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지만 아무 계획도 없다.
“괜찮아, 당황하지 마.” 나는 나 자신을 타이른다. “똑똑히 생각해. 그런 다음 행동하는 거야.”
BOCOA는 여전히 뜨겁다. 그 말은, 안에 살아 있는 아스트로파지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내가 일찍 잡아냈다. 그건 좋은 일이다. BOCOA가 좋다는 건 아니고. BOCOA는 엉망진창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아스트로파지에서 타우메바를 분리해 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말은, 타우메바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이 사건이 매우 최근에 벌어졌다는 뜻이다. 타우메바는 아직 우주선의 연료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타우메바를 연료 탱크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 지난번에 타우메바가 연료 탱크에 들어간 이유는 시스템상의 다양한 미세 누출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타우메바는 내가 BOCOA를 실어놓은 승조원 구역에서 유입된 게 틀림없었다. 연료 시스템과 승조원 구역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다. 전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큰 용의자는 하나밖에 없었다.
생명 유지 장치.
우주선이 너무 차가워지면 생명 유지 장치는 아스트로파지로 가득한 코일에 공기를 흘려 우주선을 데운다. 그런 코일에 조금이라도 깨진 부분이 있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내가 섭씨 96도의 아스트로파지 덩어리를 실험실에 두는 바람에 승조원 구역이 따뜻하게 유지돼, 우주선이 오히려 에어컨을 사용해야 했다는 게 다행이었다.
좋다. 이젠 계획이 생겼다.
나는 재빨리 사다리를 타고 통제실로 올라간다. 생명 유지 장치 제어판을 띄우고 로그를 살펴본다. 예상했던 대로 히터는 한 달 넘게 작동되지 않았다. 나는 히터를 완전히 비활성화한다. 비활성화됐다고 뜨기는 하는데 믿기지 않는다.
나는 주요 전력 차단기로 간다. 차단기는 조종석 아래에 있다. 나는 히터의 차단기를 찾아 꺼버린다.
“됐어.” 내가 말한다.
나는 조종석으로 돌아와 연료 제어판을 확인한다. 연료 탱크들은 모두 상태가 괜찮아 보인다. 온도도 딱 맞는다. 타우메바가 미쳐 날뛰며 연료 탱크 속 모든 것을 먹어버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타우메바에 감염됐다면 연료 탱크는 표시된 것보다 차가웠을 것이다.
나는 스핀 드라이브 제어판을 띄우고 엔진을 끈다. 무중력상태로 돌아가면서, 발밑의 바닥이 뚝 떨어진다. 스핀 드라이브까지 끌 필요는 아마 없겠지만, 지금은 연료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연료 도관에 타우메바가 있다면, 나는 녀석이 우주선 전체로 펌프질 되기보다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기를 바란다.
“됐어….” 내가 다시 말한다. “된 거야….”
더 생각해 보자.
타우메바가 어떻게 풀려났을까? 나는 로키에게서 아스트로파지 1그램을 받기 전에 우주선의 모든 부분을 질소로 소독했다. 우주선에 실린 타우메바는 비틀스에 탑재한, 밀폐된 소형 배양기 안에 있는 것들과 밀폐된 제노나이트 배양기에 있는 것들뿐이었다.
아니다. 과학적 질문을 던질 시간은 없다. 이유야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지금은 그저 공학적 문제가 있을 뿐이다. 로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늘 로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질소.” 내가 말한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타우메바를 죽여야 한다. 타우메바82.5는 0.02기압에서 8.25퍼센트의 질소를 견딜 수 있다. 어쩌면 그보다 좀 높은 농도도 견딜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물론, 0.33기압인 승조원 구역에서 100퍼센트 질소를 견딜 수는 없다. 그 정도면 타우메바에게 치명적인 질소량의 200배가 된다.
나는 차단기로 둥실둥실 떠가서 생명 유지 장치와 관계된 모든 것을 꺼버린다. 즉시 비상 경고음이 울리고 빨간불이 켜진다. 나는 발을 차고 통제실을 가로질러 가 비상 시스템의 차단기로 간 다음 그것도 다 꺼버린다.
집중 경보가 짜증 나기에, 주 제어판에서 경보음도 꺼버린다.
나는 실험실로 날아 내려가 가스 용기 비품 보관장을 열어젖힌다. 한 개의 통에 기체 질소가 약 10킬로그램 들어 있다. 이번에도 두보이스가 선택한 자살 방법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됐다.
생명 유지 장치의 자세한 사양이 전부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수동 초과 압력 밸브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해, 우주선은 0.33기압 이상의 압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방법이 실패한다면(내가 비상 시스템을 꺼버렸으니 실패하겠지만), 우주선은 초과 기압을 우주로 방출한다.
그냥 질소를 뿜어내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남아 있는 산소부터 없애고 싶다. 이런 일로 속 썩이는 건 이제 지쳤다. 나는 이곳이 100퍼센트 질소로 가득 차기를 바란다. 타우메바에게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을 정도로 우주선을 극히 유독하게 만들고 싶다. 어딘가에 들러붙은 끈적한 덩어리 밑에 숨어 있다 하더라도, 질소가 그것까지 다 적셔버렸으면 좋겠다. 질소를 모든 곳에. 모든 곳에!
나는 질소 통을 잡고 바닥을 차고 올라, 다시 통제실로 떠간다. 에어로크 안쪽 문을 열고,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올란 우주복에 들어간다. 모든 것을 작동시키면서 굳이 점검조차 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나는 에어로크의 안쪽 문을 열어놓고, 바깥쪽 문의 수동 비상 밸브를 돌린다. 우주선의 공기가 쉭 소리를 내며 우주로 빨려 나간다. 주요 생명 유지 장치와 비상 생명 유지 장치는 전부 꺼져 있다. 그걸로는 사라진 공기를 대체할 수 없다.
이제 나는 기다린다.
우주선의 공기가 전부 빠져나가기까지는 놀랍도록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화에서는 작은 금만 생겨도 모두가 즉시 죽는다. 아니면 근육질의 영웅 녀석이 이두박근으로 구멍을 막든지. 하지만 현실의 공기는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에어로크의 비상 밸브는 지름이 4센티미터다. 우주선에 놔두기에는 꽤 큰 구멍 같지 않은가?
우주선의 기압이 원래 값의 10퍼센트까지 떨어지는 데는 20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는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 로그함수를 따르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비상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손에 질소 통을 들고 여기 서 있는 것뿐이다.
“됐어. 10퍼센트면 충분해.” 내가 말한다. 나는 에어로크의 비상 밸브를 닫아 우주선을 다시 밀폐한다. 그런 다음 질소 통을 연다.
그래서 이제는 에어로크에서 들려오는 쉭쉭 소리를 듣는 대신 질소 통에서 나는 쉭쉭 소리를 듣게 된다.
별 차이는 없다.
마찬가지다. 조금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마 질소 통 안의 기압이 우주선의 기압보다 훨씬 더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뭐 어쨌든. 중요한 건 우주선의 기압이 즉시 0.33기압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는 거의 전부 질소로 이루어져 있다.
우스운 일이다. 나는 EVA 우주복을 벗는다해도 아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아무 문제없이 숨을 쉬게 된다. 죽기 직전까지 말이다. 내 생존에 필요한 산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질소가 가능한 한 모든 곳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모든 틈새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타우메바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질소가 놈들을 찾아내 죽였으면 좋겠다. 가라, 나의 질소 부하들이여. 가서 파괴하라!
나는 실험실로 내려가 BOCOA를 확인한다. 너무 서둘러 떠나느라 이 통을 밀폐하는 걸 잊어버렸다. 다행히도 아스트로파지는 끈적거린다. 표면장력과 관성 때문에 녀석들은 안에 남아 있다. 나는 뚜껑을 닫고, 통을 에어로크로 가지고 올라간다. 그리고 통 전체를 버려버린다.
아마 통 안에 살아 있는 아스트로파지는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질소를 아스트로파지 슬러리 안으로 부글부글 흘려 넣어, 안에 숨어 있는 타우메바 전부에 닿도록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왜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내게는 아스트로파지가 200만 킬로그램 넘게 있다. 겨우 몇백 킬로그램을 건지자고 임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의미가 없다.
나는 세 시간을 기다린다. 그런 다음 차단기를 다시 켠다. 최초의 공황기를 지나고 나자 생명 유지 장치는 우주선에 풍부하게 저장된 산소 덕분에 공기를 정상으로 복구한다.
나는 이 우주선에 있는 모든 타우메바의 근원지를 격리해야 한다. 되도록 생명 유지 장치가 질소를 밖으로 빼가기 전에 그 작업을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상적인 공기로 돌아오기 전에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그 작업은 EVA 우주복을 입지 않고서 하는 편이 훨씬 더 쉽고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하는 데는 내 두 손이 필요하다. 뚱뚱한 장갑 안에 들어 있는 손이 아니고.
나는 올란에서 기어 나와 손에는 질소 통을 들고 실험실로 날아 내려간다.
일단은 배양기다.
나는 열 개의 배양기를 하나씩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넣는다. 각 통에 작은 밸브를 설치하고(에폭시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펌프로 질소를 집어넣는다. 어느 배양기에든 새는 곳이 있다면, 질소가 들어가 모든 것을 죽여버릴 것이다. 밀폐된 상태를 유지하며 제대로 작동하는 배양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고.
원래도 통은 밀봉돼 있다. 그래도 나는 테이프로 통을 더 밀폐하고, 일부러 아주 약간만 압력이 초과되도록 질소를 주입한다. 측면과 윗면이 불거져 나온다. 배양기 중 하나라도 새는 곳이 있다면 눈에 띄게 된다. 부풀어 오른 부분이 다시 꺼질 테니까 말이다.
다음은 비틀스와 비틀스에 실린 소형 배양기다.
존과 폴에는 이미 소형 배양기가 설치돼 있다. 나는 큰 배양기처럼 그것들도 격리용 통에 집어넣는다. 타우메바 똥의 존재를 알아챘을 때 나는 링고를 고치는 중이었으므로, 링고와 조지에게 줄 소형 배양기는 아직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나는 두 소형 배양기를 한 쌍으로 다른 격리용 통에 함께 집어넣는다.
나는 모든 것을 테이프로 벽에 붙인다. 통들이 하나라도 여기저기 떠다니는 건 바라지 않는다. 뭔가 날카로운 것에 부딪힐 수도 있으니까.
실험실은 난장판이다. 스핀 드라이브를 껐을 때 나는 링고를 반쯤 해체해 둔 터였다. 공구들, 비틀스의 부품들,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실험실을 떠다닌다. 쉬고 싶어도 중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치우고 나서야 쉴 수 있을 것이다.
“이거 엿 같네.” 나는 웅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