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새로운 타우메바 배양기를 만들었다. 알루미늄판과 CNC머신으로 기본적인 밀링 작업을 좀 했을 뿐이다.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로키의 우주선이다.
나는 지난 한 달간 매일 그의 엔진이 반짝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제는 그 빛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통제실로 떠간다. 스핀 드라이브가 꺼져 있고, 페트로바스코프의 민감도는 최대로 설정돼 있다. 늘 그렇듯, 타우세티 자체에서 무작위로 페트로바 파장의 빛이 일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조차 어둡다. 거의 지구의 태양만큼이나 밝은 그 항성은 이제 겨우 밤하늘에 떠 있는 일반적인 점보다 조금 통통하게 보일 뿐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타우세티를 탐지하기엔 너무 멀리까지 와 있다. 에이드리언의 페트로바선과 블립A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블립A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밀리각초(1,000분의 1각초. 1각초는 3,600분의 1도로, 매우 작은 각을 나타내는 단위‐옮긴이) 단위까지. 여기서라면, 블립A의 엔진이 내 페트로바스코프에서 반짝이고 있어야 한다 ….
나는 숫자를 돌려보고 또 돌려본다. 로키의 진로를 매일 관찰해 내 공식이 정확하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음에도.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블립A에서, 아무 블립이 발생하지 않는다.
로키가 저기 먼 곳에 버려져 있다. 그의 타우메바가 울타리에서 탈출해 로키의 연료 탱크까지 기어들어 갔다. 거기서부터 모든 걸 먹어 치웠다. 수백만 킬로그램의 아스트로파지가 며칠 만에 사라졌다.
로키는 똑똑하다. 그러니 당연히 연료를 나눠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구획도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져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
사흘.
우주선이 손상된 거라면 로키가 고쳤을 것이다. 로키가 고치지 못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그는 작업 속도가 빠르다. 다섯 개의 팔을 휙휙 휘둘러 가며, 아무 관련 없는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많다. 그가 지금 엄청난 타우메바 감염을 처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에게는 질소가 충분히 있다. 암모니아 대기에서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질소를 거둬들일 수도 있다. 로키가 타우메바 오염을 발견한 즉시 그렇게 했다고 가정하자.
로키가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킬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립A를 고칠 수 있었다면 지금쯤 로키는 고쳤을 것이다. 지금까지 블립A가 우주에서 죽어 있는 이유를 설명할 유일한 방법은 연료가 없다는 것뿐이다. 로키는 타우메바를 제때 멈추지 못했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정말이다. 돌아가서 영웅이 되어 남은 삶을 보낼 수 있다. 동상, 기념 행진, 기타 등등. 게다가 나는 모든 에너지 문제가 해결된 새로운 세상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스트로파지 덕분에 싸고 간편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사방에 존재하겠지. 나는 스트라트를 추적해 다 집어치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로키가 죽는다. 그보다 중요한 건, 로키의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이다. 수십억 명이.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 그냥 4년만 살아남으면 되는데. 그래, 고약한 코마 슬러리를 먹게 되겠지만, 나는 살아 있을 것이다.
나의 짜증 나는 논리적 정신은 다른 선택지를 가리킨다. 비틀스를, 네 대를 모두 발사하라고. 비틀스마다 소형 타우메바 배양기와, 데이터며 발견 내용으로 가득한 USB를 실으라고. 그때부터는 지구의 과학자들이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헤일메리호의 방향을 돌려 로키를 찾은 다음, 그를 에리드의 고향으로 데려간다.
문제는 한 가지다. 그러면 내가 죽는다는 것.
내게는 지구로 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 아니면, 에리드까지 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식량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리디언들이 헤일메리호의 연료를 바로 다시 채워준대도 에리드에서 지구로 돌아가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만큼의 식량은 없을 것이다. 그 시점에는 겨우 몇 달 치의 식량만 남을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재배할 수 없다. 쓸 수 있는 씨앗이나 살아 있는 식물이 전혀 없다. 에리디언의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중금속을 비롯한 독성 물질들이 너무 많이 들어 있으니까.
그러니 내게 남겨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 영웅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서 모든 인류를 구한다. 둘. 에리드로 가서 외계인 종족을 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굶어 죽는다.
나는 머리를 잡아 뜯는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후련하면서도 진이 빠진다.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것이라곤 로키의 바보 같은 등딱지와 언제나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의 작은 팔들뿐이다.
내가 결정을 내린 지 6주가 지났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 결심을 지킬 생각이다.
나는 매일의 의식을 하느라 스핀 드라이브를 끈다. 페트로바스코프를 띄우고 우주를 내다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미안해, 로키.” 내가 말한다.
그때, 나는 아주 작은 페트로바 빛점을 본다. 나는 화면을 확대해 그 구역을 살핀다. 거의 보이지 않는, 총 네 개의 작은 점들이 화면에 떠 있다.
“네가 비틀스 하나를 해체해 보고 싶어 할 거라는 건 알지만 하나도 빼놓을 수 없었어.”
훨씬 작은 스핀 드라이브를 가진 비틀스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녀석들은 지구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고 나는 거의 반대 방향의 블립A로 가고 있으니 더더욱.
소형 배양기 안의 아스트로파지 코일이 타우메바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다. 비틀스가 활용하는 엄청난 가속력을 배양기 두 개와 안에 들어 있는 생명체가 모두 견딜 수 있다는 사실도 철저히 검증했다. 비틀스는 그들의 관점에서 1~2년 안에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지구의 시간 틀로는 약 12년이 걸린다.
나는 스핀 드라이브를 다시 켜고 계속 나아간다.
‘타우세티 항성계 바로 바깥쪽 어딘가에서’ 우주선을 찾는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누가 노 젓는 배를 한 척 줄 테니, 바다 어딘가에서 이쑤시개를 찾아오라 한다고 치자. 이게 바로 그런 일이다. 하지만 어렵기는 훨씬 어렵다.
나는 로키의 진로를 알고 있고, 그가 그 진로에 따라 움직였으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로키의 엔진이 나간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나는 그의 위치를 겨우 하루에 한 번밖에 확인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로키의 위치에 대한 ‘최선의 추정’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그의 속력에 그 최선의 추정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다. 나는 엄청난 탐색을 앞두고 있다.
그의 위치를 좀 더 자주 추적할 걸 그랬다. 로키의 엔진이 꺼진 정확한 시간을 모르기에, 내 추측의 오차 범위는 약 2,000만 킬로미터다. 그 정도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8분의 1쯤 된다. 너무 엄청난 거리라, 빛이 그 거리를 여행하는 데도 1분이 꼬박 걸린다. 내가 가진 정보로는 그게 최선이다.
오차 범위가 그렇게 작다는 게 행운이다. 내 타우메바가 한 달 뒤에 탈출했다면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졌을 것이다. 아직 이 모든 일은 타우세티 항성계의 가장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겨우 여행의 시작 단계다. 타우세티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타우세티 항성계 전체 폭의 4,000배가 넘는다.
우주는 크다. 우주는… 너무 너무 크다.
그러니까 겨우 2,000만 킬로미터만 찾아보면 된다니 나는 극도로 운이 좋은 것이다.
“흠.” 나는 중얼거린다.
타우세티에서 이렇게 먼 곳까지 와 있으니 로키의 우주선은 타우빛을 별로 반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망원경으로 블립A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다.
참고하자면, 나는 죽을 것이다.
“그만해.” 내가 말한다. 코앞에 닥친 나 자신의 죽음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대신 로키를 생각한다. 지금도 로키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고 있어, 친구.
“기다려….”
로키는 분명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오랫동안 맥이 빠진 채로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해결책을 알아내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뭘 하려나? 로키의 종족 전체가 위태로운 상태인데, 로키는 내가 가고 있다는 걸 모른다. 그냥 자살하지는 않겠지? 로키는 생각나는 일은 뭐든 해볼 것이다. 성공할 확률이 아주 낮더라도.
그래. 내가 로키라고 해보자. 내 우주선이 죽었다. 어쩌면 아스트로파지 조금은 건졌을지도 모른다. 타우메바가 아스트로파지를 전부 먹어 치웠을 리는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아스트로파지가 조금은 있다. 내가 스스로 비틀스를 만들 수 있을까? 에리드로 보낼 만한?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러려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건 컴퓨터 문제다. 에리디언의 과학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다. 애초에 그들이 거대한 우주선에 승조원 스물세 명을 태워 보낸 이유가 그것이다. 게다가 한 달 반이 지났다. 로키가 작은 우주선을 만들 작정이었다면, 지금쯤은 그 작업을 마쳤을 테고 나는 그 우주선의 엔진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로키는 동작이 빠르다.
좋아. 비틀스는 없다. 하지만 로키에게 동력원은 있다. 생명 유지 장치도. 아주 오랜 시간 버티게 해줄 식량도(최초의 승조원은 스물세 명이었고, 처음부터 로키의 여행은 왕복 여행으로 계획된 것이니까).
“무전?” 내가 말한다.
어쩌면 로키가 무전 신호를 보낼지도 모른다. 에리드에서도 들릴 만한, 뭔가 강력한 신호 말이다. 탐지될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뭐라도. 에리디언들은 수명이 길다. 구조될 때까지 10년쯤 기다리는 것은 별문제도 아닐 것이다. 뭐,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몇 년 전이라면, 나라도 10광년 떨어진 곳으로 무전 신호를 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은 로키다. 로키는 뭐든 만들어내고, 자기가 만든 것에 동력을 제공해 줄 아스트로파지를 일부 건져냈을지도 모른다.
무전 신호에 꼭 정보가 담겨 있을 필요는 없다. 그냥 눈에 띄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럴 방법이 전혀 없다. 냅킨 뒤에 간단한 계산만 해봐도, 지구의 무전조차 (지구의 무전 기술은 에리드보다 훨씬 뛰어나다) 에리드에서는 배경 소음보다 훨씬 낮은 강도의 신호로만 들리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의미가 없다.
“흠.”
더 나은 레이더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레이더는 수천 킬로미터까지 제대로 작동한다. 그 거리가 터무니없이 짧다는 건 분명하다. 여기에 로키가 있었다면 아마 뭔가를 휙 만들어냈을 것이다. 조금 역설적이지만 로키가 여기에 있어서 내가 로키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더 좋은 레이더….” 나는 웅얼거린다.
글쎄, 동력원은 많다. 레이더 시스템도 있다. 어쩌면 뭔가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송출기에 그냥 동력을 추가해 놓고 일이 잘 돌아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당연히 송출기가 타버릴 것이다. 아스트로파지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전파로 바꿀 수 있지?
나는 조종석에서 벌떡 일어난다. “멍청아!”
나는 사상 최고의 레이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우주선에 내장된, 쥐꼬리만 한 송출기와 센서가 달린 레이더 시스템은 집어치워도 된다. 내게는 스핀 드라이브와 페트로바스코프가 있으니까! 나는 우주선 뒤쪽으로 900테라와트의 적외선을 뿜어내고, 그중 일부가 반사되는지 페트로바스코프로 확인할 수 있다. 페트로바스코프는 바로 그 주파수의 빛을, 아무리 작은 양이라도 탐지하도록 신중히 고안된 장비 아닌가!
페트로바스코프와 엔진을 동시에 작동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괜찮다! 로키는 빛의 속도로 최대 1분 거리에 떨어져 있으니까!
나는 탐색용 격자를 짠다. 꽤 간단하다. 나는 한창 로키의 장소를 때려 맞추는 중이다. 그러니 모든 방향을 뒤져야 한다.
쉽다. 나는 스핀 드라이브를 켠다. 수동 제어를 시작하자 늘 그렇듯 제어판은 내게 수많은 경고창에 ‘예’, ‘예’, ‘예’, ‘무시’라고 답하도록 요구한다.
나는 출력을 최고로 높이고, 빗놀이 제어장치를 이용해 좌현으로 가파르게 돈다. 그 힘에 나는 등 뒤의 조종석으로, 옆으로 떠밀린다. 우주 항법적 측면에서 보면 세븐일레븐 주차장에서 도넛 회전(자동차의 앞부분을 한 중심점으로 향하게 두고,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도는 묘기 운전의 하나. 자동차가 남긴 바퀴 흔적이 도넛 모양이라고 해서 도넛 회전이라고 부른다‐옮긴이)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각도를 가파르게 유지한다. 한 바퀴 완전히 도는 데 30초가 걸린다. 나는 대략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 아마 수십 킬로미터쯤 떨어져 나왔겠지만 상관없다. 엔진을 끈다.
이제는 페트로바스코프를 지켜본다. 페트로바스코프는 전 방향성이 아니지만, 한 번에 우주 공간의 90도를 충분히 살필 수 있다. 나는 엔진을 비추었던 것과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천천히 페트로바스코프를 사용해 우주를 훑는다. 완벽하지는 않다. 내가 타이밍을 잘못 맞출 수도 있다. 로키가 아주 가까이 있거나 아주 멀리 있다면 이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겨우 첫 번째 시도니까.
나는 페트로바스코프를 완전히 한 바퀴 돌린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한 번 더 돌린다. 어쩌면 로키는 내 생각보다 더 먼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회전에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주는 3차원이다. 나는 그저 이 구역의 평면 한 조각을 훑었을 뿐이다. 나는 우주선의 상하 요동 각도를 앞으로 5도 기울인다.
동일한 패턴으로 수색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탐색 패턴의 평면이 지난번과 5도 달라져 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5도 더 기울여서 다시 해볼 것이다. 모든 방향을 탐색하게 되는 90도에 이를 때까지 계속.
그것도 통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다만 페트로바스코프의 회전 속도는 높여야겠지.
나는 두 손을 문지르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작업에 착수한다.
반짝인다!
마침내 반짝임이 보인다!
55도 평면에서 페트로바스코프를 반쯤 회전했을 때다. 빛이다!
나는 놀라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린다. 그 바람에 조종석에서 몸이 튀어 나간다. 나는 무중력 통제실 안에서 사방에 부딪히고 튀어 다니다가 서둘러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지금까지는 작업이 느리게 진행됐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지루하던 차였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세상에! 어디야! 좋아! 침착해! 진정하라고. 진정해!”
나는 블립이 보인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페트로바스코프 위치를 확인하고, 화면에서 몇 가지 계산을 한 다음 각도를 계산한다. 나의 현재 평면에서 빗놀이 각도 214도, 타우세티에서는 55도 기울어진 곳이다. 에이드리언의 황도다.
“찾았다!”
이젠 더 제대로 읽어볼 차례다. 나는 여기저기 부딪혀 이제는 낡아빠진 스톱워치를 착용한다. 무중력은 이 조그만 녀석에게 별로 친절하지 않았다. 그래도 녀석은 작동한다.
나는 우주선 제어판을 잡고, 접촉 지점의 정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의 각도를 맞춘다. 스톱워치를 켜고 10초 동안 직선으로 추진한 다음 돌아서서 엔진을 끈다. 나는 접촉 지점에서 대략 초속 150미터쯤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상관없다. 방금 더해진 속력을 무력화하고 싶지 않다. 페트로바스코프가 필요하다.
나는 손에서 스톱워치가 돌아가는 동안 화면을 빤히 바라본다. 머잖아 다시 블립이 보인다. 28초. 빛점은 10초 동안 머무르다가 사라진다.
저게 블립A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뭐든 간에 저것은 내 스핀 드라이브를 반사하는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14초 떨어진 곳에 있다(빛이 그 자리까지 가는 데 14초, 돌아오는데 14초가 걸렸으니 총 28초다). 계산하면 대략 4,000만 킬로미터가 된다.
여러 번 측정해 그 물체의 속력을 계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는’ 이런 접근 방법으로는 정확성을 달성할 수 없다. 하지만 방향은 나왔다.
나는 아홉 시간 삼십 분 안에 4,000만 킬로미터를 가로지를 수 있다.
나는 주먹을 쾅 친다. “좋아! 나 이제 확실히 죽겠구나!”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뭐, 로키를 찾을 수 없었다면 나는 지구로 방향을 돌렸을 것이다. 이 일에 이렇게까지 노력을 들이다니 나도 놀랍다.
아무튼, 나는 블립이 보인 쪽으로 항로를 설정하고 엔진을 켠다. 이번에는 상대성에 의지할 필요조차 없다. 이건 그냥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학이다. 경로의 절반은 가속하고, 나머지 절반은 감속할 생각이다.
나는 이어진 아홉 시간을 청소하며 보낸다. 다시 손님이 올 테니까!
내 바람이지만 말이다.
로키는 제노나이트 벽에 뚫어놓은 구멍을 모두 메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문제도 아니다.
그런 일은 내가 확인한 접촉이 블립A이고 우주를 떠도는 무작위의 쓰레기가 아니라고 가정했을 때나 가능하다.
그런 생각은 애써 지운다. 희망을 살려두고 어쩌고저쩌고.
나는 제노나이트 구역에서 내 잡동사니를 전부 꺼낸다.
일단 그 일을 마친 뒤에는 엄청나게 조바심이 난다. 멈춰 서서 한 번 더 주위를 훑어보고 방향을 확인하고 싶지만, 그 충동을 억누른다. 그냥 기다리면 알게 될 거다.
나는 실험실에 있는 알루미늄 타우메바 배양기를 바라본다. 타우메바 경보기 안에 있는, 그 옆의 아스트로파지 슬라이드도.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 어쩌면 내가….
타이머에서 삑삑 소리가 난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허둥지둥 사다리를 기어올라 통제실로 들어간 다음 스핀 드라이브를 끈다. 조종석에 앉기도 전에 레이더 화면을 띄운다. 최대 출력으로 모든 기능을 가동해 본다. “어서… 나와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조종석에 앉아 안전띠를 찬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접촉점이 헤일메리호에 훨씬 더 가까워져 있지만, 아직 레이더 범위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저 4,000만 킬로미터를 여행했을 뿐이다. 레이더 범위는 그 1,0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래, 정확도가 99.9퍼센트에 못 미쳤다. 뭐 놀랄 일이라고.
한 번 더 페트로바스코프로 훑어볼 차례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딘지는 몰라도 접촉 지점과 나 사이에 1광분의 거리를 두는 호사를 누릴 수 없다. 예를 들어서 내가 접촉 지점으로부터 1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면, 빛이 내게 돌아올 때까지 1초 미만이 걸리게 된다. 그런데 스핀 드라이브를 켜놓은 상태에서는 페트로바스코프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럼 인제 어쩌지?
나는 페트로바스코프를 끄지 않은 채 아스트로파지 조명을 켜야 한다. 명령어 메뉴를 살펴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스핀 드라이브가 작동하는 도중에 페트로바스코프를 켤 방법은 전혀 없다. 어딘가에 물리적으로 연동된 게 틀림없다. 이 우주선에 탑재된 어떤 전선이, 스핀 드라이브 제어판에서 페트로바스코프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평생 그 전선을 찾는다고 해도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스핀 드라이브는 주 엔진만이 아니다.
비행 자세 조정용 엔진은 헤일메리호의 측면에 튀어나와 있는 작은 스핀 드라이브다. 이 엔진들이 빗놀이 각도, 상하 요동 각도를 조절해 우주선을 굴릴 수 있도록 해준다. 페트로바스코프가 이 엔진에도 신경을 쓸까?
나는 페트로바스코프를 켜놓고, 빠르게 왼쪽으로 우주선을 굴린다. 우주선이 구르지만, 페트로바스코프는 계속 작동한다!
이런 희귀한 상황이라니, 너무도 매력적이다! 분명 설계팀의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겠지만 말이다. 아마 그들은 비행 자세 조절용 엔진에서 나오는, 비교적 소량의 출력은 페트로바스코프를 망가뜨리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전반적인 구조를 보면 말이 되는 얘기다. 엔진과 비행 자세 조정용 엔진은 모두 우주선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므로 페트로바스코프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주요 엔진이 켜져 있을 때 페트로바스코프가 꺼지는 이유는 우주먼지에서 반사되는 소량의 빛 때문이다. 훨씬 힘이 약한 비행 자세 조정용 엔진에서 나오는 반사광은 수용할 만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정용 엔진은 지금도 강철을 증발시키기에 충분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어쩌면 블립A를 비추기에는 충분한 밝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좌현의 빗놀이 추진기와 평행하게 페트로바스코프의 방향을 잡는다. 가시광선 동영상의 맨 아랫부분에서 추진기가 보인다. 나는 추진기를 켠다.
페트로바 스펙트럼에서 확실히 빛이 보인다. 대략 추진기 근처에 아지랑이가 보인다. 안개 속에서 손전등을 켠 것과 같다. 하지만 몇 초 뒤에는 그 아지랑이가 잦아든다. 아직 부연 빛이 그 자리에 있기는 하다. 그저 널리 퍼지지 않을 뿐이다.
아마 헤일메리호 자체에서 나온 먼지와 미량 가스일 것이다. 우주선에서 떠가는 아주 작은 입자들. 추진기가 근처에 있는 부유물을 모두 증발시킨 다음에는 사태가 진정된다.
나는 추진기를 계속 켜놓고, 우주선이 빗놀이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게 두고서 페트로바스코프를 지켜본다. 이제 내게는 손전등이 생겼다. 우주선의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 그래서 우현 쪽 빗놀이 추진기도 작동한다. 컴퓨터가 엄청나게 불평을 쏟아놓는다. 우주선에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동시에 반시계 방향으로 돌라고 명령할 합리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 나는 경고를 무시한다.
완전히 한 바퀴를 돌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괜찮다. 새로운 건 없다. 나는 상하 요동 각도를 5도 조정하고 다시 시도한다.
여섯 번째 돌았을 때다. 나는 에이드리언의 황도에서 25도 떨어진 지점에서 접촉점을 발견한다. 자세히 알아보기에는 아직 너무 멀다. 하지만 빗놀이 추진기에 대한 반응으로 빛이 번쩍인 건 분명하다. 나는 추진기를 몇 번 켰다 끄면서 반응시간을 측정한다. 거의 즉각적이다. 내 생각엔 4분의 1초 미만인 듯하다. 나는 접촉점으로부터 7만 5,000킬로미터 범위 안에 있다.
나는 접촉 지점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엔진을 켠다. 이번에는 무계획적으로 마구 돌진하지 않을 것이다. 약 2만 킬로미터마다 멈춰서 한 번 더 측정해 볼 것이다.
나는 미소 짓는다. 이 방법이 통하고 있다.
이제 내가 온종일 소행성을 쫓아다닌 것이 아니기만을 바라면 된다.
조심스러운 비행과 반복된 측정을 통해, 헤일메리호가 마침내 그 물체를 레이더로 감지해 낸다!
화면에 바로 보인다. ‘블립A’.
“아, 그렇지.” 내가 말한다. 블립A에 어쩌다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잊고 있었다.
나는 그 물체와 4,00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물체가 레이더 범위의 가장 바깥쪽 가장자리에 있는 셈이다. 망원경 화면을 띄우지만, 최대로 확대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망원경은 지름이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천체를 찾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 겨우 수백 미터 길이의 우주선을 찾아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조금씩 다가간다. 타우세티에 대한 그 물체의 속도는 로키의 우주선으로 보기에 적합하다. 엔진이 꺼졌을 즈음에 로키가 띠게 되었을 속도와 대략 비슷하다.
그 물체의 진로를 알아내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판독과 계산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더 쉬운 계획이 있다.
나는 여기서 몇 분, 저기서 몇 분 추진하면서 속도를 늦췄다가 높였다가 한 끝에, 그 물체와 속도를 맞춘다. 여전히 4,000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나와 그 물체의 상대속도는 거의 0이다. 왜 이렇게 하냐고? 헤일메리호는 내게 자기 경로를 알려주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내비게이션 제어판을 띄우고, 현재 궤도를 계산하게 한다. 천체 관측과 계산을 거친 뒤, 컴퓨터는 내가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을 해준다. 헤일메리호는 쌍곡선 궤도에 올라 있다. 그 말은, 내가 아예 궤도에 올라 있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탈출 진로에 올라서, 타우세티의 중력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
그 말은, 내가 추적하고 있는 물체도 탈출 진로에 올라 있다는 뜻이다. 항성계의 물체가 절대 하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항성계에 속한 물체는 절대로 항성의 중력에서 탈출하지 않는다. 탈출할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던 모든 것은 수십억 년 전에 이미 탈출을 마쳤다. 저게 뭔지는 모르지만, 평범한 소행성은 아니다.
“좋아, 좋아, 좋아, 좋아….” 내가 말한다. 나는 스핀 드라이브를 켜고 접촉 지점으로 향한다. “가고 있어, 친구. 딱 기다려.”
500킬로미터 안에 들어왔을 때, 마침내 그 물체가 화면상에 나타난다. 내게 보이는 것은 화소 처리가 심하게 된 삼각형뿐이다. 폭보다 길이가 네 배는 길다. 대단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블립A다. 나는 그 모습을 잘 알고 있다.
바로 이런 경우에 대비해, 나는 일류키나의 보드카 주머니를 바로 옆에 두고 있었다. 나는 잠금식 빨대로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신다. 기침하고 쌕쌕거린다. 어휴, 너무 센 술을 좋아하셨네.
로키의 우주선은 내 우현 쪽 50미터 거리에 있다. 나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항성계 전체를 가로지른 마당에, 실수로 로키를 내 엔진으로 증발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초당 몇 센티미터 이내로 속도를 맞추었다.
우리가 헤어진 지 거의 3개월이 흘렀다. 밖에서 보면 블립A는 늘 보았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통신을 하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보았다. 무전. 스핀 드라이브 깜빡이기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
가슴이 철렁한다. 로키가 죽었다면? 로키는 저 안에서 혼자였다. 로키가 수면 주기에 빠져 있을 때 온갖 나쁜 일들이 일어났다면? 에리디언들은 몸이 준비되기 전에는 깨어나지 않는다. 로키가 잠들어 있을 때 생명 유지 장치가 꺼졌고, 로키가 그냥…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면?
로키가 방사선 장애로 죽었다면? 방사선으로부터 로키를 보호해 주던 그 모든 아스트로파지가 메탄과 타우메바로 변했다. 에리디언들은 방사선에 매우 취약하다. 방사선 장애가 너무 빨리 발생해, 로키에게는 반응할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로키는 로키다. 똑똑하다. 대비책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수면 주기에 사용하는 독립된 생명 유지 장치가 있었을 거다. 그리고 방사선도 처리했겠지. 방사선이 동료 승조원을 전부 죽여버렸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왜 응답이 없을까?
로키는 볼 수가 없다. 로키에게는 창문이 없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눈치채려면 로키는 블립A의 감각 장비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밖을 내다봐야 할 것이다. 로키가 왜 그런 일을 하겠나? 아무 희망 없이 우주에 버려졌다고 생각할 텐데.
선외활동을 할 시간이다.
올란에 들어가 에어로크를 회전시키는 게 꼭 백만 번쯤은 되는 것 같다. 나는 에어로크의 내부에 길고 튼튼한 안전끈을 고정해 두었다.
나는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허공을 내다본다. 블립A는 보이지 않는다. 타우세티는 너무 멀어서 아무것도 비추지 못한다. 내가 우주선의 위치를 아는 까닭은 그저 그 우주선이 배경의 별들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우주에 나와 있는데, 그 우주의 한 뭉텅이에는 바늘구멍 같은 빛점들이 없다.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왕도가 없다. 그냥 찍는 수밖에. 나는 헤일메리의 선체를 최대한 세게 차고 블립A 쪽으로 향한다. 블립A는 커다란 우주선이다. 그냥, 그 우주선의 아무 곳에나 부딪히면 된다. 그리고 뭐 빗나간다고 해도 은하계 최초의 우주 번지점프 안전끈이 나를 다시 잡아당겨 줄 것이다.
나는 우주를 가로지르며 둥실둥실 떠간다. 눈앞의 어둠이 점점 커진다. 점점 더 많은 별들이 사라지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움직인다는 감각조차 들지 않는다. 논리적으로는 내가 우주선을 차고 나왔을 때와 똑같은 속도를 띠고 있으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증명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때, 나는 눈앞에서 희미하고 얼룩덜룩한 황갈색 빛을 발견한다. 드디어 헬멧의 조명이 블립A의 일부를 비출 만큼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빛이 점점 더 밝아진다. 이제는 선체가 더 확실하게 보인다.
본격적으로 덤빌 시간이다. 붙들 만한 물건을 찾기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몇 초다. 나는 로키의 선체 전체에 그 로봇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난간이 설치돼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붙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기를 바란다.
나는 바로 앞에서 난간을 발견한다. 손을 뻗는다.
쾅!
나는 EVA 우주복으로 그러면 안 될 만큼 세게 블립A와 부딪친다. 그렇게 열정을 담아 헤일메리호를 걷어차서는 안 됐다. 나는 뭐든 잡으려고 선체를 마구 더듬어댄다. 난간을 잡겠다는 내 계획은 비참하게 실패했다. 어느 난간에 손을 대기는 했지만,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튀어나와 멀어져 가기 시작한다. 안전끈이 내 등 뒤에서 꼬여 나를 감아온다. 우주선으로 돌아가 한 번 더 시도하려면, 오랫동안 기어가야 할 것이다.
그때 나는 선체 위,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상하게 울퉁불퉁 튀어나온 물체를 발견한다. 안테나이려나? 손이 닿기에는 너무 멀지만, 안전끈으로는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느리지만 일정한 속도로 선체에서 멀어져 가고 있으며, 제트팩도 없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나는 안전끈으로 빠르게 올가미를 지어 안테나에 던진다.
그리고 아니 세상에나, 내가 명중시켰다! 내가 방금 외계 우주선을 잡았다. 나는 고리를 팽팽히 당긴다. 아주 잠깐은 안전끈 때문에 안테나가 부러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지만, 그때 얼룩덜룩한 황갈색 소재가 보인다. 안테나는 (정말 안테나라면 말이지만)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져 있다.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나는 안전끈을 쥐고 내 몸을 선체 쪽으로 당긴다. 이번에는 나를 도와줄 안테나와 안전끈이 있기에 근처의 로봇 난간을 잡는 데 성공한다.
“휴.” 내가 말한다.
나는 잠시 시간을 들여 숨을 고른다. 이제는 로키의 청각을 시험해 볼 차례다.
나는 공구 벨트에서 가장 큰 스패너를 꺼낸다. 몸을 뒤로 당겼다가 선체를 내려친다. 세게.
나는 내려치고 또 내려친다. 철컹! 철컹! 철컹! 내 EVA 우주복 전체에 그 소리가 울린다. 로키가 안에 살아 있다면, 이 소리가 그의 주의를 끌 것이다.
나는 스패너의 한쪽 끝을 선체에 대고 누르며, 몸을 웅크려 헬멧을 스패너의 반대쪽 끝에 댄다. 헬멧 안에서 목을 쭉 늘이며 면판에 턱을 바짝 댄다.
“로키!” 나는 최대한 크게 소리친다.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왔어, 친구! 내가 네 선체에 있다고!”
나는 몇 초를 기다린다. “EVA 우주복 무전기를 켜놨어! 늘 쓰던 그 주파수야! 뭐라고 좀 해봐! 괜찮은지 알려줘!”
나는 무전기 음량을 키운다. 들리는 건 잡음뿐이다.
“로키!”
지직거림. 내 두 귀가 쫑긋 선다.
“로키?”
“그레이스, 질문?”
“맞아!” 음정 몇 개를 듣고 이렇게 기뻤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 친구! 나야!”
“너 여기 있음, 질문?” 로키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그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에리디언의 말을 꽤 잘 이해한다.
“응! 나 여기 있어!”
“너는….” 그가 새된 소리를 낸다. “너….” 그가 다시 새된 소리를 낸다. “네가 여기 있어!”
“맞아! 에어로크 터널 좀 설치해 봐!”
“경고! 타우메바82.5가….”
“알아! 알고 있어. 제노나이트를 통과할 수 있지. 그래서 여기 온 거야. 네가 곤란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너 나 구함!”
“응. 난 늦지 않게 타우메바를 잡았어. 난 아직 연료가 있어. 터널을 설치해. 내가 널 에리드로 데려다줄게.”
“넌 나 구하고 에리드 구함!” 로키가 새된 소리로 외친다.
“아 진짜, 터널 좀 설치하라니까!”
“네 우주선으로 돌아가! 그러지 않으면 바깥에서 터널을 보게 됨!”
“아, 맞네!”
나는 잔뜩 들뜬 채 에어로크 문 근처에서 기다린다. 작은 창문 너머로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지켜보려는 중이다. 전에도 모두 일어난 적이 있는 일이다. 로키가 선체 로봇을 가지고 에어로크에서 에어로크로 이어지는 터널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어려운 작업이다. 블립A가 전혀 움직일 수 없기에, 내가 헤일메리호를 적당한 위치로 이동해야 했다. 그래도 우리는 해낸다.
마지막으로 철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쉭 소리가 난다. 내가 아는 소리다!
나는 에어로크 안으로 둥실둥실 날아 들어가 외부 창문을 확인한다. 터널은 망가지지 않았다. 로키는 그동안 내내 이 터널을 보관해 왔다. 안 그럴 이유가 없지! 이 터널은 로키의 종족이 외계의 생명체와 처음으로 접촉했을 때 사용한 물건이다. 나라도 보관한다!
나는 비상 안전밸브를 돌린다. 내 우주선의 공기가 터널 절반을 채운다. 기압이 같아지자마자 나는 문을 열고 날아 들어간다.
로키가 반대쪽에서 나를 기다린다. 옷이 엉망진창이다. 너무도 익숙한, 끈끈한 타우메바 찌꺼기로 뒤덮여 있다. 그의 작업복 한쪽 면 전체에는 탄 자국이 있고, 로키의 팔 두 개는 모양이 무척 상해 버렸다. 꽤 힘든 시간을 보낸 듯하다. 하지만 그의 몸짓이 전하는 메시지는 순수한 기쁨이다.
그는 이 손잡이에서 저 손잡이로 통통 튄다.
“나 아주 아주 아주 행복.” 그가 높은음으로 말한다.
나는 엉망이 된 그의 팔을 가리킨다. “너 다쳤어?”
“나을 것임. 타우메바 감염을 막으려고 많은 것을 시도함. 전부 실패.”
“난 성공했어.” 내가 말한다. “내 우주선은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무슨 일, 질문?”
나는 한숨을 쉰다. “타우메바는 질소에 저항하도록 진화했어. 하지만 질소에서 숨으려고 제노나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쪽으로도 진화했던 거야. 타우메바82.5가 시간이 지나면서 제노나이트를 통과할 수 있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 거지.”
“놀라움. 이제 무엇, 질문?”
“나한테 아직도 아스트로파지가 200만 킬로그램 남아 있어. 네 물건을 여기에 실어. 에리드로 가는 거야.”
“행복! 행복, 행복, 행복!” 그가 잠시 말을 멈춘다. “질소 소독 필요. 타우메바82.5가 헤일메리호에 들어가지 않도록 함.”
“응. 네 능력이야 완전히 신뢰하지. 소독기를 만들어줘.”
로키가 한 철봉에서 다른 철봉으로 옮겨간다. 화상을 입은 팔이 아픈 게 눈에 보인다. “지구는, 질문?”
“미니 배양기를 실어서 비틀스를 보냈어. 타우메바82.5는 에리디언 강철을 통과하지 못해.”
“좋음, 좋음.” 그가 말한다. “나는 내 사람들이 너를 잘 돌봐주도록 함. 네가 집에 갈 수 있도록 아스트로파지를 만들어줄 것임!”
“어….” 내가 말한다. “그게 말이지…. 난 집에 안 가. 비틀스가 지구를 구할 거야. 하지만 난 다시 지구를 보지 못해.”
기쁨에 차 통통 튀던 로키가 멈춘다. “왜, 질문?”
“식량이 부족해. 너를 에리드로 데려다 준 다음에, 난 죽을 거야.”
“너… 너는 죽을 수 없음.” 그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나 너 죽게 두지 않음. 우리는 너 집으로 보냄. 에리드는 감사할 것임. 너 모두를 구함. 우리는 너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함.”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내가 말한다. “식량이 없거든. 에리드에 갈 때까지 버틸 식량이나 도착하고 나서 몇 달 더 버틸 식량은 있지만 너희 정부에서 나한테 집으로 돌아갈 아스트로파지를 준다고 해도 나는 그 여행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
“에리드 음식 먹어. 우리는 같은 생명에서 진화함. 우리는 같은 단백질 사용. 같은 화학물질. 같은 당분. 통할 게 틀림없음!”
“아냐. 난 네 음식을 먹지 못해, 기억나지?”
“너는 너한테 나쁘다고 함. 우리가 알아봄.”
나는 두 손을 든다. “그냥 나쁜 게 아니야. 그걸 먹으면 난 죽어. 너희 생태계에서는 사방에서 중금속을 사용해. 그중 대부분이 나한테 유해하고. 나는 즉사할 거야.”
로키가 떤다. “아니. 너 죽을 수 없음. 너는 친구.”
나는 분리용 벽으로 가까이 떠가서 조용히 말한다. “괜찮아. 내가 내린 결정이야. 우리 둘의 세계를 모두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 이거였어.”
로키가 물러난다. “그럼 너 집에 가. 지금 집에 가. 나 여기서 기다림. 에리드가 언젠가 다른 우주선을 보낼지도 모름.”
“말도 안 돼. 정말로 그런 추측에 너희 종족 전체의 생존을 걸고 싶어?”
로키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대답한다. “아니.”
“좋아. 네가 우주복으로 사용하는 그 공 같은 걸 가지고 넘어와. 나한테 제노나이트 벽을 때우는 방법을 알려줘. 그런 다음 네 물건을 옮기면….”
“기다려.” 그가 말한다. “너는 에리드 생명체 먹을 수 없음. 너한테는 먹을 지구 생명체가 없음. 에이드리언 생명체는, 질문?”
나는 피식 웃는다. “아스트로파지? 그걸 먹을 수는 없지! 늘 96도잖아! 난 산 채로 타버릴걸. 거기다가 내 소화효소가 아스트로파지의 희한한 세포막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아스트로파지 아님. 타우메바. 타우메바 먹어.”
“타우메바를 먹을 수는….” 나는 잠시 말을 멈춘다. “난…. 뭐라고?”
타우메바를 먹을 수 있을까?
타우메바는 살아 있다. DNA가 있다. 세포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도 있다. 타우메바는 글루코스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한다. 크레브스 순환을 한다. 타우메바는 아스트로파지가 아니다. 96도가 아니다. 그냥 다른 행성의 아메바일 뿐이다. 에리디언의 환경에 맞게 진화한 생명체와는 달리 중금속이 들어 있지도 않을 것이다. 중금속은 에이드리언의 대기에 아예 없으니까.
“난… 잘 모르겠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로키가 자기 우주선을 가리킨다. “나는 연료 탱크에 타우메바 2,200만 킬로그램이 있음. 얼마나 원함, 질문?”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오랜만에 처음으로 진짜 희망이 느껴진다.
“해결.” 로키가 분리용 벽에 발톱을 댄다. “내 주먹에 하이해.”
나는 웃으며 제노나이트에 내 손마디를 댄다. “하이파이브야. 그냥 ‘하이파이브’라고.”
“이해함.”