남을 수 있는 타우메바 종을. 그리고 이건 금성에서와 같은 상황이었다.

너. 이제 행복해져. 로키가 자기 작업대에서 말한다.

“행복해. 행복하고말고.” 내가 말한다. “하지만 삼세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8퍼센트에 도달해야 해. 그때까지는 작업이 끝난 게 아니야.”

그래, 그래, 그래. 하지만 이건 순간임. 중요한 순간.

“그러게.” 나는 미소 짓는다.

로키는 새로운, 어떤 기발한 장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는 언제나 뭔가를 가지고 작업한다. 이제 한 수조에 금성과 정확히 같은 대기를 만들고, 타우메바35로 자세한 실험을 함, 질문?

“아니.” 내가 말한다. “타우메바80을 얻을 때까지 계속 이 실험을 진행할 거야. 이건 지구에서도, 삼세계에서도 통해야 해. 그때가 되면 이것저것 실험해 보려고.”

이해함.

나는 돌아서서 로키가 있는 쪽 실험실을 마주 본다. “내가 자는 걸 지켜봐 줘.” 하던 그 요란스러운 행동들이 이제는 더 이상 소름 끼치지 않는다. 굳이 따지면 안도감이 느껴진다고 해야겠다. “뭐 하고 있어?”

장치는 아무 데로나 둥실둥실 떠가지 않도록 로키의 작업대에 죔쇠로 고정돼 있다. 로키는 여러 개의 손으로 여러 개의 공구를 들고, 여러 각도에서 그 장치를 건드린다. 이건 지구의 전기 장치임.

“전력 변환 장치를 만드는 거야?”

응. 에리디언의 소수 수열 전기 진폭을 비효율적인 지구의 직류 체계로 변환함.

“소수 수열?”

설명하려면 오래 걸림.

그건 나중에 물어보기로 한다. “알았어. 그걸 어디다 쓰게?”

로키는 공구 두 개를 내려놓고 세 개를 더 집어 든다. 모든 계획 통하면, 우리는 좋은 타우메바 만듦. 나 너에게 연료 줌. 너 지구로 가고 나 에리드로 감. 우리 안녕.

“그래, 그러겠지.” 나는 웅얼거린다. 자살 임무에서 살아남아 영웅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간다니, 그리고 나의 종족 전체를 살려낸다니 기분이 더 좋아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로키와 영영 작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너한테는 휴대용 생각하는 기계 많음. 나 부탁함. 너 나한테 하나 선물로 줌, 질문?

“노트북을? 노트북을 갖고 싶어? 당연하지, 잔뜩 있는데.”

좋음, 좋음. 그리고 생각하는 기계에 정보 있음, 질문? 지구에서 온 과학 정보, 질문?

아, 그렇지. 나는 에리디언의 과학을 훨씬 능가하는 지식을 가진, 선진적인 외계 종족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노트북에는 테라바이트 드라이브가 들어 있다. 나는 위키피디아 내용 전체를 복사해 로키에게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응. 줄 수 있어. 하지만 에리디언의 공기에서는 노트북이 작동하지 않을 것 같은데. 너무 뜨거워서.”

로키가 장치를 가리킨다. 이건 생각하는 기계 생명 유지 장치의 일부임. 이 장치가 동력을 제공하고, 지구 기온을 유지하고, 지구 공기를 안에 둠. 중복으로 예비 장치를 많이 둠. 생각하는 기계 망가지지 않게 함. 망가지면, 에리디언은 아무도 못 고침.

“아하, 알겠어. 출력된 내용은 어떻게 읽으려고?”

내부 카메라가 지구 빛 표시를 에리디언 질감 표시로 변환함. 통제실 카메라처럼. 떠나기 전에, 네가 나에게 글자 언어 설명함.

로키는 모르는 단어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영어를 알고 있다. “그래, 알겠어. 우리 글자는 쉬워. 그럭저럭 말이야. 글자가 스물여섯 개밖에 없는데, 이상한 발음법이 많아. 뭐, 대문자, 소문자는 발음이 같지만 생김새는 다르니까 사실상 글자 52개가 있다고 해야겠다. 아, 그리고 구두점 찍는 법도….”

우리 학자들이 해결함. 너는 그냥 내가 시작할 수 있게만 함.

“응. 그렇게 할게.” 내가 말한다. “나도 너한테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 제노나이트. 단단한 것과, 액체로 된 전 제노나이트 형태가 있으면 좋겠어. 지구 과학자들이 그걸 갖고 싶어 할 거야.”

응. 내가 줌.

나는 하품한다. “곧 자러 가야겠다.”

나 지켜봄.

“잘 자, 로키.”

잘 자, 그레이스.

나는 몇 주 만에 쉽게 잠든다. 내게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타우메바가 있다.

외계 생명체를 개조하다니. 잘못될 게 뭐 있을까?



어린 시절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나는 우주인이 되면 어떨까 상상하곤 했다. 나는 로켓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날아다니며 외계인들을 만나고, 그냥 대충 멋지게 사는 상상을 했다. 하수처리 탱크 청소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그게 사실상 오늘 내가 하는 일이다. 분명히 밝히지만, 내가 치우는 건 내 똥이 아니다. 타우메바 똥이다. 수천 킬로그램의 타우메바 똥. 새 연료를 집어넣기 전에 내게 남아 있는 여섯 개의 연료 탱크 전부에서 그 찐득찐득한 물질을 모조리 닦아내야 한다.

그러니까 나쁜 소식은, 내가 똥을 퍼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좋은 소식은, 그래도 EVA 우주복을 입고 그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전에도 이 냄새를 맡아봤다.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다.

끈적끈적한 메탄과 분해되어 가는 세포들은 문제가 아니다. 내가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그것뿐이었다면 나는 그냥 그 문제를 무시했을 것이다. 200만 킬로그램짜리 연료 탱크에 들어 있는 오물 2만 킬로그램이라고? 거의 관심을 기울일 가치도 없다.

문제는 그 안에 아마 살아 있는 타우메바가 있으리라는 점이었다. 그 오염물은 먹을 수 있는 연료를 몇 주 전에 전부 먹어 치웠으므로, 지금쯤은 대단히 배가 고플 터였다. 내가 확인한 최근 표본을 보면 그랬다. 하지만 이 조그만 놈 중 일부는 아직 살아 있을 터였다. 그리고 내가 절대로 원하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면, 녀석들에게 200만 킬로그램의 신선한 아스트로파지를 먹이로 주는 것이었다.

진행 상황, 질문? 로키가 무전을 보낸다.

“3번 연료 탱크가 거의 끝났어.”

나는 아예 탱크 안으로 들어와, 직접 만든 주걱을 가지고 벽에서 검고 찐득찐득한 오물을 긁어내 옆에 나 있는 폭 1미터의 구멍 밖으로 내던진다. 폭 1미터짜리 구멍이 어디서 생겼냐고? 내가 뚫었다.

연료 탱크에는 인간 크기의 승강구가 없다. 있을 이유가 없지. 밸브와 파이프는 안팎으로 통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의 폭도 겨우 몇 인치다. 연료 탱크라는 변기의 물을 내릴 만한 곳이 없다. 내 소장품인 ‘1만 갤런의 물’을 고향에 두고 오는 바람에. 그래서 나는 탱크마다 구멍을 뚫고 끈끈이를 청소한 다음 구멍을 다시 막아야 한다.

다만, 로키가 만들어준 절삭용 화염방사기는 마법처럼 잘 작동한다. 아스트로파지 조금과 적외선, 렌즈 몇 개를 조합하니 내 손에는 소름 끼치는 죽음의 광선이 들리게 되었다. 까다로운 부분은 출력을 낮게 유지하는 것인데, 로키가 추가로 안전장치를 넣어 두었다. 그는 렌즈에 불순물이 반드시 들어가 있도록, 즉 렌즈가 완전히 투명한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이 렌즈들은 적외선 투과성 유리로 되어 있다. 내부 아스트로파지의 빛 출력이 너무 높아지면 렌즈가 녹는다. 그러면 광선의 초점이 흐려지고 절삭기는 쓸모가 없어진다. 나는 수줍어하며 로키에게 이 절삭기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만 했지만, 최소한 내 다리를 잘라버리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유달리 고집 센, 딱딱하게 굳은 끈끈이를 벽에서 긁어낸다. 오물이 둥실둥실 떠가고, 나는 긁개를 사용해 그걸 구멍 밖으로 후려친다. “배양 수조 상황은?” 내가 묻는다.

4번 수조에는 지금도 살아 있는 타우메바가 있음. 5번 수조 이상은 전부 죽음.

나는 발을 끌며 탱크 안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연료 탱크는 원통의 한쪽 옆면을 딛고 서면 반대쪽 면에 손을 대고서 버틸 수 있을 만큼 좁다. 이렇게 하면 한 손이 남아서 찌꺼기를 긁어낼 수 있다. “4번 수조가 5.25퍼센트 맞지?”

안 맞음. 5.20 퍼센트.

“알았어. 그럼 타우메바52까지 온 거네. 잘 되고 있어.”

진행 상황, 질문?

“천천히, 꾸준하게 하고 있어.” 내가 말한다.

나는 오물 덩어리를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질소로 탱크 물을 내려버리고 끝냈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타우메바에게는 질소 저항력이 전혀 없으니까. 하지만 그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오물은 두께가 몇 센티미터에 이른다. 아무리 많은 질소를 펌프질해 넣어도 질소가 닿지 않는 타우메바가 조금은 있을 것이다. 형제들이 쌓은 1센티미터 두께의 벽으로 보호되는 녀석들 말이다.

살아 있는 타우메바가 한 마리만 있어도, 로키의 남은 아스트로파지로 탱크를 채웠을 때 오염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탱크의 똥을 치운 다음에야 질소 소독을 할 수 있다.

너 연료 탱크 큼. 질소 충분히 있음, 질문? 필요하면 내가 블립A 생명 유지 장치에서 암모니아 줄 수 있음.

“암모니아로는 안 될 거야.” 내가 말한다. “타우메바는 질소 화합물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그냥 기본적인 질소에만 반응하지. 근데 걱정하지 마, 괜찮아. 네 생각만큼 질소가 많이 필요한 건 아니야. 0.02기압에서 3.5퍼센트의 질소가 자연상태의 타우메바를 죽인다는 건 알고 있잖아. 이건 1파스칼에도 못 미치는 분압이야. 이 연료 탱크들은 각기 37세제곱미터밖에 되지 않아.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질소 기체 몇 그램을 여기에 찍찍 뿌려놓는 것뿐이야. 그러면 질소가 모든 걸 죽여버리겠지. 타우메바한테는 질소가 놀랄 만큼 치명적이라고.”

나는 엉덩이에 두 손을 얹는다. EVA 우주복을 입고 하기에는 어색한 자세이고, 몸도 벽에서 먼 쪽으로 둥둥 떠간다. 하지만 상황에 어울리는 자세다. “좋았어. 3번 연료 탱크도 끝.”

이제 구멍 메울 제노나이트 조각 필요, 질문?

나는 연료 탱크에서 둥실둥실 우주로 나온다. 선체로 나를 다시 데려다줄 안전끈을 당긴다. “아니. 일단 청소부터 다 하고, 다른 EVA 우주복을 입고서 구멍을 메울 거야.”

나는 손잡이를 이용해 4번 연료 탱크에 접근한 다음 몸을 한곳에 고정하고, ‘메이드 바이 에리디언’ 아스트로 화염방사기를 발사한다.



제노나이트로는 압축된 기체를 담는 끝내주는 용기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연료 탱크들을 전부 깨끗이 청소한 뒤 다시 밀폐하고, 주변에 있을지 모르는 자연 상태의 타우메바를 죽이는 데 필요한 양의 약 100배쯤 되는 질소를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질소가 잠시 그 안에 머무르도록 가만히 놔두었다. 위험은 조금도 감수하고 싶지 않다.

며칠 소독을 한 뒤 드디어 실험해 볼 시간이 된다. 로키가 내게 실험에 사용할 아스트로파지 몇 킬로그램을 내준다. ‘아스트로파지 몇 킬로그램’이 스트라트의 팀원 모두에게 신이 보낸 선물이었을 때가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아, 그래. 여기 에너지 1,000조 줄이 있어. 더 필요하면 말해.” 하는 식이다.

나는 아스트로파지를 대략 비슷한 크기의 덩어리 일곱 개로 나누고 질소를 뿜어낸 다음, 한 덩어리씩 연료 탱크에 분사해 넣는다. 그런 다음 하루를 기다린다.

이 시간 동안 로키는 자기 우주선에 타고서, 아스트로파지를 자기 연료 탱크에서 내 것으로 옮기기 위한 펌프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로키는 아주 예의 바르게 거절한다. 하긴, 내가 블립A에 타고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내 EVA 우주복은 그곳의 환경을 버텨낼 수 없으니 로키가 내게 완전한 터널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그럴 가치가 없다.

정말이지 그럴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딴 것도 아니고 외계인 우주선이잖아! 안을 보고 싶단 말이야! 하지만 뭐. 인류도 구해야 하고. 쳇. 그게 더 중요하니까.

나는 연료 탱크를 확인한다. 타우메바가 살아 있다면 아스트로파지를 발견하고 간식으로 먹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스트로파지가 아직 있다면 연료 탱크는 소독된 상태인 셈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일곱 개의 연료 탱크 중 두 개는 소독되지 않은 상태였다.

“야, 로키!” 내가 통제실에서 소리친다.

그는 블립A 어느 곳에 타고 있지만, 나는 그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로키는 언제나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몇 초 뒤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며 무전기가 살아난다. 무엇, 질문?

“연료 탱크 두 개에 아직도 타우메바가 있어.”

이해함. 안 좋음. 하지만 안 나쁨. 다른 다섯 개는 깨끗, 질문?

나는 통제실의 손잡이를 잡고 몸의 균형을 잡는다. 대화에 집중하고 있으면 어딘가로 떠서 가버리기가 쉽다. “응, 다른 다섯 개는 괜찮아 보여.”

나쁜 연료 탱크 두 개에서는 타우메바가 어떻게 살아남음, 질문?

“아마 내가 제대로 청소를 못 했나 봐. 끈끈한 게 좀 남아서, 살아 있는 타우메바를 질소에서 보호한 것 같아. 내 생각은 그래.”

계획, 질문?

“내가 그 연료통 두 개로 돌아가서 좀 더 긁어낸 다음 다시 소독하려고. 다른 다섯 개는 일단 봉인해 둘 생각이야.”

좋은 계획. 연료 도관에서 몰아내는 것도 잊지 마.

모든 연료 탱크가 오염됐으니, (현재는 밀폐된) 연료 도관도 오염됐다고 가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응. 연료 도관은 탱크보다 쉬울 거야. 그냥 고압 질소를 도관 안에 분사하면 되니까. 그러면 덩어리가 떨어지고, 나머지 부분도 소독될 거야. 그런 다음 연료 탱크랑 같은 방법으로 실험해 볼게.”

좋음, 좋음. 로키가 말한다. 배양 수조 상태는 무엇, 질문?

“계속 잘 진행되고 있어. 이제 타우메바62까지 왔어.”

나중에 왜 질소가 문제인지 알아내자.

“뭐어, 그건 다른 과학자들한테 맡겨두자. 우리한테는 타우메바80만 있으면 돼.”

응. 타우메바80. 어쩌면 타우메바86. 안전.

6진수로 생각하다 보면, 아무렇게나 6을 더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같은 의견이야.” 내가 말한다.

나는 에어로크에 들어가 올란 EVA 우주복으로 기어들어 간다. 아스트로 화염방사기를 집어 들고 공구 벨트에 연결한다. 헬멧의 무전기를 켜고 “선외활동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해함. 문제 있으면 무전. 필요하면 내 우주선 선체 로봇으로 도울 수 있음.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알려줄게.”

나는 문을 밀폐하고 에어로크 회전을 시작한다.



“망할.” 내가 말한다. 나는 5번 연료 탱크를 폐기한다는 최종 확인 버튼을 누른다.

점화장치가 펑 소리를 내고, 텅 빈 연료 탱크가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으로 둥실둥실 떠간다.

아무리 문지르고, 청소하고, 질소로 소독하고, 무슨 짓을 해도 5번 연료 탱크에서 타우메바를 몰아낼 수가 없다. 무슨 짓을 해도 녀석들은 살아남아, 내가 이후에 넣어준 실험용 아스트로파지를 먹어 치운다.

어느 순간에는 그냥 포기해야 한다.

나는 팔짱을 끼고 조종석에 주저앉는다. 제대로 주저앉기 위한 중력은 없으므로, 내 몸을 조종석에 밀어 넣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삐쳤다. 쳇. 그리고 삐치려면 제대로 삐칠 생각이다. 나는 원래 있던 아홉 개의 연료 탱크 중 총 세 개를 잃었다. 두 개는 에이드리언으로 모험을 떠났을 때, 하나는 방금. 최대치를 기준으로 잃게 된 연료 저장량이 이걸로 66만 6,000킬로그램이다.

집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연료가 있을까? 물론이다. 타우세티의 중력에서 탈출하게 해줄 정도의 연료라면, 나는 언젠가는 집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백만 년 동안 기다리는 것도 상관없다면 겨우 몇 킬로그램의 아스트로파지만 가지고도 집에 돌아갈 수 있다.

문제는 집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문제다.

나는 엄청나게 많은 계산을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답을 얻어낸다.

지구에서 타우세티까지의 여행에는 3년 9개월이 걸렸다. 여행 내내 1.5g로 계속 가속해서 달성한 시간이었다. 라마이 박사가 판단한, 인간이 거의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어도 괜찮은 최대 중력이었다. 지구는 그 시간 동안 약 13년을 경험했겠으나 시간 팽창이 승조원들에게는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했다.

겨우 133만 킬로그램의 연료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고 긴 여행을 한다면(이게 남아 있는 연료 탱크에 담길 수 있는 전부였다), 가장 효율적인 경로는 0.9g로 계속해서 가속하는 것이었다. 나는 더 느리게 이동하게 될 것이고, 그 말은 시간 팽창도 덜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 말은 내가 더 오랜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나는 그 여행에서 5년 반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뭐? 겨우 1년 반 더 여행하는 것뿐인데. 뭐가 큰일이라고?

내게는 그 정도의 음식이 없다.

이건 자살 임무였다. 우리에게는 몇 달을 버틸 정도의 음식이 주어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나는 합리적인 속도로 저장된 음식을 먹고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코마 슬러리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맛이야 없겠지만, 최소한 영양 균형은 맞을 거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자살 임무다. 우리에게는 집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코마 슬러리가 아예 주어지지 않았다. 내게 코마 슬러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는 야오 대장과 일류키나 전문가가 이리로 오는 길에 죽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전부 고려할 때, 내게 남아 있는 진짜 음식은 7개월 분량이고 코마 슬러리는 40개월 분량이다. 이 정도면 집까지 여행하는 데 필요한 연료가 꽉 차고도 조금 남을 때에야 겨우 버틸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더 느린 여행에서 5년 반 동안 버틸 수 있는 양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로키의 음식은 내게 쓸모가 없다. 여러 번 시험해 봤다. 로키의 음식은 ‘독성’에서 ‘맹독성’에 이르는 중금속들로 가득 차 있다. 내 몸도 기꺼이 활용할 유용한 단백질과 당분이 있긴 하지만, 음식에서 독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

이곳에는 내가 재배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내가 가진 모든 음식은 냉동건조 되거나 탈수된 상태다. 쓸 수 있는 씨앗도, 식물도, 아무것도 없다. 나는 가지고 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을 뿐이고, 다 먹으면 끝이다.

로키는 달칵거리며 터널을 따라 통제실의 구체로 간다. 요즘은 그가 블립A를 너무 자주 들락거려서, 그가 어느 우주선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 화난 소리 냄. 왜, 질문?

“세 번째 연료 탱크를 잃었어. 집까지 가는 동안 먹을 음식이 부족해.”

지난번 잠 이후로 얼마, 질문?

“응? 지금 연료 얘기하잖아! 집중 좀 해!”

툴툴거림. 화남. 멍청함. 지난번 잠 이후로 얼마, 질문?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몰라. 배양 수조랑 연료 탱크 작업을 했으니까 …. 마지막으로 잔 게 언제인지 잊어버렸어.”

너 잠. 나 지켜봄.

나는 제어반 쪽을 사납게 손짓한다. “난 심각하다고! 집으로 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만큼의 연료 저장고가 없다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는 60만 킬로그램이야. 그러려면 저장고 135세제곱미터가 필요해! 그만한 공간이 없대도!”

내가 저장 탱크 만듦.

“너한텐 그럴 만한 제노나이트가 없잖아!”

제노나이트 안 필요. 강한 물질이면 뭐든 가능. 내 우주선에 금속 많음. 녹이고, 만들고, 너한테 탱크 만들어줌.

나는 몇 차례 눈을 깜빡인다. “그렇게 할 수 있어?”

당연히 할 수 있음! 너 지금 멍청. 너 잠. 나 지켜보고 대체 탱크 설계함. 같은 의견, 질문? 그는 숙소 쪽으로 튜브를 따라 내려간다.

“어….”

같은 의견, 질문? 로키가 더 크게 말한다.

“응….” 나는 중얼거린다. “응, 알았어….”



지금까지 나는 선외활동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중에서 이렇게까지 진 빠지는 활동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여섯 시간이나 이곳에 나와 있다. 올란은 강한 우주복이라 그래도 버틸 수 있다. 나는 딱히 그렇지 않다.

“이제 마지막 연료 탱크를 설치하고 있어.” 나는 쌕쌕거린다. 거의 다 됐다. 집중.

로키가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준 연료 탱크는, 당연하게도 완벽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남아 있는 연료 탱크 하나를 분리해 그에게 분석할 수 있도록 주는 것뿐이었다. 뭐, 로키의 선체 로봇에게 준 것이지만. 아무튼 로키는 그 로봇을 활용해 이것저것 측정했고, 로봇은 일을 제대로 해냈다. 모든 밸브 연결 부위가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크기로 들어가 있다. 모든 나사골의 간격이 완벽하게 맞는다.

모두 합해서, 그는 내가 준 연료 탱크와 완벽히 똑같은 복제품 세 개를 만들어냈다. 유일한 차이는 소재다. 내 원래 탱크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스트라트 팀의 누군가가 선체에 탄소섬유를 쓰자고 제안했지만, 스트라트가 거부했다. 충분한 시험을 거친 기술만 쓰자는 것이었다. 인류는 선체가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우주선을 60여 년간 사용해 왔고.

새로운 연료 탱크의 소재는… 합금이다. 무슨 합금? 모른다. 로키도 모른다. 블립A에 탑재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스템에서 뜯어낸 금속들을 뒤죽박죽으로 섞은 것이다. 로키 말로는 대부분 철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소 스무 가지의 원소가 한데 녹아 있다. 기본적으로 ‘금속 스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상관없다. 연료 탱크는 압력을 버틸 필요가 없다. 그저 아스트로파지를 우주선에 싣기만 하면 되지, 그 외의 기능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주선이 가속할 때 내부 연료의 중량으로 망가지지 않을 만큼 강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렵지 않다. 문자 그대로 나무로 만든다 해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너 느림. 로키가 말한다.

“넌 못됨.” 나는 안전끈으로 커다란 원통을 제자리에 장착한다.

미안. 나 흥분. 9번과 10번 배양 수조!

“와!” 내가 말한다. “행운을 빕니다!”

최근 세대의 타우메바는 타우메바78에 이르렀다. 내가 이 연료 탱크 작업을 하는 동안, 타우메바78이 수조에서 배양되고 있다. 간격은 0.25퍼센트인데, 그 말은 사상 처음으로 몇몇 배양 수조에 사실상 8퍼센트 이상의 질소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연료 탱크를 설치하는 문제는… 아이고. 나는 첫 번째 나사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연료 탱크는 관성이 커서 구멍과 정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최초의 연료 탱크 탑재 시스템도 없어져 버렸다. 점화장치 때문이었다. 아무도 내가 옛 연료 탱크를 폐기한 다음 새 연료 탱크를 덧붙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점화장치는 그냥 죔쇠를 푸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나사를 깨끗하게 잘라버린다. 그리고 탑재 지점에 가해지는 손상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이 자살 임무의 자살을 취소하려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인다.

탑재를 위한 나사 구멍은 형태가 괜찮지만, 전부 잘린 나사가 들어 있어 처리해야 한다. 나사못 대가리가 없으니 나사를 빼내기가 참 엿… 사탕 같다. 나는 희생양 노릇을 할 강철 막대와 아스트로 화염방사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법이라는 걸 알아냈다. 나사못을 약간 녹이고, 강철 막대를 약간 녹인 다음 둘을 용접하는 것이다. 결과물은 보기 흉하지만 나사못을 제거하기에 충분한 회전력을 제공하는 응력 중심 거리가 생긴다. 보통은 말이다.

나사못을 제거할 수 없을 때면 나는 그냥 이것저것 녹인다. 그 어떤 나사못도 액체 안에 박혀 있을 수는 없으니까.

세 시간 뒤, 나는 마침내 새로운 연료 탱크를 전부 설치한… 셈이 된다.

나는 에어로크를 회전시키고 올란에서 기어 나온 다음 통제실로 들어간다. 로키가 자기 구체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잘 됨, 질문?

나는 손을 앞뒤로 내젓는다. 흥미롭게도, 이건 인간과 에리디언 모두에게 나타나는 동작이면서 의미도 같다. “아마. 잘 모르겠어. 나사 구멍 중에 쓸 수 없는 게 엄청 많았어. 연료 탱크가 충분히 잘 연결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위험, 질문? 네 우주선 15m/s2으로 가속. 연료 탱크 버팀, 질문?

“잘 모르겠어. 지구의 엔지니어들은 보통 안전을 이유로 최소 사양을 두 배로 잡거든. 이번에도 그런 거면 좋겠는데. 하지만 확실히 알려면 실험해 봐야지.”

좋음, 좋음. 말 다 함. 배양 수조 확인, 부탁.

“알았어, 알았다고. 일단 물 좀 마시자.”

로키는 통통 튀며 자기 튜브를 따라 실험실로 내려간다. 왜 인간은 물 이렇게 많이 필요, 질문? 비효율적 생명체!

나는 선외활동 전에 통제실에 놔둔, 꽉 차 있던 1리터짜리 물주머니를 단숨에 들이켠다. 목마른 작업이었다. 나는 입을 닦고 물주머니가 알아서 떠다니게 놔둔다. 나는 벽을 밀치며 터널을 따라 실험실로 둥실둥실 떠간다.

“너도 알겠지만, 에리디언에게도 물은 필요해.”

우리는 물 몸 안에 보관. 폐쇄계. 안에 몇 가지 비효율성, 하지만 필요한 물 모두 음식에서 얻음. 인간들은 물이 샘! 역겨움.

나는 로키가 기다리고 있는 실험실로 떠가며 웃는다. “지구에는 ‘거미’라는 무섭고 끔찍한 동물이 있는데, 네가 그 녀석들하고 비슷하게 생겼어. 그냥 알려주려고.”

좋음. 자랑스러움. 나는 무서운 우주 괴물. 너는 물이 새는 우주 슬라임. 그는 배양 수조를 가리킨다. 수조 확인!

나는 벽을 차고 배양기로 날아간다. 진실의 순간이다. 1번 수조부터 한 번에 하나씩 확인해야 하지만, 그건 집어치우라지. 나는 곧장 9번 수조로 간다.

나는 펜 라이트로 수조 안을 비추며, 앞서 아스트로파지로 뒤덮여 있던 유리 슬라이드를 자세히 살펴본다. 수조의 수치를 확인한 다음 슬라이드를 다시 확인한다.

나는 로키를 보며 씩 웃는다. “9번 수조의 슬라이드가 투명해. 타우메바80을 확보했어!”

로키는 엄청난 소음을 폭발적으로 터뜨린다! 팔을 마구 휘두르고, 손으로는 벽을 달그락달그락 두드린다. 무질서한 임의의 음을 낸다. 몇 초 뒤 그가 말한다. 그래! 좋음! 좋음, 좋음, 좋음!

“하하, 와. 알았어. 진정 좀 해.” 나는 10번 수조를 확인한다. “이야, 10번 수조도 투명해. 타우메바82.5가 생겼어!”

좋음, 좋음, 좋음!

“좋음, 좋음, 좋음이야, 정말!” 내가 말한다.

이제 너 실험해. 금성 공기. 삼세계 공기.

“응. 그래야지….”

로키는 터널 한쪽 벽에서 다른 쪽 벽으로 돌아다닌다. 각 실험에서 정확히 같은 기체. 같은 기압. 같은 온도. 같은 죽음의 우주 ‘방사선’. 근처 별에서 같은 빛. 같음, 같음, 같음.

“응. 그렇게 할게. 전부 다 할 거야.”

지금 해.

“나도 쉬어야지! 난 방금 여덟 시간 동안 선외활동을 했다고!”

지금 해.

“윽! 싫어!” 나는 그의 터널로 둥실둥실 떠가서 제노나이트 너머로 그를 마주 본다. “일단은 타우메바82.5를 더 많이 배양할 거야. 실험에 필요한 양이 충분히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런 다음, 밀폐된 용기 안에 안정적인 타우메바82.5 군집을 몇 개 만들 생각이야.”

그래! 그리고 내 우주선에도 일부!

“응. 예비용은 많을수록 좋지.”

로키는 앞뒤로 좀 더 튀어 다닌다. 에리드는 살 것임! 지구는 살 것임! 모두 살 것임! 그는 한 손의 발톱을 동그랗게 말더니 제노나이트를 꽉 누른다. 나랑 주먹!

나는 제노나이트에 손마디를 댄다. “하이파이브, 지만 뭐, 좋아.”



어딘가에 분명 술이 있을 텐데. 일류키나가 술을 좀 달라고 하지 않고서 자살 임무에 나섰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그녀가 술을 안 가지고 길을 건너는 모습조차 상상할 수 없다. 창고 구역의 모든 상자를 살펴본 다음 나는 마침내 개인 용품들을 찾아낸다.

상자에는 지퍼가 달린 더플백 세 개가 들어 있다. 가방마다 승조원의 이름이 붙어 있다. ‘야오’, ‘일류키나’, ‘두보이스’. 두보이스의 개인 용품을 바꿔놓지는 않은 모양이다. 내게 개인 용품을 챙길 기회가 없었으니까.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좀 화가 난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스트라트에게 이 주제에 관한 내 감정을 말할 기회를 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개인 용품을 가지고 숙소로 들어가 밸크로로 벽에 채운다. 이제는 죽어버린 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물품들. 이제는 죽어버린 친구들.

나중에는 맑은 정신으로 이 가방에 뭐가 들어 있는지 살펴보면서 시간을 좀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축하의 시간이다. 술이 필요하다.

나는 일류키나의 가방을 연다. 안에는 작은 장신구 같은 것이 마구잡이로 들어 있다. 뭐라고 러시아 글자가 적혀 있는 펜던트 하나와 아마 일류키나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을 해지고 낡은 곰 인형, 헤로인 1킬로그램,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 몇 권 그리고 드디어! ‘водка’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투명한 액체의 1리터들이 주머니 다섯 개.

러시아어로 ‘보드카’가 틀림없다. 어떻게 아느냐고? 미친 러시아 과학자들 한 무리와 항공모함에서 몇 달을 보냈으니까. 나는 이 단어를 여러 번 봤다.

나는 일류키나의 가방 지퍼를 채우고, 벽의 벨크로에 걸린 채로 놔둔다. 나는 실험실을 가로질러 로키가 기다리고 있는 터널로 향한다.

“찾았어!” 내가 말한다.

좋음, 좋음! 로키가 평소에 착용하는 작업복과 공구 벨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을 입고 있다.

“아니 이것 봐라? 이게 다 뭐야?” 내가 말한다.

로키는 자랑스럽게 등딱지를 내민다. 그의 등딱지는 매끄러운 천으로 덮여 있고, 천에는 여기저기에 대칭을 이룬 단단한 형태들이 달려 있다. 거의 갑옷과 비슷하지만, 갑옷처럼 몸을 완전히 덮는 것은 아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도 않다.

로키의 환기구가 있는 쪽, 맨 위 구멍 주위에는 원석이 둘러져 있다. 일종의 보석이 틀림없다. 지구의 보석이 세공됐을 때와 비슷하게 다면체로 이루어져 있지만, 품질은 엉망이다. 얼룩덜룩하고 색이 바랬다. 하지만 정말로 크다. 그리고 장담하는데, 초음파로 들으면 소리가 아주 멋질 것이다.

셔츠에서 이어지는 소매는 그의 팔을 반쯤 내려간 지점에서 끊기고, 소맷부리가 비슷하게 장식돼 있다. 어깨 부분은 전부 헐겁게 땋은 끈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내가 본 이래 처음으로, 로키는 장갑을 끼고 있다. 손 다섯 개가 모두 삼베 비슷한 성긴 소재로 덮여 있다.

이 옷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키의 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할 것이다. 그렇지만 패션이란 편안함이나 편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너 끝내준다!” 내가 말한다.

감사! 이건 축하를 위한 특별한 옷임.

나는 보드카 1리터를 들어 보인다. “이건 축하를 위한 특별한 액체야.”

인간들은… 축하하려고 먹음?

“응. 에리디언들한테 먹는 게 프라이버시라는 건 알고 있어. 먹는 걸 본다는 게 너한테 역겹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인간은 이런 식으로 축하해.”

괜찮음. 먹어! 우리 축하해!

우리는 실험대 위에 올려놓은 두 개의 실험 장치 쪽으로 둥실둥실 떠간다. 한쪽 장치 안에는 금성의 대기 유사체가 들어 있다. 다른 장치에는 삼세계의 대기가 들어 있다. 나는 둘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참고 자료를 사용해 최대한 정확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만든 참고 자료 전부가 들어 있는 내 장서와 자신의 항성계에 대한 로키의 지식 덕분이었다.

두 실험 장치에서, 타우메바는 그냥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번성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증식했고, 실험 장치에 주입된 극소량의 아스트로파지조차 즉시 잡아먹혔다.

나는 보드카 주머니를 들어 올린다. “두 세계의 구원자, 타우메바82.5를 위하여!”

타우메바한테 그 액체를 줌, 질문?

나는 빨대에 채워진 잠금장치를 푼다. “아니, 그냥 인간들이 하는 말이야. 나는 타우메바82.5를 기리는 거야.” 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입 안에 불이 붙은 것처럼 느껴진다. 일류키나는 강하고 센 보드카를 좋아했던 듯하다.

응. 많이 기림! 그가 말한다. 인간과 에리디언이 함께 일해, 모두를 구함!

“아!” 내가 말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데, 타우메바한테 생명 유지 장치가 필요해. 타우메바 군집이 살아남을 정도로만 아스트로파지를 공급해 줄 장치 말이야. 완전 자동이어야 하고, 몇 년 동안 알아서 작동해야 하고, 무게는 1킬로그램 미만이어야 해. 그런 게 네 개 필요해.”

왜 그렇게 작음, 질문?

“비틀스마다 하나씩 실을 거거든. 집으로 가는 길에 헤일메리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좋은 계획! 너 똑똑함! 내가 만들어줄 수 있음. 또, 오늘 나는 연료 이전 장치 완성함. 이제 아스트로파지 줄 수 있음. 그럼 우리 둘 다 집에 감!

“그러게.” 내 미소가 흐려진다.

이건 행복! 네 얼굴 구멍은 슬픈 형태. 왜, 질문?

“긴 여행이 될 텐데, 나는 혼자일 테니까.” 나는 아직 집으로 가는 길에 코마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지 모른다. 완전한 고독과 아무 맛 없는, 코마 슬러리밖에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은 견디기가 너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의 첫 부분만이라도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있을 계획이다.

나를 그리워할 것임, 질문? 나는 너를 그리워할 것임. 너는 친구임.

“응. 나도 널 그리워할 거야.”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신다. “너는 내 친구야. 세상에,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야. 그런데 좀 있으면 우린 영원히 작별하게 돼.”

그는 장갑 낀 두 발톱을 서로 탁탁 부딪쳤다. 별것 아니라는 손짓에 평소 따라오는 달칵거리는 소리가 장갑 때문에 둔탁하게 들렸다. 영원히는 아님. 우리는 행성들을 구함. 그런 다음 아스트로파지 기술이 있음. 서로를 만나러 감.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미소 짓는다. “그 모든 걸 지구 시간으로 50년 안에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임. 왜 그렇게 빨리, 질문?

“나한텐 살아갈 시간이 겨우 50년 정도밖에 안 남았어. 인간들은….” 나는 딸꾹질을 한다. “…오래 살지 못하거든, 기억나?”

아. 로키가 잠시 조용하다. 그럼 우리는 남은 시간을 함께 즐김. 그런 다음 행성들을 구하러 감. 그러면 우리는 영웅!

“맞아!” 나는 허리를 편다. 이제 약간 어지럽다. 나는 원래 주당이 아닌데 보드카를 지나치게 마시고 있다. “우린 으나개에서 젤루 중오한 사름들야! 우린 멋져!”

그는 가까운 곳에 있던 스패너를 집어 들고, 한 손으로 높이 쳐든다. 우리를 위하여!

나는 보드카를 들어 올린다. “울릴를 우하여!”



“뭐, 다 됐어.” 나는 내 쪽 연결부에서 말한다.

그래. 로키가 자기 쪽에서 말한다.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는데도 낮은 목소리가 난다.

헤일메리호에는 연료가 꽉 채워졌다. 아스트로파지 220만 킬로그램. 지구를 떠날 때 실려 있던 것보다 20만 킬로그램이나 많은 양이다. 로키의 대체용 연료 탱크는 당연하게도 헤일메리의 원래 연료 탱크보다 효율성이 뛰어나서 용량이 더 컸다.

나는 목 뒤를 문지른다. “아마 넌 지구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인간들은 에리드에 관해 모든 걸 알고 싶어 할 테니까.”

그래. 그가 말한다. 노트북 고마움. 우리 과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배울 수 있는 인간 기술. 넌 내 사람들의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 줌.

“네가 만든 생명 유지 장치에서 시험해 본 거지?”

그래. 그건 멍청한 질문. 그는 버티고 있으려고 옆에 달린 손잡이를 쥔다.

로키는 직접 연결되는 터널을 제거하고 헤일메리호의 선체를 분리한 다음이었다. 그는 짐을 마저 싸려고 에어로크와 에어로크를 연결하는 연결통로를 설치했다.

내 요청에 따라 그는 헤일메리 내부의 제노나이트 벽과 터널을 남겨두되 내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몇 미터 폭의 구멍을 여기저기 뚫어놓았다. 지구의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제노나이트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우주선에서는 지금도 약간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제노나이트조차도 기체 투과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아마 잠깐은 이런 냄새가 날 것이다.

“네 배양기는?” 내가 말한다. “전부 두 번씩 확인해 봤지?”

응. 여분까지 타우메바82.5 군집 여섯 개가 있고, 각자가 독립된 생명 유지 장치를 갖춘 독립된 탱크에 있음. 모두가 삼세계를 시뮬레이션한 대기에 들어 있음. 네 배양기도 기능함, 질문?

“응.” 내가 말한다. “뭐, 그냥 내가 가지고 있던 배양 수조 열 개지만 말이야. 단지 지금은 모두 금성의 대기를 넣어뒀어. 아, 그리고 소형 배양기도 고마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것들을 비틀스에 설치할 생각이야. 달리 별로 할 일도 없고.”

로키가 노트패드를 힐끗 본다. 네가 나한테 준 이 숫자들. 내가 방향을 돌려서 에리드에 도착하는 시간이 확실함 질문? 너무 금방임. 너무 빠름.

“응, 그게 네 시간 팽창 값이야. 이상하지. 하지만 그게 맞는 값이야. 네 번이나 확인했어. 너는 지구 시간으로 3년이 채 안 돼서 에리드에 도착할 거야.”

하지만 지구는 타우세티와 거의 같은 거리. 너는 4년이 걸림. 질문?

“맞아, 난 4년을 경험하게 되겠지. 3년 9개월을. 그건 네 시간이 압축되는 만큼 내 시간도 압축되지는 않기 때문이야.”

전에 네가 설명했지만, 다시. 왜, 질문?

“네 우주선은 내 우주선보다 빠르게 가속하니까. 너는 광속에 더 가깝게 움직이게 돼.”

로키가 등딱지를 흔들거린다. 매우 복잡.

나는 로키의 우주선을 가리킨다. “상대성에 관한 모든 정보가 노트북에 들어 있어. 너희 과학자들한테 살펴보라고 해.”

그래. 과학자들이 매우 좋아할 것임.

“양자물리학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렇겠지. 그걸 알고 나면 정말 짜증낼 걸.”

이해 못 함.

나는 웃는다. “신경 쓰지 마.”

우리 둘은 잠시 조용해진다.

“이게 전부인 것 같네.” 내가 말한다.

시간이 됨. 그가 말한다. 이제 우리는 가서 고향을 구함.

“응.”

네 얼굴에서 물이 샘.

나는 눈을 문질러 닦는다. “인간 일이야. 걱정하지 마.”

이해함. 로키는 자기 에어로크까지 터널을 짚고 간다. 그는 에어로크 문을 열고 잠시 그 자리에 서있는다. 안녕, 친구 그레이스.

나도 얌전히 손을 흔든다. “안녕, 친구 로키.”

로키가 우주선 안으로 사라지더니 에어로크 문을 닫는다. 나는 헤일메리호로 돌아간다. 몇 분 뒤, 블립A의 선체 로봇이 터널을 분리한다.

우리는 경로의 각도만 조금 다르게 하여 거의 평행하게 우주선을 몰고 간다. 이렇게 하면 아스트로파지 엔진의 배기 충격으로 우리가 서로를 증발시킬 염려가 없다. 수천 킬로미터쯤 떨어지고 나면, 우리는 원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

몇 시간 뒤, 나는 스핀 드라이브가 꺼진 채로 조종석에 앉아 있다. 그냥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다. 나는 페트로바스코프로 적외선 점을 지켜본다. 저게 로키다. 에리드로 돌아가는.

“행운을 빌어, 친구.” 내가 말한다.

나는 지구 쪽 경로를 설정하고 스핀 드라이브를 켠다.

나는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